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오른 후 임윤아는 줄곧 침묵을 지켰다.그녀의 눈에는 아직 물기가 어려 있었다.김 비서가 그녀와 나란히 앉았고 김 비서 역시 여자인데 어떻게 임윤아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할 수 있겠는가... 임윤아는 심경서를 사랑한다.그러나 그들 중 한 명은 고귀한 신분을 지니고 있고 한 명은 진흙에서 뒹굴며 살아온 사람이다.게다가 심경서에게는 아내와 자식이 있다.김 비서가 임윤아의 어깨를 툭툭 치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당신은 아직 젊으니 앞으로 분명 당신을 진심으로 대해주는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그러나 임윤아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젊은 시절, 운명과도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앞으로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심경서에 대한 그녀의 이 감정 또한 입 밖에 낼 수는 없다. 껍질을 벗기고 나면 그녀는 그저 심경서가 기른 한 마리의 카나리아일 뿐이기 때문이다.만약 감정을 이야기한다면 이것만큼 우스운 일도 없다.이에 김 비서는 한숨만 내쉬며 임윤아를 그녀의 집까지 바래다주고는 별장으로 돌아가 조은혁에게 오늘의 일을 보고했다. 조은혁은 1층의 작은 접대실에서 그녀를 만나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정오가 가까워지자 김 비서는 그녀의 큰 별장으로 돌아갔고 조은혁은 2층 서재로 돌아갔다.문을 열자마자 박연희의 손안에 누군가가 직접 쓴 손편지가 들려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정은호가 친필로 쓴 손편지였다.그리고 편지는 간단명료한 몇 글자로 되어있었고 편지의 내용도 명확했다.박연희가 정씨 저택에서 잠깐 머무는 것을 환영한다는 내용이었다. 정은호와 그의 부인이 정성껏 보살필 것이니 조 대표는 안심해도 된다는 말이다.박연희는 그 편지를 여러 번 훑어보았다.서재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조은혁이었다.부부는 잠시 눈을 마주쳤고 이윽고 조은혁이 그녀를 향해 걸어와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가볍게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넓은 손바닥으로 그녀의 아랫배를 애틋하게 쓰다듬으며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나
이윽고 그녀가 목소리를 낮추었다.“정은호가 조 대표의 사람일 줄 정말 몰랐어요.”박은화는 다소 부러웠다.어젯밤, 그녀는 황지욱과 분석을 해보았는데 조은혁과 심지철을 비교해본다면 조은혁이 여전히 한 수 위에 있었다... 젊고 에너지가 넘치며 수단도 다양했다.“연희 씨는 걱정하지 말고 H시에서 아이에 집중하세요. 조 대표님께 도움이 필요하다면 제 남편이 무조건 조 대표님의 편에 설 겁니다.”그 말에 박연희는 박은화의 손을 맞잡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그 말을 해주시니 안심이 되네요.”박은화는 직접 그녀에게 장미 차를 따라주며 말을 이었다.“장미 차는 안정에 좋으니 한번 드셔보세요.”두 사람은 오랫동안 매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중에 박은화는 갑자기 일이 생겼다며 먼저 자리를 비웠다.박연희는 장미 차가 정말 괜찮다는 생각에 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그 차를 비웠다... 그러나 그녀는 이로 하여금 익숙한 얼굴을 마주할 거라는 것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객실 문을 살짝 열리고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심지철과 서 비서였다.서 비서가 먼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왔다.“사모님.”그러나 심지철은 이 호칭이 매우 불쾌하다는 듯 서 비서에게 밖에서 기다리라고 당부하고는 곧장 룸 안으로 들어왔다.노란 등불 아래, 오랜만에 만난 부녀는 여전히 별다른 말이 없었다.심지철은 이미 조금 부풀어 오른 박연희의 아랫배를 바라보며 이미 임신 4개월이 다 되어간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던 심지철이 곁에 있던 서류 가방 속에서 네 개의 큰 빨간 봉투를 꺼내 박연희에게 건네주었다.“이 안에는 집본이 하나씩 들어있다. 모두 좋은 구역의 별장이야. 아이 셋에 너까지 해서 4인분을 마련했으니 받거라... 내가 주는 세뱃돈이라 치자.”“받기 싫습니다.”박연희는 망설이지 않고 즉시 거절했다.“조은혁 때문이냐?”심지철의 물음에 박연희는 애써 감정을 억누르고 눈앞에 있는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그를 아버지라고 불렀던
