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철은 누렇게 변한 신문을 가볍게 쓰다듬었다.그의 눈가에 천천히 눈물이 맺혔다.이 꼬맹이가 바로 그날 밤 생긴 아이란 말인가? 이 아이가 바로 그가 당시에 저지른 실수란 말인가?선심과 악이 한순간에 교차하고 짧은 황혼이 스침과 동시에 그는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며 진로에 대한 명성도 고려했다.심지철은 만약 자신이 이 딸을 품게 된다면 심씨 가문이 비바람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하늘 끝에 걸려있던 마지막 한 줄기의 주황빛 황혼도 자취를 감춰버렸다.그때, 최민정이 차를 들고 방에 들어서며 유리 등을 켰다.“아버님, 날도 어두워졌는데 왜 불을 켜지 않으십니까?”환한 불빛이 순식간에 방안을 밝게 비추고 심지철의 얼굴에는 아직 미처 거두지 못한 지난 일에 대한 깊은 근심이 어려 있었다. 이윽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 민정이구나. 서 비서는?”“서 비서는 집무실로 돌아갔어요.”최민정은 새 찻잔을 내려놓고 또 낡은 것을 거두며 우연히 그 해묵은 신문을 보게 되었다.“아버님, 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심지철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손으로 눈을 가리고는 며느리에게 나지막이 물었다.“어제 그 아이를 보러 가지 않았느냐? 어떤 것 같아?”최민정은 똑똑한 사람이다.하지만 어찌 됐든 그녀는 내부인이 아니기에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었고 자신의 본심에 따라 말을 꺼냈다.“저는 연희 씨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호감도 있고요.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경서가 이런 훌륭한 여성과 접촉하는 것도 상당히 좋다고 생각해요.”그러자 심지철은 손을 떼고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는 깊이 사색하는 것 같았지만 또 무언가를 마음먹은 듯했다. 그리고 이 결정은 심씨 집안의 미래와 관련이 있다...그렇게 한참이 지나 심지철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그럼 됐어.”그는 새로 들여온 찻잔을 들고 천천히 차를 마셨다.차 한 잔을 전부 다 마신 후 눈을 치켜들었는데 오랜 세월을 거친 눈빛 속에는
최민정은 검은 머리카락을 베개에 흩트린 채 남편의 어깨에 기대어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당연하죠. 아버님께서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아마 우리 마음이 불편할까 봐 걱정되신 거겠죠.”그러자 심철산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불쾌할 게 뭐가 있겠어? 그녀가 아니었다면 우리 경서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 텐데.”그때, 최민정이 남편을 꼭 껴안았다.그녀는 남편을 깊이 사랑하고 또한 이 가정의 모든 사람을 사랑하기에 그녀는 어르신을 위해 근심을 나누고 싶었다....이틀 뒤.박연희는 개인 사무실에서 재고를 조사하고 있었고 자신의 조수에게 말을 건넸다.“너무 잘 팔리는 것도 부담이네. 저 대신, 이 명단에 있는 화가에게 연락해서 재고가 있는지 물어봐 주세요... 없으면 무리하지 마시고요. 어차피 창작할 시간이 필요하니까요.”조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사무실을 나섰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다시 돌아와 난감한 듯 우물쭈물 말을 꺼냈다.“대표님, 그 사모님께서 또 오셔서 80억 수표에 서명했습니다.”박연희는 바로 무언가를 알아챘지만 사업을 할 땐 개인적인 감정을 버려야 했기에 그녀는 곧 손님을 만나러 사무실을 나섰다.최민정은 예전과 똑같았다.그녀는 진귀한 핸드백을 들고 온화한 얼굴에 적절한 미소를 지으며 진심으로 칭찬했다.“연희 씨, 여기 디자인과 장식에 정말 큰 심혈을 기울였군요... 매우 마음에 들어요.”박연희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사모님께서 직접 찾아와 주시다니 감사합니다.”“몇 번이나 왔지만 아직 제대로 된 대화도 나눈 적이 없네요. 집에서 모이려고 했는데 너무 당돌할까 봐... 우리 카페에 가서 커피라도 마시고 하는 게 어때요?”박연희가 무슨 수로 거절할 수 있겠는가?5분 후, 그들은 맞은편 길모퉁이의 커피숍에 자리를 잡았다.최민정은 명문가의 사모님으로서 매우 세심했다. 심씨 집안의 고용인이 음식 상자를 보내왔는데 안에는 작은 과자가 매우 정교하고 귀엽게 들어있었다.최민정은
