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은 정말 너무 수치스러웠다.조은혁에게 있어 그녀는 사랑이 아니라 변태의 소유물일 뿐이다.박연희는 줄곧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았고 설령 절정에 다다르고 몸이 간질간질해도, 그리고 그 순간이 영혼 깊숙이 찔러도 더욱 수치스럽게 만드는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지금 그녀를 짓누르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 짐승이다.사람과 짐승은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정말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장 고통스러울 때만이 박연희는 영혼의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싫어. 싫어...왜 이렇게 아픈 거지?왜 이렇게 아픈 거냐고!박연희의 눈에 비친 빛은 점점 흩어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전부 사라지고 말았다.이윽고 박연희는 그 해, 그녀가 처음으로 조은혁에게 다가가서 키스했던 기억을 더듬었다. 심장이 매우 빠르게 뛰었다... 지금에 와서 그 기억들도 이젠 이 깊고 광적인 소유욕을 따라 흐릿해져 갔다.조은혁, 너 정말 지독하구나.점점 정신을 잃어가는 박연희와는 달리 조은혁은 모자라는 듯 그녀를 안아 침대 끝에 앉히고는 분노에 미쳐버린 임우빈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의 사랑을 받도록 강요했다...아!박연희는 끝내 참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흘리고 말았다.그녀는 머리를 쳐들고 조은혁이 마음껏 물어뜯도록 땀에 흠뻑 젖은 목을 내어주었다. 그러자 조은혁은 그녀를 격려하듯 매혹적인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기분 좋으면 소리를 내. 임우빈에게 네 신음소리가 닿았으면 좋겠거든. 연희야, 난 임우빈이 다시는 감히 망상하지 못하게 할 거니까.”박연희는 방금 물에서 건져낸 듯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그녀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박연희는 마치 꼭두각시가 된 듯 그에게 휘둘려졌다.그리고 박연희는 유리 맞은편의 임우빈을 바라보았다...임우빈도 인기척을 들을 수 있기에 유리 맞은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미친 듯이 의자에 앉아 발버둥 쳤고 말을 할 수가 없기에 계속하여 무어라 얼버무렸다.“연희 씨는 건
조은혁이 차갑게 말했다.“뭐 하려고? 박연희, 내 성격 잘 알잖아.”그러나 박연희는 심드렁한 말투로 무덤덤하게 답했다.“잘 알죠. 하지만 전 더 이상 당신 시중을 들고 싶지 않아요.”조은혁, 당신은 곧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게 될 거야.박연희는 잔뜩 쉰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그러니 이제 저 좀 보내 주시겠어요? ... 진범이와 민희가 아직도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단 말이에요. 게다가 밤새 돌아가지 않았으니 장씨 아주머니도 엄청나게 걱정할게 뻔해요.”그러자 조은혁은 다시 한번 그녀를 끌어당기며 입을 열었다.“데려다줄게.”“아니요.”박연희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그를 거절했다.그녀는 마지막으로 그의 모습을 다시 한번 눈에 담고 그를 뇌리에 깊이 새겼다. 남은 생에는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 목숨은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임우빈의 상황을 묻지 않았다.박연희를 모욕하고 임우빈을 괴롭혔으니 조은혁의 목적은 이미 이루어졌다. 그러니 그는 임우빈을 더 이상 어떻게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박연희는 상관없는 남자에게 몇 마디 말을 했을 뿐인데 이런 치욕을 감수해야 한다면 이 세상에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만약 누가 그녀를 눈여겨본다면 조은혁은 또 사람을 묶고 그녀를 모욕할 것이다.그러면 이런 짓을 대체 몇 번이나 더 해야 한단 말인가?박연희는 더 이상 그와 논쟁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말하는 것은 이미 의미가 없다.그녀가 멍하니 걸어 나가자 입구에 서 있던 두 명의 경호원이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숙연하게 경의를 표했다.“사모님.”그들은 조은혁의 뜻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조심스레 물었다.“대표님, 사모님을 이렇게 보내시겠습니까?”잠시 후, 조은혁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그냥 보내.”경호원 우두머리가 고개를 끄덕였다.“사모님, 이리로 가시지요.”별장 안뜰에 검은색 캠핑카 한 대가 세워져 있었는데 운전기사가 공손히 옆에 서서 박연희를 맞이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모셔다드리라고 당부하셨습니다.”박연희는