그날 밤, 조은혁은 박연희를 아이들과 함께 H시로 보냈다.장씨 아주머니는 그들을 보내기 아쉬워 전용기가 이륙하는 것을 보기 위해 공항까지 바래다주었고 계속하여 눈물을 훔쳤다.저녁 8시 반.JH그룹의 전용기는 H시 국제공항에 착륙하게 되었다.공항의 주차장에는 4대의 귀한 캠핑카가 일자로 늘어서 있었고 정은호와 엄수지가 정신을 차리고 B시에서 온 조 대표 일가를 맞이했다. 특히 정은호는... 그의 친부모님이 아직 조은혁의 손에 쥐어져 있기에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잠시 후, 조은혁이 자신의 아내를 데리고 나왔다.박연희는 조진범의 손을 잡고 있었고 조은혁은 어린 민희를 품에 안고 있었는데 소녀는 낯선 주위를 바라보며 아버지의 목을 꼭 껴안았다.그때, 정은호의 옆에 서 있던 추 비서가 꽃다발을 들고 박연희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사모님, H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지난번의 냉담함에 비하면 오늘의 장면은 훨씬 고급스러웠다.박연희도 자연스럽게 그들의 호의를 받아들였다.그녀 역시 남편의 체면을 대표하고 있기에 어깨를 펴고 대범하게 행동했다.이윽고 정은호가 직접 차 문을 열어주며 신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며칠 전 조은혁에게 맞아서 코가 시퍼렇게 멍들고 얼굴이 부은 것은 전혀 눈치챌 수 없을 정도였고 이 자리에 앉게 된 것도 어찌 됐든 그는 몸을 굽힐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그렇게 고급스러운 캠핑차 몇 대가 차례로 공항을 떠났다.한 시간 뒤 차가 천천히 정씨 저택의 검은 꽃무늬 대문을 들어서자 대낮처럼 환한 불이 눈에 들어왔다.정씨 집안은 본채 외에 뒤쪽에는 아름다운 작은 양옥 한 채가 있었다.별장은 2층으로 되어있었고 총 12개의 방이 있다.집안의 모든 가구와 장식이 상당히 사치스러웠다.조은혁은 이 건물에 12명의 경호원을 배치했는데 박연희의 출입은 모두 이 12명의 경호원이 책임지게 될 것이고 산부인과 검사는 엄수지가 직접 동행하기로 하고 문제가 생길 시 가장 먼저 그녀의 책임을 물을 것이다.그가 박연희를 H시에 둔 것은
조은혁은 고개를 숙이고 박연희를 바라보았다.그러자 박연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하여 조은혁이 목소리를 높여 그녀의 말에 답해주었다.“저와 아내는 조금 후, 곧 따라갈게요.”바깥의 발걸음 소리가 점차 멀어지고 박연희는 조은혁을 놓아주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설령 정은호 씨의 부모님이 당신 손에 있다고 하지만 저는 지금 정은호 대표님의 영역에서 지내고 있으니 관계가 너무 꼬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필요한 체면은 드려야죠.”그러자 조은혁은 그녀의 연약한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싱긋 웃어 보였다.“여자와 교제하는 건 다 네 말대로 할게.”그 말에 박연희는 조은혁을 밉지 않게 흘겨보며 물었다.“평소에 여자와 교제를 하는 일이라면 당신이 가장 잘 알 텐데 왜 제 말을 들어요?”드레스룸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조은혁은 더욱 뻔뻔하게 굴었다.“마음을 정한 이후로 여자와 사귀어 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 내 마음속에는 오직 당신만이 있고 내 몸도 오직 당신에게만 바칠 거야.”박연희는 더 이상 이런 주접을 듣기 싫어 얼굴을 붉히며 그를 재촉하여 함께 계단을 내려갔다.“정 대표님과 사모님을 기다리게 하지 말고 빨리 내려가요.”그러나 조은혁은 꿈쩍도 하지 않고 그녀의 작은 팔을 붙잡고 속삭였다.“연희야, 저 사람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행동을 하면 꼭 나한테 말해야 해. 이빨이 다 빠지도록 패버릴 거니까.”그러자 박연희는 아랫배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지긋지긋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배가 이만한데 당신 말고 누가 저한테 눈길을 주겠어요?”그 말에 조은혁도 그녀의 배를 만져보았다.지금 그 뱃속에 그의 사랑스러운 딸이 들어있을 것이다....그렇게 한 가족이 정 대표가 마련한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조은혁은 정은호와 세계관과 주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엄수지는 매우 사교적이었다. 그녀는 신선한 비스킷을 굽고 커피와 차를 끓였을 뿐만 아니라 특별히 조진범과 민희에게 오르간을 연주해주기도 했다.조민희는 얌전히 앉아 그녀가 구
