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이어 박연희는 블랙카드를 꺼내 데스크 직원에게 내밀었고 그녀는 이제 목이 너무 쉬어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최고급 스위트룸으로 7박 해주세요.”프런트 데스크 아가씨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오성급 호텔인지라 최고급 스위트룸은 200만 원이고 7박이면 거의 1400만을 벌 수 있다. 갑자기 찾아온 큰 손 손님 덕분에 프런트 데스크 아가씨의 얼굴에도 미소가 더욱 은은히 피어올랐다. 그녀는 가장 빠른 속도로 박연희에게 체크인을 해주었고 소식을 들은 매니저가 직접 귀한 손님들을 꼭대기 층으로 안내하기 위해 급히 달려왔다.“아니요. 괜찮습니다. 혼자 조용히 있고 싶어서요.”...박연희는 창백한 얼굴로 룸키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몸은 비틀비틀 흔들리고 뒷모습은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프런트 데스크의 아가씨는 매니저를 바라보며 콧소리를 냈다.“저분 엄청 슬퍼 보이던데 매니저님, 저분 혹시 쓰레기 남자에게 속아 실연을 당한 건 아닐까요?”그러자 매니저는 그녀를 흘겨보며 반박했다.“지금 천만 원이 들어왔는데 그런 귀찮은 걸 왜 따져? 나중에 서비스만 잘해. 누가 알아? 괜히 슬퍼지면 또 7일 더 머물지도 모르잖아. 그러면 우리도 보너스를 두둑이 챙길 수 있잖아.”매니저의 말에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대충 대꾸했다.결국, 그녀는 감히 다시 언급하지 못했고 오히려 매니저가 떠나자 몰래 중얼거렸다.“저분 정말 예쁘시다니까. 그래도 많이 다친 모양인데 어떤 쓰레기 남자가 이렇게 위력이 대단한지 궁금하네.”한편, 박연희는 꼭대기 층에 이르러 방문을 열었다.그녀는 빗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옷을 쓰레기통에 벗어던지고 욕실로 가서 키스 마크가 묻은 몸을 씻어냈다...뜨거운 물에 몸을 헹궜지만 그녀의 몸은 마치 아직도 무자비한 매질을 받는 듯 갑자기 몹시 아파 나기 시작했다.욕실에서 두 시간 내내 씻었더니 온몸의 피부가 다 타버릴 것 같았다. 샤워를 마치고 유카타를 두른 채 큰 침대에 앉아 잠도 안 자고 창문 너머로 하
김 비서는 비록 그의 태도에 동의하지 않지만 지금은 이것밖에 할 수 없다.예상대로 이 일은 빠르게 해결되었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임우빈이 박연희를 연루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우빈은 옥상에 올라선 그 순간부터 전에 들었던 박연희를 위해 투신자살한 하인우에 관한 전설을 떠올렸다.하인우도 그렇게 의연하게 뛰어내릴 수 있었는데 그도 할 수 있다.그날 밤의 기억은 임우빈의 지워지지 않는 악몽이 되어버렸고 자정이 되면 꿈에서 박연희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임우빈은 결국 그 심리적인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하지만 그는 죽지 못했다.임우빈은 조은혁의 수표를 받지도 않았고 더 이상 박연희를 방해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마침내 자신은 아무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 거리를 두는 것이 그녀를 지켜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밤이 깊어 오고 임우빈은 핸드폰을 꽉 쥐고 있었다.그는 연락처에 적힌 [사모님]이라는 세 글자를 바라보며 한참을 애틋하게 쓰다듬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 번호를 통째로 지웠다.다가가지 않으면 박연희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을 것이다.그런데 그때, 입구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하인아의 목소리였다.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그 천한 여자만 아니었다면 임우빈이 어떻게 뛰어내렸겠어? 그 여자가 임우빈을 꼬셔서... 임우빈을 궁지에 몰아넣은 거야...”임우빈의 어머니는 침대 옆에 앉아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그러자 임우빈은 속삭이는 목소리로 나지막이 해명했다.“아니에요. 하인아가 하는 헛소리를 듣지 마세요. 사모님은 좋은 분이세요. 제가 하인아의 일 때문에 사모님께 부탁한 것이고 제가 민폐를 끼친 거예요.”임우빈의 어머니는 눈물을 훔치며 답했다.“얼마 전에 하인아가 너와 헤어진다고 했을 때부터 낌새가 좋지 않았는데 재가 저런 마음을 품고 있었다니. 우빈아, 이제 인아와는 인연을 끊어도 좋을 것 같구나.”임우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머니를 안심시
