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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0화

솔로 기간만 30년인데 이런 감정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가정이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다행히 벗어났어. 나쁜 습관은 없을 거야. 바람피우는 일도 없을 거고. 한평생 너만 바라보면서 살게. 만약 우리가 가정을 꾸릴 수 있다면 한마음 한뜻으로 가정을 위한 삶을 살 거야. 아빠가 되는 게 처음이지만 어떻게 좋은 아빠가 될지 열심히 공부해 볼게. 아이는 네가 갖고 싶지 않다면 안 가져도 돼. 아름이, 초롱이, 그리고 파랑이까지, 그 아이를 유일한 내 자식처럼 돌보면서 살게.”

초롱과 파랑은 윤혜인이 뱃속의 아이를 위해 지은 태명이었다.

이름보다는 진지한 감이 좀 떨어질 수 있지만 윤혜인은 어릴 적 그녀를 길러준 외할머니가 간단한 이름일수록 더 키우기 쉽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시골에서 가끔 남자아이 태명을 똥강아지라고 짓고 여자아이 태명을 꼬물이라고 짓는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낳아서 잘 키우기 위한 목적이었다.

윤혜인도 이번에는 미신을 믿기로 하고 아주 일반적인 태명을 지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무사하고 건강한 삶만 산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

솔직히 배남준이 마지막으로 한 말이 윤혜인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평생 자기 아이를 가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윤혜인의 세 아이를 그의 자식처럼 돌보면서 살겠다는 게 누구나 내릴 수 있는 결심은 아니었다.

윤혜인은 전에 더는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해피엔딩보다는 새드엔딩을 더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고난을 겪었지만 결국 해피엔딩을 맞이하지 못했다.

윤혜인은 소원을 떠올렸다. 사랑을 좇다가 날개가 꺾이고 나락으로 빠져 허우적댔지만 지금은 사랑에서 벗어나 오히려 더 잘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세 아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잘 키울 자신은 있었지만 아버지라는 역할이 빠지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랐다. 성격이 변하기라도 할까 봐 걱정이었다.

윤혜인이 고민하자 배남준이 말했다.

“혜인아, 지금 당자아 대답할 필요 없어. 무엇이든 시간이 필요하잖아. 일단 눈앞에 놓인 관문부터 해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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