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들어올 때 신은지를 보게 되었는데 진선호는 자기가 잘못 본 줄 알았다. “아까 들어올 때 잘못본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정말 은지씨 맞네요.”그는 신은지 옆자리에 너무 편안한 자세로 앉았다. “뭐 마음에 드는 거 있어요? 있으면 제가 선물해 줄게요.”모든 사람의 자리에 책자가 놓였고 안에는 오늘 경매할 상품의 소개가 있었다. 신은지가 대답하려고 하자 옆에 있던 박태준이 먼저 말했다. “저기 진선호씨 자리는 여기 아닌 거 같은데.”진선호는 이제야 박태준을 보게 되었다. “은지씨, 이분 혹시 ?”두 남자의 눈빛이 마주쳤다.하나는 잘난 척 가득했고 하나는 차갑고 냉정했다.박태준은 자연스럽게 신은지 어깨에 손을 올려 자기의 신분을 과시했다. “은지 남편입니다..”“남편? 결혼했어요?” 방금 전 기자들 몰릴 때 진선호는 그 현장에 없었다. 신은지의 어깨에 올린 박태준의 손을 보니 표정이 안 좋아 보였다. 그리고 바로 그녀의 팔을 잡고 말했다. “언제 결혼한 건데요? 옛날에 나한테 시집오기로 했잖아요.”진선호와 신은지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고 그는 애기때부터 말썽꾸러기였다. 다 크고 나서 그의 아버지가 강제로 부대로 보내 군생활을 하더니 예전 학교다닐 때보다 더 제멋대로였다. 기분 상하면 말하는 것도 소리 지르는 거랑 다름없었다.“뭐라고요?”언제 자기한테 시집간다고 얘기했는가?두 사람은 같은 반 친구였다. 고등학교 때는 같은 반이었고 대학교 때는 같은 학교였다. 진선호는 성격이 직설적이고 의리가 있어 친구가 당하는 걸 못 본다. 그때 신은지는 신지연과 심하게 다툴 때고 한 성격 할 때다. 두 사람은 별다른 연결고리가 없었지만, 그때 담임선생님의 권한으로 성적을 올리기 위해 1대1 프로그램으로 두 사람을 한 팀으로 만들었다. 진선호의 성적을 2개월 안에 50점을 올리는 것이다.모범생이 말썽꾸러기랑 한 팀이 되었으니, 처음에는 서로 싫어해 하루하루 조용할 날이 없었다. 진선호는 말썽꾸러기였지만 여자한테 절대로 손을 데지 않는다. 그에 비해 신은지
신은지는 또렷한 눈망울을 뜨고 눈가에는 겁 없는 웃음을 지었다. 이건 분명히 여우짓이다. 박태준은 전에 그녀가 두 마리 토끼를 못 잡게끔 한다는 말이 생각나 눈살을 찌푸렸다.이 사이에 경매사는 다시 감정을 입어 금액을 말했다. 이때 신은지는 다시 번호판을 들었고 강아지 놀리는 것처럼 최저 금액으로 계속 올렸다.이 상황에서 아무리 팔찌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마음을 접게 되었고 구경만 할 생각이었다. 전예은은 이를 꽉 물고 얼굴은 굳어있었다. 그리고 신은지의 속셈을 알기에 더는 번호판을 들지 않았다. 결국 이 팔찌는 신은지가 가지게 되었다.경매는 계속 진행되었고 전예은은 이 자리를 뜨게 되었다.신은지는 골동품을 복구하는 사람으로서 평소에 옛날 귀황족들이 가지고 있던 액세서리를 보게 되었다. 지금의 다이아몬드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인들의 지혜가 들어간 예술품이다. 그녀는 옆에서 즐겁게 행사를 즐기고 있는 강혜정을 보고 먼저 간다는 말은 못 하고 화장실 간다는 말밖에 안했다.“그래, 태준이랑 같이 가.”신은지는 거절하고 싶었다. 자기가 미치지 않고서야 박태준이랑 같이 화장실 갈 일이 없다. 전예은이 이미 여길 떠난 줄 알았는데 화장실에서 보게 될 줄은 생각 못 했다. 옛말에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신은지는 아무 일 없는 듯 손을 씻고 있었고 방금 경매 현장에서 자기랑 팔찌 빼앗은 사람이 아닌 것만 같았다. 전예은은 주먹을 쥐고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신은지, 너 방금 일부러 그런 거지?”“맞아.”신은지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 “너한테 잘못한 게 없어. 나 태준이 좋아해, 그래서 너랑 페어플레이하는거지......”“전에 너희들이 편 먹고 내 그림 산 것도 페어플레이라고?” 신은지는 더 이상 듣고 심지 않아 그녀의 말을 끊었다. “전예은, 이거 하나만으로 너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야.”결국 이 사건은 크게 문제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신은지한테는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쳐 졸업하고 여러 회사에서
