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인은 한구운의 말을 듣지 않고 병실로 돌아가려고 했다.하지만 한구운은 그녀의 손목을 갑자기 잡아당기며 말했다.“그 남자가 너한테 그렇게 상처 줬는데도 너는 다시 그 사람한테 돌아가려는 거야? 정말 그렇게 비참해지고 싶어?”붉게 충혈된 눈을 한 채 한구운은 마치 어둠 속에서 기어 나온 악마와 같은 형상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 사람이 너와 결혼한 건 단지 그 사람 할아버지 때문이야. 너를 사랑한 게 아니라고. 그 사람도 너를 이용한 거야. 왜 이준혁이 할 수 있는 일을 나는 못 하는데?”한구운은 윤혜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상처를 정확히 찔렀다.이런 상황에서 이 말을 강조함으로써 그녀를 흔들려 하는 것이었다.병실 안에서 강제로 일어나려던 이준혁도 멈춰 섰다. 그 역시 그녀의 생각이 궁금했다.“윤혜인, 처음엔 나도 널 이용하려 했지만 나중에는 진심으로 널 사랑하게 됐어. 네가 나를 밀어냈을 때 내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알아? 난 너와 그 남자가 함께 떠나는 걸 지켜봐야 했고 의식이 없는 동안 내내 너와 함께 있는 꿈을 꾸었어. 너는 내가 깨어나야 할 유일한 이유였어!”한구운은 마치 간절한 부탁을 하는 듯 진심을 털어놓았다.“그 남자가 가진 거 나도 가지고 있어. 그 사람이 너에게 줄 수 있는 거 나도 줄 수 있어. 내 곁으로 돌아와. 우리 다시 시작하자, 응?”윤혜인은 그의 눈빛 속에서 광기가 번지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냉정하게 말했다.“한구운 씨,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어요? 난 당신 곁에 있던 적이 없으니 당신 곁으로 돌아갈 일도 없습니다. 우린 애초에 시작한 적이 없어요. 그러니 다시 시작할 일도 없죠.”한구운은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그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다가 하얗게 변하며 입술 역시 미세하게 떨렸다. “왜...?”‘왜냐고?’윤혜인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이준혁이 아름이의 진짜 정체를 몰랐을 때 자신의 친자식처럼 대해주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그리고 그는 여러 번 위험에서 그녀를 구해주었다.특히 이준
“아니요. 안 돼요.”윤혜인이 서둘러 몸을 떼려 하자 이준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왜, 내가 너를 먹을까 봐 그래?”그러자 윤혜인은 귀가 후끈 달아올랐다.“아니요. 준혁 씨 상처를 건드릴까 봐 그래요.”하지만 이준혁은 손을 놓지 않았다.“갈비뼈 몇 개 부러진 것뿐이야. 나 그렇게 약하지 않아.”윤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니야? 어디 몇 개 정도로 끝날 일인가...’“빨리 올라와.”이준혁은 조금 힘을 줘 그녀를 끌어올렸다.그러나 이내 배에 무리가 가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놀란 윤혜인이 물었다.“괜찮아요? 배에 무리가 간 거예요?”이준혁은 약간 숨을 고르며 말했다.“그런 것 같아.”윤혜인은 겁에 질렸다.“그러니까 움직이지 말라고 했잖아요.”“그럼 얼른 올라와.”더 이상 거부할 수 없었는지라 윤혜인은 조심스럽게 침대 위로 올라갔다.침대 끝에 몸을 붙여 닿지 않으려 애쓰는 윤혜인의 모습을 보자 이준혁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당기며 말했다.“너랑 38선 그으려고 올라오라 한 거 아니거든?”곧 얼굴이 이준혁의 어깨에 부딪혔고 단단한 근육에 윤혜인은 코가 아팠다.그래서 코끝을 문지르며 작게 신음했다.“준혁 씨 상처 건드릴까 봐 그런 거잖아요.”그녀의 긴장된 모습이 이준혁을 기쁘게 했다.그는 턱을 약간 숙이며 애써 감정을 억눌렀다.“조심하면 상처에 닿지 않을 거야.”뜨거운 숨결이 목덜미에 닿자 윤혜인은 가슴이 두근거렸다.이준혁은 본래 욕구가 강한 사람이었다.이전에 그들이 함께 있을 때, 출장 후 돌아오면 이준혁은 늘 윤혜인을 괴롭히곤 했다.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그들은 다시 만났지만, 그 갈망은 예전보다 더 컸다.윤혜인은 이준혁의 손이 점점 불안정해지는 것을 느끼고 급히 그의 손을 잡아 멈추려 했다.“아직 상처가 있으니까 안 돼요.”“괜찮아, 그냥...”귀에 대고 속삭이는 이준혁의 말에 윤혜인은 부끄러워했다.“안 돼요. 의사 선생님이 안 된다고 했어요.”하지만
