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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4화

지난 일은 전부 상처로 남았고 미래, 그들 사이에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그렇게 그들은 황혼 속에서 오랫동안 서 있었다.

마침내 조은혁이 먼저 싱긋 웃으며 말을 꺼냈다.

“그럼 먼저 갈게.”

그는 또 그녀를 한 번 깊이 쳐다보고는 돌아서서 차 문을 열었다.

차가 천천히 떠나고 박연희는 그 자리에 서서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겨울날, 그녀는 놀랍게도 몸에 걸친 양털 숄을 모으는 것마저 잊었고 진범이는 그녀에게 달려와 엄마의 다리를 껴안고 보들보들한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울었죠?”

박연희는 허리를 굽혀 아들을 끌어안았다.

어린아이의 어깨에 얼굴을 얹어 시큰둥한 눈을 가린 채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엄마 안 울었어. 바람이 너무 차서 잠깐 눈이 시렸나 봐.”

그러자 진범이는 엄마의 얼굴을 잡고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내가 불어줄게요.”

눈물 한 방울이 박연희의 눈가를 스쳐 지나갔다.

...

조은혁은 음식 한 봉지를 들고 아파트로 돌아왔다.

조은서가 왔었다.

그녀는 방을 정리하고 두 화분의 녹색 식물을 넣어 두고 냉장고까지 꽉 채워 주었다. 그리고 냉장고 위에 붙여진 메모를 뜯어보니 위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오빠, 냉장고에 있는 물만두는 정희 이모가 직접 빚은 거니까 잊지 말고 먹어.]

조은혁이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물만두를 꺼내 한 그릇을 삶아 먹은 후 소파에 기대어 담배를 피웠다.

담청색의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그는 고개를 약간 젖혀 조금 전 박연희와의 만남을 떠올렸다.

반년 동안 못 만났는데 박연희는 몸이 좀 풍만해진 걸 보니 분명히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가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진심이 있다면 그녀의 생활을 더 이상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합격한 전남편 역을 맡으면 된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어찌 달가워할 수 있겠는가? 그와 심지철의 대결은 원래 죽은 국면이었다.

이겨도 져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조은혁은 계속하여 마른 침을 삼켰다.

그는 재기를 노리고 박연희와의 미래를 생각하며... 만약 그녀가 정말 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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