차 문이 닫히자마자 두터운 지프차가 휭하니 질주하기 시작했다.신은지가 안전벨트를 아직 매지 않았다는 걸 생각해서 차 속도를 낮췄는데도 인기척이 호텔을 들썩이게 했다.박태준이 문 앞에 다다랐을 때 붉은빛을 띤 후미등이 암흑을 뚫고 휙 지나간 것밖에 보이지 않았다.그는 빛이 사라진 방향을 뚫어지게 보면서 눈빛은 까마득한 야밤의 하늘보다 어두웠다. 얇은 입술은 오므리고 있었고 입꼬리는 조금 내려갔다.웨이터는 부상을 입은 전예은을 부축하며 나왔다."전예은 님. 제가 차를 운전할게요,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주세요.""네."그녀는 박태준과 나란히 서 있었다.발이 너무 아파 문틀에 기대야 비로소 곧게 설수 있었다.하이힐을 신다가 어느새 호텔의 일회용 슬리퍼로 갈아 신었는데 발은 오히려 더 부어 보였다.박태준은 위아래로 훑으면서 뭔가를 말하려는 듯이 입을 열려고 했다. 그의 시선이 느껴져 전예은은 못본 척 하면서 말을 가로챘다."그 여자 쫓아 가, 날 상관하지 말고."그녀는 고결하고 오만한 태도로 앞만 바라보았다."그 사람 왜 갑자기 너를 때리는지 알아?"박태준의 목소리는 여느 때와 같이 낮고 차가웠으며 아무런 감정 기복도 느껴지지 않았다. 일반 사람을 대하는 것과 무분별했다.전예은은 붉어진 눈으로 고개를 돌려보자 박태준의 무덤덤한 눈빛과 마주쳤는데 그녀는 자조하듯이 입가가 올라가면서 웃었다."너 방금 다친 내 발이 걱정되어서 물어본 거야, 아니면 늘 연약하고 고귀하던 그 여자가 갑자기 몸을 낮추어 나한테 왜 손을 대는지 궁금해서 그런 거야? "박태준은 아무 말도 대답하지 않았다. 전예은은 고개를 쳐들어 몇 초간 침묵하더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그 여자한테 가서 물어봐."다소 평온해지고 애써 감정을 억누른 것 같지만 그래도 목소리 사이로 울먹임이 들렸다. 될 대로 되라는 뜻으로 들린다."그 여자 말은 다 맞아."이때 웨이터가 차를 몰고 나타났다.전예은은 그의 부추김도 기다리지 않은 채 절뚝절뚝 걸어가서 차 문을 직접 열었다......
조금 전 한창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에 진선호는 박태준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는 박태준과 신은지의 결혼에 대한 기사는 보지 못했다. 오히려 다른 여자가 스캔들이 있었다.하여 박태준이 그다지 질 좋은 남자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결혼할 상대가 있으면서도 행동을 조심하지 않으니 말이다.진선호는 삐딱하게 서서 호기롭게 입을 열었다.“당신을 만나고 싶지 않다잖아. 바른 가정환경에서 자란 귀공자면 자중하는 게 어때?”그러자 박태준이 눈알을 부라렸다.“네까짓 게 무슨 자격으로 끼어드는 거야?”낮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하고 있는 그는 겉모습으로 보면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때려눕힐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뼛속부터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스는 사람을 두렵게 했다.모두 피가 들끓고 있는 사내라 이런 도발에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더군다나 오래전부터 서로 거슬렸던 터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주먹다짐이 시작되었다.격한 몸싸움이었고 소리만 들었다면 어마어마한 공포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진선호의 주먹이 박태준의 왼쪽 얼굴에 날아가 꽂힌다. 동시에 상대에게 복부를 가격당했다. 그는 충격에 뒤로 몇 걸음 물러났고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근육의 보호를 받고 있다지만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것 같았다.“윽...”고통스럽게 신음을 내뱉은 그는 박태준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몇 년 동안 팀에서 일대일로 붙으면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이가 많지 않았다.박태준은 보기와 다르게 한 주먹하는 것 같았다.진선호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다시 자세를 잡고 박태준에게 손을 까딱였다.“들어와.”박태준은 입가의 피를 쓱 닦고 겉옷을 벗었다. 그리고 넥타이를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며 손목의 단추를 풀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했다.그러면 걸리적거리지 않아 주먹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다.이 분위기는...옆에 있던 경비는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내버려두자니 큰 소란이 생길 것 같아 업주에게 교대하기에 곤란하고 그렇다고 중재하려니 겁이 났다.
