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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박연희가 천천히 서재로 다가갔다.

서재 문이 활짝 열리고 안에서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 심지철의 고함소리가 이어졌다.

“유학, 결혼... 당장 하나만 골라!”

심경서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자 심지철의 목소리는 더욱 난폭해졌다.

“아직도 영광인 줄 알아? 심씨 가문 대대로의 체면이 너 하나 때문에 모두 엉망이 되어버렸어. 집안에서 그렇게 많은 덕망 있는 선생님을 찾아 성현의 도를 가르쳐 주었건만... 결국, 이딴걸 배운 거야? 입이 있다면 어디 한번 말해봐. 언제 일이야? 언제 일이냐고!”

“쭉, 쭉이요!”

그때, 심경서의 이마에서 검붉은 피가 천천히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두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심지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듯 했다.

“저는 줄곧 연희 씨를 좋아했다고요!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어요!”

“감히!”

“이 나쁜 놈, 감히!”

심지철이 또 서진 하나를 던졌다.

그런데 그 순간, 박연희가 심경서의 앞을 가로막았다. 몸은 어르신을 등지고, 어깨는 쇠로 된 서진에 의해 멍이 들고, 얼굴은 심경서와 마주하게 되었다... 이 순간 심경서의 표정은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할아버지께 사과드리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하세요.”

박연희를 바라보는 심경서의 눈빛은 더 이상 점잖지 않았고 오히려 그의 나이에 마땅히 있어야 할 열정의 불길이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또한 낮은 목소리로 반박했다.

“아니요, 저는 제 마음을 거스르고 싶지 않습니다.”

등 뒤에서 심지철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더니 그가 냉소를 터뜨렸다.

“정말 끝까지 나와 등을 돌리려는 모양이구나. 보아하니 넌 이 가정이 평안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은데 좋아, 네 소원을 들어주지.”

박연희는 화들짝 놀라 몸을 돌려 심지철을 불렀다.

“아버지!”

철석같은 심보.

그와 같은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중요한 때에 일반적으로 최선을 다해 상황을 만회하려 할 것이다.

그는 심경서의 젊고 깨끗한 얼굴을 바라보더니 순간적으로 결정을 내렸다.

“내일부터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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