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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0화

...

박연희는 조용히 글을 다 읽었다.

그녀는 이 축하 선물이 그가 마음 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쓴 카드도 진심이겠지만, 그녀는 받을 수 없다.

그녀는 그림을 창고에 넣고, 그 카드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입구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사장님, 어떤 손님이 가장 비싼 그림 5점을 모두 사고 80억짜리 수표를 줬습니다. 그 손님이 사장님을 만나고 싶다고 하십니다.”

박연희가 몸을 일으켰다.

“지금 갈게요.”

그녀는 비서를 따라 전시 구역에 왔다.

VIP 코너.

등을 돌린 채 서 있는 최민정은 검은 머리를 뒤에 곱게 묶고 개량 한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뒷모습만 봐도 기품이 넘쳤다.

박연희가 걸어갈 때 최민정이 몸이 돌리고 빙그레 웃으며 박연희를 바라보았다.

”박연희 씨죠?”

박연희가 순간 굳었다.

최민정은 여전히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제 남편은 심씨예요. 경서가 그쪽 얘기를 하면서 그쪽을 존경한다고 해서 일부러 와봤어요. 과연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재능이 있네요.”

박연희가 부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날 밤은 아무 일도 없었다지만 그녀는 심경서를 호스트로 여겼었다. 그런데 지금 심경서의 어머니가 오셔서 그녀의 사업을 지지해주고 그녀와 말을 나누기까지 하시니...

박연희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사모님, 그날은 제가 너무 충동적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최민정은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경서가 뭐 숫처녀도 아니고, 미안해 할 필요 없어요. 오히려 집안 어르신께서 화가 많이 나셔서 굳이 경서에게 설명을 듣고 경서를 박연희 씨에게 주겠다고 헛소리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박연희 씨가 지금 이혼 수속을 밟고 있으니 앞으로 사귈 기회는 많을 거라고 해뒀죠.”

“...”

“...”

박연희와 그녀의 비서 모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최민정은 목적을 달성하였다.

그녀의 점잖은 아들이 그녀에게 와서 개업하는 날에는 시끌벅적해야 한다고, 박연희를 추켜세워 달라고 부탁해서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대신 말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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