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두렵지 않았던 강하랑은 같이 빤히 쳐다보았다.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분명 어젯밤엔 그렇게 인내심 있게 대하곤 왜 갑자기 원수를 보듯 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는지 말이다. 그녀가 방금 온서애에게 한 말에도 그에게 실수가 되는 말이 전혀 없었다.다만 강하랑은 바로 무시를 했다. 여하간에 어차피 그와는 각자 다른 길을 갈 사람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녀는 굳이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연유성을 그녀를 싫어하든 말든 그녀는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녀가 말한 대로 세상 모든 사람이 그녀를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아마도... 곧? 할 것 같아.”강하랑은 솔직히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원래 저번부터 걔가 알아서 처리해주겠다고 했었어. 근데 강씨 가문에서 사건이 자꾸 터지고 강세미가 또 자살 난동을 부려서 아마 조금 늦게 처리할 것 같아.”그녀는 사실 확신이 없었다. 변덕스러운 연유성이 오늘 아침에도 갑자기 그녀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그랬기에 언제 다시 변덕을 부려 그녀를 피곤하게 할지 모르는 일이었다.그렇게 생각하니 화가 났다.귀국했을 때부터 그녀는 연유성과 이혼을 하는 것이 제일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네?”심우민은 당황하였다.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다.사실대로 강하랑이 아주 기뻐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여하간에 이혼은 결혼처럼 경사로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말을 꾸며내기엔 너무나도 거짓말인 게 티가 날 것 같았다.심우민은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사모님께선, 아무런 반응도 없으셨습니다. 그저 오후 4시에 뵙자고 하셨습니다.”그러자 핸드폰 너머로 차갑게 피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아무런 반응도 없었다고요? 아주 활짝 웃었겠죠.”그의 말을 어떻게 들어도 다소 이를 악물고 한 말처럼
연유성은 소파에서 일어나며 그윽한 눈길로 그녀를 보았다.“이상한 생각하지 마. 내가 약속한 일은 절대 번복하지 않아.”강세미는 속으로 아주 좋아했다.그녀는 원래 이번 일로 연유성이 화가 엄청 나 있어 결혼에 대해서 한참 후에야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래서 조심스레 한발 물러서며 떠보았지만 바로 이런 효과를 볼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동안 내가 저지른 일은...”강세미는 기쁜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연유성은 침묵했다.확실히 진상을 알게 된 후 그는 더는 강세미와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강세미는 등골이 서늘해졌다.분명 그저 딱딱한 글자임에도, 아무런 감정이 전해지지 않는 글자임에도 강세미는 숨통이 막히는 것 같았다.그녀는 심호흡을 하였다. 아마도 핸드폰 너머의 상대가 자신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눈치챈 그녀는 화를 꾹꾹 참으며 빠르게 손가락을 놀렸다.「강세미: 걱정하지 마세요! 결혼식 그날 꼭 당신을 초대할 테니까요!」하지만 상대는 답장이 없었다.강세미는 공포의 대상인 남자한테서 답장이 올 것을 기대하며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그녀는 화가 치밀어 핸드폰을 확 던져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다시 천천히 핸드폰을
강하랑은 딱히 화도 나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뒤에 따라오던 심우민에게 살짝 웃어준 뒤 하이힐 소리 또각또각 내며 연유성을 따라갔다.그들이 도착한 층에는 두 가지 부서가 있었다. 하나는 혼인신고 담당 부서였고, 다른 하나는 이혼 신고 담당 부서였다.그리고 혼인신고 담당 부서에는 평온한 분위기만 남아 있었다. 물론 오후였던 탓도 있었던 것 같다.반면 이혼 신고 담당 부서 앞에 있는 대기 의자엔 자리가 거의 없었고 이혼을 앞둔 부부들은 자리 하나씩 띄워 앉고 있었다.강하랑과 연유성이 이혼 부서로 가다 직원이 막아섰다.“혼인
그녀의 말에 연유성은 눈을 꾹 감았다가 다시 천천히 뜨며 서늘한 냉기를 보였다.그는 눈앞에서 열심히 서류 작성하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 그녀의 말투가 점점 단이혁을 닮아간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도 점점 더 단이혁과 닮아 보였고 단이혁과 그녀가 무슨 사인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펜을 잡은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종이가 찢어질 듯이 한 글자씩 써 내려갔다.그리고 드디어, 모든 서류 작성이 끝나게 되었다.이미 전에 이혼 서류에 사인을 했던 터라 재산 분할 부분에서도 딱히 논쟁이 없었고 두 사
하지만 거기에 시가가 얼마인지 측정도 안 되는 신정동의 집 한 채와 GN의 지분 3%를 더 얹어주라고 했다. 거기다 추가로 더 주라고 한 160억은 마치 증정품 같았다.GN은 연유성이 HN 그룹을 맡기 전에 운영했던 회사였다. 심우민이 알고 있는 정보로는 연성철이 연유성을 HN 그룹 대표 자리에 앉히려고 일부러 GN을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했었다. 하지만 연유성은 그런데도 GN을 무사히 지켜냈다.지금은 연유성에게 HN 그룹이 더해지니 해마다 그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한주시 앞자리를 차지하는 정도였고 아무리 지분 3%라고 해도 평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