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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6화

그러자 의사가 정색하며 말했다.

“혈연관계가 없다면 매칭 가능성은 0입니다.”

“검사해보죠.”

조은혁이 박연희를 보며 말했다.

박연희도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저도 해보죠.”

심철산 부부도 검사를 해보고 싶다고 나섰다. 민희가 심씨 가문의 핏줄은 아니지만 박연희가 친혈육으로 여긴 이상 민희는 심씨 가문의 자식이었다.

결국 심지철과 서지앙까지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는 3일이나 기다려야 했다.

의사는 그들에게 아이의 상태가 위험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고, 그들의 골수는 가능성이 희박하니 당장 하와이로 가서 아이의 직계 가족을 찾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밤이 되고 비가 끊임없이 내렸다.

박연희는 병실 바닥 창가에 서서 창밖으로 누렇게 시든 바나나 잎이 빗물에 흠뻑 젖어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유리에 옅은 안개가 피어오르고 그녀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무의식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미 하씨 가문과 연락이 닿았고 그들은 조은혁을 만나려 했다.

과거는 가슴을 짓누르는 큰 바위처럼 그녀의 숨을 턱턱 막히게 했다.

병상 곁에서 심지철은 직접 손녀를 극진히 돌보고 있었다.

그는 하민희의 손을 잡고는 박연희에게 말했다.

“민희 병 나으면 가서 이름부터 바꿔. 내 성을 따라 심 씨로 바꿔. 그러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 거야.”

박연희는 가볍게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녀는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

하씨 가문을 상대하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라 하씨 가문의 누구와도 골수가 맞지 않다면 민희는 어떡해야 할까?

깊은 밤, 그녀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일주일 동안 그녀는 눈에 띄게 야위었다.

심지철은 안타까운 마음에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쳤다.

“기왕 하와이에 갈 거면 오늘 밤 짐 싸서 떠나. 여긴 나랑 아주머니가 보고 있으면 되니까 경서랑 같이 가. 그럼 도윤이도 안심할 거고.”

박연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침에 돌아오면 제가 말할 거예요.”

심지철은 애틋하게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가서 푹 쉬어. 이 아빠가 있는데 뭔 걱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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