곧이어 박연희는 블랙카드를 꺼내 데스크 직원에게 내밀었고 그녀는 이제 목이 너무 쉬어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최고급 스위트룸으로 7박 해주세요.”프런트 데스크 아가씨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오성급 호텔인지라 최고급 스위트룸은 200만 원이고 7박이면 거의 1400만을 벌 수 있다. 갑자기 찾아온 큰 손 손님 덕분에 프런트 데스크 아가씨의 얼굴에도 미소가 더욱 은은히 피어올랐다. 그녀는 가장 빠른 속도로 박연희에게 체크인을 해주었고 소식을 들은 매니저가 직접 귀한 손님들을 꼭대기 층으로 안내하기 위해 급히 달려왔다.“아니요. 괜찮습니다. 혼자 조용히 있고 싶어서요.”...박연희는 창백한 얼굴로 룸키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몸은 비틀비틀 흔들리고 뒷모습은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프런트 데스크의 아가씨는 매니저를 바라보며 콧소리를 냈다.“저분 엄청 슬퍼 보이던데 매니저님, 저분 혹시 쓰레기 남자에게 속아 실연을 당한 건 아닐까요?”그러자 매니저는 그녀를 흘겨보며 반박했다.“지금 천만 원이 들어왔는데 그런 귀찮은 걸 왜 따져? 나중에 서비스만 잘해. 누가 알아? 괜히 슬퍼지면 또 7일 더 머물지도 모르잖아. 그러면 우리도 보너스를 두둑이 챙길 수 있잖아.”매니저의 말에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대충 대꾸했다.결국, 그녀는 감히 다시 언급하지 못했고 오히려 매니저가 떠나자 몰래 중얼거렸다.“저분 정말 예쁘시다니까. 그래도 많이 다친 모양인데 어떤 쓰레기 남자가 이렇게 위력이 대단한지 궁금하네.”한편, 박연희는 꼭대기 층에 이르러 방문을 열었다.그녀는 빗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옷을 쓰레기통에 벗어던지고 욕실로 가서 키스 마크가 묻은 몸을 씻어냈다...뜨거운 물에 몸을 헹궜지만 그녀의 몸은 마치 아직도 무자비한 매질을 받는 듯 갑자기 몹시 아파 나기 시작했다.욕실에서 두 시간 내내 씻었더니 온몸의 피부가 다 타버릴 것 같았다. 샤워를 마치고 유카타를 두른 채 큰 침대에 앉아 잠도 안 자고 창문 너머로 하
김 비서는 비록 그의 태도에 동의하지 않지만 지금은 이것밖에 할 수 없다.예상대로 이 일은 빠르게 해결되었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임우빈이 박연희를 연루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우빈은 옥상에 올라선 그 순간부터 전에 들었던 박연희를 위해 투신자살한 하인우에 관한 전설을 떠올렸다.하인우도 그렇게 의연하게 뛰어내릴 수 있었는데 그도 할 수 있다.그날 밤의 기억은 임우빈의 지워지지 않는 악몽이 되어버렸고 자정이 되면 꿈에서 박연희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임우빈은 결국 그 심리적인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하지만 그는 죽지 못했다.임우빈은 조은혁의 수표를 받지도 않았고 더 이상 박연희를 방해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마침내 자신은 아무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 거리를 두는 것이 그녀를 지켜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밤이 깊어 오고 임우빈은 핸드폰을 꽉 쥐고 있었다.그는 연락처에 적힌 [사모님]이라는 세 글자를 바라보며 한참을 애틋하게 쓰다듬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 번호를 통째로 지웠다.다가가지 않으면 박연희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을 것이다.그런데 그때, 입구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하인아의 목소리였다.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그 천한 여자만 아니었다면 임우빈이 어떻게 뛰어내렸겠어? 그 여자가 임우빈을 꼬셔서... 임우빈을 궁지에 몰아넣은 거야...”임우빈의 어머니는 침대 옆에 앉아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그러자 임우빈은 속삭이는 목소리로 나지막이 해명했다.“아니에요. 하인아가 하는 헛소리를 듣지 마세요. 사모님은 좋은 분이세요. 제가 하인아의 일 때문에 사모님께 부탁한 것이고 제가 민폐를 끼친 거예요.”임우빈의 어머니는 눈물을 훔치며 답했다.“얼마 전에 하인아가 너와 헤어진다고 했을 때부터 낌새가 좋지 않았는데 재가 저런 마음을 품고 있었다니. 우빈아, 이제 인아와는 인연을 끊어도 좋을 것 같구나.”임우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머니를 안심시
