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하는 게 싫어?”그러자 이준혁은 장난스럽게 그녀의 귓끝을 살짝 깨물었다.“아니요...”윤혜인은 참기 힘들어하며 고양이처럼 가늘게 소리 내며 울먹였다.계속 이렇게 키스를 하면 큰일 날 것 같았다.“준혁 씨 아직 몸이...”그녀는 이준혁에게 주의를 줬다.하지만 그는 다시 윤혜인의 귓볼을 물고 낮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날 뭐라고 불러야 하지?”“준혁 씨...”“틀렸어.”그는 벌주듯 다시 한번 물었다.전해지는 전류 같은 느낌에 윤혜인은 숨이 가빠졌다. 그녀는 울먹이며 말했다.“뭐라고 불러야 하는데요...”이준혁의 진한 색깔의 실크 잠옷은 이미 헐렁해져 있었고 그의 쇄골 아래로는 매력적인 피부가 드러나 있었다.욕망으로 가득 찬 검은 눈동자를 한 채 이내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착하지, 여보라고 불러줘.”“안 돼요...”그러자 이준혁은 윤혜인의 턱을 들어 올리며 뜨겁고도 강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귀에 속삭였다.“다시 생각해봐. 그렇게 부를래 말래?”윤혜인은 숨이 가빠졌고 목은 타들어 갔다.셔츠의 목 부분은 구겨져 있었고 그녀의 피부는 흰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져 있었다.어두워진 눈빛으로 이준혁은 그녀의 턱에서부터 목선을 따라 길게 키스하며 내려갔다.감정이 고조되자 그는 저음으로 숨을 내쉬며 말했다.“착하지. 한 번만 불러줘...”매혹적인 그의 숨소리에 윤혜인은 끝내 이성을 놓고 말았다.그녀는 작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보...”그녀의 애정 어린 목소리에 무한한 만족감을 느낀 이준혁은 윤혜인의 코끝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정말 착하네...”두 사람은 꽤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있었다.윤혜인은 마치 탈수 상태의 물고기처럼 바다로 돌아가 구원을 받은 느낌이었다.그 여운이 오래도록 그녀를 붙잡았다.이후, 이준혁은 윤혜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며 깊이 들어가지 않고 부드럽고 다정하게 그녀를 달래주었다.그 가벼운 자극이 윤혜인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등 뒤가 땀으로 잔뜩 젖은 것을 깨닫고 윤혜인은 부끄러
윤혜인은 그의 유혹적인 말에 당황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의사 선생님이 환자가 기분 좋게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굳이 의사가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그럼 몸과 마음이 다 편안해야 하지 않을까?”이준혁은 일부러 그 부분을 강조하며 말했고 윤혜인은 그 말에 귀가 뜨거워졌다.“지금 난 몸과 마음이 편하지 않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어떻게 해야 할까?”아직 몽롱한 상태로 윤혜인은 그가 던진 미끼를 점점 물고 있었다.“어떻게 해야 하는데요?”이준혁은 그녀의 귓볼을 깨물며 속삭였다.“도와줘, 응?”백열등 아래서 어둡고 매혹적인 눈빛으로 그는 윤혜인의 입술을 주시하며 말했다.비록 커튼이 닫혀 있어도 윤혜인은 이것이 대낮임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대낮인 건 고사하고 집에 있는 것도 아니니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지나친 것 같았다.그러나 조금 전 윤혜인도 받은 게 있었는지라 이준혁을 그냥 두는 것은 너무 불친절한 것 같았다.그래서 얼굴을 붉히며 그녀는 천천히 이불을 열고 몸을 아래로 내렸다.그러나 큰 손이 그녀의 팔을 잡아 위로 당겨 올렸다.이준혁은 약간 화난 듯 말했다.“뭐 하는 거야?”그러자 얼굴이 잔뜩 붉어진 윤혜인이 대답했다.“도와주려고요...”이준혁은 웃으며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쥐었다.“그걸 하라고 한 게 아니야.”윤혜인은 멍해졌다.‘그럼 뭘 원하는 거지?’혼란스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이준혁은 다시 웃었다.“며칠 동안 목욕을 못 해서 깨끗하지 않아.”알고 보니 그는 자신이 깨끗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청결에 신경을 쓰는 사람에게는 매일 닦아도 충분하지 않았다.‘내가 얼마나 잘 닦아줬는데.’자신의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자 윤혜인은 불만을 느끼며 작게 항의했다.“안 더러워요. 그래도 난 매일 열심히 닦아줬다고요.”그러자 이준혁은 웃음을 참지 못하며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난 너 봐주는 건데... 넌 나한테 꼭 해주고 싶은 거야?”뒤이
