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애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단홍우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그런데 고모, 헛소리 아닌데. 고모가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면 왜 그렇게 환하게 웃는 거야?”강하랑은 살짝 흠칫했다.저도 모르게 아까의 그 말이 다시 떠올랐다.‘저녁에 봐요.’얼마나 듣기 좋은지, 그 목소리를 녹음해서 이어폰으로 계속 듣고 싶은 정도였다.‘이게... 좋아하는 건가?’강하랑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확실한 건, 이런 감정은 오랜만이라는 것이었다. 아주 오래전, 그녀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할 때, 연유성이 나타나 그녀를 지켜줄 때
말은 그렇게 해도, 강하랑은 이미 생각을 정했다.일단 조금 운전해서 나간 후, AS센터에 연락해 차를 가져가 검사시킬 생각이었다.물론 아까는 그저 잠깐 시동이 걸리지 않았을 뿐이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게다가 차에 어린아이까지 타고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했다.그래서 강하랑은 머뭇거리지 않고 지하주차장에서 나와 눈에 잘 띄는 곳에 차를 세운 후 단홍우와 함께 차에서 내리고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어린 단홍우는 얼마나 말을 잘 듣는지,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 원망도 하지 않고 나무 밑에서 강하랑과 함께 서 있었다.
강씨 집안 사람, 그리고 학교의 사람들은 강하랑을 ‘아가씨 행세를 하고 싶지만 운전기사도 없는 ‘촌년’이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강하랑은 매일 등하교를 하면서 몇 시에 버스를 타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버스 위의 시간은 그녀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시간이었다.그 누구도 그녀를 건드리지 않고 비웃지 않는다.등하교하는 강하랑은 출퇴근하는 직장인들과 다를 바 없었다.사람의 인생이라는 게 다 거기서 거기였다.그래서 지금, 단홍우를 데리고 다시 버스를 탄 강하랑은 그저 버스가 조금 더 안전하게 운전하고 있다는 것과 차량 내부가 깨끗
택시 기사도 기사를 본 모양인지, 강하랑한테 말을 걸었다.“이게 정말 무슨 일이래요. 피곤하면 휴게소에 가서 좀 자지. 그 시간을 아껴서 뭐 한다고... 지금 봐요. 이렇게 큰 사고를 쳤잖아요. 죄 없는 운전기사가 목숨을 잃고 자기도 이제는 벌을 받아야 하니...”강하랑은 마음속이 복잡했다.기사의 사진을 본 강하랑은 마음이 허했다.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몰랐다. 온갖 복잡한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올랐다.그녀는 이 교통사고가 사고가 아닌, 계획적인 살인이라고 생각했다.만약 그렇다면... 그녀의
강하랑은 정희월의 상태를 잘 알았다. 그래서 정희월이 격해진 감정으로 달려 나올 때 복잡한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얼른 다가가 정희월을 부축했다.“엄마, 전 괜찮아요. 아무 일도 없어요.”정희월은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서 있는 강하랑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등까지 확인해 보았다.더운 여름이라서 강하랑은 옷을 많이 입지 않았다. 항상 긴 팔로 몸의 상처를 가리고 있었지만 새로 생긴 상처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강하랑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정희월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그래도 강하랑의
강하랑은 그 목소리에 마음이 안정되었다.오랜 시간을 같이 지낸 단이혁을 제외하고 오빠들 사이에서 가장 친한 건 그녀와 나이가 비슷한 단유혁이었다.복잡한 심경이 조금 정리되자 강하랑도 다소 담담해진 말투로 얘기했다.“난 괜찮아, 막내 오빠. 또 걱정하게 만들었네.”“무슨 소리야.”단유혁은 참지 못하고 그녀의 말을 끊었다.“네가 가장 어리니까 너를 걱정하는 게 당연하지. 평소에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깊이 생각하지 마. 이번 사고는 나랑 형들이 제대로 조사할 테니까. 대신 요즘 운전하지 말고. 알겠어?”강하랑은 이미 차도
“왜, 오빠?”강하랑은 단유혁의 상황을 잘 몰랐다. 그저 단유혁이 갑자기 말을 하지 않자 갑자기 경계를 세우고 물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단유혁이 입을 열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저 잠시 깜빡했네.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생각나면 다시 얘기할게. 그럼 내일 봐.”단유혁은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저 갑자기 생각났다가 또 까먹은 것처럼. 하지만 이건 종종 있는 일이었다. 평소였다면 강하랑은 그렇겠니 하고 넘어가겠지만 지금은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었다. “좋아, 그럼 내일 봐.”전화가 끊겼다.강하랑은 핸드폰
“너?”황덕구는 통통한 손가락으로 임서화의 턱을 잡고 임서화와 억지로 눈을 맞추었다.“내 아이를 품고 강씨 가문에 시집간 주제에,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어?”“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요.”임서화의 표정은 바로 변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야릇한 표정이었다가 지금은 금세 불쌍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당신은 나와 결혼해 줄 것도 아니잖아요. 배가 불러오는데 아무 사람이나 잡고 결혼을 했어야 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당신에게 이 일을 숨기고 아이를 낳은 것이 나쁜 것도 아닌 것 같은데요.”말이 끝나자 황덕구가 임서화의 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