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한창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에 진선호는 박태준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는 박태준과 신은지의 결혼에 대한 기사는 보지 못했다. 오히려 다른 여자가 스캔들이 있었다.하여 박태준이 그다지 질 좋은 남자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결혼할 상대가 있으면서도 행동을 조심하지 않으니 말이다.진선호는 삐딱하게 서서 호기롭게 입을 열었다.“당신을 만나고 싶지 않다잖아. 바른 가정환경에서 자란 귀공자면 자중하는 게 어때?”그러자 박태준이 눈알을 부라렸다.“네까짓 게 무슨 자격으로 끼어드는 거야?”낮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하고 있는 그는 겉모습으로 보면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때려눕힐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뼛속부터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스는 사람을 두렵게 했다.모두 피가 들끓고 있는 사내라 이런 도발에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더군다나 오래전부터 서로 거슬렸던 터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주먹다짐이 시작되었다.격한 몸싸움이었고 소리만 들었다면 어마어마한 공포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진선호의 주먹이 박태준의 왼쪽 얼굴에 날아가 꽂힌다. 동시에 상대에게 복부를 가격당했다. 그는 충격에 뒤로 몇 걸음 물러났고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근육의 보호를 받고 있다지만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것 같았다.“윽...”고통스럽게 신음을 내뱉은 그는 박태준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몇 년 동안 팀에서 일대일로 붙으면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이가 많지 않았다.박태준은 보기와 다르게 한 주먹하는 것 같았다.진선호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다시 자세를 잡고 박태준에게 손을 까딱였다.“들어와.”박태준은 입가의 피를 쓱 닦고 겉옷을 벗었다. 그리고 넥타이를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며 손목의 단추를 풀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했다.그러면 걸리적거리지 않아 주먹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다.이 분위기는...옆에 있던 경비는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내버려두자니 큰 소란이 생길 것 같아 업주에게 교대하기에 곤란하고 그렇다고 중재하려니 겁이 났다.
박태준은 눈꺼풀을 힘겹게 올렸다. 입술 사이와 코에서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거실은 불을 켜지 않은 상태였고 창으로 들어온 가로등 불빛만이 방안을 비추고 있었다. 어두운 불빛이 연기에 가려져 시야가 흐릿했다.그의 목젖이 움직이고 짧은소리가 흘러나왔다.“보내.”전화를 끊은 진영웅은 바로 기사 내용을 전송했다.암흑 속에서 휴대폰을 바라보니 눈이 불편했다. 하지만 박태준은 불을 켜는 것조차 귀찮아 그대로 보기로 했다. 스마트한 가구들이어서 카톡을 사용하여 어플 하나만 다시 열면 불을 켤 수 있는데 말이다.신은지가 전예은을 때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사진 속에는 그녀가 손을 들어 올린 장면만 있을 뿐 뒤에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기사는 전예은을 옹호하며 신은지를 비판하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다. 그중에 그들이 호텔 방을 잡은 내용도 들어있었는데 그녀가 몸으로 사모님의 자리에 오른 것이라고 적혀있었다.단어 선택이 비교적 완곡햇지만, 박태준은 이 기사가 그를 시험해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기사는 더욱 자극적이었을 것이다.진영웅의 전화가 걸려 왔다.“대표님, 이대로 내보낼까요?”박태준은 생각에 잠겼다. 짧은 머리 아래 자리 잡은 그의 오관은 휴대폰의 불빛에 더욱 차가워 보였다. “그녀가 몸을 팔아 이 결혼을 해서 사모님이 되었다고 생각해?”진영웅: “...”박태준의 태도를 종잡을 수 없었던 진영웅은 감히 말을 잇지 못했다.비록 그도 예전에는 그렇게 여기고 있었고 옆에서 2년을 봐온 그이기에 박태준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에서 소경이 아니라면 누구나 박태준이 사모님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겼을 것이다.하지만 요즘 박태준에게서 언뜻 보이는 참회의 눈빛은 사실이 전혀 겉보기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박태준은 침묵하고 있는 진영웅을 나무라지 않았다. 그의 쉰 목소리에는 씁쓸한 웃음이 담겨있었다.“결혼을 강요한 사람은 나야.”진영웅: “...”그는 박태준이 한 말이 진실인지 아니면 그저 그