윤혜인은 그의 농담에 웃음을 터뜨리며 그 옆에 다정하게 누웠다.요 며칠간 심신이 피곤했던 그녀는 이준혁의 옆에서만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이준혁은 윤혜인이 자신을 믿고 곁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과소평가된 느낌이 들었다.그래서 윤혜인의 귀에 대고 유혹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다 나으면 제대로 한 번 해야겠어.”그러자 윤혜인은 귀가 빨개지며 얼굴을 돌려 그를 보지 않으려 했다.부끄러워하는 그녀의 표정에 이준혁도 몸이 뜨거워지며 키스하고 싶어졌다.그래서 또다시 키스하며 장난쳤고 윤혜인은 울먹이며 말했다.“이제 그만해요... 또 씻어야 하잖아요.”이준혁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음에는 내가 씻겨줄게.”이 말에 윤혜인의 얼굴은 완전히 달아올랐다.‘내가 손이 없는 것도 아니고 왜 날 씻겨주겠다는 거야...’둘은 함께 누워 있었지만 잠들지 않고 그 순간을 즐겼다.윤혜인이 자지 않자 이준혁도 때를 놓치지 않고 물었다.“오늘 우리 어머니가 널 때렸어?”문현미는 체력이 약해 강하게 때리지 못했지만 이준혁은 반쯤 깨어 있었을 때 들은 소리가 있었기에 의심이 들었다.그러자 윤혜인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숙였다.이준혁이 깨어나지 않았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지금 그가 물어보니 조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눈빛에 차가운 기운이 스치더니 그는 얼굴을 숙여 윤혜인의 뺨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내가 반드시 갚아줄게.”윤혜인은 고개를 저었다.“그냥 넘어가요.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앞으로 조심하면 돼요.”그녀는 그들 모자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여전히 문현미가 자신에게 잘해주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었으니 말이다.비록 나중에 이준혁이 변하면서 그녀의 태도가 달라졌지만 오늘처럼 심하지는 않았다.그래서 윤혜인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아주머니 좀 이상한 것 같지 않아요?”윤혜인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아무리 슬퍼도 그렇지 성격이 이렇게 천지 차이로 변할 정도의 일은 아닌데...’“응, 내가 어머니를 멀리한 후
귀가 이준혁에게 물려 빨갛게 물든 채로 윤혜인은 투정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준혁 씨한테 시중들라고 했어요?!”본인도 모르게 목소리가 부드럽고 매혹적으로 나왔다.그러자 침을 꿀꺽 삼키며 이준혁은 다시 윤혜인에게 가까이 다가와 낮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제대로 못 해줘서 그래?”윤혜인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자기가 알아듣고 싶은 대로만 듣네...’말을 하는 사이, 그의 손은 이미 윤혜인의 잠옷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그녀는 순간 당황했고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이제 막 편안해지나 했는데 또 시작인가...’하지만 윤혜인은 이준혁이 막 깨어나기도 했고 비록 많은 힘을 쓰진 않더라도 몸을 긴장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얼굴을 빨개지고 귀는 뜨겁게 달아올랐다.그리고 그녀의 순수한 매력이 이준혁을 더욱 자극했다.그의 검은 눈동자도 불타오르는 듯했고 경직된 팔은 더욱더 뜨거워지고 있었다.어느새 윤혜인은 정신이 몽롱해졌고 촉촉한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가벼운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안 돼요. 나... 못 해요...”얼굴을 붉히며 윤혜인은 그에게 간청했고 목소리는 따뜻한 물처럼 부드러웠다.이준혁은 더욱 깊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말만 잘하네. 이 정도밖에 안 돼?”윤혜인은 이준혁에게 반항하지 않았다.이 분야에서 이준혁의 권위는 확고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붉어진 눈가로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맞아요. 나 이것밖에 안 돼요...”이준혁은 윤혜인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확실히 나를... 또 내 몸도 닦아줬고... 지치긴 하겠네.’그래서 이준혁은 불편함을 참으며 그녀의 이마에 키스하고 미소를 지었다.“내일 좋은 요가 선생님을 찾아줄게.”“뭐라고요?”윤혜인은 왜 갑자기 요가 이야기가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러자 이준혁은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살짝 쉰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벌써 못하겠다고 하면 운동 부족이지.