“키스하는 게 싫어?”그러자 이준혁은 장난스럽게 그녀의 귓끝을 살짝 깨물었다.“아니요...”윤혜인은 참기 힘들어하며 고양이처럼 가늘게 소리 내며 울먹였다.계속 이렇게 키스를 하면 큰일 날 것 같았다.“준혁 씨 아직 몸이...”그녀는 이준혁에게 주의를 줬다.하지만 그는 다시 윤혜인의 귓볼을 물고 낮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날 뭐라고 불러야 하지?”“준혁 씨...”“틀렸어.”그는 벌주듯 다시 한번 물었다.전해지는 전류 같은 느낌에 윤혜인은 숨이 가빠졌다. 그녀는 울먹이며 말했다.“뭐라고 불러야 하는데요...”이준혁의 진한 색깔의 실크 잠옷은 이미 헐렁해져 있었고 그의 쇄골 아래로는 매력적인 피부가 드러나 있었다.욕망으로 가득 찬 검은 눈동자를 한 채 이내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착하지, 여보라고 불러줘.”“안 돼요...”그러자 이준혁은 윤혜인의 턱을 들어 올리며 뜨겁고도 강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귀에 속삭였다.“다시 생각해봐. 그렇게 부를래 말래?”윤혜인은 숨이 가빠졌고 목은 타들어 갔다.셔츠의 목 부분은 구겨져 있었고 그녀의 피부는 흰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져 있었다.어두워진 눈빛으로 이준혁은 그녀의 턱에서부터 목선을 따라 길게 키스하며 내려갔다.감정이 고조되자 그는 저음으로 숨을 내쉬며 말했다.“착하지. 한 번만 불러줘...”매혹적인 그의 숨소리에 윤혜인은 끝내 이성을 놓고 말았다.그녀는 작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보...”그녀의 애정 어린 목소리에 무한한 만족감을 느낀 이준혁은 윤혜인의 코끝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정말 착하네...”두 사람은 꽤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있었다.윤혜인은 마치 탈수 상태의 물고기처럼 바다로 돌아가 구원을 받은 느낌이었다.그 여운이 오래도록 그녀를 붙잡았다.이후, 이준혁은 윤혜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며 깊이 들어가지 않고 부드럽고 다정하게 그녀를 달래주었다.그 가벼운 자극이 윤혜인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등 뒤가 땀으로 잔뜩 젖은 것을 깨닫고 윤혜인은 부끄러
윤혜인은 그의 유혹적인 말에 당황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의사 선생님이 환자가 기분 좋게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굳이 의사가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그럼 몸과 마음이 다 편안해야 하지 않을까?”이준혁은 일부러 그 부분을 강조하며 말했고 윤혜인은 그 말에 귀가 뜨거워졌다.“지금 난 몸과 마음이 편하지 않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어떻게 해야 할까?”아직 몽롱한 상태로 윤혜인은 그가 던진 미끼를 점점 물고 있었다.“어떻게 해야 하는데요?”이준혁은 그녀의 귓볼을 깨물며 속삭였다.“도와줘, 응?”백열등 아래서 어둡고 매혹적인 눈빛으로 그는 윤혜인의 입술을 주시하며 말했다.비록 커튼이 닫혀 있어도 윤혜인은 이것이 대낮임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대낮인 건 고사하고 집에 있는 것도 아니니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지나친 것 같았다.그러나 조금 전 윤혜인도 받은 게 있었는지라 이준혁을 그냥 두는 것은 너무 불친절한 것 같았다.그래서 얼굴을 붉히며 그녀는 천천히 이불을 열고 몸을 아래로 내렸다.그러나 큰 손이 그녀의 팔을 잡아 위로 당겨 올렸다.이준혁은 약간 화난 듯 말했다.“뭐 하는 거야?”그러자 얼굴이 잔뜩 붉어진 윤혜인이 대답했다.“도와주려고요...”이준혁은 웃으며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쥐었다.“그걸 하라고 한 게 아니야.”윤혜인은 멍해졌다.‘그럼 뭘 원하는 거지?’혼란스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이준혁은 다시 웃었다.“며칠 동안 목욕을 못 해서 깨끗하지 않아.”알고 보니 그는 자신이 깨끗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청결에 신경을 쓰는 사람에게는 매일 닦아도 충분하지 않았다.‘내가 얼마나 잘 닦아줬는데.’자신의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자 윤혜인은 불만을 느끼며 작게 항의했다.“안 더러워요. 그래도 난 매일 열심히 닦아줬다고요.”그러자 이준혁은 웃음을 참지 못하며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난 너 봐주는 건데... 넌 나한테 꼭 해주고 싶은 거야?”뒤이
