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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7화

김 비서도 그 얼굴을 보고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하인우 씨의 사촌 동생이네요.”

조은혁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마침 차창이 반쯤 내려져 있어 하인아도 그들을 보았다.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뜻밖에도 이쪽으로 걸어오더니 그들의 앞에 이르러 두 뺨에 엷은 홍조를 띠었다.

“대표님, 이렇게 만나다니 정말 공교롭군요.”

이런 여자는 평소에 너무 많이 봐왔던지라 상대하기도 귀찮았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조은혁은 시트에 기대어 실눈을 뜬 채 눈앞의 젊은 여자아이를 쓱 훑어보았다.

그는 여전히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시각, 하인우는 이미 머릿속에서 멋진 회사 대표가 그녀에게 반해버리는 로맨스 시나리오 하나를 뚝딱 완성했다.

그렇다. 임우빈은 훌륭한 사람이다.

하지만 임우빈은 중산층 집안 출신으로 연예계에서 몇 년 동안 잘 나가봤자 몇억을 모았을 뿐 B시 같은 촌스러운 곳에 별장을 하나 사기도 벅찼다.

하인우는 기개가 있는 사람이다.

먼저 조은혁에게 빌붙은 뒤 다시 임우빈에게 매달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를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은 변하지 않으니까.

하여 하인아는 마음을 억누르고 있던 부담도 털어버린 채 유난히 달콤한 눈빛으로 조은혁을 바라보았다. 돈 많은 남자는 항상 젊은 스위트걸을 좋아한다고 생각한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근처에 이력서를 돌리고 왔는데 은혁 씨는요?”

조은혁이 과연 그녀를 상대해줄지는 의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조은혁이 입을 열었다.

그는 게으르면서도 약간 무심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만나주지 않는군요. 그래서 그녀에게 선물을 주려 하는데 인아 씨 생각에 여자들은 어떤 선물을 좋아할 것 같습니까? 보석, 드레스, 아니면 별장?”

조은혁의 말투에는 분명 조롱이 어려 있었다.

김 비서는 이를 잘 알고 있다.

여자를 꼬실 때 조은혁이 이런 말투로 상대가 원하는 대로 몇 마디 하면 여자들은 자연스럽게 속아 넘어가곤 한다. 하여 김 비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1열에 앉아서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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