젊은 남자는 빵빵 부풀어 오른 바지를 박연희의 몸에 바짝 대고 있었으나 그는 직업윤리가 있는 사람이다.손님이 충분하다고 말했으니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윽고 박연희는 그에게 수표 한 장을 건네주며 조용히 말했다.“돈을 가지고 출국하세요. 그리고 2년 동안 돌아오지 마세요.”젊은 남자가 수표를 한번 확인하자 수표에는 10억 원이 찍혀 있었다.다시 시선을 돌려 박연희를 바라보니 그녀는 단지 몸이 외로운 귀부인이 아니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깊은 고통이 서려 있어 옆 사람은 쉽게 그녀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하여 남자는 작은 소리로 고맙다고 인사하고 조용히 떠났다.30분 후, 조은혁은 박연희의 메시지 하나를 받게 되었는데 카톡 영상이었다.곧이어 그의 휴대폰은 맞은편 벽에 거세게 부딪히며 두 동강이 나고 산산조각이 났다.한편, 조은혁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그는 땅에 흩어진 그 파편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박연희가 감히...박연희가 어떻게 감히 이런 짓을 하지?박연희가 다른 남자 품에 안겨 있다.그는 젊은 남자와 포옹을 하고 키스를 하며 몸을 만지는 남자의 손길에 취해있다. 심지어 마지막에 하얀 침대에 함께 쓰러질 때까지 그녀는 작은 얼굴에 영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영상이 뚝 그치고 조은혁은 다급히 예비 휴대폰을 가지고 박연희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그녀는 받지 않았다.그렇게 또 하나의 핸드폰이 산산조각이 났다...미쳐버렸다.조은혁은 정말 미쳐버렸다.그는 정말 당장이라도 박연희를 죽이고 싶었다. 그녀의 가슴을 쪼개서 심장이 정녕 붉은색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빨간 색깔을 띠고 있으면서 어떻게 감히 그에게, 어떻게 그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새벽 한 시.조은혁 일행이 호텔에 나타나고 프런트 직원은 막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입이 막히고 말았다.그녀는 순식간에 납치되어 연신 발버둥 쳤다.그녀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조은혁은 직원에게 걸어가서 손을 뻗어 조금이라도 허튼 수를 쓴
날카로운 칼날이 부드러운 피부를 살짝 찌르자 검붉은 핏방울이 배어 나와 주르륵 흘러내렸다.하지만 박연희는 두려움이 없었다.한때, 그녀의 눈은 온통 조은혁뿐이었지만 지금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는 원망과 끝없는 증오만이 가득했다...세상의 치욕과 원한은 눈 깜짝할 사이에 찾아오고 떠나가기도 한다.“대체 왜!”조은혁은 핏발이 가득 선 눈으로 그녀의 표정 변화 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박연희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이 모든 것은 환각일 뿐 실제 일어난 일은 아니라고 얼마나 되뇌며 세뇌했는지 모르겠다.그의 연희는 여전히 그를 사랑한다.그런데 그런 박연희의 몸이 어떻게 다른 남자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그럴 리가!절대 그럴 리가!박연희는 그의 믿을 수 없는 눈빛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당신이 미워서요. 당신을 떠나고 싶어서요! 이제 만족해요? 조은혁 씨, 우리는 이미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어요. 하지만 당신은 끝까지 나를 놓아주지 않았죠. 그런데 그건 내가 당신을 따르며 계속 깨끗한 몸을 가졌기 때문이죠. 진시아, 그리고 당신의 그 셀 수 없이 많은 여자와 비하면 제 유일한 강점은 이것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나는 다른 사람과 잤고 이 유일한 장점, 당신이 가장 신경 쓰는 것도 없어졌어요... 그러니까 조은혁, 지금 날 죽이든지, 풀어주든지 하나만 하세요.”...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또 날카로운 과일 칼끝을 앞으로 당겼다.“박연희!”조은혁의 이마에 핏줄이 도드라지게 튀어 올랐다.혈액 속에 숨어 있던 포악한 인자는 지금, 이 순간 당장이라도 그녀를 죽이도록 부추겼다. 그래야 마음이 아프지 않을 것이고 이렇게 몸을 낮추어 한 여자의 비위를 맞출 필요도 없으며 밤낮으로 한 여자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그들은 그렇게 한참을 대치했고 검붉은 핏방울은 칼끝을 타고 알알이 흘러내렸다...문득 그는 칼을 옆으로 던지고는 그녀의 팔을 잡고 욕실 안을 향해 당겼다.“조은혁 씨, 뭡니까? 지금 뭐 하는 겁니까?”조은혁은 그녀를 욕실로 끌