박연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만약 어떤 주장도 내놓지 않는다면 조은혁은 절대 자신을 놓아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사모님께서 제 그림을 몇 점 더 사셨어요. 그러니 제가 접대를 해드려도 정상 아니겠어요? 조은혁 씨... 이런 일은 제가 당신에게 신청할 필요가 없겠죠?”조은혁은 더 이상 이 화제에 대해 깊이 파고들지 않았고 그는 화제를 바꾸어 진범이를 보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진범이 이제 금방 병이 나았으니까 땀을 흘리게 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감기에 걸릴 거예요.”조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은 함께 카페를 나섰고 둘 다 빼어난 외모를 자랑하는 탓에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샀지만 이 문을 나서면 그들은 또다시 갈라서리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조은혁은 아파트로 가 진범이와 함께 늦게까지 남았다. 그러나 박연희는 진범이가 잠들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그를 피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이렇게 오래되었는데도 박연희의 마음의 문은 여전히 조금도 열리지 않았다.서운해하는 조은혁의 모습에 장씨 아주머니가 나섰다.“사모님께서 대표님과 다시 함께하고 싶지 않은 것도 정상입니다. 대표님, 생각해보세요. 사모님도 이제 겨우 25세에 불과하고 아직 청춘이에요. 그런데 어느 좋은 집 딸이... 대표님 같은 남자를 따르겠습니까?”“오늘은 진씨, 내일은 초씨!”“그리고 그 경서 도련님을 다시 한번 보세요. 그날 한 번 만났는데 정말 동화에 나오는 왕자님이 따로 없었습니다. 한눈에 봐도 남자의 결백함을 알 수 있었죠.”...조은혁은 깊은 눈빛으로 장씨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따졌다.“그럼 난 불결해서 그렇단 말이에요?”장씨 아주머니는 뜨끔하여 다급히 말을 이었다.“전 그런 말 안 했어요. 대표님께서 바깥 여인의 더러운 병을 사모님께 가져오지 않으신 걸 보니 사모님은 분명 전생에 큰 덕을 쌓은 게 분명해요.”이윽고 그녀는 문을 박차고 방에 들어갔다.조은혁은 굳게 닫힌 문짝을 마주하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화가 났지만 풀 곳도
장씨 아주머니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아이를 돌보고 계십니다. 잠깐만요, 제가 곧 사모님을 부르도록 하겠습니다.”심지철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마침 진범이가 우유를 마시려고 하여 박연희가 그를 안고 나오다가 심지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순간, 그녀는 그만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젖병이 땅에 떨어져 몇 번 바닥에서 구르며 소란스러운 소리를 냈다.심지철은 그녀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혀 젖병을 집어 들며 말을 꺼냈다.“이건 씻어야 어린아이에게 쓸 수 있겠네.”박연희는 아직 멍하니 서 있었다.이미 정신을 차린 장씨 아주머니는 상황을 모면하려 더듬더듬 말했다.“어찌 대표님께 일을 시키겠습니까? 어르신 빨리 내려놓으세요. 제가 하면 됩니다.”그러나 심지철은 꿋꿋이 부엌으로 가서 젖병을 씻으며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옛날 경서가 태어났을 때도 내가 젖병을 빨아 주었지요. 저 아이는 진범이라고 했었지? 외할아버지로서 이 정도는 해야지.”그 순간, 장씨 아주머니의 머릿속에 천둥번개가 내리쳤다.뭐라고?지금 무엇을 들은 거지?진범이의 외할아버지라면, 그 뜻은 사모님이 심 대표님의 친딸이라는 것인가?장씨 아주머니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심지철은 직접 진범이에게 우유를 타 주며 어린아이를 품에 안았다. 평소에는 그렇게 엄한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온화하고 자애로운 얼굴이었다. 게다가 진범이와 놀아주는데 진범이도 전혀 낯을 가리지 않고 그의 품에 기대어 순순히 말했다.“저 할아버지 알아요. 할아버지가 경서 형의 할아버지죠.”심지철은 잠깐 넋을 잃더니 다시 싱긋 웃어 보이며 답해주었다.“맞아. 경서 형이지.”장씨 아주머니는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는 조심스레 박연희를 쿡쿡 찔렀다.“빨리, 빨리 아빠라고 부르세요.”그런데 박연희가 어찌 그를 아빠라고 불러낼 수 있겠는가?물론 심지철도 그녀의 마음속의 족쇄를 알고 있다. 그는 진범이와 함께 있다가 또 하민희를 보러 갔다... 그 아이의 신세는 이미 경서에게서 한 번 들었기에 그는 그 아
