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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6화

병실 안.

박연희가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기에 심지철이 방금 왜 그토록 추태를 부렸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비슷한 얼굴 때문인가... 아니면 누군가와의 일부 추억 때문인가?

“엄마! 엄마!”

진범이가 그녀의 소매를 살짝 끌어당기자 박연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허리를 굽혀 아이를 안아 올렸다.

“엄마랑 바깥에서 산책하자.”

그녀는 심경서에게 미안한 듯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자 심경서는 진범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점잖고 부드럽게 말했다.

“형은 다음에 올게.”

어느덧 애교를 부릴 줄 알게 된 진범이는 심경서의 손바닥에 대고 얼굴을 문질렀다.

이윽고 심경서는 1층 마당에서 뒤늦게 심지철을 따라잡았다.

“할아버지.”

심지철은 예전부터 심경서를 매우 예뻐하고 애지중지한다.

전에 무당이 이 아이는 몸이 허약하지만 운명에 따르는 재물이 많다고 해서 특별히 자기와 비슷한 이름을 지어 자신의 원기를 조금이나마 그에게 전하려고 한 것이다.

하여 심경서의 부름에 몸을 돌린 심지철은 생에 처음으로 손자에게 심한 말을 하게 되었다.

“심경서, 너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

복도에 서 있는 심경서의 시공간은 마치 그 순간에 멈춰버린 듯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저도 조은혁이 직접 찾아와 그 여자의 이름이 박연희라는 것을 알게 된 거예요. 제가... 제가...”

“그 입 닥쳐!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

그 순간, 심지철이 한바탕 고함을 질렀다.

심지철은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더니 다시 몸을 돌려 자리를 떴고 심지어 심경서도 따라오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

평화로운 오후 시간.

심씨 저택의 작은 뜰에는 대나무 숲이 심겨 있고 바로 앞에는 정교한 작은 꽃집이 있다.

심지철은 마호가니 의자에 몸을 기대어 앉아있는데 그 앞 탁자 위에는 다 식어버린 차가 놓여있었다.

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그날 밤의 황당함을 회상했다.

당시 그는 중년에 아내를 잃었지만 사업은 나날이 번창했고 그에게 일을 부탁하려 하는 사람은 도시 끝에서 다른 끝까지 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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