이준혁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낮았다.“사실, 네가 이선 그룹에 오기 전부터 널 본 적이 있어.”윤혜인은 순간 멍해졌다.이준혁은 계속해서 말했다.“서울대학교 개교 70주년 기념행사 때, 나는 초대 손님으로 참석했어. 그 당시 난 이선그룹의 로봇처럼 매일 바쁘게 일하고 있었고 회사 내부 문제도 해결해야 했지. 기념식은 내가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초청하셔서 갔는데 전에 서울에 건물을 기부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어. 행사가 끝나기 전 레크레이션 시간에 나는 먼저 나가려고 했지. 그렇게 학교 길가에서 차를 기다리다가 한 바보가 학교 인공호수로 들어가는 걸 봤어. 처음엔 그 바보가 호수에 뛰어들려고 하는 줄 알고 깜짝 놀라서 달려갔는데 알고 보니 그 바보는 호수에 뛰어드는 게 아니었어.”이야기할 때 이준혁은 살짝 눈을 감으며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가득 띠었다.“그 여자는 손에 작은 그물망을 들고 있었고 호수 중심에 빠진 길고양이를 구하려고 했던 거였어. 추운 겨울에 기온이 거의 영하 10도였는데도 불구하고 얼어붙은 호수로 들어가서 고양이를 꺼내왔지. 고양이는 나오고 나서 호흡을 하지 않았는데 그 여자는 20분 동안 심폐소생술을 하더라. 그 후에는 자신의 패딩을 벗어서 고양이를 따뜻하게 감싸줬어. 고양이가 살아난 후, 그 여자 정말 행복해하는 것 같더라.”이준혁은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난 그렇게 아름답게 웃는 여자를 본 적이 없어.”윤혜인은 멍하니 서 있었다.“그때 어떤 사람이 나한테 코트를 줬는데, 그게 준혁 씨였어요?’윤혜인은 그날이 매우 추웠던 걸 기억했다.바지가 젖어서 패딩으로 고양이를 감싸며 추위에 떨고 있었는데 갑자기 양복을 입은 남자가 다가와 코트를 건네줬고 거절할 틈도 없이 그는 떠나버렸다.“응, 운전 기사더러 건네주라 했지.”이준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리고 다행히 나중에 너를 다시 만나게 된 거야.”윤혜인은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럼, 그때 술 취한 후의 사고는...”그러자 이준혁은 그녀의 코끝을 살짝 건
“그... 그게 무슨 뜻이야?”이준혁은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평소에 말솜씨가 좋았던 그가 지금은 어쩔 줄 몰라 했다.‘혜인이가 방금 누구를 좋아한다고 말했지? 그것도 10년 동안?!’윤혜인은 조금 부끄러워했다.그녀는 마음속에 숨기고 싶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었다.만약 이번에 이준혁이 목숨을 걸고 그녀를 구해주고 과거에 자신을 좋아했었다 털어놓지 않았다면 윤혜인의 이 비밀은 평생 가슴 속에 남아 있었을 것이다.“준혁 씨를 좋아했었다고요...”윤혜인은 고개를 내리며 수줍게 손가락을 꽉 쥐고 모든 말을 한꺼번에 쏟아냈다.“이준혁 씨, 난 당신을 10년 동안이나 몰래 좋아했어요. 내 마음속의 그 사람은 항상 당신이었어요.”이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공기 중에는 오랜 정적이 흘렀다.‘혜인이가 나를 좋아했다고... 그것도 수년 동안이나...’몸의 상처도 잊고 이준혁은 벌떡 일어나려고 했다.그러나 갑작스러운 통증이 그를 덮쳤다.그는 신음을 내며 고통을 참았고 놀란 윤혜인은 이준혁의 몸을 눕히며 말했다.“움직이지 마요! 안 아파요? 의사 불러줄까요?”윤혜인은 걱정과 긴장으로 가득 찬 얼굴로 그의 손을 잡았다.“혜인아...”그는 지금 자신의 상처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머릿속은 마치 폭발한 것처럼 충격으로 가득했다.“네가 그동안 좋아했던 사람이 정말 나였어...? 이거 정말 꿈 아니야?”너무나도 놀라운 사실에 그는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내 팔 꼬집어봐. 나 정말 꿈꾸고 있는 거 아니지?”이준혁은 말도 안 되게 흥분하며 윤혜인의 손을 자신의 팔로 가져갔다.“진짜예요!”윤혜인은 그의 표정과 행동에 웃음이 터졌다.하지만 동시에 마음속이 달콤함으로 가득 찼다!‘뭐 이렇게 어리둥절해 하지? 이런 귀여운 모습도 있었네. 완전 반전 매력이잖아?’그녀는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준혁 씨, 난 정말 오래전부터 당신을 좋아했어요!”이준혁의 얼굴에는 이전에 본 적 없는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놀라움과
윤혜인도 그들의 심리를 알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기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하여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싸워야 했다.그 소녀들은 윤혜인에게 겁을 먹고 물러났다.하지만 떠나면서 한 명이 일부러 그녀의 가방을 강에 차서 던지더니 비꼬듯 말했다.“미안해, 가방이 길을 막아서.”가방 안에는 조금 전 받은 교재와 지난 학기에 선생님이 준 전 과목 문제집이 있었다.그 문제집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찮은 것이었지만 윤혜인에게는 매우 소중했다.당시 문제집 하나가 만 오천 원 정도였다는 것을 그녀는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그 금액은 그녀의 집에서 한 달 동안 생활할 수 있는 그야말로 큰돈이었다.