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틈을 타 윤혜인은 한구운의 가슴을 세게 밀쳤고 그는 예상치 못한 공격에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순식간에 한구운의 온화했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윤혜인은 그를 신경 쓸 겨를 없이 침대 쪽으로 달려가 이준혁의 손을 잡고 기뻐하며 말했다.“준혁 씨, 깨어났어요?”이준혁은 잔뜩 찌푸린 눈썹 사이에 분노를 품고 있었으나 윤혜인을 보자마자 즉시 부드러워졌다.“걱정 마, 내가 있잖아.”그는 윤혜인의 손을 잡아주며 차가운 눈동자로 방 안의 사람들을 훑어보았다.그러고는 얇은 입술을 미세하게 움직였다.“아무도 너를 괴롭히지 못해.”그의 눈빛은 한구운뿐만 아니라 문현미에게도 향했다.특히 시선을 거둘 때, 그 안에 비친 실망의 기색이 문현미를 긴장하게 만들었다.본래 불안정했던 모자 관계가 이 한 번의 시선으로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이때 주훈이 바깥의 경호원들을 따돌리고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들어왔다.그는 손짓으로 경호원들에게 한구운을 제압하도록 지시했다.이준혁의 부상 소식은 외부에 철저히 비밀로 되어 있었다.어떤 경로로 정보가 유출되었는지는 몰라도, 이천수가 이 소식을 듣고 곧바로 한구운의 신분을 공개하며 행동에 나섰다.오늘 한구운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바람에 주훈은 방어할 틈이 없었고 병실 안은 혼란스러워졌다.한구운의 경호원들은 실력이 뛰어났는지라 부상을 입고도 끝까지 대치했다.한구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형, 우리 처음 보는 건데 이게 대체 무슨 짓인 거예요? 저를 이렇게 싫어하다니... 너무하네요.”그러자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이준혁이 차갑게 말했다.“며칠 잠깐 누워 있었더니 온갖 요괴들이 튀어나오는군.”그는 한구운을 무시하고 주훈에게 명령했다.“관계없는 사람들은 다 내보내.”곧바로 두 명의 경호원이 문현미를 먼저 데리고 나갔다.문현미는 이준혁의 눈빛에 주저하며 아무 말도 못 하고 따라 나갔다.그렇게 방 안에는 한구운만 남아 있었고 그는 나가기를 거부했다.경호원들이 대치하는 동안,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형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한구운은 두 사람 사이를 이간질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잠깐만요.”그때, 윤혜인이 한구운을 불러세웠고 한껏 어두워진 눈빛으로 이준혁은 그녀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그 눈빛에는 분노뿐만 아니라 불안도 깃들어 있었는데 이러한 모습이 한구운은 아주 흥미로웠다.이준혁이 여전히 과거와 같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한구운은 이것을 다시 한번 오해를 조장할 수 있는 기회로 보았다.“무슨 일이야, 혜인아?”한구운은 거리낌 없이 가까이 다가가 몸을 숙여 물었다.“무슨 말이든 나중에 해도 돼. 기다리고 있을게...”긴장한 듯 이준혁이 손가락을 움츠리자 윤혜인은 그의 손을 토닥이며 말했다.“금방 돌아올게요.”이준혁은 손을 놓고 싶지 않았지만 마음속의 고통을 참으며 힘겹게 손을 놓았다.“알았어. 기다릴게.”그렇게 두 사람은 병실 밖에서 대화를 나누었고 이준혁은 그들의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이준혁이 질투심이 많다는 것을 알기에 윤혜인은 일부러 들리도록 한 것이다.그리고 한구운은 이 상황이 더 자극적이라고 느꼈다.한구운은 눈앞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며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나한테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거야?”“짝!”윤혜인은 한구운의 뺨을 세게 때렸다.그는 예상치 못한 타격에 말을 잃었고 윤혜인은 또렷하고도 분명하게 말했다.“이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입니다!”순식간에 복도는 조용해졌다.한구운의 얼굴에 걸려있던 태연한 미소가 사라지고 대신 음침한 표정이 떠올랐다.“너 지금 장난치는 거지?”“애초에 먼저 장난을 친 건 그쪽이었죠.”윤혜인의 냉정한 말에 한구운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녀는 이제 한구운의 이름조차 부르고 싶지 않았고 그를 이씨 가문 일원으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다.“우리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저는 전혀 기억이 안 나서요.”한구운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혜인아, 정말 내가 다 말해야겠어? 형이 질투할 텐데.”“말해요.”“우리 예전에 좋았잖아.”“풉!”윤혜인
