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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차용증을 모두 종합해 보니, 총 4억, 20가구 정도 되었다.

윤혜인은 어렸을 적부터 도시로 나갔기 때문에, 이들의 얼굴을 다 알진 못했다. 하지만 대부분 소박한 옷차림을 한 걸 봐서, 모두 성실히 일하면서 노후 자금을 모았을 게 예상됐다.

"이번에 주산응이 사기 친 돈은 제가 갚도록 할게요. 하지만 앞으로 또 이런 일 있으면, 저도 어쩔 수 없어요."

경찰관이 옆에서 말했다.

"이미 마을에 소문이 파다하니, 같은 피해는 없을 것 같아요."

그제야 사람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아이고, 다행이네. 처자, 그럼 얼른 우리 돈 내주게나."

윤혜인이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 당장은 못 드려요. 저도 서울에 있는 집을 팔아야 현금 나와요."

지금 그녀가 살고 있는 집도 대출이 걸려 있었다. 그걸 다 갚고 팔면 약 3억 5천 정도 남을 게 예상됐다. 윤혜인은 우선 이걸로 급한 불부터 끄고, 남은 5천은 돈 버는 대로 갚겠다고 사람들에게 알렸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볼멘소리가 터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돈 갚겠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집 팔아 주겠다고? 또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이때, 아까 그 건달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 같은 집 핏줄인데, 이 여자도 사기꾼 아니라는 법 있어?"

그러자 사람들이 흥분하며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경찰도 막을 수 없었다. 정리할 필요를 느낀 윤혜인이 주변에 있던 한 판자 위로 올라서며 외쳤다.

"자, 싸우지 마세요."

그러자 웅성거리던 것이 조금 잠잠해졌다.

"싸운다고 돈이 나오나요?"

윤혜인이 그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제가 주산응을 대신해 돈 갚겠다고 약속했으면, 무조건 지켜요."

딱 봐도 시골 사람과는 다른,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가 발언하자, 왠지 모르게 신뢰가 갔다.

이때, 한 주민이 외쳤다.

"그러면 정확히 언제 얼마를 갚을지 알려주세요."

윤혜인이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

"정확한 시간은 말씀 못 드려요. 어쨌든 최대한 빨리 갚도록 할게요."

집이라는 것이 내놨다고 해서 당장 팔릴 거라는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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