학교에서는 모든 학생에게 한 세트를 제공했고 윤혜인은 매년 장학금으로 몇십만 원을 받았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그녀가 만 오천 원을 낼 수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학교는 외할머니가 윤혜인의 대학 학비를 위해 모아둔 장학금이 그녀의 삼촌에게 도난당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학교는 그녀에게 잘해줬고 윤혜인은 더 이상 학교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없었다.그리고 외할머니는 그 돈 때문에 스스로를 탓하며 큰 병을 앓았다.병이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외할머니는 밖에 나가 다른 사람들이 버린 병을 모아 팔아 돈을 조금씩 모았다.선생님은 윤혜인이 문제집을 오랫동안 사지 않는 것을 보고 말없이 다른 학생이 사용하지 않는 문제집을 그녀에게 주었다.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의 것이라 많은 부분이 비어 있었다.윤혜인은 그 문제집을 가져가 외할머니에게 보여주고 이제는 돈을 모을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려 했다.내년에 또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이다.그러나 그 희망이 강에 던져져 버렸다.다른 사람들이 쉽게 살 수 있는 문제집은 그녀에게는 넘어설 수 없는 걸림돌이 되었다.윤혜인은 망설이지 않고 바지 자락을 걷어 패딩을 벗고 물에 가방을 찾으러 갔다.물은 차가웠고 13살의 그녀에게는 그야말로 뼈를 에는 듯한 추위였다.가방은 너
그날, 이준혁의 삶도 어둠 속에 있었다.이천수와 문현미가 역사상 가장 심한 싸움을 벌였으니 말이다.‘바람난 여자’, ‘늙은 변태’, ‘역겨운 여자’ 같은 못된 말들이 서로에게 날아갔다.평소엔 체면을 중시하는 재벌가 부부가 입 밖에 내기 힘든 말들이었다.이후 이천수는 문현미를 때렸고 이준혁은 문현미를 보호하다가 이천수에게 주먹을 맞았다.그는 이러한 가정의 분위기를 견딜 수 없어 집을 나와 무작정 차를 타고 남쪽으로 달렸다.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운전사에게 계속 가라고 했고 결국 문제집을 줍는 윤혜인을 만났다.미처 그녀를 발견하지 못한 운전사는 하마터면 사고를 낼 뻔하였고 그래서 차에서 내려 윤혜인을 심하게 꾸짖었다.소녀는 울면서 사과했고 파손된 문제집과 젖은 패딩을 들고 길가로 걸어갔다.이준혁은 그녀를 똑똑히 보았다. 아이는 맨발이었으며 영하 몇 도의 추운 날씨에 바지도 젖어 있었다.운전사는 소녀가 너무 불쌍해져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그가 윤혜인을 꾸짖었던 것은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가르치려던 것이었다.차 안 사람들의 시선을 느낀 소녀는 머리를 숙이고 신발을 신었다.그러고는 운전사에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한 후 떠나려 했다.이준혁이 운전사에게 그녀를 태워 보내주자 했지만 소녀는 손사래를 쳤다.“아니에요. 젖은 상태라 차에 앉으면 더러워질 거예요.”그러자 이준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너는 아주 깨끗해.”소녀가 다시 고개를 숙이자 이준혁은 물었다.“오빠가 나쁜 사람일까 봐 그래?”윤혜인은 고개를 저었다.맑은 눈매를 가진 이런 잘생긴 오빠를 그녀는 처음 보았다. 게다가 뭔가 익숙한 느낌마저 들었다.그래서인지 윤혜인은 무의식적으로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느꼈다.하지만 그때, 외할머니의 이웃이 윤혜인을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가려 했다.윤혜인은 서둘러 인사하고 이웃의 자전거에 올라탔다.망가져 버린 문제집을 보며 이준혁은 조금 전 강에서 소녀가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떠올랐다.처음으로 기발한 생각이 든 그는 곧
주석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지금은 미열이 나는 것뿐이에요.”소원은 그나마 마음이 조금 놓였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었다.일단 미열이 있다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주석훈은 소원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소원 씨, 걱정하지 마세요. 말했잖아요. 생사는 운명에 달려 있다고.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거예요. 소원 씨와는 상관이 없어요. 다 내 운명이니까 자책하지 마세요.”주석훈이 이렇게 말할수록 소원은 더욱 미안해져 조용히 한마디 했다.“주 변호사님, 그렇게 위로하지 않아도 돼요. 저도 제 책임이 크다는 거 알아요. 내가 갑자기 아프지만 않았어도 주 변호사님이 저를 병원에 데려가는 일은 없었겠죠. 그러면 그 취객에게 물리지도 않았을 것이고요. 이미 일어난 일, 우리 같이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도해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주 변호사님에게 큰 빚을 졌으니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반드시 도울게요.”주석훈이 말했다.“내가 어떻게 말해도 소원 씨는 본인 책임이라고 생각하겠군요. 하하, 그럼 진짜로 문제가 생기면 소원 씨에게 부탁할게요.”