윤혜인은 한구운의 말을 듣지 않고 병실로 돌아가려고 했다.하지만 한구운은 그녀의 손목을 갑자기 잡아당기며 말했다.“그 남자가 너한테 그렇게 상처 줬는데도 너는 다시 그 사람한테 돌아가려는 거야? 정말 그렇게 비참해지고 싶어?”붉게 충혈된 눈을 한 채 한구운은 마치 어둠 속에서 기어 나온 악마와 같은 형상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 사람이 너와 결혼한 건 단지 그 사람 할아버지 때문이야. 너를 사랑한 게 아니라고. 그 사람도 너를 이용한 거야. 왜 이준혁이 할 수 있는 일을 나는 못 하는데?”한구운은 윤혜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상처를 정확히 찔렀다.이런 상황에서 이 말을 강조함으로써 그녀를 흔들려 하는 것이었다.병실 안에서 강제로 일어나려던 이준혁도 멈춰 섰다. 그 역시 그녀의 생각이 궁금했다.“윤혜인, 처음엔 나도 널 이용하려 했지만 나중에는 진심으로 널 사랑하게 됐어. 네가 나를 밀어냈을 때 내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알아? 난 너와 그 남자가 함께 떠나는 걸 지켜봐야 했고 의식이 없는 동안 내내 너와 함께 있는 꿈을 꾸었어. 너는 내가 깨어나야 할 유일한 이유였어!”한구운은 마치 간절한 부탁을 하는 듯 진심을 털어놓았다.“그 남자가 가진 거 나도 가지고 있어. 그 사람이 너에게 줄 수 있는 거 나도 줄 수 있어. 내 곁으로 돌아와. 우리 다시 시작하자, 응?”윤혜인은 그의 눈빛 속에서 광기가 번지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냉정하게 말했다.“한구운 씨,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어요? 난 당신 곁에 있던 적이 없으니 당신 곁으로 돌아갈 일도 없습니다. 우린 애초에 시작한 적이 없어요. 그러니 다시 시작할 일도 없죠.”한구운은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그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다가 하얗게 변하며 입술 역시 미세하게 떨렸다. “왜...?”‘왜냐고?’윤혜인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이준혁이 아름이의 진짜 정체를 몰랐을 때 자신의 친자식처럼 대해주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그리고 그는 여러 번 위험에서 그녀를 구해주었다.특히 이준
“아니요. 안 돼요.”윤혜인이 서둘러 몸을 떼려 하자 이준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왜, 내가 너를 먹을까 봐 그래?”그러자 윤혜인은 귀가 후끈 달아올랐다.“아니요. 준혁 씨 상처를 건드릴까 봐 그래요.”하지만 이준혁은 손을 놓지 않았다.“갈비뼈 몇 개 부러진 것뿐이야. 나 그렇게 약하지 않아.”윤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니야? 어디 몇 개 정도로 끝날 일인가...’“빨리 올라와.”이준혁은 조금 힘을 줘 그녀를 끌어올렸다.그러나 이내 배에 무리가 가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놀란 윤혜인이 물었다.“괜찮아요? 배에 무리가 간 거예요?”이준혁은 약간 숨을 고르며 말했다.“그런 것 같아.”윤혜인은 겁에 질렸다.“그러니까 움직이지 말라고 했잖아요.”“그럼 얼른 올라와.”더 이상 거부할 수 없었는지라 윤혜인은 조심스럽게 침대 위로 올라갔다.침대 끝에 몸을 붙여 닿지 않으려 애쓰는 윤혜인의 모습을 보자 이준혁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당기며 말했다.“너랑 38선 그으려고 올라오라 한 거 아니거든?”곧 얼굴이 이준혁의 어깨에 부딪혔고 단단한 근육에 윤혜인은 코가 아팠다.그래서 코끝을 문지르며 작게 신음했다.“준혁 씨 상처 건드릴까 봐 그런 거잖아요.”그녀의 긴장된 모습이 이준혁을 기쁘게 했다.그는 턱을 약간 숙이며 애써 감정을 억눌렀다.“조심하면 상처에 닿지 않을 거야.”뜨거운 숨결이 목덜미에 닿자 윤혜인은 가슴이 두근거렸다.이준혁은 본래 욕구가 강한 사람이었다.이전에 그들이 함께 있을 때, 출장 후 돌아오면 이준혁은 늘 윤혜인을 괴롭히곤 했다.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그들은 다시 만났지만, 그 갈망은 예전보다 더 컸다.윤혜인은 이준혁의 손이 점점 불안정해지는 것을 느끼고 급히 그의 손을 잡아 멈추려 했다.“아직 상처가 있으니까 안 돼요.”“괜찮아, 그냥...”귀에 대고 속삭이는 이준혁의 말에 윤혜인은 부끄러워했다.“안 돼요. 의사 선생님이 안 된다고 했어요.”하지만
