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겠어.”단원혁은 시선을 내리고 서채은이 시선을 돌렸을 때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곧 결재할게. 하지만 지금의 업무를 양 비서한테 인수인계하는 데 며칠 걸릴 거야. 그리고 어떤 서류들은 기밀이니까 조금 더 신경 써줬으면 좋겠어. 연봉에 관해서는 내가 결재할 때 얘기해 놓을 테니까 다른 일이 없다면 돌아가도 돼.”“감사합니다, 단 대표님.”확실한 대답을 얻은 서채은은 더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인수인계의 문제에 관해서 얘기한 후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떠났다.몸돌려 떠나는 순간, 그는 사무실에 앉아서 바쁜 척하는 단원혁이 시선
“고모, 뭐 하는 거예요?”단홍우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강하랑을 쳐다보았다.엘리베이터를 누른 강하랑은 고개를 숙여 웃으며 얘기했다.“큰 도박을 하는 거야.”의문스러워하는 단홍우를 보면서 강하랑은 입꼬리를 더 끌어올렸다.“넌 아직 어려서 몰라도 돼.”물론 이 방법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단이혁의 말대로 의문이 있다면 직접 파헤쳐보기로 했다.병원에서 회사로 오기 전에 지승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단홍우와 서채은의 머리카락으로 병원에 유전자 확인을 맡겼다.유전자 검사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서채은의 반응을 보아
“조그만 애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단홍우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그런데 고모, 헛소리 아닌데. 고모가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면 왜 그렇게 환하게 웃는 거야?”강하랑은 살짝 흠칫했다.저도 모르게 아까의 그 말이 다시 떠올랐다.‘저녁에 봐요.’얼마나 듣기 좋은지, 그 목소리를 녹음해서 이어폰으로 계속 듣고 싶은 정도였다.‘이게... 좋아하는 건가?’강하랑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확실한 건, 이런 감정은 오랜만이라는 것이었다. 아주 오래전, 그녀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할 때, 연유성이 나타나 그녀를 지켜줄 때
말은 그렇게 해도, 강하랑은 이미 생각을 정했다.일단 조금 운전해서 나간 후, AS센터에 연락해 차를 가져가 검사시킬 생각이었다.물론 아까는 그저 잠깐 시동이 걸리지 않았을 뿐이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게다가 차에 어린아이까지 타고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했다.그래서 강하랑은 머뭇거리지 않고 지하주차장에서 나와 눈에 잘 띄는 곳에 차를 세운 후 단홍우와 함께 차에서 내리고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어린 단홍우는 얼마나 말을 잘 듣는지,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 원망도 하지 않고 나무 밑에서 강하랑과 함께 서 있었다.
강씨 집안 사람, 그리고 학교의 사람들은 강하랑을 ‘아가씨 행세를 하고 싶지만 운전기사도 없는 ‘촌년’이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강하랑은 매일 등하교를 하면서 몇 시에 버스를 타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버스 위의 시간은 그녀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시간이었다.그 누구도 그녀를 건드리지 않고 비웃지 않는다.등하교하는 강하랑은 출퇴근하는 직장인들과 다를 바 없었다.사람의 인생이라는 게 다 거기서 거기였다.그래서 지금, 단홍우를 데리고 다시 버스를 탄 강하랑은 그저 버스가 조금 더 안전하게 운전하고 있다는 것과 차량 내부가 깨끗
택시 기사도 기사를 본 모양인지, 강하랑한테 말을 걸었다.“이게 정말 무슨 일이래요. 피곤하면 휴게소에 가서 좀 자지. 그 시간을 아껴서 뭐 한다고... 지금 봐요. 이렇게 큰 사고를 쳤잖아요. 죄 없는 운전기사가 목숨을 잃고 자기도 이제는 벌을 받아야 하니...”강하랑은 마음속이 복잡했다.기사의 사진을 본 강하랑은 마음이 허했다.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몰랐다. 온갖 복잡한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올랐다.그녀는 이 교통사고가 사고가 아닌, 계획적인 살인이라고 생각했다.만약 그렇다면... 그녀의
강하랑은 정희월의 상태를 잘 알았다. 그래서 정희월이 격해진 감정으로 달려 나올 때 복잡한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얼른 다가가 정희월을 부축했다.“엄마, 전 괜찮아요. 아무 일도 없어요.”정희월은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서 있는 강하랑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등까지 확인해 보았다.더운 여름이라서 강하랑은 옷을 많이 입지 않았다. 항상 긴 팔로 몸의 상처를 가리고 있었지만 새로 생긴 상처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강하랑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정희월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그래도 강하랑의
강하랑은 그 목소리에 마음이 안정되었다.오랜 시간을 같이 지낸 단이혁을 제외하고 오빠들 사이에서 가장 친한 건 그녀와 나이가 비슷한 단유혁이었다.복잡한 심경이 조금 정리되자 강하랑도 다소 담담해진 말투로 얘기했다.“난 괜찮아, 막내 오빠. 또 걱정하게 만들었네.”“무슨 소리야.”단유혁은 참지 못하고 그녀의 말을 끊었다.“네가 가장 어리니까 너를 걱정하는 게 당연하지. 평소에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깊이 생각하지 마. 이번 사고는 나랑 형들이 제대로 조사할 테니까. 대신 요즘 운전하지 말고. 알겠어?”강하랑은 이미 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