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마디 한 주석훈에 그나마 마음이 놓인 소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꼭이요!”이때 소원의 전화에 낯선 번호가 걸려왔다.문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지만 전화기 너머로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소원이 물었다.“여보세요, 누구세요?”“...”“계속 말하지 않으면 끊을게요.”소원이 장난 전화인 줄 알고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상대방이 말했다.“소원 언니...”소원은 깜짝 놀랐다.목소리만으로도 안지영임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지난 며칠 동안 안지영의 집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강민혜가 말했다. 가족들이 집에만 틀어박힌 채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그리고 안상철도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아무래도 그들이 경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안상철이 눈치를 챈 것이다.소원이 아무리 초조해해도 나타나지 않으면 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목적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육경한은 감정을 억누르며 이 신비한 인물의 다음 액션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황진수가 계속 말했다.“하지만 최근에 그때 당시 한 청소부가 바닥에서 펜을 주웠다는 것을 알아냈어요. 청소부는 그 펜이 예뻐서 손자에게 주기 위해 가져갔대요. 청소부를 찾아가 무슨 이상한 점을 발견한 것은 없는지 물었더니 그제야 말하더라고요.”황진수는 청소부에게서 가져온 펜을 꺼내며 말했다.“바로 이겁니다.”육경한이 사인펜을 손에 들고 살펴봤다. 무게도 어느 정도 무거운 것이 가치가 상당할 것 같았다.평소 육경한이 사용하는 사인펜과 비슷했다.평소 글을 잘 쓰지 않는 소종은 뭔가 쓸 일이 생기면 손에 잡히는 펜을 아무것이나 집어서 글을 썼다. 이런 고급스러운 사인펜을 소지할 리가 없었다.이 펜은 소종의 거친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황진수도 같은 생각이었다.“소종 비서는 이런 펜을 사용한 적이 없어요. 조사해 봤는데 이건 이탈리아 왕실 귀족들이 사용하는 사인펜이에요. 한 자루에 수천 달러가 넘죠. 일반 사람들은 펜의 브랜드를 신경 쓰지 않아요. 이 펜의 주인은 아마도 글쓰기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이 펜을 자주 사용하는 것 같아요. 사람 자체가 우아하고 점잖을 거예요. 물론 내면은 그렇지 않겠지만 그런 척하겠죠.”황진수의 분석은 아주 일리가 있었다. 배후 인물이 누구인지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귀족용 펜이라 서울에서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야. 이탈리아 쪽 주문 리스트를 받아서 서울에 있는 사람과 연관이 있는 인물이 없는지 확인해 봐.”육경한이 말했다.이 사람은 배후에 계속 숨어 있었기에 그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정보라고는 이 펜뿐이었다.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적이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어 밝은 곳에 있는 그들은 매우 수동적인 상황이 되었다.육경한은 속으로 반드시 이 사람을 빨리 잡아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어떻게든 소원이 출산하기 전에 배후에 있는 조종자를 제거해야 했다.“그리고 진아연
오랫동안 약을 먹은 소원이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는 것은 약이 그래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말해줬다.게다가 무녀의 장수 효과도 거짓이 아니었다. 다만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평생 늙지 않는 그런 신비로움은 없었다.육경한이 말했다.“난 서현재를 믿지 않아. 내가 사람을 시켜 확인해 볼게. 그다음에 결정하자.”서현재를 믿지 않는다는 육경한의 말에 소원도 더 이상 그와 논쟁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아이를 위해 이렇게 하는 것이다. 서현재를 믿지 않으니 본인이 믿는 사람을 찾겠다는 것은 이 일을 매우 신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줬기에 굳이 논쟁할 필요도 없었다.“알았어. 하지만 시간을 너무 오래 끌지는 마.”소원이 한마디 했을 때 소원의 전화가 울렸다.발신자를 보니 주석훈이었다.오기 전에 주석훈에게 병원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던 그녀가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자 주석훈이 걱정되어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통화버튼을 눌러 주석훈에게 곧 갈 것이라고 말한 소원이 전화를 끊었을 때 육경한이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소원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이만 가 봐야겠어.”