신은지의 물음에 보드 가드들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차가운 표정으로 일관했다.“저희가 받은 지령은 보호하는 거예요.”보호?신은지는 박태준이 그렇게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필요 없어요. 어디에서 왔으면 거기로 돌아가요.”그러는 사이 그녀는 이웃이 문을 열고 이쪽으로 쳐다보는 것을 보았다.하지만 보디가드들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들의 태도는 감정이 없는 로봇 같았다.“우리가 필요 없다면 대표님이 대신 오시겠다고 했어요.”신은지: “...”식욕이 확 떨어졌다.그녀는 하는 수없이 ‘쾅’ 소리를 내며 문을 닫았다.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박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대가 전화를 받자 그녀는 머리끝까지 치민 화를 쏟아냈다.“박태준, 밖에 있는 사람을 당장 치워.”“그들이 너를 보호해야 해.”상대는 금방 잠에서 깬 듯이 잠긴 목소리였다.신은지는 입술을 깨물었다.“필요 없어.”“오늘 기사가 떠서 너의 얼굴을 모두가 알아볼 거야. 그중에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도 있어. 네가 있는 거기는 안전하지 않아.”박태준이 이 말을 꺼내지 않았으면 괜찮았을 것인데 신은지를 더 자극하고 말았다.“그때 나와 호텔에서 나오던 모습을 찍힌 사진을 매체에 보낼 때는 이런 좋은 마음이 아니었잖아?”그때 후폭풍으로 집 밖에도 나가지 못하면서도 빚쟁이의 독촉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보디가드는 물론 그녀를 위해 말을 해주는 이 하나 없었다.잠시 침묵하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잠겨있던 그의 목소리는 음산한 기운을 풍겼다.“누가 말했어?”신은지가 비꼬며 말했다.“당연히 너의 보물단지가 아닐까?”어젯밤에 그렇게 많은 눈들이 지켜봤던 일도 아주 꽁꽁 잘 숨겨둔 이유가 그 보물단지 때문이지 않은가.그렇지 않으면 달랑 박태준이 건넨 초대장을 들고 경매에 참석한 전예은이 네티즌들에 의해 제삼자란 딱지를 평생 안고 살아야 했을 것이다.전화 저편에서 냉소가 흘러나왔다.잠시 말이 없던 박태준이 입을 열었다.“보디가드에 관한 일은 의논할 것도 없어. 내가 거기로 옮겨
어젯밤에 그는 병원을 찾아 상처를 치료받았다. 하지만 신은지에게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마스크를 벗어봐요. 제가 한번 상처를 봐야겠어요.”신은지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여기서요? 다른 곳에서 보면 안 될까요?”뒤에 두 명의 보디가드는 박태준의 사람이었다. 그들이 본다는 것은 간접적으로 본 거나 다름없다.“옷을 벗으라는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밍기적거려요? 호텔 방이라도 잡아요?”“안 될 것도 없죠...”신은지는 그의 마스크를 벗겼다. 그녀가 행동으로 옮겼을 때 이미 반응한 그가 거부하려 손을 들었지만, 다시 내려놓았다.그러다 만약 힘 조절을 실패해서 그녀에게 상처 입을 것 같았다.마스크를 벗은 그의 얼굴에 상처가 드러났다. 하루밤 사이 더 충격적으로 변해 있었다.입술을 깨문 신은지는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병원으로 가죠.”이건 단지 눈으로 볼 수 있는 외상이었다. 이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혹시라도 보이지 않는 내상도 있으면...만약 지체하여 다른 문제가 생긴다면 후회해도 늦어버리게 된다.진선호는 내키지 않았다.“밥 먹으려는 게 아니었어요? 난 지금 아무렇지도...”그는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신은지의 불만스런 눈빛에 다시 이내 말을 바꿨다.“식사를 먼저하고 가는 게 어때요? 이미 예약까지 했어요.”우아한 환경의 레스토랑에 앉아 지난날을 돌아보고 미래를 말하려 하지 그 누가 사람도 많고 큰 소리로 외쳐야 간신히 소통할 수 있는, 의자마저도 서로 쟁취해야 하는 병원 급진에 가고 싶겠는가.신은지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밥이 목숨보다 더 중요해요?”그녀는 진선호의 손에 들려진 차키를 아무렇게나 낚아챘다.“조수석으로 가요.”방금 그가 걸어올 때 발이 불편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이 몸으로 어떻게 운전한 거예요? 아무 데나 들이받으면 어쩌려고요?”진선호는 그녀를 졸졸 따라 걸으며 그녀의 훈계를 듣고 있었다.신은지가 운전석에 먼저 올라탔다. 그가 조수석의 문을 열려는데 두 보디가드도 다가와