그 말을 들은 정은호의 안색이 이상하게 변해버렸다.엄수지는 아이를 낳을 수 없다. 그리고 그는 그녀가 왜 아이를 낳을 수 없는지 잘 알고 있다. 사실 그는 전부 다 알고 있지만... 그저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그리고 원래도 흥미가 없었다.그런데 엄수지가 막상 이 일에 대해 언급하니 그의 마음은 더욱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렇게 반나절을 참은 후에 그는 아내의 손을 몸에서 떼어내고 싱거운 표정으로 화제를 돌려버렸다.“늦었어, 이만 자자.”엄수지는 다시 반듯이 누워 홀로 수치스러운 마음을 달랬다.출신이 불명예스러운 그녀는 항상 남편 앞에서 한 수 아래였다.하지만 오늘 밤, 그녀는 아이가 너무 간절했다. 마치 어린 민희와도 같은 귀여운 소녀가 너무 간절했다.너무나도 간절했던 그녀는 어둠 속 남편의 손을 꼭 잡고 낮은 목소리로 애원했다.“은호 씨, 오늘 밤 그 아이는 조 대표님과 사모님의 친자식이 아니에요. 그들에게는 적자가 있고 게다가 사모님께서는 지금 임신 중이니 몇 년 후면 또 다른 아이를 낳을지도 몰라요...”정은호는 곧바로 그녀의 뜻을 알아맞히고 손을 들어 머리 뒤에 베고는 조용히 물었다. “그래서 그 아이를 양자로 데려오려고?”그 말에 엄수지가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그녀의 기대와는 달리 정은호는 그녀의 제안에 동의하지 않았다.“오늘 밤 당신도 보았듯이 조은혁은 그 아이를 자신의 친자식처럼 여기고 있어. 그런데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넘겨주겠어? 이 일은 꿈도 꾸지 마.”하지만 엄수지는 쉽사리 포기하지 않았다.“저도 아이를 제 친자식처럼 사랑해줄 수 있어요.”그제야 기분이 조금 좋아진 정은호가 몸을 옆으로 돌려 그녀의 몸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장난기가 섞인 말투로 약간 우스갯소리를 하였다.“그 사람은 돈이 부족하지도 않은데 당신이 정말 아이를 갖고 싶다면 나중에 귀여운 아이를 입양하면 돼.”하지만 엄수지는 다른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조민희가 갖고 싶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 아이와 인연이 있다고 생
오랫동안 고민하던 엄수지는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다.5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어느덧 임신한 지도 7개월이 다 되어갔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출산 예정일... 다행히도 그녀는 입맛이 좋은지라 매끄럽고 윤기가 흐를 정도로 건강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여리고 가는 몸매를 갖고 있었다.엄수지는 그녀의 곁을 지키며 거실에서 잡담을 나누었다.한편, 조민희는 얌전히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그리고 엄수지는 그러한 조민희를 매우 애지중지했다.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에둘러서 입을 열었다.“저는 민희 이 아이가 정말 귀엽다고 생각해요. 은호 씨와 얘기할 때마다 아이를 가지지 않은 것에 후회하고 있다니까요.”그러자 박연희는 웃음을 머금고 답했다.“정 대표님과 사모님 조건이라며 아이를 입양하는 것이 매우 쉬울 텐데요.”그 말에 잠깐 멈칫한 엄수지는 아예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기로 마음먹었다.“은호 씨와 여러 번 이야기했는데 저는 민희를 저희 양자로 데려오고 싶어요... 저도 사모님과 조 대표님께서 민희를 매우 아끼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저와 은호 씨도 이 아이를 무척 잘 대해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말이 끝나자 엄수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그녀는 진심으로 조민희를 좋아하고 있다.그런데 그때, 그들의 말을 알아들은 것인지 조민희가 그들을 빤히 바라보았다.“엄마.”이윽고 녀석은 가여운 고양이처럼 불쌍한 목소리로 박연희를 찾았다. 그러고는 그리던 그림까지 포기하고 박연희에게 쪼르르 달려가 그녀의 품에 안겼다.“엄마, 저는 다른 엄마 아빠를 원하지 않아요.”“그런 거 아니야.”박연희가 아이의 작은 머리를 가볍게 어루만지며 오랫동안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래주었다.마침내 그녀는 눈을 들어 엄수지를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저에게 이 얘기를 꺼낸 것을 보아하니 사모님께서도 우리들의 사정을 전부 알고 오신 모양인데... 오늘 얘기가 나왔으니 저도 사모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제 대답
