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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화

물도 없이 허겁지겁 진통제를 삼켰고 약을 삼키는 순간은 사실 더 아팠지만 조금 있으니 통증도 많이 완화되었다.

통증이 완화되고 그의 검은 눈동자에도 다시 생기가 감돌았다. 그는 그녀의 무너진 모습을 바라보며 묵묵히 차 문을 열었다.

“타. 데려다줄게.”

“저 혼자 운전할 수 있어요.”

“박연희, 말 들어.”

이 한 마디는 마치 신혼 때로 다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그때 그녀는 그를 오빠라고 불렀고... 그녀의 일이라면 전부 조은혁이 결정해주니 그녀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그것도 결국 이별로 끝을 맺지 않았는가.

조은혁은 차 문을 당겨 박연희를 강제로 밀어 넣은 뒤 곧 다른 쪽으로 돌아 운전석으로 향했다.

차에 올라탄 뒤 그는 또 차 안의 온도를 높이고 그녀더러 젖은 옷을 벗도록 하였다.

그러나 박연희는 두 팔로 몸을 감싸 안으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됐어요. 어차피 멀지도 않은데.”

조은혁은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고 그가 가속 페달을 밟자 하얀색 BMW가 큰 빗줄기를 뚫고 심씨 집안 저택 쪽으로 향했다. 비가 많이 오는지라 조은혁은 매우 느리게 운전했고 도로를 달리고 있는 하얀색 차는 마치 회색빛의 물 막을 뚫고 다른 세계를 향해 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세계에는 오직 두 사람, 조은혁과 박연희만이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 한 명 없이, 은혜와 원한 하나 없고 상처와 과거도 없는 그저 그런 세계.

콧방울이 계속하여 붉게 타오르며 박연희는 얼굴을 돌렸다... 그렇게 차 안에는 침묵과 슬픔, 그리고 말할 수 없는 사랑과 미움, 어리석음과 원망만이 남았을 뿐이다.

한 시간 후, 조은혁은 박연희를 집에 데려다주었다.

오후에는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며 하늘과 땅 사이에 기괴한 빛이 나타나 두려운 기색을 띠었다.

차가 천천히 멈춰서고 박연희는 차에 앉아 낮고 쉰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녀도 인정사정없는 것은 아니었다.

“차 가지고 돌아가세요. 차는 나중에 제가 가지러 갈게요.”

하지만 조은혁은 필요 없다며 거절했다.

그는 우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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