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희가 의자 등받이에 기대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어렴풋이 맺혔다.그녀가 입을 열었다.“조은혁 씨,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소용없어요. 양 치기 소년 이야기는 우리 다 들어봤잖아요, 안 그래요?”그녀의 손이 문고리를 잡았다. “내리게 해줘요. 전 진범에게 작은 케이크를 사주기로 약속했어요. 진범이가 집에서 절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돌아가지 않으면 잠을 자려고 하지 않을거예요.”조은혁의 목울대가 위아래로 움직였다.그는 박연희의 말 뜻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그가 박연희를 놓아주지 않으면 이제는 좋은 남편이 아닐 뿐만 아니라 좋은 아빠도 아니게 되는 것이다...그는 결국 박연희를 떠나보냈다....박연희는 작은 케이크를 샀다.그리고 아파트로 돌아왔을 때 진범이는 거실에 없었다. 박연희는 어린아이가 못 참고 잠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때 장숙자가 침실에서 나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진범 도련님이 아픈 것 같아요. 여기가 좀 더운지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것 같아요.”박연희는 케이크를 두고 급히 침실로 갔다.하민희는 잠이 들었다.몸이 불편한 조진범은 몸을 옆으로 웅크리고 여동생의 한쪽 팔을 껴안았다. 강아지같은 까만 눈을 뜨고는 박연희가 들어오는 것을 보며 흐느껴 울었다. “엄마.”박연희가 가서 아이를 안아올리고 만져보니 좀 뜨거웠다.그녀가 말했다.“병원에 데리고 가볼게요.”넋이 나가있던 장숙자는 이제야 마음이 편해졌는지 작은 옷을 가지고 진범에게 입혔다. 원래는 그녀도 같이 병원에 가려고 했는데 집에 아이가 하나 더 있기에 여기 남기로 했다.박연희가 말했다. “나중에 집에 상주할 아주머니를 한 분 더 찾아보는 게 좋겠어요. 우리 집도 한 분 더 살 수 있을 정도는 되니까요.”장숙자가 찬성했다.박연희는 혼자 조진범을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조진범이 어린이 의자에 앉아 반쯤 잠에서 깬 채 케이크에 대해 이야기하자 박연희가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 진범이 병 다 나으면 엄마가 큰 케이크 사줄게.”조진범은 순순히 고개를 끄
박연희가 굳자 심경서가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간호사님이 우리가 남매인줄 알았나 보네요. 닮았다는 뜻이겠죠?”박연희는 그가 농담하는 줄 알고 마음에 두지 않았다.간호사가 조진범에게 링거를 놔줬지만 심경서는 떠날 생각이 없었다.그가 조진범과 함께 말하는 내용을 듣고 있으면 진범이 그를 매우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링거를 반쯤 맞았을때 아이가 끝내 견디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병실 안은 적막했다.박연희가 비로소 입을 열려고 할때, 먼저 말을 꺼낸 심경서가 박연희를 바라보며 물었다.“왜 제가 병원에 있냐고 묻지 않으세요?”“왜 있는데요?”그녀의 무성의한 질문에 심경서가 가볍게 웃었다.그는 화를 내지 않고 통창 쪽으로 다가가 바깥의 어둠을 살피다가 한참 뒤에야 말했다.“저 예전에 혈액병에 걸린 적이 있는데 16살 때 골수이식을 받았어요. 심씨 가문의 힘을 이용해서 알아보니 골수를 기증해 준 사람이 이 도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저보다 겨우 3살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여기까지 말한 심경서가 몸을 돌렸다.그의 얼굴은 야경 속에서 특히 희고 준수했다.그가 박연희를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그녀를 찾고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결국 그녀를 찾아내고 그녀의 이름을 알았죠. 그런데 제가 그녀를 만나러 집을 찾아갔을 때 그녀의 오빠가 이미 그녀를 데리고 이사를 갔더라고요.”“박연희 씨, 저는 불자라서 인연을 강요하지 않아요.”“그래서 그 여자를 더 이상 찾지 않았죠.”“하지만 지난 2년 동안 계속 생각했어요. 한 도시에서 골수가 맞는 사람을 찾을 확률은 만분의 1도 안되는데... 어쩌면, 저랑 그 여자는 원래 혈연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고요.”...소파에 앉아 있는 박연희의 얼굴이 창백했다.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박연희 씨, 어떻게 생각하세요?”박연희가 말했다.“모르겠어요.”심경서는 줄곧 그녀를 바라보며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그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원래 심씨 가
