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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0화

윤혜인은 자신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사랑할 용기가 없는 것이었다.

사랑의 대가는 너무나 컸고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때 적절한 타이밍에 문이 열리더니 배남준이 들어왔다.

“이야기 다 끝났어?”

이준혁은 잠시 굳은 얼굴로 배남준을 바라보았다.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혜인이가 나랑 대화를 나눈 것도 배남준과 상의한 결과였다는 건가?’

이준혁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사실은 이미 눈앞에 명확했지만 그는 계속해서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을 뿐이다.

배남준은 윤혜인의 손을 잡으며 이준혁을 바라보았다.

“이준혁 씨, 다리를 위해서라도 서울로 돌아가 치료받는 게 좋을 겁니다. 아이 백일 때 오셔도 돼요. 언제든지 환영하니까요.”

배남준의 태도는 당당했지만 그에 비해 이준혁의 자존심과 집착은 한순간에 초라해졌다.

그는 마치 자신이 남의 가정을 침범하려는 부끄러운 존재로 전락한 듯한 기분이었다.

온몸이 경직된 채 이준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배남준은 그의 무례함과 대답 없는 태도에 개의치 않고 담담하게 윤혜인에게 고개를 돌렸다.

“우리 집에 가자.”

“네.”

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네’라는 대답 속에서도 배남준에 대한 의지가 느껴졌다.

윤혜인은 그를 아주 많이 의지하고 있었고 두 사람은 마치 알콩달콩한 여느 부부처럼 느껴졌다.

배남준의 손은 윤혜인과 자연스럽게 깍지를 끼며 더 단단히 그녀와 연결됐다.

두 사람은 그렇게 손을 잡고 병실을 나섰다.

이 순간, 이준혁은 갑자기 침대에서 뛰어올라 그들을 쫓아가서라도 이 관계를 깨뜨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혜인이는 분명히 나랑 함께 잘 살아 보겠다고 약속했는데...’

하지만 이제 윤혜인은 아무 망설임 없이 다른 남자의 손을 잡고 태연하게 떠나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서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미 굳어버린 다리는 감각을 잃은 지 오래였다.

이준혁은 그들을 쫓아가는 것은커녕 움직이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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