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천이 윤혜인을 찾아 얘기를 나눴다. 별다른 진척은 없어도 배남준의 건의에 따라 윤혜인에게 상황을 설명했다.이를 들은 윤혜인이 잠깐 침묵하더니 말했다.“오빠, 혹시 그 CCTV 영상 나 보여줄 수 있어?”얘기를 들어보니 CCTV 속에 찍힌 안경남이 유일한 단서 같았다.곽경천이 미간을 찌푸렸다. 윤혜인이 임신 중에 걱정하는 게 싫었지만 이 일은 윤혜인에게 큰 고민거리가 된 것 같았다.곽경천은 CCTV 영상을 태블릿에 카피해 윤혜인에게 건네더니 자기도 옆에 앉아서 같이 봤다.이 영상을 500번도 넘게 본 곽경천이었다. 남자가 사라진 골목의 CCTV도 100번 넘게 봤지만 전혀 단서라고 할만한 게 없었다.멀쩡한 사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으니 정말 난해했다.윤혜인이 다시 한번 쭉 보더니 순환 재생을 누르며 여러 번 돌려봤다.남자가 어딘가 이상했지만 도대체 어디가 이상한지는 콕 집어내긴 힘들었다.옷이 조금 이상한 것 같았다. 까만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어깨에 엄청 두꺼운 패드를 욱여넣은 것 같았다. 이렇게 두꺼운 패드를 넣었다는 건 체격을 불리기 위해서였다.남자는 점잖으면서 빈약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키도 작은 편이었다. 겨우 170이 되는 키에 어깨 패드를 잔뜩 욱여넣으니 꼴이 오히려 우스워 보였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곽경천의 말처럼 다른 이상한 점은 없었다.그래도 윤혜인은 포기하지 않고 여러 번 더 돌려봤다. 곽경천이 나가서 30분 남짓하게 통화를 하고 왔지만 윤혜인은 아직도 소파에 앉아 쿠션을 앉고 영상을 보고 있었다.“됐어.”곽경천이 그쪽으로 다가가 말했다.“내일 마저 봐. 그러다 눈 나빠지겠다.”곽경천이 이렇게 말하며 태블릿을 끄려 했다. 하지만 태블릿을 아래로 누르는 순간 윤혜인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잠깐만.”곽경천이 멈칫했다. 윤혜인이 정지 버튼을 누르자 화면은 안경남이 진열장 앞에 3초 정도 머물러 있는 게 보였다.하지만 진열장 안에는 눈길을 끌 만한 물건이 없었다. 그저 하얀 벽일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여자라니.곽경천은 문득 그 사람이 사라진 골목에 까만 옷을 입은 행색이 수상한 여자를 봤던 게 떠올랐다. 백번도 넘게 본 영상이라 틀림없었다.곽경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윤혜인을 꼭 끌어안으며 칭찬했다.“혜인아, 정말 고마워. 정말 큰 도움이 됐어.”윤혜인은 너무 기뻤다. 윤아름을 찾을 단서가 다시 생겨난 것이다.곽경천은 골목 CCTV 영상을 핸드폰에서 카피해 윤혜인과 계속 돌려보기 시작했다.이번에는 굳이 애쓰지 않아도 까만 옷을 입은 여자가 약재를 사 간 안경남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 이에 그들은 이 여자가 윤아름과 관련되어 있음을 확신했다. 아니면 약재 하나를 사기 위해 남자로 위장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동시에 윤아름이 살아있다는 게 망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도 설명할 수 있었다.‘엄마가 아직 살아있다니.’곽경천은 이 영상을 컴퓨터 고수에게 보내 이 여자의 형상만 단독으로 따내 알아보기 쉽게 해상도를 높여달라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의 정면 형상이 나왔다.곽경천은 그 사진을 배남준에게 보내 조사해달라고 했다. 배남준이 북안도에서의 세력이라면 여자를 빠른 시일 내에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아니나 다를까 해가 지기도 전에 소식이 왔다.여자는 강북구 진 의사님의 딸 진우희였고 마찬가지로 의대생이었다.곽경천은 여자를 찾는 일에는 윤혜인을 나서지 못하게 했다. 언제든 잠재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윤혜인도 배가 나날이 커져 불편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따라가겠다는 말은 하지 않고 그저 조심하라고 당부하며 절대 충동적으로 움직이지 말라고 덧붙였다.곽경천이 가고 윤혜인은 마음을 졸이며 집에서 기다렸다.한편. 원씨 저택.오늘은 윤아름에게 주기적으로 침을 놓는 날이었기에 진우희는 문 앞에 서서 집사가 나오길 기다렸다.집사가 검사를 마치고 진우희에게 지하로 통하는 숨겨진 문을 열어줬다.안으로 들어가자 윤아름이 침대맡에 앉아 수놓기하고 있었다. 원진우에게 한참 빌어서야 특제된 바늘로 심심풀이할 수 있게 동의했다