육경한이 말했다.“주석훈, 너무 가까이하지 마. 그다지 믿을 만한 사람 같지 않아.”육경한이 직감적으로 느끼는 감정이었다. 사실 사람을 시켜 조사도 해봤지만 아무 단서도 찾지 못했다. 이력이 훌륭했고 신상 정보도 매우 완벽했다.하지만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더 이상하다고 느꼈다.소원에게 접근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주석훈이 예전에 이선 그룹에서 일한 것도 확인해 봤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소원이 물었다.“왜 그러는데?”소원은 육경한이 무슨 증거를 찾았거나 의심스러울 만 한 단서라도 있는 줄 알았지만 육경한은 단답형으로 한마디 내뱉었다.“직감이 그래.”소원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육경한 씨, 모든 사람을 본인 생각으로만 판단하지 마. 세상에 그렇게 많은 음모를 꾸미는 사람이 어디 있어.”소원의 말에 육경한은 반박하지 않았다. 그는 주변에 믿을
말투에는 서운함이 가득했다.어젯밤부터 오늘까지 그 일로 육경한은 입맛이 없어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오직 다른 남자에게 사줬던 이 죽을 맛보고 싶었다.육경한이 소심한 것을 알고 있는 소원은 혹시라도 주석훈에게 태클을 걸까 봐 일부러 설명을 덧붙였다.“주석훈의 병문안을 간 것은 주석훈이 나를 돕다가 다쳤기 때문이야. 게다가 꽤 심각해. 나 때문에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이 고통을 받는데 어떻게 가보지 않을 수 있어?”“참 착하기도 하지.”육경한의 약간 비꼬는 듯한 말에 소원이 어이없다는 듯한 얼굴로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이 남자, 과연 그녀가 알고 있던 그 육경한이 맞나?너무 이상하게 변한 것이 아닌가?도도하던 모습이 사라지고 오히려 사람 냄새가 나니 말이다.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하지만 소원은 육경한의 감정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착한데. 하지만 누구에게나 다 착한 것은 아니야. 사람을 가리거든.”너무나 명확한 말에 육경한이 침묵하다가 말했다.“저기 있는 생선 먹고 싶어.”소원은 순간 멈칫했지만 육경한이 환자인 것을 감안해 생선 배 부분의 가시 없는 살을 떼어 죽과 함께 먹여 주었다.생선 배 부분의 살을 소원에게 먼저 먹여 주는 것은 육경한의 옛날 습관이었다.육경한은 생선을 다 먹은 뒤 말했다.“배불러.”소원이 말했다.“좀 더 먹어. 그래야 빨리 회복하지. 그러면 황진수 씨도 배 아픈 척 안 해도 되고.”소원은 황진수가 배 아프다고 했던 것이 연기인 것을 알아차렸다.육경한도 숨길 생각이 없었다. 그는 빈 생선 뼈를 보며 한마디 했다.“소원아, 나 후회해. 전에 너에게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하지 말걸... 많이 후회하고 있어.”소원은 순간 손이 멈칫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육경한은 그런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아이가 또 생겨서인지 몰라도 왠지 그녀에게 남다른 감정이 생긴 것 같았다.두 사람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이준혁은 육경한의 행동과 일 처리 방식이 너무 극단
컵을 받아 물을 마신 육경한은 이내 몸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컵을 내려놓자 소원이 말했다.“그럼 밥 먹어. 난 갈게.”육경한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소원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나가려 했다.문 앞까지 왔을 때 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다. 뒤돌아보니 육경한이 침대에서 떨어졌다.키가 188cm인 남자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바닥에 넘어져 있으니 매우 허약해 보였다.소원은 급히 가서 육경한을 부축했다.“일어날 수 있겠어?”소원은 갑자기 허약해진 육경한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침대에 있던 사람이 왜 갑자기 바닥에 떨어지냐 말이다.이내 육경한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아파.”이 말을 들은 소원은 순간 육경한이 꾀병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색을 보면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관자놀이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상처 난 등이 촉촉한 것을 보니 아마도 상처가 다시 터진 것 같았다.황산에 의한 상처는 피가 아니라 고름이 나오기에 소원은 상처가 터졌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날 육경한이 망설임 없이 뛰어든 것을 생각하니 차마 모른 척할 수는 없었기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힘주지 마. 날 잡아. 조심하고.”소원의 팔에 기댄 육경한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오랜만에 가까워진 두 사람의 거리에 육경한은 심장이 졸깃했다. 소원의 몸에서는 여전히 은은한 향기가 났다. 그 냄새는 마치 약처럼 아픔을 잊게 했다.육경한을 다시 침대에 눕힌 소원은 침대 높이를 조절해 그가 더 편안하게 앉을 수 있게 했다.모든 것을 마친 후 소원이 돌아서자 육경한은 그녀가 또 떠날까 봐 급히 말했다.“소원아, 나 배고파.”순간 소원은 조금 전 넘어진 것이 진짜로 고의는 아니었는지 의심하게 되었다. 조금 전 넘어지면서 손을 다쳐 밥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간병인은 어디 갔어?”“간병인 없어. 평소에 황진수가 도와줘.”육경한의 말에 소원이 짜증 내며 한마디 했다.“왜 간병인을 안