“키스하는 게 싫어?”그러자 이준혁은 장난스럽게 그녀의 귓끝을 살짝 깨물었다.“아니요...”윤혜인은 참기 힘들어하며 고양이처럼 가늘게 소리 내며 울먹였다.계속 이렇게 키스를 하면 큰일 날 것 같았다.“준혁 씨 아직 몸이...”그녀는 이준혁에게 주의를 줬다.하지만 그는 다시 윤혜인의 귓볼을 물고 낮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날 뭐라고 불러야 하지?”“준혁 씨...”“틀렸어.”그는 벌주듯 다시 한번 물었다.전해지는 전류 같은 느낌에 윤혜인은 숨이 가빠졌다. 그녀는 울먹이며 말했다.“뭐라고 불러야 하는데요...”이준혁의 진한 색깔의 실크 잠옷은 이미 헐렁해져 있었고 그의 쇄골 아래로는 매력적인 피부가 드러나 있었다.욕망으로 가득 찬 검은 눈동자를 한 채 이내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착하지, 여보라고 불러줘.”“안 돼요...”그러자 이준혁은 윤혜인의 턱을 들어 올리며 뜨겁고도 강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귀에 속삭였다.“다시 생각해봐. 그렇게 부를래 말래?”윤혜인은 숨이 가빠졌고 목은 타들어 갔다.셔츠의 목 부분은 구겨져 있었고 그녀의 피부는 흰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져 있었다.어두워진 눈빛으로 이준혁은 그녀의 턱에서부터 목선을 따라 길게 키스하며 내려갔다.감정이 고조되자 그는 저음으로 숨을 내쉬며 말했다.“착하지. 한 번만 불러줘...”매혹적인 그의 숨소리에 윤혜인은 끝내 이성을 놓고 말았다.그녀는 작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보...”그녀의 애정 어린 목소리에 무한한 만족감을 느낀 이준혁은 윤혜인의 코끝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정말 착하네...”두 사람은 꽤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있었다.윤혜인은 마치 탈수 상태의 물고기처럼 바다로 돌아가 구원을 받은 느낌이었다.그 여운이 오래도록 그녀를 붙잡았다.이후, 이준혁은 윤혜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며 깊이 들어가지 않고 부드럽고 다정하게 그녀를 달래주었다.그 가벼운 자극이 윤혜인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등 뒤가 땀으로 잔뜩 젖은 것을 깨닫고 윤혜인은 부끄러
윤혜인은 그의 유혹적인 말에 당황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의사 선생님이 환자가 기분 좋게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굳이 의사가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그럼 몸과 마음이 다 편안해야 하지 않을까?”이준혁은 일부러 그 부분을 강조하며 말했고 윤혜인은 그 말에 귀가 뜨거워졌다.“지금 난 몸과 마음이 편하지 않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어떻게 해야 할까?”아직 몽롱한 상태로 윤혜인은 그가 던진 미끼를 점점 물고 있었다.“어떻게 해야 하는데요?”이준혁은 그녀의 귓볼을 깨물며 속삭였다.“도와줘, 응?”백열등 아래서 어둡고 매혹적인 눈빛으로 그는 윤혜인의 입술을 주시하며 말했다.비록 커튼이 닫혀 있어도 윤혜인은 이것이 대낮임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대낮인 건 고사하고 집에 있는 것도 아니니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지나친 것 같았다.그러나 조금 전 윤혜인도 받은 게 있었는지라 이준혁을 그냥 두는 것은 너무 불친절한 것 같았다.그래서 얼굴을 붉히며 그녀는 천천히 이불을 열고 몸을 아래로 내렸다.그러나 큰 손이 그녀의 팔을 잡아 위로 당겨 올렸다.이준혁은 약간 화난 듯 말했다.“뭐 하는 거야?”그러자 얼굴이 잔뜩 붉어진 윤혜인이 대답했다.“도와주려고요...”이준혁은 웃으며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쥐었다.“그걸 하라고 한 게 아니야.”윤혜인은 멍해졌다.‘그럼 뭘 원하는 거지?’혼란스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이준혁은 다시 웃었다.“며칠 동안 목욕을 못 해서 깨끗하지 않아.”알고 보니 그는 자신이 깨끗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청결에 신경을 쓰는 사람에게는 매일 닦아도 충분하지 않았다.‘내가 얼마나 잘 닦아줬는데.’자신의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자 윤혜인은 불만을 느끼며 작게 항의했다.“안 더러워요. 그래도 난 매일 열심히 닦아줬다고요.”그러자 이준혁은 웃음을 참지 못하며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난 너 봐주는 건데... 넌 나한테 꼭 해주고 싶은 거야?”뒤이