작은 여자아이가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엄마, 나는 잘 모르겠어요. 무슨 이야기에요?”“엄마가 들려줄 테니까 얌전하게 자야 해.”윤아름이 여자아이의 머리를 만지며 온화한 표정으로 말했다.“알았어요. 엄마.”여자아이가 윤아름의 품에 기대 눈을 감고 윤아름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었다.“엄마 제비와 작은 제비는 원래 수풀이 우거진 숲에 살고 있었는데 정말 풍요로운 숲이었어. 안에는 친절한 이웃들도 많고 먹을 것도 참 많았단다. 엄마 제비와 작은 제비는 그렇게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어.”“엄마 제비는 작은 제비에게 많은 걸 가르쳐줬지. 그들이 둥지를 튼 작은 나무 아래는 식물이 하나 자라나고 있었는데 작은 제비는 여러 꽃과 식물을 알아가는 걸 좋아했단다. 새로운 식물을 볼 때마다 엄마에게 이건 무엇이냐고 물었지.”“그러면 엄마 제비는 그 식물이 아주 좋은 약재인 당귀라고 말해줬어. 병을 고쳐줄뿐더러 목숨까지 구해줄 수 있는 신선들이 먹는 약이라고.”“천진난만한 작은 제비는 이렇게 물었어. 엄마, 그러면 우리 둥지 아래 자라난 저 당귀 팅커벨이 변한 게 아닐까요? 우리 집 지켜주려고요.”“엄마 제비가 말했지. 맞아. 당귀가 자라난 옆이 바로 우리 집이야. 만약 어느 날 길을 잃으면 당귀를 찾아. 그러면 엄마가 꼭 거기에서 기다릴 거야.”“작은 제비는 잘 기억하겠다고 말했어.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제비가 작은 제비에게 먹일 먹이를 구하러 갔다가 천재지변이 일어난 거야. 무시무시한 불이 숲을 삼켜버릴 기세로 활활 타올랐어. 숲에 있던 동물 친구들이 하나둘씩 죽어갔고 엄마 제비가 먹이를 물고 돌아왔을 때는 까맣게 타버린 나무 기둥만 발견했지. 숲은 까맣게 탄 재와 잔가지들만 남아 있었고 녹음은 찾아볼 수 없었어.”엄마 제비는 하늘을 날아다니며 애타게 작은 제비를 불렀지만 더는 작은 제비가 해맑은 목소리로 엄마라고 부르는 걸 들을 수가 없었어.”“산불이 지나갔지만 엄마 제비는 숲을 떠나지 않았어. 착한 인간들이 숲을 재건하는 걸 보며 엄마 제비는
“엄마 제비는 이제 며칠이나 더 살 수 있는지 몰라...”“그러던 중에 또 ‘짹짹’하는 익숙한 소리가 들렸어. 엄마 제비는 또다시 환청이 들리는 줄 알고 눈조차 뜨지 않았지.”“짹짹. 짹짹. 짹짹...”“울음소리가 계속 들리는데 너무 또렷하게 들리는 거야.”“엄마 제비가 눈을 떠보니 웬 털북숭이가 머리를 비집고 들어오는 거야. 익숙한 목소리에 똑같은 냄새라니, 작은 제비가 돌아온 거였어.”“훗날 현지인들에게 이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지면서 예쁜 시구까지 생겼지.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 제비가 둥지로 날아드네.”이야기가 거의 끝나갔지만 여자아이는 아직도 잠들지 않고 눈물이 살짝 고인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엄마, 엄마 제비 너무 대단한 것 같아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다렸잖아요.”윤아름은 여자아이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더니 부드럽게 말했다.“엄마 제비는 굳게 믿고 있었거든. 단 하루도 작은 제비를 찾는 걸 포기한 적이 없었어. 작은 제비가 아직 살아있다고 믿었고 끝내는 작은 제비가 돌아오는 날까지 버텼던 거야.”“엄마, 만약에 내가 작은 제비처럼 길을 잃으면 어떡해요?”여자아이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는 물었다.“엄마도 엄마 제비처럼 나를 찾으면서 나를 기다릴 거예요?”“당연하지. 엄마는 내 새끼 포기하지 않아. 엄마는 꼭 네가 다시 집에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거야.”여자아이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번졌다.“엄마, 나도 포기하지 않고 꼭 엄마를 찾아낼 거야.”“그래. 이제 자자.”“...”여자아이가 얌전하게 눈을 감았다. 윤아름은 여자아이의 사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따듯해졌다.사실 이야기 자체는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엄마 제비는 죽을 때까지 작은 제비를 만나지 못했다. 마지막에 본 장면은 그저 죽기 전에 본 환각일 뿐이었다. 작은 제비는 어쩌면 진작 산불에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사람이 지구에서 고지능 생물로 남을 수 있었던 것도 낙천적인 태도를 가지고 약자를 보호하며 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치장해 줬기