박연희가 집으로 돌아오자 장씨 아주머니는 오르락내리락 뛰어다니며 흥분에 겨워 감탄했다.“어찌하여 심지철이 사모님의 친아버지가 되셨습니까? 아이고, 심지철이 B시에서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데요.”그녀는 진범이를 안고서 매섭게 뽀뽀를 하며 말을 이었다.“진범 도련님, 이제 외할아버지가 계시면 아무도 감히 당신들을 괴롭히지 못할 겁니다. 만약 누가 감히 우리 진범 도련님을 괴롭힌다면 외할아버지더러 산 채로 껍질을 벗기고 아프냐고 물어보세요.”장씨 아주머니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그녀는 또 무엇이 생각났는지 시치미를 떼며 원망하는 척 흉내를 냈다.“근데 어르신께서 직접 방문하셨는데 물 한 모금도 대접하지 않다니 너무하셨어요. 다음에는 이러면 안 됩니다.”박연희는 의자에 앉아 여전히 약간 넋이 나간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장씨 아주머니는 또 즐겁게 진범이와 놀아주며 시간을 보냈다....일주일 후, 심씨 집안에서 전화가 와서 박연희더러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밥을 먹으라며 집에 초대했다. 그리고 식사 자리에서 연회 때 혈연관계를 밝힐 것에 대해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최민정은 매우 간절한 말투로 그녀를 설득했다.“제 기세를 꺾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마세요. 생일이야 매년 있지만 연희 씨 당신은 심씨 집안 사람이고 어르신에게는 유일한 보배입니다. 무슨 일이든 당신을 위해서라면 뒤로 미뤄야죠. 그리고 집에서는 벌써 준비가 시작됐어요”“어르신께서는 이 일을 매우 중요시해서 많은 세부 사항을 직접 물어보셨습니다. 예전 같으면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공무가 하도 많아서 집안일에 관여한 적이 없기 때문이죠.”...박연희는 좋고 나쁨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게다가 그녀는 최민정과 심경서를 상당히 좋아했고 그녀 역시 심지철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각별했다. 그러니 이런 성의는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전화를 끊고 박연희는 박연준을 다시 떠올렸다.전날 밤, 그녀는 그가 사는 별장에 찾아갔다.박연희는 박연준에게 직접 여러 가지 가정 요리를 만
“그림 속의 떡이 따로 없군.”그는 박연희에게 그림 속의 떡이라며 가볍게 내뱉었다.박연희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조은혁 씨, 듣기 싫은 소리 하지 마세요. 경서와의 과거는 오해일 뿐이고 지금도 전 깨끗해요. 난 당신과 다르거든. 어디에나 둘 곳 없는 호르몬이나 뿜고 다니고 말이에요. 그리고 전 더더욱 당신처럼 B시에 집이 있고, 하와이에도 집이 있고, 벨린에도 집이 있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당신의 그 첩들은 아마 셀 수도 없을 거예요.”그러나 조은혁은 순식간에 말속의 포인트를 잡아냈다.“경서?”그는 더욱 냉소하며 그녀를 조롱했다.“너희들 대체 무슨 관계이기에 그 사람을 경서라고 불러? 당신이 이렇게 심씨 가문을 핥아주는데 그 사람들은 널 취급해 주긴 해? 그래. 네 말대로 널 초대했다고 쳐. 그럼 너에게 연회 초대장은 보냈어? 넌 연회에 참가하려면 결국 조 사모님의 명분을 써야 해.”...박연희는 눈을 내리깔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당신의 마음속에서 나는 이렇게 허영심을 탐하고 기혼 신분을 아랑곳하지 않고 높은 지위에 오르는 여자이군요... 그렇죠?”그녀는 조은혁과 많은 말을 나누고 싶지 않아 곧 돌아섰다.“박연희.”조은혁은 두 걸음 빨리 가서 그녀의 가는 손목을 잡았다.“만약 네가 최민정 씨와 교류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너를 연회에 데려가 줄 수 있어... 연희 네가 내게로 돌아오면 나는 널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줄 수 있어. 게다가 너와 심경서 사이의 관계도 더 이상 따지지 않을게.”...박연희는 가볍게 그의 손을 뿌리치고 싱겁게 웃어 보였다.“당신의 관대함에 감사드릴게요. 하지만 저는 필요 없어요.”조은혁은 박연희가 지금의 결정을 후회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그녀는 완전히 실패할 운명이다.심씨 가문이 어떤 계급인데 박연희와 같은 결혼한 여자를 집에 들이겠는가?하여 조은혁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넌 모를 거야. 심씨 가문이 친딸을 되찾았어. 그때에도 그들이 널 기억해 줄 것 같
