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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9화

이어 박연희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아버지, 저 3일 안에 출국할게요.”

심지철이 흠칫 몸을 떨었다.

최민정도 깜짝 놀랐지만 그녀는 곧 정신을 차리고 박연희의 팔을 붙잡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심각한 거 아니에요. 내가 어르신께 다시 한번 사정해볼게요. 네?”

그러나 박연희는 가볍고도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뒷짐을 지고 선 심지철의 눈앞에는 책장을 가득 채운 성현 책이 꽂혀 있었다.

박연희가 그의 뒤에 다가온 후에도 그녀는 여전히 가늘고 얌전했다. 이윽고 박연희가 심지철에게 말을 꺼냈다.

“이번에 가면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까 아버지... 몸조심하세요.”

올 때는 마음이 조마조마했지만 떠날 때는 오히려 맑은 거울과도 같이 마음이 투명했다. 이것은 심지철이 그녀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그녀가 해야만 하는 것이다... 박연희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경서는 소개팅할 필요 없고 심지철도 종일 걱정할 필요 없다.

그저 박연희만 외국을 떠돌아다니며 돌아오지 않으면 된다.

박연희는 평온하기만 했고 단지 서재를 나설 때 어깨와 등으로부터 통증이 밀려와 문틀을 짚어야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이 문을 나선 뒤 다시 돌아올 땐 아마 이미 오랜 세월이 지났을 것이다.

서재 안, 심지철은 줄곧 등을 돌리고 있었다.

눈시울이 붉어졌고 그 역시 방금 잔인한 방법으로 자신의 딸을 직접 보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박연희가 억울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가 언제 억울하게 하지 않은 적이 있겠는가. 그가 잔인하게 방법을 쓰지 않았다면 심경서가 철저히 나쁜 길로 들어서게 될까 두려웠다.

“아버님!”

최민정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따졌다.

“경서를 유학 보내면 되잖아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요? 연희가 떠나면 진범이도 데리고 가야 하는데... 어렵게 데리고 왔는데 이러면 연희 씨가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딸을 가질 준비가 안 되셨나요?”

“나는 이 집을 위해서야.”

심지철이 고개를 쳐들고 눈 속의 눈물을 억누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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