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껴! 이런 기회를 왜 놓쳐? 껴!”박재인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이덕환이 먼저 입을 열고 말했다.그는 아까부터 계속 점심 메뉴를 생각하며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늘솜가의 음식을 먹자니 입맛이 뚝 떨어졌다. 특히 이틀 연속 강하랑의 음식을 먹으니 더 그러했다.이미 환상의 맛을 보았으니 다른 음식은 성에 차지 않았고 먹는다고 해도 마치 맛없는 고무를 질겅질겅 씹는 기분이었다.정수환이 마침 강하랑의 음식을 맛보고 싶다고 하니 그는 당연히 두손 두발 들 정도로 찬성했다.다수결로 찬성하니 아직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도 당연히 반대하지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없다면 자신과 비교하면 되는 것이다.물론 이렇게 흔쾌히 대답을 한 것도 이 이유만 있는 건 아니었다.외할아버지인 정수환이 자신을 선배님이라고 부르니 마음이 불편했기 때문이다.아무래도 친척이니 듣기 거북했다.아무리 예의상 그러는 것이라고 해도 말이다.흔쾌히 대답한 것도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되면 어색한 사이로 남지 않기 위해서다.세 사람이 점심 메뉴를 토론하고 있을 때 등 뒤로 느긋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심지어 다소 서운함이 느껴지기도 했다.강하랑은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리곤 바
그의 말에 강하랑은 걸음을 멈추었다.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정수환이 이미 먼저 입을 열었다.“방금 연 대표가 아가씨를 단사랑이라고 부르던데, 맞나? 단 씨 성은 흔치 않은데 이름도 비슷하니 인연이군. 단씨 가문 사람도 만만한 사람도 아니고 말이야. 영호 단씨 가문은 한주 연씨 가문보다 더 대단하네. 아가씨, 영호 단씨 가문이라고는 들어봤나?”강하랑은 귀를 의심했다.역시 밝히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든 그녀는 나중에 부모님이랑 외가로 갈 때 또 한 번 설명할 생각이었다.거기다 이미 정수환이 이런 말까지 꺼
강하랑은 정수환의 시선 아래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그리곤 입술을 틀어 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저 사랑이에요. 단사랑. 엄마가 예전에 외할아버지에 관해서 이야기했어요. 부모님께선 원래 요리 콘테스트가 끝난 뒤에 저를 데리고 외할아버지랑 외할머니를 만나러 갈 생각이셨어요. 그런데 이 요리 콘테스트가 정씨 가문에서 주최한 것인지 몰랐어요. 먼저 인사를 안 한 건, 그건…”그녀는 머뭇거리다가 계속 말을 이었다.“먼저 인사를 안 한 건 장소가 그럴 장소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안 했어요. 거기다 아까 외할아버지가 저를 언짢아하시고 점장
비록 욕심이 많고 교활한 딸보다 장이나가 더 낫긴 했다. 적어도 집에선 눈치를 살살 보지만 밖에선 정희연과 똑같은 성격이었다.이 바닥에서 그를 찾아와 고발하는 사람은 아주 많았다. 심지어 몇 살도 안 된 아이마저 괴롭히니 그야말로 골칫덩어리였다.현장에서 바로 들키지 않았고 거기다 두 사람 전부 뻔뻔하니 그도 크게 혼내진 않았다. 그저 밥상머리 앞에서 두어 마디 훈계할 뿐이었다.더 심한 말은 아직 장이나에게 한 적은 없다.더군다나 그는 장이나의 부모도 아니고 그저 외할아버지뿐이었기에 딱히 해줄 말도 크게 없었다.하지만 방금
정씨 가문에서 요리를 배우려는 후대가 없어 다른 사람을 불러들여 요리를 가르쳐주긴 했지만 얼마 못 가 전부 도망가고 실력이 평범한 사람들만 남아 매출도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확실히 이 사회에선 신박한 무언가가 나오지 않으면 쉽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긴 어려웠다.아무리 다른 식당의 맛이 늘솜가보다 못하다고 해도 인터넷에 자주 홍보하고 거기다가 인기 있는 인테리어를 하면 사람들도 다 그곳으로 모이기 마련이었다.늘솜가가 백 년 대대로 이어받은 식당이었고 시그니처 메뉴도 있으니 아마 조금 더 버틸 수는 있을 것이다.하지만 몇 년
강하랑은 정수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몰랐다. 그저 요리하는 데에 몰입해 있었다.점심을 먹을 사람이 어르신 세 분이었기에 그녀는 소화가 잘되고 식감도 괜찮은 것으로 만들 생각이었다.식자재는 요리 콘테스트 덕에 대부분 준비되어 있었고 그녀가 원하는 식자재도 많았다. 게다가 전부 깨끗하게 손질된 것이었기에 볶으면 되는 일이었다.강하랑은 빠르게 움직여 칼을 바꾸곤 다진 마늘과 파를 썰어 메인 요리를 완성했다.어르신 세 분이니 요리 네 가지와 국 한 가지면 충분했다.브로콜리 새우볶음 요리는 아주 간단했다. 하지만 요리사에겐
제한 시간이 끝남을 알리는 북소리가 들려왔다. 요리가 완성되었든 아니든 북소리만 들리면 무조건 음식에서 손을 떼야 한다.무대 위에 있던 참가자들은 아우성을 지르며 조금이라도 남은 시간에 허둥지둥 음식을 플레이팅을 하면서 최대한 눈으로 보기엔 예쁜 모습으로 만들었다. 그러면 최소한 플레이팅 점수를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그리고 어떤 참가자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북소리를 기다려 얼른 평가해주길 바라는 사람도 있었다.마지막 북소리가 들려오고 강하랑의 닭볶음탕도 그릇에 예쁘게 담겼다.남은 세 가지 요리와 해물탕도 이미 그릇에 담겨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