박태준은 눈꺼풀을 힘겹게 올렸다. 입술 사이와 코에서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거실은 불을 켜지 않은 상태였고 창으로 들어온 가로등 불빛만이 방안을 비추고 있었다. 어두운 불빛이 연기에 가려져 시야가 흐릿했다.그의 목젖이 움직이고 짧은소리가 흘러나왔다.“보내.”전화를 끊은 진영웅은 바로 기사 내용을 전송했다.암흑 속에서 휴대폰을 바라보니 눈이 불편했다. 하지만 박태준은 불을 켜는 것조차 귀찮아 그대로 보기로 했다. 스마트한 가구들이어서 카톡을 사용하여 어플 하나만 다시 열면 불을 켤 수 있는데 말이다.신은지가 전예은을 때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사진 속에는 그녀가 손을 들어 올린 장면만 있을 뿐 뒤에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기사는 전예은을 옹호하며 신은지를 비판하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다. 그중에 그들이 호텔 방을 잡은 내용도 들어있었는데 그녀가 몸으로 사모님의 자리에 오른 것이라고 적혀있었다.단어 선택이 비교적 완곡햇지만, 박태준은 이 기사가 그를 시험해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기사는 더욱 자극적이었을 것이다.진영웅의 전화가 걸려 왔다.“대표님, 이대로 내보낼까요?”박태준은 생각에 잠겼다. 짧은 머리 아래 자리 잡은 그의 오관은 휴대폰의 불빛에 더욱 차가워 보였다. “그녀가 몸을 팔아 이 결혼을 해서 사모님이 되었다고 생각해?”진영웅: “...”박태준의 태도를 종잡을 수 없었던 진영웅은 감히 말을 잇지 못했다.비록 그도 예전에는 그렇게 여기고 있었고 옆에서 2년을 봐온 그이기에 박태준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에서 소경이 아니라면 누구나 박태준이 사모님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겼을 것이다.하지만 요즘 박태준에게서 언뜻 보이는 참회의 눈빛은 사실이 전혀 겉보기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박태준은 침묵하고 있는 진영웅을 나무라지 않았다. 그의 쉰 목소리에는 씁쓸한 웃음이 담겨있었다.“결혼을 강요한 사람은 나야.”진영웅: “...”그는 박태준이 한 말이 진실인지 아니면 그저 그
신은지의 물음에 보드 가드들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차가운 표정으로 일관했다.“저희가 받은 지령은 보호하는 거예요.”보호?신은지는 박태준이 그렇게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필요 없어요. 어디에서 왔으면 거기로 돌아가요.”그러는 사이 그녀는 이웃이 문을 열고 이쪽으로 쳐다보는 것을 보았다.하지만 보디가드들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들의 태도는 감정이 없는 로봇 같았다.“우리가 필요 없다면 대표님이 대신 오시겠다고 했어요.”신은지: “...”식욕이 확 떨어졌다.그녀는 하는 수없이 ‘쾅’ 소리를 내며 문을 닫았다.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박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대가 전화를 받자 그녀는 머리끝까지 치민 화를 쏟아냈다.“박태준, 밖에 있는 사람을 당장 치워.”“그들이 너를 보호해야 해.”상대는 금방 잠에서 깬 듯이 잠긴 목소리였다.신은지는 입술을 깨물었다.“필요 없어.”“오늘 기사가 떠서 너의 얼굴을 모두가 알아볼 거야. 그중에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도 있어. 네가 있는 거기는 안전하지 않아.”박태준이 이 말을 꺼내지 않았으면 괜찮았을 것인데 신은지를 더 자극하고 말았다.“그때 나와 호텔에서 나오던 모습을 찍힌 사진을 매체에 보낼 때는 이런 좋은 마음이 아니었잖아?”그때 후폭풍으로 집 밖에도 나가지 못하면서도 빚쟁이의 독촉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보디가드는 물론 그녀를 위해 말을 해주는 이 하나 없었다.잠시 침묵하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잠겨있던 그의 목소리는 음산한 기운을 풍겼다.“누가 말했어?”신은지가 비꼬며 말했다.“당연히 너의 보물단지가 아닐까?”어젯밤에 그렇게 많은 눈들이 지켜봤던 일도 아주 꽁꽁 잘 숨겨둔 이유가 그 보물단지 때문이지 않은가.그렇지 않으면 달랑 박태준이 건넨 초대장을 들고 경매에 참석한 전예은이 네티즌들에 의해 제삼자란 딱지를 평생 안고 살아야 했을 것이다.전화 저편에서 냉소가 흘러나왔다.잠시 말이 없던 박태준이 입을 열었다.“보디가드에 관한 일은 의논할 것도 없어. 내가 거기로 옮겨
