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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더 거절하기 미안했던 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수락했다.

한구운이 떠난 뒤, 윤혜인은 근처에서 택시를 불러 곧장 묘지로 향했다. 큰 도시와 달리 시골 묘지는 바닥이 고르지 않았다. 할머니의 비석도 꽤 힘겹게 사람을 불러 세운 것이었다.

그런 외할머니의 비석이 붉은 페인트로 뒤덮인 모습을 보자, 윤혜인은 화가 치밀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곧장 묘지 근처에 있는 집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물었다. 빨간 페인트를 묘비에 뿌린 사람은 동네 건달이었는데, 외할머니가 진 빚 때문에 그런 짓을 한 것이라 했다.

윤혜인은 처음 듣는 얘기에 어리둥절했지만, 지금은 비석 청소가 우선이었다. 그녀는 간단한 청소도구를 빌린 뒤, 비석을 정성스레 원상복구시켰다. 청소하는 내내 몇 번이고 눈물이 터질 뻔했으나, 속으로 복수를 다짐하며 꿋꿋이 감정을 내리눌렀다.

'외할머니, 제가 꼭 복수해 드릴게요.'

정리를 마친 뒤, 윤혜인은 좀 전에 자초지종을 알려줬던 사람한테 50만 원을 주며 비석을 잘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해 연락처도 남겨놨다.

그들은 흔쾌히 윤혜인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인하 마을 자체가 그리 부유한 마을도 아니었고, 돈을 싫어할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다음, 그녀는 곧바로 사람을 수소문해 건달의 집 주소를 알아냈다. 그런데 찾아가기도 전에 일이 터졌다. 사람들이 그녀의 집을 부수려 한다며, 하인숙이 다급히 연락해 온 것이었다. 심지어 집주인까지 나타나, 그들과 함께 실랑이를 벌이는 중이라고 했다.

윤혜인은 놀라 헐레벌떡 그 집으로 달려갔다. 도착하니, 사람들은 물론 경찰까지 출동했는지, 사건 현장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본 집주인이 안도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내가 너의 집을 강제로 빼앗았니? 너희 외삼촌이 먼저 팔겠다고 한 거잖아. 그리고 세 들어 살고 싶다고 해서, 세도 줬는데 너의 외삼촌이랑 같이 이런 사기를 쳐? 나는 이제 이 집 세 못 준다. 얼른 짐 빼고, 사람들한테 이 집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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