윤혜인은 그의 농담에 웃음을 터뜨리며 그 옆에 다정하게 누웠다.요 며칠간 심신이 피곤했던 그녀는 이준혁의 옆에서만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이준혁은 윤혜인이 자신을 믿고 곁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과소평가된 느낌이 들었다.그래서 윤혜인의 귀에 대고 유혹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다 나으면 제대로 한 번 해야겠어.”그러자 윤혜인은 귀가 빨개지며 얼굴을 돌려 그를 보지 않으려 했다.부끄러워하는 그녀의 표정에 이준혁도 몸이 뜨거워지며 키스하고 싶어졌다.그래서 또다시 키스하며 장난쳤고 윤혜인은 울먹이며 말했다.“이제 그만해요... 또 씻어야 하잖아요.”이준혁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음에는 내가 씻겨줄게.”이 말에 윤혜인의 얼굴은 완전히 달아올랐다.‘내가 손이 없는 것도 아니고 왜 날 씻겨주겠다는 거야...’둘은 함께 누워 있었지만 잠들지 않고 그 순간을 즐겼다.윤혜인이 자지 않자 이준혁도 때를 놓치지 않고 물었다.“오늘 우리 어머니가 널 때렸어?”문현미는 체력이 약해 강하게 때리지 못했지만 이준혁은 반쯤 깨어 있었을 때 들은 소리가 있었기에 의심이 들었다.그러자 윤혜인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숙였다.이준혁이 깨어나지 않았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지금 그가 물어보니 조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눈빛에 차가운 기운이 스치더니 그는 얼굴을 숙여 윤혜인의 뺨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내가 반드시 갚아줄게.”윤혜인은 고개를 저었다.“그냥 넘어가요.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앞으로 조심하면 돼요.”그녀는 그들 모자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여전히 문현미가 자신에게 잘해주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었으니 말이다.비록 나중에 이준혁이 변하면서 그녀의 태도가 달라졌지만 오늘처럼 심하지는 않았다.그래서 윤혜인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아주머니 좀 이상한 것 같지 않아요?”윤혜인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아무리 슬퍼도 그렇지 성격이 이렇게 천지 차이로 변할 정도의 일은 아닌데...’“응, 내가 어머니를 멀리한 후
귀가 이준혁에게 물려 빨갛게 물든 채로 윤혜인은 투정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준혁 씨한테 시중들라고 했어요?!”본인도 모르게 목소리가 부드럽고 매혹적으로 나왔다.그러자 침을 꿀꺽 삼키며 이준혁은 다시 윤혜인에게 가까이 다가와 낮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제대로 못 해줘서 그래?”윤혜인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자기가 알아듣고 싶은 대로만 듣네...’말을 하는 사이, 그의 손은 이미 윤혜인의 잠옷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그녀는 순간 당황했고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이제 막 편안해지나 했는데 또 시작인가...’하지만 윤혜인은 이준혁이 막 깨어나기도 했고 비록 많은 힘을 쓰진 않더라도 몸을 긴장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얼굴을 빨개지고 귀는 뜨겁게 달아올랐다.그리고 그녀의 순수한 매력이 이준혁을 더욱 자극했다.그의 검은 눈동자도 불타오르는 듯했고 경직된 팔은 더욱더 뜨거워지고 있었다.어느새 윤혜인은 정신이 몽롱해졌고 촉촉한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가벼운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안 돼요. 나... 못 해요...”얼굴을 붉히며 윤혜인은 그에게 간청했고 목소리는 따뜻한 물처럼 부드러웠다.이준혁은 더욱 깊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말만 잘하네. 이 정도밖에 안 돼?”윤혜인은 이준혁에게 반항하지 않았다.이 분야에서 이준혁의 권위는 확고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붉어진 눈가로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맞아요. 나 이것밖에 안 돼요...”이준혁은 윤혜인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확실히 나를... 또 내 몸도 닦아줬고... 지치긴 하겠네.’그래서 이준혁은 불편함을 참으며 그녀의 이마에 키스하고 미소를 지었다.“내일 좋은 요가 선생님을 찾아줄게.”“뭐라고요?”윤혜인은 왜 갑자기 요가 이야기가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러자 이준혁은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살짝 쉰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벌써 못하겠다고 하면 운동 부족이지.