깊은 밤.박연희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녀는 그 날, 어머니가 창밖으로 뛰어내리는 꿈을 꾸었다.밤바람에 어머니의 치맛자락이 펄럭펄럭 휘날렸다.그녀의 어머니가 찢어지게 소리를 질렀다. “박정혁, 난 잘못한 게 없어. 모든 건 다 네 잘못이야!”“엄마...”박연희가 인형을 안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녀는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 그녀가 한 발짝만 더 가면 엄마가 진짜 뛰어내릴까 봐 무서웠다...민지희가 마침내 고개를 돌렸다.그녀는 막내딸을 마지막으로 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빠가 널 키워줄 거야. 연희야, 잘 있어.”그날은 바람이 많이 불었다. 핏방울이 튀기고, 민지희의 옷이 바람에 날리며 그녀는 아주 멀리 날아갔다.“엄마!”박연희가 악몽에서 놀라 깼다.그녀의 등뒤는 모두 식은땀이었다...사방은 고요했고 조진범의 달콤한 숨소리만이 그녀의 마음속 고통을 소리 없이 어루만져 주었다.박연희는 천천히 돌아누웠다.그러나 심경서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어쩌면 그들은 혈연관계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던 그의 말이....날이 밝아왔다.병실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나자 박연희가 가서 문을 열었다.밖에는 조은혁이 서 있었다.박연희가 잠시 굳었다. “진범이가 입원한 건 어떻게 알았어요?”조은혁이 들어왔다. 그의 코트에는 한기가 묻어 있었고, 담배 냄새가 조금 났다. 그가 병상 가장자리에 앉아서 말했다.“아침에 집에 갔는데 아주머니가 진범이가 아프다고 하더라고.”진범이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조은혁은 박연희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의 목소리는 약간 잠겨있었다.“방금 오면서 심경서를 만났는데. 그가 왜 병원에 있어? 병원에서 데이트하는거야?”그는 서슬 퍼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박연희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제가 당신처럼 염치없는 사람인줄 알아요? 당신이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호르몬을 뿌리고 다니겠죠.”조은혁이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한참 뒤, 그는 그녀의 말을 믿은 것 같았다.때마침 진
박연희는 그를 상대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그녀는 벨을 눌러 간호사를 부르고는 진범에게 링거를 맞혔다.바로 그때, 김비서가 푸짐한 아침식사를 가져왔다. 그녀는 박연희가 조은혁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먼저 말했다. “아침은 제가 쏘는 겁니다. 제 돈 내고 산거예요. 진범 도련님을 굶겨서는 안되죠...맞죠?”박연희는 충동적인 나이를 이미 지났기에 그녀의 마음을 거절하지 않았다.아이가 둘이나 있는 김 비서는 조진범을 잘 달랬다. 그녀가 조진범에게 맑은 죽을 퍼주며 아이를 달래자 녀석은 금방 아까의 잊어버리고 김 비서를 불렀다.“이모.”“그럼 이모가 먹여줄까? 엄마 아빠는 할 얘기가 있대.”김 비서가 조진범을 달랬다.조진범은 워낙 얌전한 데다 김 비서를 좋아했기에 가만히 앉아서 죽을 먹었다.조은혁과 박연희가 얘기를 하러 밖으로 나갔다.두 사람이 통로 끝까지 가서 걸음을 멈추자 박연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진범이 내일 퇴원해요. 그러니 당신은 이제 오지 마요. 예전에도 애에게 관심 없었잖아요. 그러니 지금도... 당신 관심 필요 없어요.”조은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단지 너희들을 걱정할 뿐이고, 남편과 아버지의 의무를 다하고 싶었을 뿐이야. 나한테 한 번쯤은 기회 줄 수 있는거 아니야?”박연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 동안 대치했다.그러다가 결국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래. 이제 병원에 오지 않을게. 대신 넌 심경서와 만나지 마... 연희야, 이건 내 마지노선이야.”“그건 당신 마지노선이지 제 마지노선은 아니죠.”...그녀가 그를 봐주지 않자 조은혁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참지 못하고 말했다.“그런 애송이가 뭐가 좋아?”박연희가 심경서를 떠올렸다.그녀가 눈을 아래로 깔고 말했다.“그는 좋은 사람이에요.”그말에 조은혁은 두 사람이 만난 적이 있다고 추측했고 당장이라도 미칠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그와 박연희의 관계가 이렇게 팽팽하니 그는 박연희를 너무