젊은 남자는 빵빵 부풀어 오른 바지를 박연희의 몸에 바짝 대고 있었으나 그는 직업윤리가 있는 사람이다.손님이 충분하다고 말했으니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윽고 박연희는 그에게 수표 한 장을 건네주며 조용히 말했다.“돈을 가지고 출국하세요. 그리고 2년 동안 돌아오지 마세요.”젊은 남자가 수표를 한번 확인하자 수표에는 10억 원이 찍혀 있었다.다시 시선을 돌려 박연희를 바라보니 그녀는 단지 몸이 외로운 귀부인이 아니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깊은 고통이 서려 있어 옆 사람은 쉽게 그녀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하여 남자는 작은 소리로 고맙다고 인사하고 조용히 떠났다.30분 후, 조은혁은 박연희의 메시지 하나를 받게 되었는데 카톡 영상이었다.곧이어 그의 휴대폰은 맞은편 벽에 거세게 부딪히며 두 동강이 나고 산산조각이 났다.한편, 조은혁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그는 땅에 흩어진 그 파편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박연희가 감히...박연희가 어떻게 감히 이런 짓을 하지?박연희가 다른 남자 품에 안겨 있다.그는 젊은 남자와 포옹을 하고 키스를 하며 몸을 만지는 남자의 손길에 취해있다. 심지어 마지막에 하얀 침대에 함께 쓰러질 때까지 그녀는 작은 얼굴에 영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영상이 뚝 그치고 조은혁은 다급히 예비 휴대폰을 가지고 박연희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그녀는 받지 않았다.그렇게 또 하나의 핸드폰이 산산조각이 났다...미쳐버렸다.조은혁은 정말 미쳐버렸다.그는 정말 당장이라도 박연희를 죽이고 싶었다. 그녀의 가슴을 쪼개서 심장이 정녕 붉은색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빨간 색깔을 띠고 있으면서 어떻게 감히 그에게, 어떻게 그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새벽 한 시.조은혁 일행이 호텔에 나타나고 프런트 직원은 막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입이 막히고 말았다.그녀는 순식간에 납치되어 연신 발버둥 쳤다.그녀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조은혁은 직원에게 걸어가서 손을 뻗어 조금이라도 허튼 수를 쓴
날카로운 칼날이 부드러운 피부를 살짝 찌르자 검붉은 핏방울이 배어 나와 주르륵 흘러내렸다.하지만 박연희는 두려움이 없었다.한때, 그녀의 눈은 온통 조은혁뿐이었지만 지금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는 원망과 끝없는 증오만이 가득했다...세상의 치욕과 원한은 눈 깜짝할 사이에 찾아오고 떠나가기도 한다.“대체 왜!”조은혁은 핏발이 가득 선 눈으로 그녀의 표정 변화 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박연희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이 모든 것은 환각일 뿐 실제 일어난 일은 아니라고 얼마나 되뇌며 세뇌했는지 모르겠다.그의 연희는 여전히 그를 사랑한다.그런데 그런 박연희의 몸이 어떻게 다른 남자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그럴 리가!절대 그럴 리가!박연희는 그의 믿을 수 없는 눈빛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당신이 미워서요. 당신을 떠나고 싶어서요! 이제 만족해요? 조은혁 씨, 우리는 이미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어요. 하지만 당신은 끝까지 나를 놓아주지 않았죠. 그런데 그건 내가 당신을 따르며 계속 깨끗한 몸을 가졌기 때문이죠. 진시아, 그리고 당신의 그 셀 수 없이 많은 여자와 비하면 제 유일한 강점은 이것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나는 다른 사람과 잤고 이 유일한 장점, 당신이 가장 신경 쓰는 것도 없어졌어요... 그러니까 조은혁, 지금 날 죽이든지, 풀어주든지 하나만 하세요.”...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또 날카로운 과일 칼끝을 앞으로 당겼다.“박연희!”조은혁의 이마에 핏줄이 도드라지게 튀어 올랐다.혈액 속에 숨어 있던 포악한 인자는 지금, 이 순간 당장이라도 그녀를 죽이도록 부추겼다. 그래야 마음이 아프지 않을 것이고 이렇게 몸을 낮추어 한 여자의 비위를 맞출 필요도 없으며 밤낮으로 한 여자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그들은 그렇게 한참을 대치했고 검붉은 핏방울은 칼끝을 타고 알알이 흘러내렸다...문득 그는 칼을 옆으로 던지고는 그녀의 팔을 잡고 욕실 안을 향해 당겼다.“조은혁 씨, 뭡니까? 지금 뭐 하는 겁니까?”조은혁은 그녀를 욕실로 끌