그가 그렇게 할 수 있을 리 없었다.사랑과 미움은 한끝 차이라고 했던가.그렇게 화를 내면서도 그녀를 상처주기 아까워 그는 젖은 얼굴을 그녀의 목덜미에 파묻었다. 그가 내뿜는 뜨거운 입김이 그녀의 차가운 피부에 흩뿌려져 간간이 떨렸다.그의 목소리는 허스키했고 무력감을 띠고 있다.그는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말투로 그녀에게 구걸했다.“연희야, 이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줘. 넌 결코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고, 그 영상은 네가 사람을 시켜 합성한 것이라고 말해줘. 연희야, 빨리 말해. 말해봐..."박연희는 차가운 타일에 몸을 기대었다.그녀는 그저 우스울 뿐이다.조은혁, 당신이 아프다고?이런 아픔을 박연희는 일찍이 천만 번을 겪었다는 걸 이 사람은 알고 있을까? 박연희가 아직 어리숙한 소녀였을 때, 그녀가 조은혁의 몸에 있는 향수 냄새를 처음 맡았을 때, 그의 목에 있는 키스 자국을 처음 보았을 때, 박연희는 지금의 조은혁보다 천 번을 더 아팠다. 그건 믿음의 붕괴였다.그런데 이게 뭐라고...그녀는 그저 그에게 안겨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는 이 사실을 받아들인 것 같았다.그는 그녀의 귓가에 엎드려 조용히 물었다.“말해, 그 사람 누구야?”“그냥 호스트예요.”“당신은 찾을 수 없을거예요. 제가 그에게 10억을 주고 이미 고향으로 보냈거든요.”...조은혁은 그녀의 목을 졸랐지만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다.“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알아서 찾아볼게. 박연희, 내가 그 사람 찾아내면 꼭 진상을 캐낼거야. 그리고 그가 널 만진 곳마다 다 박살내 버릴거야.”한편, 심씨 집안의 심경서는 갑자기 목이 시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늦은 밤.조은혁이 박연희를 데리고 떠났다. 그들은 옷이 다 젖었는데 김 비서가 옷을 가져다 주었다.문이 열렸고 조은혁의 얼굴은 어두었다.김 비서는 한 마디도 못했다.그녀는 큰일이 났다는 것을 예감하고는 한 마디도 묻지 않았다.김 비서가 문밖에서 30분가량 기다린 뒤, 스위트룸 문이 다시 열리며
가끔 그는 술에 만취하면 유흥업소의 룸에서 잠을 잤고 깨어나면 아무것도 없었다.그 밤도 예외는 아니었다.그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박연희의 차가운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고, 그녀의 차가운 태도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와 잠자리에 들고 싶지도 않았다. 그날 그녀와 함께 할 때 그는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조은혁은 독한 술을 바라보며 쓸쓸하게 웃었다.그녀는 정말 그를 화나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술에 만취한 그는 술집 테이블에 엎드려 박연희의 이름을 속삭였다.그때, 부드러운 두 손이 가볍게 그를 어루만졌다.“연희야.”조은혁은 꿈결에 뒷목의 솜털이 곤두섰고, 박연희의 이름을 부르며 술에 취한 눈으로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하지만 그 사람은 진시아였다.그는 갑자기 흥미가 식어 다시 독한 술을 한 잔 따라 머리를 들고 한 모금 들이켰다.독한 술이 목구멍을 막았다.술이 목구멍으로 흘러내릴 때의 그 자극적인 고통은 그의 마음속의 고통에 비하면 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한다.그는 진시아를 바라보며 자조하듯 입을 열었다. “나 비웃으려고 온거야? 조은혁에게도 이런 날이 왔다고, 이렇게 초라하게 한 여자를 위해 술로 슬픔을 잊는 날이 왔다고?”“아니!”“난 슬프지 않아. 난 괜찮아. 나를 사랑하지 않는 여자를 내가 그렇게 신경써서 뭘 하겠어? 밖에 예쁜 여자들이 그렇게 많은데. 내가 그 여자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나?”“그녀는 내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도 내 진심을 짓밟았어.”“정말 죽이고 싶어. 정말 그 여자를 죽이고 싶어!”“그런데 그럴수가 없어.”...그가 또 술을 마시려고 하자 진시아가 그를 가로막으며 부드럽게 위로했다.“마시지 마요, 은혁 씨. 그 여자는 당신이 이럴 가치조차 없어요. 우리 집 가요, 제가 해장국 끓여 줄게요... 그리고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갈비탕도 있어요.”남자는 실의에 빠졌을 때 가장 약하다.그녀는 조은혁이 유혹에 못 이겨 그녀와 아파트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었다. 이제 그녀와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