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강하랑이 그의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면 그에게 좋은 소리를 하기는커녕 욕을 내뱉었을 것이다.‘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거야! 연유성이 가당키나 해? 내가 원수 취급 안 해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지금 낯선 사람과 본인을 비교하고 있었던 거야? 낯선 사람은 적어도 나한테는 아무런 상처도 주지 않았잖아. 연유성은?'‘아무리 방금 그 소년이 나한테 무례한 발언을 했다고 해도 제때 사과도 했었잖아. 그런데 연유성은? 뻔뻔하게 이런 말 할 자격이 있을까? 고작 어제 이혁 오빠한테 맞은 거로 퉁 칠 수
진솔한 태도에 강하랑도 순간 어쩔 줄을 몰랐다.그녀는 외할아버지가 했던 한 마디에 자연스럽게 장이나와 정희연과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하간에 정수환의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못했으니까 말이다.지금 박재인과 옥신각신하며 하는 말을 들어보니 그녀는 이제야 ‘죽지도 않고 살아있는 놈'이라든지 죽음에 관한 얘기는 전부 서로 장난삼아 습관처럼 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짜로 그렇게 되라고 저주하는 것이 아니라.그걸 알게 된 강하랑은 순간 정수환의 사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어쨌든 다른 의미에서 그녀는
“껴! 이런 기회를 왜 놓쳐? 껴!”박재인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이덕환이 먼저 입을 열고 말했다.그는 아까부터 계속 점심 메뉴를 생각하며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늘솜가의 음식을 먹자니 입맛이 뚝 떨어졌다. 특히 이틀 연속 강하랑의 음식을 먹으니 더 그러했다.이미 환상의 맛을 보았으니 다른 음식은 성에 차지 않았고 먹는다고 해도 마치 맛없는 고무를 질겅질겅 씹는 기분이었다.정수환이 마침 강하랑의 음식을 맛보고 싶다고 하니 그는 당연히 두손 두발 들 정도로 찬성했다.다수결로 찬성하니 아직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도 당연히 반대하지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없다면 자신과 비교하면 되는 것이다.물론 이렇게 흔쾌히 대답을 한 것도 이 이유만 있는 건 아니었다.외할아버지인 정수환이 자신을 선배님이라고 부르니 마음이 불편했기 때문이다.아무래도 친척이니 듣기 거북했다.아무리 예의상 그러는 것이라고 해도 말이다.흔쾌히 대답한 것도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되면 어색한 사이로 남지 않기 위해서다.세 사람이 점심 메뉴를 토론하고 있을 때 등 뒤로 느긋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심지어 다소 서운함이 느껴지기도 했다.강하랑은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리곤 바
그의 말에 강하랑은 걸음을 멈추었다.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정수환이 이미 먼저 입을 열었다.“방금 연 대표가 아가씨를 단사랑이라고 부르던데, 맞나? 단 씨 성은 흔치 않은데 이름도 비슷하니 인연이군. 단씨 가문 사람도 만만한 사람도 아니고 말이야. 영호 단씨 가문은 한주 연씨 가문보다 더 대단하네. 아가씨, 영호 단씨 가문이라고는 들어봤나?”강하랑은 귀를 의심했다.역시 밝히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든 그녀는 나중에 부모님이랑 외가로 갈 때 또 한 번 설명할 생각이었다.거기다 이미 정수환이 이런 말까지 꺼
강하랑은 정수환의 시선 아래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그리곤 입술을 틀어 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저 사랑이에요. 단사랑. 엄마가 예전에 외할아버지에 관해서 이야기했어요. 부모님께선 원래 요리 콘테스트가 끝난 뒤에 저를 데리고 외할아버지랑 외할머니를 만나러 갈 생각이셨어요. 그런데 이 요리 콘테스트가 정씨 가문에서 주최한 것인지 몰랐어요. 먼저 인사를 안 한 건, 그건…”그녀는 머뭇거리다가 계속 말을 이었다.“먼저 인사를 안 한 건 장소가 그럴 장소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안 했어요. 거기다 아까 외할아버지가 저를 언짢아하시고 점장
비록 욕심이 많고 교활한 딸보다 장이나가 더 낫긴 했다. 적어도 집에선 눈치를 살살 보지만 밖에선 정희연과 똑같은 성격이었다.이 바닥에서 그를 찾아와 고발하는 사람은 아주 많았다. 심지어 몇 살도 안 된 아이마저 괴롭히니 그야말로 골칫덩어리였다.현장에서 바로 들키지 않았고 거기다 두 사람 전부 뻔뻔하니 그도 크게 혼내진 않았다. 그저 밥상머리 앞에서 두어 마디 훈계할 뿐이었다.더 심한 말은 아직 장이나에게 한 적은 없다.더군다나 그는 장이나의 부모도 아니고 그저 외할아버지뿐이었기에 딱히 해줄 말도 크게 없었다.하지만 방금
정씨 가문에서 요리를 배우려는 후대가 없어 다른 사람을 불러들여 요리를 가르쳐주긴 했지만 얼마 못 가 전부 도망가고 실력이 평범한 사람들만 남아 매출도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확실히 이 사회에선 신박한 무언가가 나오지 않으면 쉽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긴 어려웠다.아무리 다른 식당의 맛이 늘솜가보다 못하다고 해도 인터넷에 자주 홍보하고 거기다가 인기 있는 인테리어를 하면 사람들도 다 그곳으로 모이기 마련이었다.늘솜가가 백 년 대대로 이어받은 식당이었고 시그니처 메뉴도 있으니 아마 조금 더 버틸 수는 있을 것이다.하지만 몇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