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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9화

차에 오른 후 임윤아는 줄곧 침묵을 지켰다.

그녀의 눈에는 아직 물기가 어려 있었다.

김 비서가 그녀와 나란히 앉았고 김 비서 역시 여자인데 어떻게 임윤아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할 수 있겠는가... 임윤아는 심경서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들 중 한 명은 고귀한 신분을 지니고 있고 한 명은 진흙에서 뒹굴며 살아온 사람이다.

게다가 심경서에게는 아내와 자식이 있다.

김 비서가 임윤아의 어깨를 툭툭 치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당신은 아직 젊으니 앞으로 분명 당신을 진심으로 대해주는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임윤아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젊은 시절, 운명과도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앞으로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심경서에 대한 그녀의 이 감정 또한 입 밖에 낼 수는 없다. 껍질을 벗기고 나면 그녀는 그저 심경서가 기른 한 마리의 카나리아일 뿐이기 때문이다.

만약 감정을 이야기한다면 이것만큼 우스운 일도 없다.

이에 김 비서는 한숨만 내쉬며 임윤아를 그녀의 집까지 바래다주고는 별장으로 돌아가 조은혁에게 오늘의 일을 보고했다. 조은혁은 1층의 작은 접대실에서 그녀를 만나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정오가 가까워지자 김 비서는 그녀의 큰 별장으로 돌아갔고 조은혁은 2층 서재로 돌아갔다.

문을 열자마자 박연희의 손안에 누군가가 직접 쓴 손편지가 들려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정은호가 친필로 쓴 손편지였다.

그리고 편지는 간단명료한 몇 글자로 되어있었고 편지의 내용도 명확했다.

박연희가 정씨 저택에서 잠깐 머무는 것을 환영한다는 내용이었다. 정은호와 그의 부인이 정성껏 보살필 것이니 조 대표는 안심해도 된다는 말이다.

박연희는 그 편지를 여러 번 훑어보았다.

서재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조은혁이었다.

부부는 잠시 눈을 마주쳤고 이윽고 조은혁이 그녀를 향해 걸어와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가볍게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넓은 손바닥으로 그녀의 아랫배를 애틋하게 쓰다듬으며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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