박태준은 신은지를 바라봤다. 신은지는 어쩔 수 없이 그의 품에 기대 있긴 했지만 시선은 진선호에게 꽂혀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진선호밖에 없었다. 박태준의 손이 그녀의 어깨에서 떨어져 허리에 놓였다. 그는 손에 힘을 주며 그녀의 시선을 다시 돌리려 했다. 박태준의 표정이 어두웠다. “가자.” 강태산은 재빨리 차를 두 사람 가까이에 세웠다. 손만 뻗으면 차 문을 열수 있는 거리였다. “아니...” 신은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박태준은 그녀를 강제로 차에 태웠다. 진선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손을 뻗어 말리고 싶었으나 보디가드들이 그를 제지했다. 결국 눈 깜짝 할 사이에 신은지는 박태준의 차를 타고 떠나버렸다. 차 안에는 강태산뿐만 아니라 진영웅도 있었다. 진선호의 목소리가 차 시동소리에 옅게 들려왔다. “박태준, 그 사람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기만 해. 가만두지 않을 거야.” 하지만 진선호도 자신이 이 일에 끼어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관계가 나쁘다 하더라도 혹은 두 사람이 이미 이혼을 생각하는 사이라 하더라도 어쨌든 부부 사이 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합리했다. 진선호는 그저 신은지가 원하지 않을 때가 되어야만 끼어들 자격이 있었다. 남자의 마음은 남자가 더 잘 알았다. 방금 박태준의 눈에는 소유욕이 가득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박태준이 이성을 잃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진선호도 같은 남자로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진선호가 상상하고 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박태준은 그녀에게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차 문이 닫히자마자 그녀에게서 손을 뗐다.지금 이 시각 두 사람은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차 안에는 그 누구도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었고 숨 쉬는 소리마저 거의 안 들렸다. 신은지가 고개를 돌렸다. 박태준 이 눈을 감은 채 차 시트의 등을 기대고 자는척 하고 있었다. 얼굴에 그림자가 비칠 정도로 긴 속눈썹, 꽉 다문 입술, 각진 얼굴이 그의 차가움을 더 드러냈다. 진영웅이 백미로 이 상황을 지
그는 고개를 숙인 채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어느새 입술이 바로 그녀의 눈앞에 놓였다. 신은지는 저도 모르게 심장이 빨리 뛰었다.“뭐 하는 거야.”가깝게 붙어선 박태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유성 쪽에 희망이 없으니 이제는 진선호로 갈아탄 거야?”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고 약간의 웃음기도 서려있었다. 그의 숨결이 느껴지자 신은지는 그와 조금 떨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뒤쪽은 막다른 벽이었기에 꼼짝도 하지 못했다.“약 바르겠다며, 저쪽으로 가서 누워.”신은지가 소파 쪽을 가리키며 박태준을 밀어냈다. 지금 이대로는 너무 위험했다. 비록 전예은이 가고 나서 그가 다른 여자와 어울리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 어떤 일도 확신할 수는 없었다. 박태준이 작게 웃더니 신은지에게 살짝 입을 맞췄다.“내가 묻잖아.”신은지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신은지의 이성이 끊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몸부림을 치며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다. 꽉 다문 입술은 박태준에게 어떠한 기회도 주지 않았다. 박태준은 신은지가 자신을 얼마나 거부하고 있는지, 그녀가 지금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아볼 수 있었다. 정말 자신이 손 하나 까딱 하는 것도 싫은 눈치였다. 조금 빨개진 눈과 코, 홍조를 띠는 볼 그리고 흰 피부까지 어느 것 하나 박태준을 유혹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 사실 그녀가 거부한다 하더라도 박태준이라면 충분히 그녀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제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은지 역시 그걸 느끼고 있었다. 신은 지의 눈빛에는 놀라움과 경멸이 가득했지만 박태준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그녀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가만히 있어.”신은지가 이를 악 물었다.“만약 네가 내 입장이라면 가만히 있을 거야?”박태준이 웃었다.“그럴 수도.”이 짐승 같은 남자랑은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은지야, 집에 있어?”나유성이었다. 신은지가 구세주라도 만난 듯이 기뻐했다. 그녀는 박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이거 놔.”박태준은 차갑게 그녀를 쳐다보며 움직이지 않았
