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73화

그 말을 들은 정은호의 안색이 이상하게 변해버렸다.

엄수지는 아이를 낳을 수 없다. 그리고 그는 그녀가 왜 아이를 낳을 수 없는지 잘 알고 있다. 사실 그는 전부 다 알고 있지만... 그저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원래도 흥미가 없었다.

그런데 엄수지가 막상 이 일에 대해 언급하니 그의 마음은 더욱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렇게 반나절을 참은 후에 그는 아내의 손을 몸에서 떼어내고 싱거운 표정으로 화제를 돌려버렸다.

“늦었어, 이만 자자.”

엄수지는 다시 반듯이 누워 홀로 수치스러운 마음을 달랬다.

출신이 불명예스러운 그녀는 항상 남편 앞에서 한 수 아래였다.

하지만 오늘 밤, 그녀는 아이가 너무 간절했다. 마치 어린 민희와도 같은 귀여운 소녀가 너무 간절했다.

너무나도 간절했던 그녀는 어둠 속 남편의 손을 꼭 잡고 낮은 목소리로 애원했다.

“은호 씨, 오늘 밤 그 아이는 조 대표님과 사모님의 친자식이 아니에요. 그들에게는 적자가 있고 게다가 사모님께서는 지금 임신 중이니 몇 년 후면 또 다른 아이를 낳을지도 몰라요...”

정은호는 곧바로 그녀의 뜻을 알아맞히고 손을 들어 머리 뒤에 베고는 조용히 물었다. “그래서 그 아이를 양자로 데려오려고?”

그 말에 엄수지가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와는 달리 정은호는 그녀의 제안에 동의하지 않았다.

“오늘 밤 당신도 보았듯이 조은혁은 그 아이를 자신의 친자식처럼 여기고 있어. 그런데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넘겨주겠어? 이 일은 꿈도 꾸지 마.”

하지만 엄수지는 쉽사리 포기하지 않았다.

“저도 아이를 제 친자식처럼 사랑해줄 수 있어요.”

그제야 기분이 조금 좋아진 정은호가 몸을 옆으로 돌려 그녀의 몸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장난기가 섞인 말투로 약간 우스갯소리를 하였다.

“그 사람은 돈이 부족하지도 않은데 당신이 정말 아이를 갖고 싶다면 나중에 귀여운 아이를 입양하면 돼.”

하지만 엄수지는 다른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조민희가 갖고 싶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 아이와 인연이 있다고 생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