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사무실에 출근한 지승우는 문을 열자마자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평소 언제나 깔끔한 정장 차림만 보여주던 남자가 오늘은 넋이라도 나간 표정으로 앉아서 산산이 조각난 핸드폰만 오매불망 바라봤기 때문이다.손바닥은 또 언제 다쳤는지 원래의 흉터 위로 다른 상처가 생겼다. 이미 마른 피딱지는 손바닥 가득 붙어있어서 보기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졌다.지승우는 보기 드물게 진지한 표정으로 잠깐 주저하더니 지정석으로 가는 게 아닌 연유성의 앞으로 갔다. 그리고 책상을 똑똑 두드리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괜찮아?”“...”연유성은 아무런
“나도... 나도 몰라.”지승우도 알 길이 없었다. 행여나 연유성이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할까 봐 강하랑과의 카톡을 증거로 보여주기도 했다.“이거 봐. 나도 그동안 어떻게든 알아내려고 했는데, 사랑 씨가 전혀 안 속아.”연유성은 그의 핸드폰 화면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갑자기 피식 웃으며 비웃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너랑은 말 많이 하네.”그와 하는 대화는 매번 욕이 아니면 선을 긋는 말들이었다. 너무나도 맞는 말이면서도 깔끔하게 선을 긋는 말.지승우는 빈정대며 웃는 자신의 친구에 핸드폰을 다시 넣었다.“나도 심심
한식도 있고 서양식 요리도 가득했다. 어떤 음식은 재료 밀키트만 사서 만든 것이었고, 또 어떤 것은 그녀가 아침에 손수 만든 것도 있었다.오빠들이 기상하는 시간대가 제각각이었던 터라 강하랑은 직접 그들의 방으로 올라가 깨우지 않았고 전부 주방 식탁 위에 차려놓곤 그들이 알아서 내려와 먹도록 내버려 두었다.그리고 지금은 식탁엔 그녀와 단홍우 두 사람만이 앉아 있었다. 단원혁은 이미 아침을 챙겨 먹고 출근한 상태였기에 그녀는 귀여운 조카 단홍우를 직접 학교까지 데려다줄 생각이었다.단원혁은 일전에 그녀에게 이미 매일 학교 데려다주는
핸드폰 너머로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정적이 흘렀다.강하랑은 미간을 찌푸리며 새우만두를 입에 물고는 발신자를 확인했다.아주 익숙한 번호였지만 누구의 번호였는지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누구세요? 대답 안 하시면 끊겠습니다~”인내심을 잃은 강하랑이 전화를 끊으려고 할 때 드디어 상대는 입을 열었다.“나야...”낮게 깔린 목소리에선 조심스러움이 느껴졌다.그럼에도 강하랑은 바로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녀는 믿기지 않았고 이해가 가지도 않았다.오래전에 이미 연유성의 연락처를 삭제했었다. 비록
하지만 연유성은 끊지 않으려고 했다.“하랑아, 지금 어디 있는 거야? 한남정에 왔는데, 다들 네가 이미 한주를 떠났다고 하더라고... 나한테 어디 있는지 알려줄 수 없을까? 네가 보고 싶어...”강하랑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뭐야, 왜 이래? 심심하면 기부나 하든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건데? 그리고 대체 말투는 또 왜 이러냐? 난 강세미가 아니라고! 또 머리에 문제 생겨서 이상한 짓을 하는 거지?!'강하랑은 놀라 핸드폰을 하마터면 던질 뻔했다. 그래서 더는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꺼버렸다.그리고 속으로는
그러자 연유성의 안색이 다시 어두워졌다.방금까지 화사함이 돌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졌다.그는 강하랑이 어디에 있는지 결국 알아내지 못한 것이다.연유성은 핸드폰을 꽉 움켜쥐곤 시선을 떨구었다. 말을 채 마치지 못했지만 바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끊기던 전화에 연유성은 다시 마음이 초조해졌다.그녀가 이렇게 단호하게 끊어버릴 줄은 몰랐다.‘정말로, 정말로 더는 내가 보기도 싫을 정도로 싫어진 건가?'그런 그의 모습에 지승우는 혀를 차면서 고개를 저었다. 분명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게 뻔했기 때문이다.당연한 결과였다.
그녀는 예전에 진정훈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 만약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바로 먼저 고백을 하겠다고 말이다. 계속 짝사랑만 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며, 차라리 그 시간을 아껴 환자 한 명이라도 더 살펴보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했다.그렇게 시간을 아끼며 그녀에게 관심이 없었던 진정훈이 이렇게 한남정으로 매일 쳐들어와 그녀의 행방을 캐고 다닐 줄은 몰랐다.다만 지난번 단세혁이 사고가 나고 그들은 공항이 아닌 차를 돌려 바로 안성시로 갔기에 진정훈이 알아낸 것은 쓸모없는 정보였다.“고마워요, 점장님. 계속 숨겨주셔서.”강하랑은
강하랑과 통화를 마친 후 박재인은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마치 먼 곳으로 시집을 보낸 딸과 연락이라도 닿은 듯 좋아하는 아빠 같은 그의 모습은 당장이라도 바리바리 물건을 싸 들고 강하랑에게 줄 것 같은 기세였다.기분이 아주 좋은 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박시훈이 알려준 대로 자신이 떠날 시간과 좌석을 확인했다.그러자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이덕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 모습에 이덕환은 더는 참지 못하고 테이블을 툭툭 두드렸다.“야, 이 영감탱이야. 왜 고 녀석한테 내 얘기는 하나도 안 했어!”“네 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