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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화

가끔 그는 술에 만취하면 유흥업소의 룸에서 잠을 잤고 깨어나면 아무것도 없었다.

그 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박연희의 차가운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고, 그녀의 차가운 태도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와 잠자리에 들고 싶지도 않았다. 그날 그녀와 함께 할 때 그는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조은혁은 독한 술을 바라보며 쓸쓸하게 웃었다.

그녀는 정말 그를 화나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술에 만취한 그는 술집 테이블에 엎드려 박연희의 이름을 속삭였다.

그때, 부드러운 두 손이 가볍게 그를 어루만졌다.

“연희야.”

조은혁은 꿈결에 뒷목의 솜털이 곤두섰고, 박연희의 이름을 부르며 술에 취한 눈으로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하지만 그 사람은 진시아였다.

그는 갑자기 흥미가 식어 다시 독한 술을 한 잔 따라 머리를 들고 한 모금 들이켰다.

독한 술이 목구멍을 막았다.

술이 목구멍으로 흘러내릴 때의 그 자극적인 고통은 그의 마음속의 고통에 비하면 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는 진시아를 바라보며 자조하듯 입을 열었다.

“나 비웃으려고 온거야? 조은혁에게도 이런 날이 왔다고, 이렇게 초라하게 한 여자를 위해 술로 슬픔을 잊는 날이 왔다고?”

“아니!”

“난 슬프지 않아. 난 괜찮아. 나를 사랑하지 않는 여자를 내가 그렇게 신경써서 뭘 하겠어? 밖에 예쁜 여자들이 그렇게 많은데. 내가 그 여자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나?”

“그녀는 내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도 내 진심을 짓밟았어.”

“정말 죽이고 싶어. 정말 그 여자를 죽이고 싶어!”

“그런데 그럴수가 없어.”

...

그가 또 술을 마시려고 하자 진시아가 그를 가로막으며 부드럽게 위로했다.

“마시지 마요, 은혁 씨. 그 여자는 당신이 이럴 가치조차 없어요. 우리 집 가요, 제가 해장국 끓여 줄게요... 그리고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갈비탕도 있어요.”

남자는 실의에 빠졌을 때 가장 약하다.

그녀는 조은혁이 유혹에 못 이겨 그녀와 아파트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었다. 이제 그녀와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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