사실 엄수지도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하지만 고개를 숙이고 조민희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시 마음이 편안해졌다.그녀는 이 아이가 너무 갖고 싶었지만 아이가 기댈 수 있는 기둥이 없어지는 건 원하지 않았다. 나중에 억지로 입양하더라도 이 아이는 그녀와 친해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어른의 인정을 베푸는 것이 훨씬 나았다.박연희는 큰일을 치르기 위해 조민희를 엄수지에게 맡겼고 엄수지도 자신에게 맡기라며 그녀를 안심시켜주었다.“내가 옆에 있으니 아이도 무사할 거야.”박연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표했다.그녀는 곧 다급하게 자리를 떴고 조민희는 그녀를 바라보며 엄수지의 품을 파고들었다.이거면 충분했다. 엄수지는 더 이상 아쉬울 것이 없었다....박연희는 20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본격적으로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만찬회로 향했다.오후 4시.시청의 예술관에는 유명인사들이 구름 떼와 같이 모여들었고 정은호는 샴페인을 들고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숭고한 지위에 얼굴도 상당히 품격이 있는지라 정은호의 주위에는 많은 귀부인과 유명인사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은 하나같이 정은호의 풍모를 조금이라도 얻기 위해 경쟁을 펼쳤다...별들이 그를 둘러싸고 그를 치켜세우고 있으니 정은호는 자연스레 기분이 매우 좋았다.바로 그때, 박연희가 홀로 연회장에 입장했다. 경호원 20여 명이라면 그녀에게도 다른 계획이 있었다.직원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녀에게 초대장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그러자 박연희가 핸드백에서 엄수지가 준 초대장을 꺼내 태연하게 말했다.“저는 정 대표 사모님 친구입니다.”정 대표 사모님의 친구라고?직원은 즉시 허리를 숙여 경의를 표하며 초대장을 박연희에게 돌려주었다.“사모님의 친구분이셨군요. 이쪽 VIP 통로로 모시겠습니다.”박연희는 임신 중이지만 여전히 기개가 넘쳤다.그녀는 조금도 내색하지 않고 정은호에게 다가가 그의 말을 단칼에 끊어버렸다.“정 대표님, 정말 찾기 힘들었어요.”갑
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이런 사적인 말들을 정은호가 꺼려하지 않고 말하다니. 정은호도 당연히 고려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박연희에게 자신의 충성심을 보여주기 바빴지만 당연히 박연희는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늦었어요." 박연희는 네 글자를 담담히 말하며 아무런 표정 없이 바라보았다. "지금 저는 두 가지 요구 사항이 있어요. 하나는 전화로 입장을 표명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이 전화를 끊고 즉시 사직하는 거에요. 당신은 아마 잘 모를 거예요. 당신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을 물색해 언제든지 당신을 대체할 수 있어요." 정은호는 믿을 수 없었다. "또 누가 나를 대체할 수 있단 말이에요?" 박연희의 입꼬리가 확 올라갔다."추 비서님이요. 당신이 가장 믿는 사람." 정은호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그는 믿을 수 없었다. 추 비서가 자신을 배신하고 자신의 자리에 앉으려 하다니. 박연희는 담담함 눈빛으로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아직 당신을 배신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내가 그 사람에게 이런 제안을 던진다면 아마 당신을 배신할 거예요.""인간의 악함은 당신이 가장 잘 알잖아요. 당신이 이렇게 추악하게 이 자리까지 오지 않았던가요?" "명예와 부 그리고 존엄까지 가지려 하다니." ...정은호의 이마에는 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 미친!"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고 싶었기에 박연희에게 맞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가 자신의 지위를 잃어버려도 그에겐 돈이 남아 있었다. 스위스 은행에 그의 아내 명의의 수억 달러가 있었고 이 돈으로 그는 남은 인생을 잘 살 수 있었다. 그는 전화를 들어 심씨 어르신에게 타격을 주었다. 그는 마지막 글자까지 내뱉고 홀연히 전화를 끊어버렸다.정은호는 명문가를 바라보며 오랜 시간 아부했고 자신도 그 무리에 속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아니다. 정은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가 막 사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