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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화

그때, 진범이가 아빠의 얼굴을 비비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엄마는 지금 여동생과 자고 있어요.”

조은혁이 마지못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린아이도 알고 있는 그의 마음을 박연희가 모를 리가 있겠는가?

그녀는 단지 그를 만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장씨 아주머니는 입이 매서울 뿐 마음은 여려서 물만두 한 그릇을 가져다 그에게 가져다주며 중얼거렸다.

“다음에 오실 땐 먼저 전화하세요. 그래야 사모님도 미리 피신하실 거 아니에요.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반나절 동안 침실에 갇혀 얼마나 갑갑하겠어요.”

“...”

...

조은혁은 박연희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들였지만 박연희는 단 한 번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새해에 그는 직접 차를 몰고 와 새해 선물을 한 무더기 보내며 장씨 아주머니와 아이들과 함께 돌아가 설을 쇠자고 초대했다.

“연희야, 우리는 아직 부부잖아. 새해에는 가족끼리 모여야 하지 않겠어?”

그러나 박연희는 여전히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장씨 아주머니에게 말을 전했고

곧이어 장씨 아주머니가 그에게 다가와 거칠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사모님께서 별거하면 부부가 아니라고 하시네요. 사모님께서는 이미 이혼 소송을 걸었는데 다시 같이 살면 그게 무슨 꼴입니까? 게다가 대표님께서는 가정이 하나 더 있지 않습니까? 제가 보기에 그 진시아 씨는 틀림없이 목이 빠지라 대표님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대표님께서 돌아가시면 진시아 씨는 반드시 지난날의 원한을 따지지 않고 대표님을 받아들여 기쁜 날을 보내겠죠.”

조은혁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참 후에야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와 진시아는 이미 완전히 끝났습니다.”

그러자 장씨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하긴, 어찌 큰 나무 한 그루 때문에 숲 전체를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밖에 영롱하고 예쁜 아가씨들이 널렸는데 그 진시아 씨는 늙고 초췌하여... 이제 보잘것없겠지요.”

그 말에 조은혁은 제대로 화가 나고 말았다.

그렇게 새해에 조은혁은 박연희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고 정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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