컵을 받아 물을 마신 육경한은 이내 몸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컵을 내려놓자 소원이 말했다.“그럼 밥 먹어. 난 갈게.”육경한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소원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나가려 했다.문 앞까지 왔을 때 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다. 뒤돌아보니 육경한이 침대에서 떨어졌다.키가 188cm인 남자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바닥에 넘어져 있으니 매우 허약해 보였다.소원은 급히 가서 육경한을 부축했다.“일어날 수 있겠어?”소원은 갑자기 허약해진 육경한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침대에 있던 사람이 왜 갑자기 바닥에 떨어지냐 말이다.이내 육경한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아파.”이 말을 들은 소원은 순간 육경한이 꾀병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색을 보면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관자놀이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상처 난 등이 촉촉한 것을 보니 아마도 상처가 다시 터진 것 같았다.황산에 의한 상처는 피가 아니라 고름이 나오기에 소원은 상처가 터졌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날 육경한이 망설임 없이 뛰어든 것을 생각하니 차마 모른 척할 수는 없었기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힘주지 마. 날 잡아. 조심하고.”소원의 팔에 기댄 육경한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오랜만에 가까워진 두 사람의 거리에 육경한은 심장이 졸깃했다. 소원의 몸에서는 여전히 은은한 향기가 났다. 그 냄새는 마치 약처럼 아픔을 잊게 했다.육경한을 다시 침대에 눕힌 소원은 침대 높이를 조절해 그가 더 편안하게 앉을 수 있게 했다.모든 것을 마친 후 소원이 돌아서자 육경한은 그녀가 또 떠날까 봐 급히 말했다.“소원아, 나 배고파.”순간 소원은 조금 전 넘어진 것이 진짜로 고의는 아니었는지 의심하게 되었다. 조금 전 넘어지면서 손을 다쳐 밥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간병인은 어디 갔어?”“간병인 없어. 평소에 황진수가 도와줘.”육경한의 말에 소원이 짜증 내며 한마디 했다.“왜 간병인을 안
연기가 제법인 황진수는 진짜로 배가 아픈 척했고 심지어 자신의 혀를 깨물어 얼굴이 하얗게 질렸으며 이마에 땀까지 흘렸다.순간 멍해진 소원이 한마디 물었다.“왜 그래요? 의사를 부를까요?”황진수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아니요. 화장실 갔다 오면 될 것 같아요. 이것 좀...”그는 손에 들고 있던 죽을 높이 들었다. 혹시라도 소원이 받지 않을까 봐 일부러 그녀의 손에 쥐여 주기까지 했다.“소원 씨, 이것 좀 부탁드릴게요. 육 대표님에게 전해주세요. 의사가 염증이 생길 수 있으니 지금 차가운 걸 먹으면 안 된다고 했어요.”황진수는 말을 마친 뒤 재빨리 사라졌다.죽을 들고 좌우를 둘러보던 소원은 결국 어쩔 수 없이 육경한이 있는 VIP층으로 향했다.문 앞에 도착한 소원은 죽을 경호원에게 넘겨주려고 했지만 육경한 병실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사실 조금 전 황진수는 그녀와 육 대표를 만나게 하기 위해 경호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바로 철수하라고 했다.소원이 문을 두드리자 방안에서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들어와.”소원이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보고서를 보고 있는 육경한은 소원이 들어온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는 황진수인 줄 알고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그냥 거기에 둬.”테이블 위에 놓여진 손도 대지 않은 음식과 손에 든 죽을 번갈아 본 소원은 육경한이 갑자기 죽을 먹고 싶어서 이런 것이라고 생각했다.다만 이 죽 가게가... 왠지 모르게 익숙했다. 어제 샀던 죽 가게와 이름이 비슷한 것 같았다.하지만 별다른 생각 없이 손에 든 죽을 놓은 소원은 육경한이 여전히 그녀를 알아채지 못하자 방에서 나가려고 했다.그런데 이때 육경한이 고개를 들더니 의아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소원?”소원이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황 비서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나더러 대신 갖다 주라고 했어.”육경한이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나를 보러 온 줄 알았네.”약간 서운함이 담긴 말투에 소원은 이왕 온 김에 몇 마디 안부는 주고받아야
