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02화

이준혁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낮았다.

“사실, 네가 이선 그룹에 오기 전부터 널 본 적이 있어.”

윤혜인은 순간 멍해졌다.

이준혁은 계속해서 말했다.

“서울대학교 개교 70주년 기념행사 때, 나는 초대 손님으로 참석했어. 그 당시 난 이선그룹의 로봇처럼 매일 바쁘게 일하고 있었고 회사 내부 문제도 해결해야 했지. 기념식은 내가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초청하셔서 갔는데 전에 서울에 건물을 기부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어. 행사가 끝나기 전 레크레이션 시간에 나는 먼저 나가려고 했지. 그렇게 학교 길가에서 차를 기다리다가 한 바보가 학교 인공호수로 들어가는 걸 봤어. 처음엔 그 바보가 호수에 뛰어들려고 하는 줄 알고 깜짝 놀라서 달려갔는데 알고 보니 그 바보는 호수에 뛰어드는 게 아니었어.”

이야기할 때 이준혁은 살짝 눈을 감으며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가득 띠었다.

“그 여자는 손에 작은 그물망을 들고 있었고 호수 중심에 빠진 길고양이를 구하려고 했던 거였어. 추운 겨울에 기온이 거의 영하 10도였는데도 불구하고 얼어붙은 호수로 들어가서 고양이를 꺼내왔지. 고양이는 나오고 나서 호흡을 하지 않았는데 그 여자는 20분 동안 심폐소생술을 하더라. 그 후에는 자신의 패딩을 벗어서 고양이를 따뜻하게 감싸줬어. 고양이가 살아난 후, 그 여자 정말 행복해하는 것 같더라.”

이준혁은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난 그렇게 아름답게 웃는 여자를 본 적이 없어.”

윤혜인은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 어떤 사람이 나한테 코트를 줬는데, 그게 준혁 씨였어요?’

윤혜인은 그날이 매우 추웠던 걸 기억했다.

바지가 젖어서 패딩으로 고양이를 감싸며 추위에 떨고 있었는데 갑자기 양복을 입은 남자가 다가와 코트를 건네줬고 거절할 틈도 없이 그는 떠나버렸다.

“응, 운전 기사더러 건네주라 했지.”

이준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다행히 나중에 너를 다시 만나게 된 거야.”

윤혜인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럼, 그때 술 취한 후의 사고는...”

그러자 이준혁은 그녀의 코끝을 살짝 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