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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윤혜인은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표정을 본 이준혁은 왠지 모를 공포가 밀려와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원망하는 것조차 아까운 듯, 그녀는 어떠한 감정도 그에게 쏟아내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윤혜인이 점점 그에게서 멀어지는 것 같은 두려움이 이준혁을 덮쳤다.

'그럴 리가 없어. 날 좋아한다고 했잖아!'

이준혁은 소원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윤혜인을 꽉 끌어안았다.

"나 소원 씨한테 다 들었어. 너 나 좋아하잖아, 그렇지? 하루아침에 끊을 수 있는 감정 아니잖아."

이준혁은 초췌했지만, 여전히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윤혜인은 더 이상 그에게 어떠한 설렘도 느끼지 못했다.

"분수에 맞지 않게 가졌던 감정이었어요. 처음부터 가지지 말았어야 할 감정이었죠. 제가 어리석었어요. 당신한텐 늘 임세희가 일 순위였는데, 그걸 모르고 끼어들지 말아야 할 곳에 끼어들었어요. 그래서 하늘이 제게 벌을 내렸나 봐요. 처음엔 할머니, 이제는 아기까지, 다음엔 제 목숨이겠죠!"

그 말을 들은 이준혁은 심장이 뜯긴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윤혜인의 저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 세게 끌어안으며 간절하게 말했다.

"내가 세희한테 가진 감정은 사랑이 아니야. 부채감이지. 내가 진짜 사랑하는 건 너뿐이야!"

하지만 너무나도 늦은 고백이었다. 윤혜인의 마음은 이미 얼어붙어 그의 말이 전혀 와닿지 않았다.

"이거 놔요!"

그녀가 몸부림치며 외쳤다.

"아니... 난 절대로 널 놓을 수 없어!"

이준혁은 그녀를 놓아줄 마음이 전혀 없었다. 이대로 그녀를 놓치면 영영 다시는 붙잡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가 평소답지 않게 떨리는 목소리로 윤혜인을 설득하려 했다.

"이번 일은 다 내가 잘못했어. 우리가 함께한다면 아이는 언제든지 다시 가질 수 있잖아. 몇 명이든 네가 원하는 대로 낳자.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내가 잘 지킬게...."

그 말을 들은 윤혜인은 더 이상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이준혁의 어깨를 이빨로 세게 깨물어버렸다. 온몸이 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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