병실 안.박연희가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그녀는 바보가 아니었기에 심지철이 방금 왜 그토록 추태를 부렸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비슷한 얼굴 때문인가... 아니면 누군가와의 일부 추억 때문인가?“엄마! 엄마!”진범이가 그녀의 소매를 살짝 끌어당기자 박연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허리를 굽혀 아이를 안아 올렸다.“엄마랑 바깥에서 산책하자.”그녀는 심경서에게 미안한 듯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러자 심경서는 진범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점잖고 부드럽게 말했다.“형은 다음에 올게.”어느덧 애교를 부릴 줄 알게 된 진범이는 심경서의 손바닥에 대고 얼굴을 문질렀다.이윽고 심경서는 1층 마당에서 뒤늦게 심지철을 따라잡았다.“할아버지.”심지철은 예전부터 심경서를 매우 예뻐하고 애지중지한다.전에 무당이 이 아이는 몸이 허약하지만 운명에 따르는 재물이 많다고 해서 특별히 자기와 비슷한 이름을 지어 자신의 원기를 조금이나마 그에게 전하려고 한 것이다.하여 심경서의 부름에 몸을 돌린 심지철은 생에 처음으로 손자에게 심한 말을 하게 되었다.“심경서, 너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복도에 서 있는 심경서의 시공간은 마치 그 순간에 멈춰버린 듯 고요하고 아름다웠다.“저도 조은혁이 직접 찾아와 그 여자의 이름이 박연희라는 것을 알게 된 거예요. 제가... 제가...”“그 입 닥쳐!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순간, 심지철이 한바탕 고함을 질렀다.심지철은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더니 다시 몸을 돌려 자리를 떴고 심지어 심경서도 따라오지 못하도록 명령했다....평화로운 오후 시간.심씨 저택의 작은 뜰에는 대나무 숲이 심겨 있고 바로 앞에는 정교한 작은 꽃집이 있다.심지철은 마호가니 의자에 몸을 기대어 앉아있는데 그 앞 탁자 위에는 다 식어버린 차가 놓여있었다.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그날 밤의 황당함을 회상했다.당시 그는 중년에 아내를 잃었지만 사업은 나날이 번창했고 그에게 일을 부탁하려 하는 사람은 도시 끝에서 다른 끝까지 줄을
심지철은 누렇게 변한 신문을 가볍게 쓰다듬었다.그의 눈가에 천천히 눈물이 맺혔다.이 꼬맹이가 바로 그날 밤 생긴 아이란 말인가? 이 아이가 바로 그가 당시에 저지른 실수란 말인가?선심과 악이 한순간에 교차하고 짧은 황혼이 스침과 동시에 그는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며 진로에 대한 명성도 고려했다.심지철은 만약 자신이 이 딸을 품게 된다면 심씨 가문이 비바람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하늘 끝에 걸려있던 마지막 한 줄기의 주황빛 황혼도 자취를 감춰버렸다.그때, 최민정이 차를 들고 방에 들어서며 유리 등을 켰다.“아버님, 날도 어두워졌는데 왜 불을 켜지 않으십니까?”환한 불빛이 순식간에 방안을 밝게 비추고 심지철의 얼굴에는 아직 미처 거두지 못한 지난 일에 대한 깊은 근심이 어려 있었다. 이윽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 민정이구나. 서 비서는?”“서 비서는 집무실로 돌아갔어요.”최민정은 새 찻잔을 내려놓고 또 낡은 것을 거두며 우연히 그 해묵은 신문을 보게 되었다.“아버님, 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심지철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손으로 눈을 가리고는 며느리에게 나지막이 물었다.“어제 그 아이를 보러 가지 않았느냐? 어떤 것 같아?”최민정은 똑똑한 사람이다.하지만 어찌 됐든 그녀는 내부인이 아니기에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었고 자신의 본심에 따라 말을 꺼냈다.“저는 연희 씨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호감도 있고요.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경서가 이런 훌륭한 여성과 접촉하는 것도 상당히 좋다고 생각해요.”그러자 심지철은 손을 떼고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는 깊이 사색하는 것 같았지만 또 무언가를 마음먹은 듯했다. 그리고 이 결정은 심씨 집안의 미래와 관련이 있다...그렇게 한참이 지나 심지철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그럼 됐어.”그는 새로 들여온 찻잔을 들고 천천히 차를 마셨다.차 한 잔을 전부 다 마신 후 눈을 치켜들었는데 오랜 세월을 거친 눈빛 속에는
