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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그녀의 남자가 되고 싶다.

차 문이 닫히자마자 두터운 지프차가 휭하니 질주하기 시작했다.신은지가 안전벨트를 아직 매지 않았다는 걸 생각해서 차 속도를 낮췄는데도 인기척이 호텔을 들썩이게 했다.

박태준이 문 앞에 다다랐을 때 붉은빛을 띤 후미등이 암흑을 뚫고 휙 지나간 것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는 빛이 사라진 방향을 뚫어지게 보면서 눈빛은 까마득한 야밤의 하늘보다 어두웠다. 얇은 입술은 오므리고 있었고 입꼬리는 조금 내려갔다.

웨이터는 부상을 입은 전예은을 부축하며 나왔다.

"전예은 님. 제가 차를 운전할게요,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네."

그녀는 박태준과 나란히 서 있었다.

발이 너무 아파 문틀에 기대야 비로소 곧게 설수 있었다.

하이힐을 신다가 어느새 호텔의 일회용 슬리퍼로 갈아 신었는데 발은 오히려 더 부어 보였다.

박태준은 위아래로 훑으면서 뭔가를 말하려는 듯이 입을 열려고 했다.

그의 시선이 느껴져 전예은은 못본 척 하면서 말을 가로챘다.

"그 여자 쫓아 가, 날 상관하지 말고."

그녀는 고결하고 오만한 태도로 앞만 바라보았다.

"그 사람 왜 갑자기 너를 때리는지 알아?"

박태준의 목소리는 여느 때와 같이 낮고 차가웠으며 아무런 감정 기복도 느껴지지 않았다. 일반 사람을 대하는 것과 무분별했다.

전예은은 붉어진 눈으로 고개를 돌려보자 박태준의 무덤덤한 눈빛과 마주쳤는데 그녀는 자조하듯이 입가가 올라가면서 웃었다.

"너 방금 다친 내 발이 걱정되어서 물어본 거야, 아니면 늘 연약하고 고귀하던 그 여자가 갑자기 몸을 낮추어 나한테 왜 손을 대는지 궁금해서 그런 거야? "

박태준은 아무 말도 대답하지 않았다.

전예은은 고개를 쳐들어 몇 초간 침묵하더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

"그 여자한테 가서 물어봐."

다소 평온해지고 애써 감정을 억누른 것 같지만 그래도 목소리 사이로 울먹임이 들렸다. 될 대로 되라는 뜻으로 들린다.

"그 여자 말은 다 맞아."

이때 웨이터가 차를 몰고 나타났다.

전예은은 그의 부추김도 기다리지 않은 채 절뚝절뚝 걸어가서 차 문을 직접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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