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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2화

배남준은 차갑게 굳은 어머니의 시체를 지키고 있었지만 배영석은 걸음조차 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배남준은 언젠가 배씨 가문을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내리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 크고 나서도 배씨 가문 남자애들 사이에서는 특출나지 않았다. 자기 자신을 최대한 숨기기 위해 교육자가 되는 걸 선택했기 때문이다

사실 배남준은 학식이 높을 뿐만 아니라 머리도 총명했다. 국제 무역도 막힘없이 해냈고 다른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배영석은 평생을 용맹하게 산 자신과는 달리 유약한 서생으로 자란 배남준을 보며 후계자 교육을 시킬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하여 배남준이 호적을 따로 파겠다고 해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배영석은 배남준이 북안도를 떠나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교육자가 벌면 얼마나 번다고 아이도 제대로 키우지 못할 텐데 고생 좀 하다 보면 다시 북안도로 돌아와 의지할 곳을 찾을 것이다.

배영석은 배남준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지만 배남준의 와이프 윤혜인과 처남인 곽경천이 궁금했다.

곽씨 가문은 L 국에서도 꽤 유명했다. 이번에 곽진명은 몸이 좋지 않아 오지 못했지만 곽진명과 어떻게 항운 사업을 확장할지를 관해 토론해 보고 싶었다.

곽씨 가문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서라도 배영석은 결혼식을 성대하게 치러주며 새며느리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그러면 북안도에서 며느리를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한편, 배남준이 손을 씻고는 식탁을 마주한 채 앉았다.

도우미가 수저를 내다 주고는 천천히 물러가자 주방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

배남준이 야채를 집어서 먹더니 말했다.

“맛 괜찮네. 이거 먹어봐. 아이에게 좋대.”

윤혜인이 한 젓가락 집어서 입에 넣었지만 나무껍질을 씹는 것처럼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를 위해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도 배남준이 먼저 한입 먹고 괜찮다 싶으면 윤혜인에게 말해줬다. 윤혜인은 그런 배남준의 성화에 못 이겨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이 먹었다.

웬만큼 먹자 배남준이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준혁 씨 수술 잘 받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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