어젯밤에 그는 병원을 찾아 상처를 치료받았다. 하지만 신은지에게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마스크를 벗어봐요. 제가 한번 상처를 봐야겠어요.”신은지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여기서요? 다른 곳에서 보면 안 될까요?”뒤에 두 명의 보디가드는 박태준의 사람이었다. 그들이 본다는 것은 간접적으로 본 거나 다름없다.“옷을 벗으라는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밍기적거려요? 호텔 방이라도 잡아요?”“안 될 것도 없죠...”신은지는 그의 마스크를 벗겼다. 그녀가 행동으로 옮겼을 때 이미 반응한 그가 거부하려 손을 들었지만, 다시 내려놓았다.그러다 만약 힘 조절을 실패해서 그녀에게 상처 입을 것 같았다.마스크를 벗은 그의 얼굴에 상처가 드러났다. 하루밤 사이 더 충격적으로 변해 있었다.입술을 깨문 신은지는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병원으로 가죠.”이건 단지 눈으로 볼 수 있는 외상이었다. 이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혹시라도 보이지 않는 내상도 있으면...만약 지체하여 다른 문제가 생긴다면 후회해도 늦어버리게 된다.진선호는 내키지 않았다.“밥 먹으려는 게 아니었어요? 난 지금 아무렇지도...”그는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신은지의 불만스런 눈빛에 다시 이내 말을 바꿨다.“식사를 먼저하고 가는 게 어때요? 이미 예약까지 했어요.”우아한 환경의 레스토랑에 앉아 지난날을 돌아보고 미래를 말하려 하지 그 누가 사람도 많고 큰 소리로 외쳐야 간신히 소통할 수 있는, 의자마저도 서로 쟁취해야 하는 병원 급진에 가고 싶겠는가.신은지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밥이 목숨보다 더 중요해요?”그녀는 진선호의 손에 들려진 차키를 아무렇게나 낚아챘다.“조수석으로 가요.”방금 그가 걸어올 때 발이 불편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이 몸으로 어떻게 운전한 거예요? 아무 데나 들이받으면 어쩌려고요?”진선호는 그녀를 졸졸 따라 걸으며 그녀의 훈계를 듣고 있었다.신은지가 운전석에 먼저 올라탔다. 그가 조수석의 문을 열려는데 두 보디가드도 다가와
박태준은 신은지를 바라봤다. 신은지는 어쩔 수 없이 그의 품에 기대 있긴 했지만 시선은 진선호에게 꽂혀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진선호밖에 없었다. 박태준의 손이 그녀의 어깨에서 떨어져 허리에 놓였다. 그는 손에 힘을 주며 그녀의 시선을 다시 돌리려 했다. 박태준의 표정이 어두웠다. “가자.” 강태산은 재빨리 차를 두 사람 가까이에 세웠다. 손만 뻗으면 차 문을 열수 있는 거리였다. “아니...” 신은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박태준은 그녀를 강제로 차에 태웠다. 진선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손을 뻗어 말리고 싶었으나 보디가드들이 그를 제지했다. 결국 눈 깜짝 할 사이에 신은지는 박태준의 차를 타고 떠나버렸다. 차 안에는 강태산뿐만 아니라 진영웅도 있었다. 진선호의 목소리가 차 시동소리에 옅게 들려왔다. “박태준, 그 사람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기만 해. 가만두지 않을 거야.” 하지만 진선호도 자신이 이 일에 끼어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관계가 나쁘다 하더라도 혹은 두 사람이 이미 이혼을 생각하는 사이라 하더라도 어쨌든 부부 사이 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합리했다. 진선호는 그저 신은지가 원하지 않을 때가 되어야만 끼어들 자격이 있었다. 남자의 마음은 남자가 더 잘 알았다. 방금 박태준의 눈에는 소유욕이 가득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박태준이 이성을 잃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진선호도 같은 남자로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진선호가 상상하고 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박태준은 그녀에게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차 문이 닫히자마자 그녀에게서 손을 뗐다.지금 이 시각 두 사람은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차 안에는 그 누구도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었고 숨 쉬는 소리마저 거의 안 들렸다. 신은지가 고개를 돌렸다. 박태준 이 눈을 감은 채 차 시트의 등을 기대고 자는척 하고 있었다. 얼굴에 그림자가 비칠 정도로 긴 속눈썹, 꽉 다문 입술, 각진 얼굴이 그의 차가움을 더 드러냈다. 진영웅이 백미로 이 상황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