하민희는 아직 말을 할 줄 모르지만 심지철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그녀를 안아주고 큰 돈 봉투를 쥐여주었다.그리고 마지막, 심지철은 박연희의 앞으로 다가갔다.위엄 있는 노인네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낯설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자애로운 아버지 같은 온정이 서려 있었다. 이윽고 박연희가 울먹이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버지.”심지철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곁에서 심철산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고 최민정은 덩달아 이 상황이 슬픈 듯 눈물을 훔쳤다.한참이 지나 심지철은 말없이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그는 책상으로 돌아와 서랍을 열었고 안에서 몇 장의 계약서를 꺼내 통장 한 부와 함께 박연희의 손에 쥐여주었다.“심씨 집안 조상이 해온 장사인데 아직 재산이 좀 있을 거야. 네 오빠도 경영을 잘하는 것 같은데 이것들은 우리 집에서 너에게 주는 작은 성의야. 그리고 앞으로 진범이가 장가갈 때나 민희의 혼수로 쓸 것이야.”몇 채의 별장은 가치가 수백억이 넘는다. 게다가 그 통장에도 천문학적인 액수가 적혀 있었다.박연희는 부적당하다고 생각되어 받기를 거부했지만 그때 옆에 서 있던 심철산이 입을 열었다.“이건 우리 아버지가 특별히 너에게 물려주는 거니까 그냥 받아. 나중에 네 새언니도 너에게 한몫 남길 거야. 비록 경서와 촌수는 조금 다르지만 집안에서의 지위는 같아.”“다 어르신이 아끼는 보배들이지.”그러자 심지철이 그를 장난스럽게 꾸짖으며 나무랐다.“네가 그동안 언제 그렇게 너스레를 떨었다고 그래? 이제 여동생이 있는 사람인데 좀 점잖게 행동해야지.”그러자 심철산이 거침없이 대답했다.“에이, 연희가 불편해할까 봐 농담 좀 했죠.”그들의 대화에 최민정도 입을 가리고 가볍게 웃었다.이윽고 그녀는 장씨 아주머니와 박연희의 팔짱을 끼고 그들의 앞에 데리고 가서 말을 꺼냈다.“그럼 그 두 아이는 할아버지에게 남겨두고 저는 장씨 아주머니와 연희 씨를 데리고 부엌의 음식 좀 보고 올게요. 겸사겸사 집 정원
심씨 저택 안.그날 저택에는 보랏빛 분홍색 유리 등이 가득 걸려있었고 유리 덮개 사이로 불빛이 비쳐 보기만 해도 아름답고 편했다.저택 안팎에는 차들이 빼곡히 서 있었고 B시의 유명 인사들은 전부 연회에 참석했다. 그들은 모두 심지철이 새로운 딸을 찾았다는 말을 들었지만 불과 25세의 나이에 심지철이 아내를 잃은 후의 일이라 나무랄 데가 없었다.그러니 심지철이 이번 기회에 딸을 되찾으려고 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하지만 오늘 이 기세를 보아하니 심지철이 이 딸을 매우 중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 대체 어떤 소녀가 어르신을 이토록 이례적으로 만들었는지 이상해했다. 심지철은 평소에도 가장 겸손한 사람이라 절대 남에게 단점을 보여주지 않았다.그리고 같은 시각, 조은혁은 하이볼을 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달빛 아래 옅은 분홍빛 유리 덮개가 바람에 살랑살랑 흩날리며 띵띵 맑은 소리를 내어 기분 좋게 만들었다.그 순간, 그는 박연희도 이런 램프를 좋아한다는 것이 문득 생각났다.어느 해 정월 대보름날, 그녀는 정원에 이런 유리 등을 가득 걸었지만 심씨 집안의 것만큼은 아니었다. 심씨 집안의 유리 등은 얼핏 보아도 모두 오래된 물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공예와 색상도 모두 최상급이다.조은혁 역시 명문가 출신이기에 이런 유리 등은 찾기 쉽지만 천 개는 정말 많은 힘을 들였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마 국내의 모든 유리 등갓이 이곳에 걸려있을 것이다. 그러니 심지철이 이 막내딸을 얼마나 많이 아끼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그런데 박연희가 무슨 수로 이런 사랑을 뛰어넘을 수 있겠는가?조은혁은 박연희가 왜 굳이 심씨 집안으로 달려들어 자기와 집에 가려고 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여 그는 오늘 저녁 연회를 거쳐 내일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면 박연희도 심씨 집안이 그녀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믿었다.기분이 좋지 않아진 조은혁은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뛰어난 외모는 여전히 많은 유명 연예인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