윤아름이 눈살을 찌푸렸다.‘배씨 가문과 원씨 가문이 서로 아는 사이인가? 그렇다면 원진우도 뭘 알아낸 건 아니겠지...’진우희는 갑자기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아참, 저번에 그 답례품도 배씨 가문에서 선물했을 거예요. 아니면 어떤 가문이 답례품에 그렇게 사치를 부리겠어요?”윤아름이 캐물었다.“신부가 정말 예뻤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나요?”“나와...”윤아름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또박또박 물었다.“나와 닮았던가요?”진우희가 그런 윤아름을 보며 송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사모님, 신부는 보지 못했습니다. 배씨 가문 잔치에 갈 자격이 아직 부족하거든요. 하지만 제가 아는 친구가 안에서 웨이터로 일하고 있어서 신부가 예쁘다고 알려줬어요.”윤아름은 살짝 실망했지만 그래도 그 사람이 무조건 윤혜인이라고 생각했다. 북안도에 이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 더 있을 리가 없었다.게다가 이 이야기는 윤아름이 미화한 것이었다.윤아름이 진우희에게 당귀를 사라고 시키자마자 한국 국적을 가진 아가씨가 북안도로 시집왔고 제비가 둥지로 날아드는 그림을 수놓은 답례품을 선물로 집마다 보냈다.신부가 윤아름의 딸이 아닐지라도 무조건 딸과 관련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아니면 곽경천일 수도 있다. 아니, 곽경천이라고 생각했다. 곽경천이 실종된 동생을 찾았고 동생이 그 이야기를 곽경천에게 들려줬을지도 모른다.윤아름은 자기 추측이 맞다는 생각에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우희 선생님, 혹시 뭐 좀 부탁해도 될까요?”윤아름이 진우희를 바라보며 물었다.진우희는 윤아름이 원하는 게 뭔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봤다.“한 번만 도와줘요.”윤아름이 약간은 조잡한 자수를 진우희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이 자수를 그 신부에게 전해줘요.”진우희의 안색이 갑자기 변하더니 단칼에 거절했다.“사모님, 죄송합니다. 그럴 수는 없어요.”진우희가 자수를 다시 윤아름에게 돌려주며 하얗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저는 그럴 용기가 없어요. 죄송해요. 사모님.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천민으로 구분되지 않고 고개를 쳐들고 다녀도 되는 곳이었다.커다란 유혹 앞에 원씨 가문 가주의 위협은 보잘것없어 보였다. 게다가 최근 가주는 사람을 별로 죽이지 않았고 몸을 사리고 있었다. 그녀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는 어떤지 모르지만 말이다.아무튼 진우희는 그 제안에 마음이 흔들렸다. 진우희는 윤아름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결심이라도 한 듯 이렇게 말했다.“사모님. 도와드릴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 보장이라는 게 얼마 정도 되죠?”사람은 재산을 쫓다가 가랑이가 찢어지고 새는 음식을 쫓다가 죽는다는 말이 있다.진우희는 북안도에서 20년 넘게 하인으로 살아왔다. 의사라는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존중은 눈곱만치도 없었다.그렇게 돈 많은 사람들 집을 드나들었지만 가는 곳마다 오만한 모습으로 그녀를 무시하기 일쑤였다.북안도에서 가정 의사는 중산계급이어도 가질 수 있었지만 진우희는 되고 싶지 않았다. 원씨 가문도 후보에 없었지만 핍박에 못 이겨 결국 오게 되었다.지금 평민의 신분을 벗어날 기회가 왔는데 누군들 설레지 않겠는가.윤아름은 진우희가 이걸 물은 줄은 몰랐다. 보장을 섭섭지 않게 할 생각이었지만 윤아름도 지금 시세가 얼마인지 몰랐다.나갈 수만 있다면 시세에 맞게 보장을 제공할 생각이었다.윤아름이 잠깐 고민하다가 20년 전만 해도 매우 높은 금액을 말했다.“10억 줄게요.”“10억이요?”진우희가 넋을 잃었다. 그러더니 하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사모님, 10억이면 저기 패물함에 있는 목걸이에 달린 펜던트 하나도 못 사요.”진우희는 윤아름의 패물함을 본 적이 있었다. 거기에서 아무거나 골라도 20억 이상을 훌쩍 넘는 최고급 액세서리였다.윤아름은 이런 진우희를 본 적이 없었다. 감춰뒀던 탐욕이 지금 이 순간 모습을 드러낸 것 같았다.윤아름이 말했다.“그러면 얼마를 원하는데요?”진우희는 현재 시세를 모르는 윤아름을 이해하기로 했다.“160억 주세요.”진우희가 말했다.200억을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너무 많
