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니, 제가 지금 바로 갈게요!”최동근은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곤 마른 목에 침을 삼키며 부랴부랴 나가려다가 그만 커다란 유리에 부딪히게 되었다.대표이사실의 문은 특수 유리로 만든 것이었다. 안에서는 밖의 상황을 볼 수 있지만, 밖에서는 안의 상황을 볼 수 없는 그런 특수 유리였다. 경쾌한 소리가 들려오긴 했지만 단단했던 특수 유리는 망치로 내리쳐도 깨지지 않는 유리였기에 고작 겁에 질려 도망가려는 최동근의 이마로 깨질 리가 없었다.단원혁은 냉담한 얼굴로 그를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핸드폰을 보았다.강하랑이 보낸 몇
“경솔이라는 단어도 알다니, 의외네요.”단원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책상 위에 있던 두 서류에 사인하더니 대충 옆으로 치워두곤 컴퓨터와 다른 설비의 전원을 꺼버렸다.“그런데 어쩌죠? 유감스럽게도 애원하는 방법은 나한테 안 통하거든요. 당신이 우리 회사 앞에서 난동을 부려 우리 회사 직원의 명예가 훼손되었으니 당연히 벌을 받아야죠. 그렇지 않으면 경찰은 왜 있고, 법은 또 왜 있겠어요. 안 그래요? 당신 같은 사람을 봐주면 매일 우리 회사 앞에서 민폐를 끼칠 것이고, 그럼 우리 회사 직원은 앞으로 출근도 못 할 거 아니에요.”
영호 공항.“내가 말하는데, 이번에 절대 우리 선배님 심기 불편하게 하지 마. 알았냐? 또 저번처럼 그러면 선배님 요리는 물론 한남정 요리도 입에 대지도 못하게 해줄 테니까!”박재인은 투덜투덜하며 게이트에서 나왔다.뒤에 있는 그와 나이가 비슷한 이덕환은 그런 박재인을 무시하며 나오고 있었다.박재인이 다시 똑같은 말로 투덜대자 그는 건성건성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알았어, 알았다니까? 대체 몇 번을 말할 셈이냐? 내가 이런 기회에 또 그럴 사람으로 보여?”이미 한번은 투덜대다가 또 먹을 기회를 놓쳤기에 그는 절대
강하랑은 단원혁과 같이 왔다.점심을 거의 다 먹어갈 때 단원혁이 갑자기 본가로 돌아온 것이다. 비록 별다른 대화를 하진 않았지만 단원혁의 등장으로 서채은의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졌다는 것을 눈치챘다.특히 식탁에서 정희월이 서채은을 미래의 며느리처럼 대하고 있을 때 단원혁이 오자 서채은의 반응이 더 어색하게 격렬해졌다.그래도 서채은은 식사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는 법이 없이 끝까지 식사를 마친 후 일어났다.다만 서채은은 그녀에게 돌아가겠다고 돌려 말했다.다들 눈치는 빠른 사람이었기에 굳이 직설적으로 대답하지도 않았다.하지만 강하
고개를 돌린 그녀의 시야에 두 어르신이 들어왔다.오랜만에 강하랑을 만나는 박재인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선배님! 이게 얼마 만이에요!”박재인은 비록 나이를 지긋하게 먹긴 했지만, 마음만큼은 젊은 사람 못지않았다.머리숱도 다 빠져 안타깝게 조금 남아 있어도 박재인이 고수해온 스타일 같았고 귀여웠다.“오랜만이에요!”강하랑은 바로 맞장구를 치며 친근한 모습으로 살짝 박재인의 어깨를 콩 쳤다.단원혁은 강하랑의 옆에 서서 웃음을 참고 있었다.박재인과 친분이 있었다면 그는 바로 박재인에게 강하랑이 민머리라고
이덕환의 목적이 요리 대회가 아니라면... 강하랑은 뜻밖의 반응에 다시 기대의 불씨가 마음속에 타오르기 시작했고 시선을 옮겨 옆에 있던 박재인을 보았다.하지만 박재인은 공항을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구경하고 있어 그녀의 눈빛을 받지 못했다.그는 살아온 평생을 거의 한남정에서만 보냈다. 요리 대회를 제외하곤 한남정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게다가 지난번 요리 대회는 한주시에서 열렸기에 그는 굳이 다른 도시로 갈 필요도 없었고 예전에는 요리 대회가 식상하고 귀찮게 느껴져 박시훈을 대리 평가단으로 보냈다.여하간에 참가자 대부분이 젊은
“올, 연유성이~ 준비성 철저하다?”검은색 포르쉐를 운전하고 있는 사람은 지승우였다. 차는 새것이었고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지사의 직원이 몰고 온 것이다.지승우의 관심사에 예쁜 여자 외에 자동차도 있었다. 하지만 명품 시계라든지 다른 것엔 잘 알지 못했기에 흥미도 없었다. 새 차로 앞서 달리고 있는 마이바흐를 쫓아가는 것은 아주 재미있었다.“들어보니까 영호에 있는 재벌들은 한주 재벌보다 더 잘 논다고 하던데? 심심하면 레이싱을 한대. 유성아, 넌 관심 없어?”연유성은 아까부터 계속 앞에서 달리고 있는 마이바흐에 시선 고정하고
그들의 차는 이미 도심으로 진입했고 주위에 차량도 점차 많아졌다. 그리고 운전 속도도 점차 느려졌다.단원혁은 부정하지 않고 가볍게 대꾸를 했다. 그러자 강하랑은 다소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공항에서 나올 때부터 강하랑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다만 그때는 박재인과 이덕환에게 정신이 팔렸고 그녀의 곁에는 단원혁도 있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단원혁이 갑자기 속도를 올려 뭔가를 따돌리려는 의도가 분명한 운전 스킬을 보일 때에야 그녀는 누군가가 자신을 쫓아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다만 확신하지 못했던 그녀는 감히 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