박태준이 신은지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신은지는 여전히 박태준을 매섭게 노려 보고 있었고 그녀의 몸에는 박태준이 거칠게 입을 맞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만약 그녀의 손에 칼이라도 들려 있었다면 바로 박태준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박태준은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나유성의 손을 바라봤다. 방금 나유성은 지문으로 도어락을 열고 들어왔다. 나유상은 눈치가 매우 빠른 사람이었기에 박태준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바로 읽어 낼 수 있었다.“미안, 그때 급해서 미처 지우지 못했어.”이건 확실히 나유성의 잘못이었기에 그는 얼른 도어락에서 자신의 지문을 삭제했다. 박태준은 들어와서 앉으라는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현관에 서서 당장이라도 나유성을 보낼 기세로 말했다.“이렇게 늦었는데 무슨 일이야?”“지나가던 길에 경비실에서 어젯밤에 일이 좀 있었다고 하는 걸 듣고 한번 올라와봤어.”사실은 오늘 아침 경비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어젯밤에 일을 싹 알려줬었다.“어딜 가던 길인데 하필 여기를 지나치게 되서."두 남자의 시선이 마주쳤다. 나유성은 거짓말을 하면서도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나유성이 말한 곳은 마침 이곳을 지나야 하는 게 맞았다. 신은지가 문 밖을 가리키며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나가.”“신은지.”허태준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감정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경고를 하는 뜻임은 분명했다. 신은지가 목소리를 높였다. 어느새 그녀의 감정도 많이 격앙된 상태였다. 이제 그녀는 이 지옥 같은 혼인 생활을 다른 사람 앞에 드러내는 것조차 아무렇지 않았다.“나가. 당장 꺼져.”박태준이 차가운 표정으로 신은지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신은지가 미쳐 피하지 못했지만 나유성이 중간에서 박태준의 손을 막았다.“나가서 한 잔 할까?”“나유성?”박태준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너 선 넘었어.”나유성은 천성이 부드러운 사람이었지만 그만큼 기세에서도 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너네 부부 사이의 일을 끼고 싶은 건 아니지만 오늘 밤 내가 여기에 남는다면 관
신은지의 차량이 멈추자 꽃집 알바생이 시선을 돌렸다. 알바생은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비교해 보는 것 같았다. 이 차량이 맞다는 확신이 서자 알바생이 신 은지 쪽으로 다가왔다. 작업실 안의 사람들은 모두 이 상황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들이 출근했을 때부터 알바생이 저 큰 꽃다발을 들고 있었으니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었다. 신은지 차는 이미 작업실 주차장에 도착했다. 모두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인데 차를 돌릴 수도 없었기에 그녀는 알바생이 걸어오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신 사모님 되십니까?” 차 문이 닫혀 있음에도 알바생의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신은지는 차에서 내렸다.“박 사장님이 선물한 꽃다발입니다. 영수증에 서명해주세요.”알바생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동기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직원이 적은 데다가 일도 지루한 작업실에서 이 꽃다발은 그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들도 모두 어제 기사를 다 본 상태였다. 심지어 평소에 기사를 잘 보지 않는 동기마저 소문을 듣고 기사를 봤다. 평소에 조용하기만 하던 신은지가 재경그룹의 사모님 일 거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재경그룹이면 엄청난 재벌이다. 그들은 자신의 주위에 이런 훌륭한 인맥이 생길 줄은 몰랐다. 신은지는 사인을 하지 않았다. 꽃다발이 매우 컸기에 알바생은 한 손으로 들기 버거워서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영수증에 사인을 받으려고 했다. 신은지는 동기들의 구경거리가 되기 싫어 얼른 사인을 하고 말했다.“이건 버려 주세요.”알바생은 꽃다발을 그대로 차에 내려놓고는 인사를 하고 얼른 도망갔다. 손님이 주문한 꽃을 버릴 수는 없었다. 신은지는 동기들의 시선을 피해 다시 차에 올라타서 전화를 걸었다.“박태준, 이게 뭐 하는 짓이야?”박태준은 꽃집 알바생의 문자를 받았기에 꽃이 이미 배달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근데 신은지의 화난 듯한 말투를 듣자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안 기뻐?”“기쁘기는 무슨.”신은지는 거친 말이 튀여 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