하지만 지금 장이나가 하는 말을 들으니 순간 장이나에게 무한한 발전의 가능성이 느껴졌다.만약 정수환이 정말로 늘솜가의 분점을 장이나와 정희연에게 맡긴다면 어른의 도움 없이 장이나 혼자서 다시 일구기엔 고생을 많이 해야 할 것이다.손님과 음식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맛있는 것은 맛있는 거고, 맛이 없으면 손님은 또 오지 않을 것이다. 다른 것들처럼 대충 얼렁뚱땅 만들어 손님을 속일 수 없다는 소리다.장이나가 만약 장사를 잘하려면 당연히 그간 못했던 고생도 많이 하고 자꾸 다른 일 핑계 대면서 제대로 배우지 않았던 기초부터 배
정시우는 눈을 깜박였다.“별로.”그는 이미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하기 싫은 것도 확실히 하지 않았다.나가서 살게 된 건 비록 정희연 때문이긴 하지만 혼자 사는 것도 그는 나쁘지 않았기에 아무렇지도 않았다.그는 20여 년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았다.그래서 딱히 속상하거나 서운한 것이라곤 없었다.정수환의 뜻도 그는 알아들었다.다만 그는 장이나처럼 욕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고 원하는 것을 무조건 얻고야 말겠다는 심보도 없었다.그냥 있는 대로 만족을 느끼며 살았다. 그는 부모님이 자신을 얼마나 걱정하고 사랑하고
이때 바람에 이마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졌고 그 모습은 마치 만화 속 주인공의 모습 같기도 했다.단원혁은 그를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정시우가 계속 말을 이어가면서 설명 비슷한 것을 했다.“정희연 그 여자를 제가 싫어하고 있거든요. 제가 정씨 가문에서 나와 따로 살게 된 이유도 다 그 여자 때문이에요. 아까 사랑이와 형이 속닥거리는 거 들었어요. 형은 모르겠지만 전 남들보다 청각이 좀 뛰어나거든요. 그래서 형이랑 사랑이가 속닥거리는 목소리도 들었어요.”단원혁은 뜻밖의 말에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정시우에겐 나쁜
그 사건은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경찰 측에선 다시 피해자와 화물차 운전기사를 조사했지만, 아무것도 건져내지 못했다. 하지만 일개 AS 직원이 무슨 원망을 살 수 있겠는가.다른 사고 차량 운전기사도 조사했지만 아무런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평소에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피지 않았다. 게다가 도박에도 손을 대지 않았기에 채무 상태도 아주 깨끗했고 가족도 아주 화목하였기에 동기를 조사해낼 수가 없었다.더군다나 그 운전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졸음운전으로 길을 잘못 든 것이라고 우겨대고 있었기에 그
“정씨 가문에서 우리 막내가 무사한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거예요. 만약 교통사고를 당한 게 우리 막내였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알죠?”서늘한 목소리에 단원혁은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날 강하랑과 같이 외출한 사람이 단홍우도 있다는 사실에 그는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그래서, 정희연이 했다고 확신하는 거야?”단원혁은 목소리를 깐 채 진지하게 말했다.“일단 들어봐요.”단시혁은 시선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어두운 아우라도 거두었다.그리고 손을 움직여 녹음기를 틀었다.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정시우와 단원혁의 안색도 점차 험하
다음 날 아침.강하랑은 늦게 일어나지 않았다. 단씨 가문이 아닌 정씨 가문이었기에 그녀는 평소처럼 늦게 일어날 수가 없었다.다만 의외인 것은 그녀와 정희월이 거실로 내려갈 때 모두가 이미 식탁에 앉아 있었다. 심지어 어제 병원으로 갔던 정수환마저 식탁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다.남은 사람들의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마치 어제저녁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심지어 정희연과 장이나도 식탁에 바르게 앉아 별다른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다.만약 언뜻 본 정희연의 눈빛에서 보이는 불안감과 장이나의 표독함이 아니었다면
송미현은 손을 내저었다.“뭘 그렇게 예의를 차리니, 사랑아. 새우가 혹시 모자라면 주방에 다른 것도 있단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이 외숙모한테 말해. 우린 남도 아니니 눈치 볼 것도 없어. 알았지?”친근한 것 같은 두 사람의 대화에 장이나는 또 젓가락으로 그릇을 두드렸다.밥상머리에서 자꾸만 젓가락으로 그릇을 치는 장이나에 정수환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장이나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거지가 되어서 밥 동냥하려고 시선을 끄는 거라면 당장 나가서 동냥해! 밥상머리에서 버릇없이 그릇을 두드리지 말고! 이 집으로 들어올 때 우
갑자기 그녀를 툭 치는 장이나에 정희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고개를 든 그녀는 맞은편에 앉은 강하랑을 보았다. 그러자 순간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강하랑은 정희연의 표정을 관찰하면서 젓가락을 움직였다.아직도 이러는 모습을 보니 정희연이 분명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그 교통사고가 아니라고 해도 정희연은 분명 그녀를 해할만한 나쁜 짓을 했을 것이다.이미 단순 사고사로 처리되고 인명피해가 없었다면 정희연은 그녀를 보고 이런 반응을 보일 리가 없었다.사람의 목숨이 달려있으니 그녀를 보면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