사생아가 많은 방현수는 여자아이인 방민아 하나쯤은 포기할 수 있었다.그리고 방민기는 이미 판결이 났고 방씨 가문이 아무리 인맥이 넓다고 해도 여론이 너무 떠들썩했기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그 일 이후, 방현수의 정신력도 예전 같지 않았다. 가장 기대하던 두 아이가 동시에 문제를 일으켰으니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었다.방민아는 아마도 방현수의 비밀을 쥐고 있기 때문에 방현수가 돈과 힘을 들여 그녀를 빼내려고 하는 것이다.자신의 추측을 말한 황진수가 한마디 보탰다.“방민아 씨가 역시 보통내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방현수의 마음도 바꾸고요.”육경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방민아가 나오면 소원은 그녀의 첫 번째 타겟이 될 것이다. 여자들 사이의 질투가 얼마나 무서운지 욱경한은 잘 알고 있었다.육경한이 황진수에게 말했다.“방씨 가문의 움직임을 주시해 봐. 그리고 방민아가 나오면 반드시 24시간 내내 감시하여 소원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해.”황진수가 말했다.“알겠습니다.”육경한이 또 물었다.“진아연 쪽은 어때, 소식이 있어?”진아연이 또 도망쳤다. 지난번 병원에서 목숨을 건진 후 몸이 나아지자 간호사가 한눈을 판 사이 몰래 빠져나갔다.아마도 육경한이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았다.그래서 육경한이 자신을 놓아주지 않을까 걱정되어 기회를 잡아 도망친 것이다.하지만 소원의 아버지 일도 그녀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육경한은 그녀에게 확실히 물어봐야 했다.이때 황진수가 말했다.“아직 조사 중입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서울을 벗어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각 출입국 사무소에 다 물어봤지만 아직 다른 데로 갔다는 소식은 없습니다.”육경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긴장을 놓치면 안 돼. 진아연이 분명 무언가를 알고 있을 거야.”황진수가 알겠다고 하자 육경한도 조금 지쳤는지 한마디 했다.“이만 나가 봐.”황진수는 집사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요리를 육경한이 한 입도 먹지 않은 것을 보고 한마디 말했다.“육 대표님, 입에 맞지 않아서 안
병실 밖에 있던 황진수는 두 사람의 대화를 전부 들었다.감정적 가치라니? 대체 무슨 말인가! 이지애는 가스라이팅에 정말 능숙했다.육경한에게서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한다면 그녀가 과연 육경한을 걱정하는 척하며 그런 감정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었을까?그렇게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도 만족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탐욕스러워지다니...솔직히 말해서 먼 친척이 가까운 이웃만 못 한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다.황진수가 소리 지르는 이지애를 끌어내어 경호원들에게 넘기자 이지애가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감히 나를 이렇게 대하다니! 내가 육경한의 누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오늘 나를 무례하게 대한 일, 나중에 분명 후회할 때가 있을 거야.”황진수는 냉정하게 말했다.“여사님, 더 이상 자신을 육 대표의 누나라고 말하지 마세요. 그저 사촌 누나일 뿐인데 왜 항상 ‘사촌’이라는 말을 잊으시는 건가요? 밖에서 본인을 육 대표의 친누나라고 말하며 사기를 치다 보니 입에 붙어서 못 고치는 건가요?”황진수는 이지애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자신이 육경한의 누나라는 명목으로 많은 회사 대표들에게서 이익을 취했다. 또 육경한과도 자주 만났기에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를 진짜로 육 대표의 누나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법, 이지애는 결국 자업자득의 꼴이 되었다.이지애가 분노하며 말했다.“너 같은 놈은 평생 이 꼴로 살 거야. 개는 사람을 구분하지 못해. 잘 들어, 경한이는 마음이 진정되면 다시 나를 누나로 생각할 거야. 그때면 널 첫 번째로 해고할 테니 두고 봐!”“그래요. 기다리고 있을게요.”황진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너 정말!”이제 육경한이 그녀의 뒤를 봐주지 않으니 황진수도 당당하게 억지를 부리는 이지애를 무시하며 바로 경호원들에게 말했다.“데려가세요. 앞으로 육 대표 주위에는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하세요.”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지애는 욕을 하면서 문을 잡고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그런데 이때 누군가가 찾아와 이지애를 보더니 통
하지만 쉽게 인정할 이지애가 아니었다. 그녀는 도리어 육경한을 비난하며 말했다.“경한아, 우리 모녀를 돕지 않는 것까지는 뭐라고 하지 않겠지만 나를 모함하면 안 되지. 나는 너희 집에 빚진 게 없어. 네가 그 여자를 좋아하는 것을 알아. 그래서 그 여자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여자를 위해 우리 연주를 희생시키면 안 돼. 너도 어릴 때부터 연주를 봐왔었잖니? 그런데 진짜로 감옥에 들어가 고통받는 것을 지켜볼 거야?”이지애는 말을 빙빙 돌리며 돈을 빌린 것을 일절 말하지 않았다. 다시 육경한의 탓을 하는 이지애는 교활하기 짝이 없었다.육경한이 말했다.“누나, 사실 이 돈은 조사하려고 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조사할 수 있어요. 그때 개업한 미용원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우리 엄마 돈으로 한 거잖아요. 누나, 내가 정말로 모를 거라고 생각해요?”