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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1화

배남준은 윤혜인이 산 것이면 가지려고 했다.

“아니야. 그렇게 까탈스럽지는 않아.”

배남준이 웃으며 말했다.

“집에 가자.”

배남준이 차 문을 열며 윤혜인을 차에 태웠다.

차는 이미 떠났지만 창문가를 꿋꿋이 지키는 그림자는 여전했다.

이준혁은 화기애애한 두 사람을 보며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처럼 아팠다.

그녀의 손을 잡고 안고 달래는 건 원래 그가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배남준이 그의 자리를 완전히 뺏어가 버렸다.

이준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

이준혁은 이튿날 비행기로 떠났다.

지금 서울로 돌아가 수술한다면 윤혜인의 출산 예정일을 놓칠 게 뻔했다.

이준혁은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윤혜인은 매정하게도 그 기회를 주지 않았다.

윤혜인은 눈앞에 펼쳐진 현실로 다른 사람과 새로운 삶은 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준혁은 이런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친근한 두 사람의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요동쳤다. 이렇게 나가다가는 정말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더 미쳐가거나 아니면 더 비굴해지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준혁의 교양과 자존심이 그가 더 비굴해지는 걸 용납하지 못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서울로 돌아가 윤혜인이 원하는 조용한 삶을 돌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

윤혜인은 이준혁이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별다른 내색은 하지 않았다. 여전히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가 구경도 하고 산책도 했다.

그럴 때마다 옆에는 배남준이 함께했다.

저녁이 되자 테이블에는 윤혜인의 입맛을 맞춰서 준비한 요리들이 올라왔지만 윤혜인은 젓가락만 헤집을 뿐 별로 먹지 않았다.

배남준이 다가와 물었다.

“저녁 먹어?”

윤혜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배남준을 올려다봤다.

“오빠, 어쩐 일로 왔어요?”

도우미가 배남준의 손에서 외투를 받아 걸었다.

배남준이 말했다.

“같이 밥 먹으려고 왔지.”

배남준은 요즘 호적을 따로 옮기느라 바빴다. 윤혜인과 아이를 데리고 다른 나라로 이민 하러 가겠다는 핑계로 말이다.

배씨 가문은 이런 규정이 있었다.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면 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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