윤혜인은 그의 농담에 웃음을 터뜨리며 그 옆에 다정하게 누웠다.요 며칠간 심신이 피곤했던 그녀는 이준혁의 옆에서만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이준혁은 윤혜인이 자신을 믿고 곁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과소평가된 느낌이 들었다.그래서 윤혜인의 귀에 대고 유혹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다 나으면 제대로 한 번 해야겠어.”그러자 윤혜인은 귀가 빨개지며 얼굴을 돌려 그를 보지 않으려 했다.부끄러워하는 그녀의 표정에 이준혁도 몸이 뜨거워지며 키스하고 싶어졌다.그래서 또다시 키스하며 장난쳤고 윤혜인은 울먹이며 말했다.“이제 그만해요... 또 씻어야 하잖아요.”이준혁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음에는 내가 씻겨줄게.”이 말에 윤혜인의 얼굴은 완전히 달아올랐다.‘내가 손이 없는 것도 아니고 왜 날 씻겨주겠다는 거야...’둘은 함께 누워 있었지만 잠들지 않고 그 순간을 즐겼다.윤혜인이 자지 않자 이준혁도 때를 놓치지 않고 물었다.“오늘 우리 어머니가 널 때렸어?”문현미는 체력이 약해 강하게 때리지 못했지만 이준혁은 반쯤 깨어 있었을 때 들은 소리가 있었기에 의심이 들었다.그러자 윤혜인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숙였다.이준혁이 깨어나지 않았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지금 그가 물어보니 조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눈빛에 차가운 기운이 스치더니 그는 얼굴을 숙여 윤혜인의 뺨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내가 반드시 갚아줄게.”윤혜인은 고개를 저었다.“그냥 넘어가요.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앞으로 조심하면 돼요.”그녀는 그들 모자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여전히 문현미가 자신에게 잘해주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었으니 말이다.비록 나중에 이준혁이 변하면서 그녀의 태도가 달라졌지만 오늘처럼 심하지는 않았다.그래서 윤혜인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아주머니 좀 이상한 것 같지 않아요?”윤혜인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아무리 슬퍼도 그렇지 성격이 이렇게 천지 차이로 변할 정도의 일은 아닌데...’“응, 내가 어머니를 멀리한 후
귀가 이준혁에게 물려 빨갛게 물든 채로 윤혜인은 투정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준혁 씨한테 시중들라고 했어요?!”본인도 모르게 목소리가 부드럽고 매혹적으로 나왔다.그러자 침을 꿀꺽 삼키며 이준혁은 다시 윤혜인에게 가까이 다가와 낮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제대로 못 해줘서 그래?”윤혜인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자기가 알아듣고 싶은 대로만 듣네...’말을 하는 사이, 그의 손은 이미 윤혜인의 잠옷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그녀는 순간 당황했고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이제 막 편안해지나 했는데 또 시작인가...’하지만 윤혜인은 이준혁이 막 깨어나기도 했고 비록 많은 힘을 쓰진 않더라도 몸을 긴장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얼굴을 빨개지고 귀는 뜨겁게 달아올랐다.그리고 그녀의 순수한 매력이 이준혁을 더욱 자극했다.그의 검은 눈동자도 불타오르는 듯했고 경직된 팔은 더욱더 뜨거워지고 있었다.어느새 윤혜인은 정신이 몽롱해졌고 촉촉한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가벼운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안 돼요. 나... 못 해요...”얼굴을 붉히며 윤혜인은 그에게 간청했고 목소리는 따뜻한 물처럼 부드러웠다.이준혁은 더욱 깊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말만 잘하네. 이 정도밖에 안 돼?”윤혜인은 이준혁에게 반항하지 않았다.이 분야에서 이준혁의 권위는 확고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붉어진 눈가로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맞아요. 나 이것밖에 안 돼요...”이준혁은 윤혜인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확실히 나를... 또 내 몸도 닦아줬고... 지치긴 하겠네.’그래서 이준혁은 불편함을 참으며 그녀의 이마에 키스하고 미소를 지었다.“내일 좋은 요가 선생님을 찾아줄게.”“뭐라고요?”윤혜인은 왜 갑자기 요가 이야기가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러자 이준혁은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살짝 쉰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벌써 못하겠다고 하면 운동 부족이지.