육경한의 말에 이지애는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어 일부러 불쌍한 척하며 말했다.“경한아, 그때 미용원을 연 것은 네 엄마의 뜻이었어. 나는 단지 네 엄마를 도운 것뿐이야. 나중에 네 엄마가 돌아가시고 너도 큰 충격을 받았잖아. 그때 미용원도 파산 직전이었어. 그때는 네가 이 난장판을 처리할 겨를이 없어서 내가 대신 맡은 거야. 나는 좋은 마음으로 이렇게 한 것인데 너는 어떻게 나를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니?”이지애의 임기응변 능력은 진짜로 일반인들이 따라올 수 없는 것 같았다.하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그녀의 이런 말에 속았을지 몰라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가지 일을 겪은 육경한은 이지애의 말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사람은 역시 욕심에 눈이 먼 동물이었다.이지애의 현재 모습은 정말 탐욕스러웠다.하지만 이해관계를 잘 파악하고 있는 이지애는 육경한의 도움이 있어야만 육연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억울한 얼굴로 계속 말했다.“경한아, 미용원을 돌려받고 싶으면 바로 줄게. 내가 여러 해 동안 운영해 왔지만 사실 다 네 엄마를 대신해서 한 거야
“경한아, 누나가 예전에 너에게 얼마나 잘해줬는지 잊은 것은 아니지? 그때 너에게 돈을 준 것 때문에 네 형부가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 너는 몰라. 그 자식이 죽을 때까지도 내가 친정에 돈을 준 일을 잊지 않고 있었어...”이지애가 끊임없이 과거의 일들을 들먹였지만 육경한은 그런 그녀가 단지 시끄럽다고 느껴졌다.원래부터 가족에 대한 정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고 게다가 이지애가 그때 돈을 준 이유는 그가 불쌍해서가 아니었다.육경한이 냉정하게 말했다.“누나, 그동안 내가 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요. 그때 나에게 몇십만 원을 준 이유가 우리 엄마에게서 4억원을 빌렸기 때문에 아니에요? 우리 엄마가 돌아가신 후 누나는 나를 위로한다는 핑계로 우리 집에 와서 차용증을 찾아내 파기했잖아요.”육경한이 이 사실을 알고 있을 줄 몰랐던 이지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마음속은 아주 불안했지만 절대 인정할 수 없었기에 급히 부인하며 말했다.“경한아, 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는 거야? 내가 언제 네 엄마의 돈을 빌렸다고 그래? 네가 오해하고 있나 본데 내가 비록 잘 살지는 못하지만 그런 일을 할 사람은 절대 아니야!”이 말을 들은 육경한은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육경한이 침묵하자 이지애는 육경한이 일부러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생각해 웃으며 말했다.“경한아, 넌 생각이 너무 많아. 그런 말은 어디서 들은 거야? 보아하니 일부러 우리 사촌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사람이 말한 것인가 본데 나는 너희 집 돈을 빌리고 안 갚은 적이 없어.”육경한이 말했다.“누나, 아직도 거짓말을 하는 거예요?”육경한은 이지애에 대한 좋은 감정이 완전히 사라졌다.얼마 전, 집안 하인이 청소를 하면서 다이어리를 하나 발견했다. 펼쳐보니 그 안에 육경한의 엄마가 쓴 채무 리스트가 있었고 그중에 이지애가 육씨 가문에서 4억원을 빌린 내역이 명확히 적혀 있었다. 그것은 육경한의 엄마가 겨우 모은 돈을 빌려준 것이었다.그리고 날짜도 기록되어 있었다. 날짜를 확인해 보니 이지애가 미용원에 투자하여 금방 개
이 말은 육경한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차라리 묻지 말걸... 주석훈은 대체 무슨 친구란 말인가? 단지 몇 번 만난 사이지 않은가? 그런데 어느새 그녀에게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되었단 말인가?육경한의 표정이 어두워진 것을 발견한 황진수는 급히 말했다.“병원 간호사에게 물어봤더니 소원 씨가 병문안을 잠깐 왔다가 저녁에 바로 갔대요.”무덤덤한 표정을 지은 육경한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황진수도 더 이상 이것과 관련해서는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업무 보고를 계속했다. 그런데 보고를 하던 중 갑자기 불청객이 찾아왔다.육경한의 사촌 누나 이지애가 병문안을 온 것이다.“경한아, 우리 연주 좀 살려줘!”이지애는 육경한과 다툰 적이 없었던 것처럼 들어오자마자 울부짖었다.육경한이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지애는 육경한에게 말을 할 기회도 주지 않고 울부짖었다.“경한아, 오늘 아침에 연주를 보러 갔는데 애가 살이 쏙 빠졌어. 얼굴도 초췌해지고 말이야. 안에서도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지 몸에는 상처투성이야. 안 그래도 괴롭힘을 당한 애인데 또 그런 곳에 들어갔으니 버틸 수 있겠니...”이지애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딸에 대한 애틋함에서 나온 눈물은 진심인 것 같았다.이번에는 육연주의 잘못은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육연주가 얼마나 고생하는지만 말하며 육경한의 동정을 얻으려고 했다.이 일로 육경한도 다쳤기 때문에 오늘 아침 이지애는 육연주를 욕하기도 했다. 건드려야 할 사람은 건드리지 않고 오히려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삼촌을 건드려 병원 신세 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가족에게 폐를 끼쳤을 뿐만 아니라 그 여자 때문에 경찰서까지 끌려갔다.실제 피해자가 육경한이라면 육경한이 합의서를 써주면 육연주는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었다.그렇게 되면 육연주는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된다.하지만 소원의 진술 때문에 육연주는 고의 상해죄로 기소되었다.이 죄는 아주 무거운 죄로 변호사와 상담 후 최소 감옥에 몇 년은 있어야 하며 길면 5년에서 10년까지도 있을 수 있