연기가 제법인 황진수는 진짜로 배가 아픈 척했고 심지어 자신의 혀를 깨물어 얼굴이 하얗게 질렸으며 이마에 땀까지 흘렸다.순간 멍해진 소원이 한마디 물었다.“왜 그래요? 의사를 부를까요?”황진수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아니요. 화장실 갔다 오면 될 것 같아요. 이것 좀...”그는 손에 들고 있던 죽을 높이 들었다. 혹시라도 소원이 받지 않을까 봐 일부러 그녀의 손에 쥐여 주기까지 했다.“소원 씨, 이것 좀 부탁드릴게요. 육 대표님에게 전해주세요. 의사가 염증이 생길 수 있으니 지금 차가운 걸 먹으면 안 된다고 했어요.”황진수는 말을 마친 뒤 재빨리 사라졌다.죽을 들고 좌우를 둘러보던 소원은 결국 어쩔 수 없이 육경한이 있는 VIP층으로 향했다.문 앞에 도착한 소원은 죽을 경호원에게 넘겨주려고 했지만 육경한 병실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사실 조금 전 황진수는 그녀와 육 대표를 만나게 하기 위해 경호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바로 철수하라고 했다.소원이 문을 두드리자 방안에서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들어와.”소원이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보고서를 보고 있는 육경한은 소원이 들어온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는 황진수인 줄 알고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그냥 거기에 둬.”테이블 위에 놓여진 손도 대지 않은 음식과 손에 든 죽을 번갈아 본 소원은 육경한이 갑자기 죽을 먹고 싶어서 이런 것이라고 생각했다.다만 이 죽 가게가... 왠지 모르게 익숙했다. 어제 샀던 죽 가게와 이름이 비슷한 것 같았다.하지만 별다른 생각 없이 손에 든 죽을 놓은 소원은 육경한이 여전히 그녀를 알아채지 못하자 방에서 나가려고 했다.그런데 이때 육경한이 고개를 들더니 의아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소원?”소원이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황 비서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나더러 대신 갖다 주라고 했어.”육경한이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나를 보러 온 줄 알았네.”약간 서운함이 담긴 말투에 소원은 이왕 온 김에 몇 마디 안부는 주고받아야
사생아가 많은 방현수는 여자아이인 방민아 하나쯤은 포기할 수 있었다.그리고 방민기는 이미 판결이 났고 방씨 가문이 아무리 인맥이 넓다고 해도 여론이 너무 떠들썩했기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그 일 이후, 방현수의 정신력도 예전 같지 않았다. 가장 기대하던 두 아이가 동시에 문제를 일으켰으니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었다.방민아는 아마도 방현수의 비밀을 쥐고 있기 때문에 방현수가 돈과 힘을 들여 그녀를 빼내려고 하는 것이다.자신의 추측을 말한 황진수가 한마디 보탰다.“방민아 씨가 역시 보통내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방현수의 마음도 바꾸고요.”육경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방민아가 나오면 소원은 그녀의 첫 번째 타겟이 될 것이다. 여자들 사이의 질투가 얼마나 무서운지 욱경한은 잘 알고 있었다.육경한이 황진수에게 말했다.“방씨 가문의 움직임을 주시해 봐. 그리고 방민아가 나오면 반드시 24시간 내내 감시하여 소원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해.”황진수가 말했다.“알겠습니다.”육경한이 또 물었다.“진아연 쪽은 어때, 소식이 있어?”진아연이 또 도망쳤다. 지난번 병원에서 목숨을 건진 후 몸이 나아지자 간호사가 한눈을 판 사이 몰래 빠져나갔다.아마도 육경한이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았다.그래서 육경한이 자신을 놓아주지 않을까 걱정되어 기회를 잡아 도망친 것이다.하지만 소원의 아버지 일도 그녀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육경한은 그녀에게 확실히 물어봐야 했다.이때 황진수가 말했다.“아직 조사 중입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서울을 벗어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각 출입국 사무소에 다 물어봤지만 아직 다른 데로 갔다는 소식은 없습니다.”육경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긴장을 놓치면 안 돼. 진아연이 분명 무언가를 알고 있을 거야.”황진수가 알겠다고 하자 육경한도 조금 지쳤는지 한마디 했다.“이만 나가 봐.”황진수는 집사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요리를 육경한이 한 입도 먹지 않은 것을 보고 한마디 말했다.“육 대표님, 입에 맞지 않아서 안