그가 그렇게 할 수 있을 리 없었다.사랑과 미움은 한끝 차이라고 했던가.그렇게 화를 내면서도 그녀를 상처주기 아까워 그는 젖은 얼굴을 그녀의 목덜미에 파묻었다. 그가 내뿜는 뜨거운 입김이 그녀의 차가운 피부에 흩뿌려져 간간이 떨렸다.그의 목소리는 허스키했고 무력감을 띠고 있다.그는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말투로 그녀에게 구걸했다.“연희야, 이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줘. 넌 결코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고, 그 영상은 네가 사람을 시켜 합성한 것이라고 말해줘. 연희야, 빨리 말해. 말해봐..."박연희는 차가운 타일에 몸을 기대었다.그녀는 그저 우스울 뿐이다.조은혁, 당신이 아프다고?이런 아픔을 박연희는 일찍이 천만 번을 겪었다는 걸 이 사람은 알고 있을까? 박연희가 아직 어리숙한 소녀였을 때, 그녀가 조은혁의 몸에 있는 향수 냄새를 처음 맡았을 때, 그의 목에 있는 키스 자국을 처음 보았을 때, 박연희는 지금의 조은혁보다 천 번을 더 아팠다. 그건 믿음의 붕괴였다.그런데 이게 뭐라고...그녀는 그저 그에게 안겨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는 이 사실을 받아들인 것 같았다.그는 그녀의 귓가에 엎드려 조용히 물었다.“말해, 그 사람 누구야?”“그냥 호스트예요.”“당신은 찾을 수 없을거예요. 제가 그에게 10억을 주고 이미 고향으로 보냈거든요.”...조은혁은 그녀의 목을 졸랐지만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다.“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알아서 찾아볼게. 박연희, 내가 그 사람 찾아내면 꼭 진상을 캐낼거야. 그리고 그가 널 만진 곳마다 다 박살내 버릴거야.”한편, 심씨 집안의 심경서는 갑자기 목이 시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늦은 밤.조은혁이 박연희를 데리고 떠났다. 그들은 옷이 다 젖었는데 김 비서가 옷을 가져다 주었다.문이 열렸고 조은혁의 얼굴은 어두었다.김 비서는 한 마디도 못했다.그녀는 큰일이 났다는 것을 예감하고는 한 마디도 묻지 않았다.김 비서가 문밖에서 30분가량 기다린 뒤, 스위트룸 문이 다시 열리며
가끔 그는 술에 만취하면 유흥업소의 룸에서 잠을 잤고 깨어나면 아무것도 없었다.그 밤도 예외는 아니었다.그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박연희의 차가운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고, 그녀의 차가운 태도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와 잠자리에 들고 싶지도 않았다. 그날 그녀와 함께 할 때 그는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조은혁은 독한 술을 바라보며 쓸쓸하게 웃었다.그녀는 정말 그를 화나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술에 만취한 그는 술집 테이블에 엎드려 박연희의 이름을 속삭였다.그때, 부드러운 두 손이 가볍게 그를 어루만졌다.“연희야.”조은혁은 꿈결에 뒷목의 솜털이 곤두섰고, 박연희의 이름을 부르며 술에 취한 눈으로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하지만 그 사람은 진시아였다.그는 갑자기 흥미가 식어 다시 독한 술을 한 잔 따라 머리를 들고 한 모금 들이켰다.독한 술이 목구멍을 막았다.술이 목구멍으로 흘러내릴 때의 그 자극적인 고통은 그의 마음속의 고통에 비하면 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한다.그는 진시아를 바라보며 자조하듯 입을 열었다. “나 비웃으려고 온거야? 조은혁에게도 이런 날이 왔다고, 이렇게 초라하게 한 여자를 위해 술로 슬픔을 잊는 날이 왔다고?”“아니!”“난 슬프지 않아. 난 괜찮아. 나를 사랑하지 않는 여자를 내가 그렇게 신경써서 뭘 하겠어? 밖에 예쁜 여자들이 그렇게 많은데. 내가 그 여자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나?”“그녀는 내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도 내 진심을 짓밟았어.”“정말 죽이고 싶어. 정말 그 여자를 죽이고 싶어!”“그런데 그럴수가 없어.”...그가 또 술을 마시려고 하자 진시아가 그를 가로막으며 부드럽게 위로했다.“마시지 마요, 은혁 씨. 그 여자는 당신이 이럴 가치조차 없어요. 우리 집 가요, 제가 해장국 끓여 줄게요... 그리고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갈비탕도 있어요.”남자는 실의에 빠졌을 때 가장 약하다.그녀는 조은혁이 유혹에 못 이겨 그녀와 아파트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었다. 이제 그녀와 조