이준혁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낮았다.“사실, 네가 이선 그룹에 오기 전부터 널 본 적이 있어.”윤혜인은 순간 멍해졌다.이준혁은 계속해서 말했다.“서울대학교 개교 70주년 기념행사 때, 나는 초대 손님으로 참석했어. 그 당시 난 이선그룹의 로봇처럼 매일 바쁘게 일하고 있었고 회사 내부 문제도 해결해야 했지. 기념식은 내가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초청하셔서 갔는데 전에 서울에 건물을 기부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어. 행사가 끝나기 전 레크레이션 시간에 나는 먼저 나가려고 했지. 그렇게 학교 길가에서 차를 기다리다가 한 바보가 학교 인공호수로 들어가는 걸 봤어. 처음엔 그 바보가 호수에 뛰어들려고 하는 줄 알고 깜짝 놀라서 달려갔는데 알고 보니 그 바보는 호수에 뛰어드는 게 아니었어.”이야기할 때 이준혁은 살짝 눈을 감으며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가득 띠었다.“그 여자는 손에 작은 그물망을 들고 있었고 호수 중심에 빠진 길고양이를 구하려고 했던 거였어. 추운 겨울에 기온이 거의 영하 10도였는데도 불구하고 얼어붙은 호수로 들어가서 고양이를 꺼내왔지. 고양이는 나오고 나서 호흡을 하지 않았는데 그 여자는 20분 동안 심폐소생술을 하더라. 그 후에는 자신의 패딩을 벗어서 고양이를 따뜻하게 감싸줬어. 고양이가 살아난 후, 그 여자 정말 행복해하는 것 같더라.”이준혁은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난 그렇게 아름답게 웃는 여자를 본 적이 없어.”윤혜인은 멍하니 서 있었다.“그때 어떤 사람이 나한테 코트를 줬는데, 그게 준혁 씨였어요?’윤혜인은 그날이 매우 추웠던 걸 기억했다.바지가 젖어서 패딩으로 고양이를 감싸며 추위에 떨고 있었는데 갑자기 양복을 입은 남자가 다가와 코트를 건네줬고 거절할 틈도 없이 그는 떠나버렸다.“응, 운전 기사더러 건네주라 했지.”이준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리고 다행히 나중에 너를 다시 만나게 된 거야.”윤혜인은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럼, 그때 술 취한 후의 사고는...”그러자 이준혁은 그녀의 코끝을 살짝 건
“그... 그게 무슨 뜻이야?”이준혁은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평소에 말솜씨가 좋았던 그가 지금은 어쩔 줄 몰라 했다.‘혜인이가 방금 누구를 좋아한다고 말했지? 그것도 10년 동안?!’윤혜인은 조금 부끄러워했다.그녀는 마음속에 숨기고 싶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었다.만약 이번에 이준혁이 목숨을 걸고 그녀를 구해주고 과거에 자신을 좋아했었다 털어놓지 않았다면 윤혜인의 이 비밀은 평생 가슴 속에 남아 있었을 것이다.“준혁 씨를 좋아했었다고요...”윤혜인은 고개를 내리며 수줍게 손가락을 꽉 쥐고 모든 말을 한꺼번에 쏟아냈다.“이준혁 씨, 난 당신을 10년 동안이나 몰래 좋아했어요. 내 마음속의 그 사람은 항상 당신이었어요.”이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공기 중에는 오랜 정적이 흘렀다.‘혜인이가 나를 좋아했다고... 그것도 수년 동안이나...’몸의 상처도 잊고 이준혁은 벌떡 일어나려고 했다.그러나 갑작스러운 통증이 그를 덮쳤다.그는 신음을 내며 고통을 참았고 놀란 윤혜인은 이준혁의 몸을 눕히며 말했다.“움직이지 마요! 안 아파요? 의사 불러줄까요?”윤혜인은 걱정과 긴장으로 가득 찬 얼굴로 그의 손을 잡았다.“혜인아...”그는 지금 자신의 상처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머릿속은 마치 폭발한 것처럼 충격으로 가득했다.“네가 그동안 좋아했던 사람이 정말 나였어...? 이거 정말 꿈 아니야?”너무나도 놀라운 사실에 그는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내 팔 꼬집어봐. 나 정말 꿈꾸고 있는 거 아니지?”이준혁은 말도 안 되게 흥분하며 윤혜인의 손을 자신의 팔로 가져갔다.“진짜예요!”윤혜인은 그의 표정과 행동에 웃음이 터졌다.하지만 동시에 마음속이 달콤함으로 가득 찼다!‘뭐 이렇게 어리둥절해 하지? 이런 귀여운 모습도 있었네. 완전 반전 매력이잖아?’그녀는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준혁 씨, 난 정말 오래전부터 당신을 좋아했어요!”이준혁의 얼굴에는 이전에 본 적 없는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놀라움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