윤아름의 신임은 이미 진우희에게 많은 이점을 가져다줬다. 원진우도 진우희는 남다르게 보고 있었다.그것 외에 다른 내놓으라 하는 가문에서도 원씨 가문의 중시를 받는 진우희를 보고 사적으로 찾아와 고액의 보수를 주며 병을 봐달라고 했다.하지만 이 돈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신분 상승을 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 다른 나라로 이민가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건 꿈도 꿀 수 없었고 가끔 여행 가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이래저래 계산기를 뚜드리던 진우희는 결국 눈길을 윤아름에게 돌렸다.윤아름은 만나는 사람이 적어 매우 단순할뿐더러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사악한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게다가 진우희에 대한 믿음이 강하고 편을 들어주려고 하니 제일 좋은 동아줄이긴 했다.“하지만...”윤아름은 이랬다가 나가지 못하면 진우희에게 줄 돈이 없을 것 같아 망설였다. 윤아름의 손에는 지금 돈이 없었고 무턱대고 원진우에게 달라고 했다가는 의심을 살 수도 있었다.“알아요.”진우희는 윤아름이 망설이는 원인을 알고 있었다. 나가지 않는다면 돈이 없으니 말이다.원진우의 재산이 나나를 뒤흔들 만큼 많다 해도 문도 나가지 못하는 사람에게 돈을 줄 리는 없었다. 그리고 윤아름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원진우는 척척 알아서 사가지고 왔다.윤아름은 종일 이 호화로운 감옥에 갇혀 있으니 돈을 쓸데도 딱히 없었다.진우희가 뭘 갖고 싶어 하는지는 윤아름도 진작 알고 있었다.“그러면 블루 하트를 제게 주세요.”윤아름이 멈칫했다. 진우희가 말하는 블루 하트가 뭔지 몰랐기 때문이다.원진우가 액세서리를 수도 없이 선물했지만 윤아름은 원진우가 가면 바로 끼기 싫어서 벗어두곤 했다.여기 이렇게 갇혀 있는데 해도 보여줄 사람이 없었다.진우희가 말했다.“중간에 엄청 큰 블루 다이아몬드가 달린 목걸이요.”진우희의 묘사는 정확했다. 저번에 딱 한 번 봤지만 진우희의 눈길을 사로잡은 목걸이였다. 정말 아름답기 그지없는 목걸이였다.진우희는 그렇게 크고 맑은 블루 다이아몬드를 처
하지만 그 목걸이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진우희는 어기적거리며 윤아름이 잡는지 지켜봤다.“선생님...”아니나 다를까 윤아름이 진우희를 불러세웠다.진우희가 걸음을 멈추자 윤아름이 설명했다.“아쉬워서 그러는 건 정말 아니에요. 그냥 진우 씨가 발견하면 선생님이 불리해질까 봐 그러는 거예요...”“액세서리가 그렇게 많은데 하나 정도 없어진다고 어떻게 알아요?”진우희는 어이가 없었다. 윤아름이 아까워서 그러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하여 그 자리에 우뚝 선 채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그냥 줄지 말지만 얘기해요. 주기 싫다면 저도 언젠가 가주님을 보고 무서워서 횡설수설할지도 모르겠네요. 가끔은 입이 머리보다 먼저 움직여서...”너무 노골적인 협박에 윤아름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윤아름은 오랫동안 사람을 별로 만나지 못했다. 잠에서 깨어난 후로 방 청소하는 벙어리 아줌마 외에 제일 많이 만난 사람이 진우희였다.진우희를 착하지만 두려움이 많은 아가씨라고 생각했지만 상황에 따라 두 얼굴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었다.거래만 틀어진 거라면 그냥 진우희에게 부탁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고민해 볼 생각이었다. 성공 가능성이 반으로 준다고 해도 목걸이 하나 때문에 진우희가 위험해지는 건 싫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진우희는 지금 다 같이 죽자는 심보로 윤아름을 협박하고 있었다.윤아름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줄게요.”기분이 좋아진 진우희가 얼른 표정을 정리하더니 부드럽게 말했다.“사모님 좋은 분인 거 저도 알고 있어요. 어차피 끼지도 않을 거 제가 먼저 보관해 드릴게요.”윤아름은 즐거워하는 진우희의 얼굴을 보며 자꾸 어딘가 불안했다.진우희가 재촉했다.“사모님, 얼른 금고 열어주세요.”액세서리는 특별 제작한 유리 금고에 들어 있었고 홍채와 비밀번호로만 열 수 있었다.저번에 윤아름이 깜빡하고 닫지 않았다는 걸 발견하고 몰래 꺼내서 착용해 본 것이었다.원씨 가문은 경비가 삼엄했다. 그날은 금속탐지기를 넘을 수 있는 주머니를 챙기지 않았기에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