김 비서가 이불 속에서 기어 나와 사람을 데리러 경찰서에 갔다.그녀가 경찰서에 도착한 뒤에야 오늘 사고를 낸 사람이 JH그룹의 대표라는 것을 알게 된 경찰서의 사람들은 큰 돈을 만질 수 있게 되었다.김 비서는 4억을 주고서야 사람을 빼냈다.맞은 남자는 아직도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돈 깨나 있다고, 잘 생겼다고 네가 잘난 줄 알아? 그래봤자 아내는 도망가지 않았어? 그 여자는 너의 그 포악한 모습을 참을 수 없었던 거야! 너 같은 놈은 그래도 싸다 싸!"조은혁이 또 앞으로 나가 그를 폭행하려 했지만 김 비서는 그를 말릴 수 없다.결국 경찰들이 뒤에서 그를 껴안고 뜯어말렸다.“조 대표님, 진정하세요. 당신은 돈이 많아서 그 작은 돈에 개의치 않잖아요. 하지만당신은 유명인이에요. 싸움으로 인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라도 하면 큰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진정해요, 진정해.”그는 오랫동안 뜯어말려서야 마침내 그를 진정시켰다.조은혁이 떠났다.그 경찰은 입구에 서서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였다. 곧 양쪽에 두 사람이 와 서더니 불을 빌렸다. 세 사람이 함께 서서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경찰이 가볍게 비웃었다.“아픈 곳을 밟힌거지. 아내한테 푸대접 받으니까 밖에 나와서 남에게 화풀이 하는거지.”다른 두 사람이 따라서 웃었다.그 경찰이 이어서 말했다. “저 사람 가십 들어봤어? 진짜 드라마인 줄 알았다니까. 그래도 이런 사건이 터지니까 저 사람이 돈을 써서 우리한테 입막음이라도 하는거지. 덕분에 우리 반 년 동안은 걱정이 없겠어. 이따가 퇴근하면 다 같이 고기집 가서 술 마시면서 축하 좀 하자. 그건 그렇고, 방금 맞은 친구도 합의금을 받은 것 같은데. 그 사람은 재수가 없었던 거지. 하필이면 바람 피는 걸 조 대표한테 걸릴게 뭐야.”경찰이 말하며 담배를 비벼 껐다.“고기 먹으러 가자!”...차 안에서 김 비서가 밖에 있는 진시아를 보았다.그녀가 조은혁에게 말했다.“진시아 씨와 만난 일을 사모님에게
조은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장숙자가 아침을 만들 때, 그는 침실로 들어가 두 아이를 보았다.아침 햇살이 방안을 비추고 두 아이가 매우 달콤하게 자고 있다.하민희는 정면으로 누워 자는 것을 좋아하지만 조진범은 무언가를 안고 자는 것을 좋아한다. 예전에는 작은 베개를 껴안았지만 지금은 여동생이 생긴 후 동생의 보들보들한 몸을 안는 것을 좋아한다.조은혁은 침대 옆에 앉았다.그가 손을 뻗어 아이의 얼굴에 닿았다. 아이는 부드럽고 깨끗했고 순진무구했다.조진범이 여동생을 꼭 껴안았다.하민희의 작은 입이 우유라도 마시고 싶은 듯 움직였지만 오빠가 그녀를 껴안고 있었기에 그녀는 안심하고 곧 달콤한 꿈나라로 들어섰다.조은혁은 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다.그는 밖으로 나가 담배를 꺼내 손가락 사이에 끼웠지만 불을 붙이지 않았다...장숙자가 그에게 작은 만둣국 한 그릇을 만들어 주었다.만두는 그녀가 직접 만든 것으로 속이 알알이 꽉 차 있었고 국에는 참기름 몇 방울이 들어가 냄새가 좋았다.장숙자는 그에게 빨리 먹으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모님이 집에 있으면 이런 좋은 음식을 감히 그에게 먹일 수 없을 거라고 말했다.조은혁은 입맛이 없었기에 먹지 않았다.“다음에, 다음에 와서 먹을게요.”그가 떠날 때 장숙자가 그를 배웅하며 그에게 물었다.“저는 바깥 일을 잘 몰라요. 대표님, 사모님 일이 지금 순조롭지 않은거죠? 그렇지 않으면 왜 보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는걸까요?”조은혁이 굳었다.잠시 후 그는 마지못해 웃었다.“곧 올거예요.”...장숙자의 추궁에 대처하느라 그는 이미 지쳤다.조은혁은 곧 차에서 내려 별장으로 돌아왔다. 그가 차에서 내릴 때 햇빛이 그를 비추었고 그의 모습이 매우 창백하고 퇴폐적인 것처럼 보였다.그가 위층을 향해 걸어가며 생각했다.지난 일을 잊어야 할지, 박연희에게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어야 할지 그는 생각했다. 어쨌든 그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와 아이를 함께 키우고 있었다.그러나 자정에 그는 박연희가 그 젊은 남자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