최민정은 검은 머리카락을 베개에 흩트린 채 남편의 어깨에 기대어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당연하죠. 아버님께서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아마 우리 마음이 불편할까 봐 걱정되신 거겠죠.”그러자 심철산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불쾌할 게 뭐가 있겠어? 그녀가 아니었다면 우리 경서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 텐데.”그때, 최민정이 남편을 꼭 껴안았다.그녀는 남편을 깊이 사랑하고 또한 이 가정의 모든 사람을 사랑하기에 그녀는 어르신을 위해 근심을 나누고 싶었다....이틀 뒤.박연희는 개인 사무실에서 재고를 조사하고 있었고 자신의 조수에게 말을 건넸다.“너무 잘 팔리는 것도 부담이네. 저 대신, 이 명단에 있는 화가에게 연락해서 재고가 있는지 물어봐 주세요... 없으면 무리하지 마시고요. 어차피 창작할 시간이 필요하니까요.”조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사무실을 나섰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다시 돌아와 난감한 듯 우물쭈물 말을 꺼냈다.“대표님, 그 사모님께서 또 오셔서 80억 수표에 서명했습니다.”박연희는 바로 무언가를 알아챘지만 사업을 할 땐 개인적인 감정을 버려야 했기에 그녀는 곧 손님을 만나러 사무실을 나섰다.최민정은 예전과 똑같았다.그녀는 진귀한 핸드백을 들고 온화한 얼굴에 적절한 미소를 지으며 진심으로 칭찬했다.“연희 씨, 여기 디자인과 장식에 정말 큰 심혈을 기울였군요... 매우 마음에 들어요.”박연희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사모님께서 직접 찾아와 주시다니 감사합니다.”“몇 번이나 왔지만 아직 제대로 된 대화도 나눈 적이 없네요. 집에서 모이려고 했는데 너무 당돌할까 봐... 우리 카페에 가서 커피라도 마시고 하는 게 어때요?”박연희가 무슨 수로 거절할 수 있겠는가?5분 후, 그들은 맞은편 길모퉁이의 커피숍에 자리를 잡았다.최민정은 명문가의 사모님으로서 매우 세심했다. 심씨 집안의 고용인이 음식 상자를 보내왔는데 안에는 작은 과자가 매우 정교하고 귀엽게 들어있었다.최민정은
박연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만약 어떤 주장도 내놓지 않는다면 조은혁은 절대 자신을 놓아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사모님께서 제 그림을 몇 점 더 사셨어요. 그러니 제가 접대를 해드려도 정상 아니겠어요? 조은혁 씨... 이런 일은 제가 당신에게 신청할 필요가 없겠죠?”조은혁은 더 이상 이 화제에 대해 깊이 파고들지 않았고 그는 화제를 바꾸어 진범이를 보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진범이 이제 금방 병이 나았으니까 땀을 흘리게 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감기에 걸릴 거예요.”조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은 함께 카페를 나섰고 둘 다 빼어난 외모를 자랑하는 탓에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샀지만 이 문을 나서면 그들은 또다시 갈라서리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조은혁은 아파트로 가 진범이와 함께 늦게까지 남았다. 그러나 박연희는 진범이가 잠들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그를 피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이렇게 오래되었는데도 박연희의 마음의 문은 여전히 조금도 열리지 않았다.서운해하는 조은혁의 모습에 장씨 아주머니가 나섰다.“사모님께서 대표님과 다시 함께하고 싶지 않은 것도 정상입니다. 대표님, 생각해보세요. 사모님도 이제 겨우 25세에 불과하고 아직 청춘이에요. 그런데 어느 좋은 집 딸이... 대표님 같은 남자를 따르겠습니까?”“오늘은 진씨, 내일은 초씨!”“그리고 그 경서 도련님을 다시 한번 보세요. 그날 한 번 만났는데 정말 동화에 나오는 왕자님이 따로 없었습니다. 한눈에 봐도 남자의 결백함을 알 수 있었죠.”...조은혁은 깊은 눈빛으로 장씨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따졌다.“그럼 난 불결해서 그렇단 말이에요?”장씨 아주머니는 뜨끔하여 다급히 말을 이었다.“전 그런 말 안 했어요. 대표님께서 바깥 여인의 더러운 병을 사모님께 가져오지 않으신 걸 보니 사모님은 분명 전생에 큰 덕을 쌓은 게 분명해요.”이윽고 그녀는 문을 박차고 방에 들어갔다.조은혁은 굳게 닫힌 문짝을 마주하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화가 났지만 풀 곳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