병실 밖에 있던 황진수는 두 사람의 대화를 전부 들었다.감정적 가치라니? 대체 무슨 말인가! 이지애는 가스라이팅에 정말 능숙했다.육경한에게서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한다면 그녀가 과연 육경한을 걱정하는 척하며 그런 감정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었을까?그렇게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도 만족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탐욕스러워지다니...솔직히 말해서 먼 친척이 가까운 이웃만 못 한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다.황진수가 소리 지르는 이지애를 끌어내어 경호원들에게 넘기자 이지애가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감히 나를 이렇게 대하다니! 내가 육경한의 누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오늘 나를 무례하게 대한 일, 나중에 분명 후회할 때가 있을 거야.”황진수는 냉정하게 말했다.“여사님, 더 이상 자신을 육 대표의 누나라고 말하지 마세요. 그저 사촌 누나일 뿐인데 왜 항상 ‘사촌’이라는 말을 잊으시는 건가요? 밖에서 본인을 육 대표의 친누나라고 말하며 사기를 치다 보니 입에 붙어서 못 고치는 건가요?”황진수는 이지애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자신이 육경한의 누나라는 명목으로 많은 회사 대표들에게서 이익을 취했다. 또 육경한과도 자주 만났기에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를 진짜로 육 대표의 누나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법, 이지애는 결국 자업자득의 꼴이 되었다.이지애가 분노하며 말했다.“너 같은 놈은 평생 이 꼴로 살 거야. 개는 사람을 구분하지 못해. 잘 들어, 경한이는 마음이 진정되면 다시 나를 누나로 생각할 거야. 그때면 널 첫 번째로 해고할 테니 두고 봐!”“그래요. 기다리고 있을게요.”황진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너 정말!”이제 육경한이 그녀의 뒤를 봐주지 않으니 황진수도 당당하게 억지를 부리는 이지애를 무시하며 바로 경호원들에게 말했다.“데려가세요. 앞으로 육 대표 주위에는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하세요.”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지애는 욕을 하면서 문을 잡고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그런데 이때 누군가가 찾아와 이지애를 보더니 통
하지만 쉽게 인정할 이지애가 아니었다. 그녀는 도리어 육경한을 비난하며 말했다.“경한아, 우리 모녀를 돕지 않는 것까지는 뭐라고 하지 않겠지만 나를 모함하면 안 되지. 나는 너희 집에 빚진 게 없어. 네가 그 여자를 좋아하는 것을 알아. 그래서 그 여자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여자를 위해 우리 연주를 희생시키면 안 돼. 너도 어릴 때부터 연주를 봐왔었잖니? 그런데 진짜로 감옥에 들어가 고통받는 것을 지켜볼 거야?”이지애는 말을 빙빙 돌리며 돈을 빌린 것을 일절 말하지 않았다. 다시 육경한의 탓을 하는 이지애는 교활하기 짝이 없었다.육경한이 말했다.“누나, 사실 이 돈은 조사하려고 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조사할 수 있어요. 그때 개업한 미용원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우리 엄마 돈으로 한 거잖아요. 누나, 내가 정말로 모를 거라고 생각해요?”육경한의 말에 이지애는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어 일부러 불쌍한 척하며 말했다.“경한아, 그때 미용원을 연 것은 네 엄마의 뜻이었어. 나는 단지 네 엄마를 도운 것뿐이야. 나중에 네 엄마가 돌아가시고 너도 큰 충격을 받았잖아. 그때 미용원도 파산 직전이었어. 그때는 네가 이 난장판을 처리할 겨를이 없어서 내가 대신 맡은 거야. 나는 좋은 마음으로 이렇게 한 것인데 너는 어떻게 나를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니?”이지애의 임기응변 능력은 진짜로 일반인들이 따라올 수 없는 것 같았다.하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그녀의 이런 말에 속았을지 몰라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가지 일을 겪은 육경한은 이지애의 말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사람은 역시 욕심에 눈이 먼 동물이었다.이지애의 현재 모습은 정말 탐욕스러웠다.하지만 이해관계를 잘 파악하고 있는 이지애는 육경한의 도움이 있어야만 육연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억울한 얼굴로 계속 말했다.“경한아, 미용원을 돌려받고 싶으면 바로 줄게. 내가 여러 해 동안 운영해 왔지만 사실 다 네 엄마를 대신해서 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