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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윤혜인의 상처에서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배어 나왔다.

"왜 말 안 했어!"

하지만 그녀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당신한테 받은 상처에 비하면, 이 정돈 아무것도 아니니까."

상처를 지혈하고 있던 이준혁의 손이 덜덜 떨렸다. 이준혁은 그녀가 이렇게까지 독하게 나올 줄 몰랐다.

"지금 네 목숨을 걸고 날 협박하는 거야? 그 정도로 내가 싫어?"

분노한 그의 목소리에 윤혜인이 냉소를 지으며 답했다.

"계속 말했잖아요."

문이 벌컥 열리고, 방이 환하게 불이 밝혀졌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몰려들어 급하게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 죽은 아이를 뱃속에서 빼내면서 했던 수술 봉합선이 터졌던 것이었다.

"저 사람 내보내 주세요."

상처가 터져 피가 흥건한 상황 속에서도 윤혜인은 침착하게 자신의 요구를 말했다. 이준혁을 내보내지 않으면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다급해진 의사가 이준혁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선생님, 나가시죠!"

의사의 목소리에 옅은 경멸이 담겨 있었다. 이제 막 수술을 마친 환자인데, 보호자의 배려 없는 행동으로 힘들게 치료했던 상처가 또다시 터졌다. 그가 아무리 잘생겨도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의사는 윤혜인에게 진통제를 놓은 뒤, 터진 상처를 봉합하면서 참고 있던 말을 내뱉었다.

"자기 자신을 아낄 줄 알아야죠. 가족들이 이 모습을 보면 얼마나 슬퍼하겠어요. 그럴 가치가 없는 사람 때문에 스스로 망치는 짓은 하지 말아요."

가족, 가족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겨우 참고 있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그녀는 한때 이준혁을 좋아했지만, 그는 결코 그녀의 가족이 되어주질 못했다. 윤혜인의 유일한 가족은 할머니였다. 하지만 할머니도 떠나고 그녀는 혼자가 되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외로움에 빠져 있었을 때, 선물처럼 아이가 찾아왔다. 할머니가 홀로 남겨진 그녀를 위해 보내준 선물인 줄 알았다. 윤혜인이 얼마나 아이의 탄생을 기다렸을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다. 드디어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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