소원은 순간 멍해졌다.이전까지 유진은 이 내용에 대해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다. 몇 달 더 있다가 유진에게 말하려고 했는데 유진은 이미 알고 있었다.소원이 동화책을 내려놓고 물었다.“유진아, 엄마가 임신한 거 누가 말해줬어?”유진이 말했다.“아줌마가 말해줬어요.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엄마를 찾으러 가려고 했는데 엄마가 임신했으니 방해하면 안 된다고 아줌마가 그랬어요.”유진이 또 물었다.“임신했다는 것은 엄마 배 안에 또 아기가 생겼다는 거예요?”소원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엄마 배 안에 또 아기가 생긴 거야.”“너무 좋아요.”그녀의 임신을 바로 받아들인 유진은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다.소원은 유진의 얼굴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엄마는 3개월이 지난 후 너에게 말하려고 했어. 임신한 지 세 달이 되어야 말할 수 있다는 옛날 어르신들의 풍습이 있거든. 그래야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어.”유진이 말했다.“괜찮아요. 엄마, 아기는 분명히 건강하게 태어날 거예요.”소원이 미소를 지었다.“좋아?”“당연히 좋죠. 항상 같이 놀고 싶은 동생이 필요했는데... 동생이 있으면 외롭지 않을 거예요.”“엄마는 너만 행복하면 돼.”소원이 유진을 꼭 안아주자 유진이 말했다.“엄마, 남동생이든 여동생이든 상관없어요. 엄마가 낳은 아기라면 다 좋아요. 나중에 내가 없어도 동생이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까 그러면 나도 안심할 수 있어요.”너무나 순수한 유진의 말에 마음이 아픈 소원은 눈시울이 붉어졌다.“유진아, 네가 왜 없어? 너는 항상 건강하게 있을 거야. 엄마 옆에서 이 아기를 지켜줘야지.”유진이 어른스럽게 말했다.“알겠어요. 엄마, 아기를 꼭 잘 돌볼게요.”유진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던 소원은 녀석이 잠든 것을 확인한 후에야 옆에서 일어났다.그녀는 유진에게 약을 먹일 수 있지만 서현재의 연구 결과로 보면 그 약이 유진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그저 시도해볼 수밖에 없었다.소원은 유진에게 약을
“네.”주석훈은 전화를 끊고 직원증의 사진을 꺼내 그 위에 있는 예쁜 여자를 깊게 바라보았다.그러고는 사진을 얼굴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수정아, 봤지? 하늘도 나를 도와주는 것 같아. 아니면 네가 나를 돕는 거야?”사진 속의 여자를 보는 주석훈의 눈가에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렸고 눈에는 그리움이 가득했다.이때 주석훈의 가방 안에 있던 또 다른 전화기가 울렸다.번호를 확인한 주석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잠깐 머뭇거리다가 전화를 받았다.전화기 너머로 공포에 질린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제트 님, 제발 도와주세요...”주석훈이 물었다.“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지?”상대방이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저... 외국으로 보내 주세요.”“하하...”주석훈의 웃음소리가 갑자기 사악해졌다.“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저... 저는 제트 님의 비밀을 알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제트 님의 뒷조사를 하고 있다는 걸 알잖아요. 내가 잡히면 이 비밀을 지킬 수 없을 거예요.”상대방의 떨리는 목소리에 주석훈이 한마디 했다..“많이 똑똑해졌네?”“나도 어쩔 수 없으니까요. 제트 님, 돈만 주시면 멀리 외국으로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게요.”몇 초 동안 생각에 잠긴 주석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얼마면 되는데?”“5천만 원이요.”전화기 너머로 금액을 말한 여자는 혹시라도 주석훈이 화낼까 봐 설명을 덧붙였다.“적어도 5천만 원은 있어야 외국에서 살 수 있어요.”주석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이틀 동안은 시간이 없어. 모레 밤에 항구에서 보자.”“아니요, 제트 님!”상대방은 경계하며 말했다.“우린 만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제트 님이 돈을 그곳에 두시면 제가 가서 가져갈게요.”주석훈이 코웃음을 친 뒤 말했다.“알았어. 항구에 둘게, 시간은 다시 알려주지.”“지금은 안 될까요...”전화기 너머의 여자는 매우 급한 듯했다.“나와 흥정할 생각하지 마!”주석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알겠어요...”전화가 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