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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5화

박연희가 말했다.

“제가 언제 달라고 했어요?”

그녀의 눈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왜 내가 바람피는 남자의 관심을 기분 좋게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조은혁 씨, 당신의 그 관심은 필요한 사람에게나 줘요!”

말을 마치고 그녀는 힘껏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조은혁이 놓아주지 않았다.

“나랑 집에 가자!”

집?

박연희는 잠시 멍해졌다가 눈을 내리깔고 냉소했다.

“당신도 돌아가지 않으면서, 거기가 어떻게 집이죠?”

그들의 손바닥은 마치 그들의 감정처럼 어둠 속에서 뒤엉켰다. 꽉 쥐려고 할수록 모래가 흐르듯 더 빨리 사라졌다.

박연희는 그를 필사적으로 뿌리쳤다.

그녀는 한 걸음 물러서서 그와 어둠 속에서 눈을 마주쳤다.

그녀의 희고 작은 얼굴이 네온 등을 받아 빛났다. 몇 년 전 그들의 첫 데이트와 비슷했지만 서로의 마음은 그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박연희의 목소리는 담담했고 약간 잠겨있기도 했다.

“당신이 가진 재산 때문에 당신 주변에는 여자들이 늘 흘러넘치죠. 그래서 당신은 본인이 놓아주지 않는 한 여자들은 영원히 당신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했겠죠. 그래요, 마치 진시아처럼.”

“하지만 조은혁 씨, 난 달라요.”

“22살의 박연희는 당신을 원했지만 지금은 원하지 않아요. 당신은 항상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지 안 사랑하는지 신경썼죠. 하지만 갓 결혼하고 반 년 뒤 나는 당신 옆에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어요. 나도 한때는 굽히고 들어갔고, 한때는 내가 당신에게 더 순종적으로 맞추기만 하면 당신이 밖에서 여자를 만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내가 잘못 생각한거죠. 바람을 피우려는 남자는 어떻게 하든 막을 수 없는 거였는데.”

...

박연희는 한 발 물러섰다.

“따라오지 마요. 우리... 이미 충분히 한 거 같아요.”

그녀는 어둠 속에서 떠났다.

걸으면 걸을수록 찬 밤바람이 목 안으로 들어오는 듯 해 그녀는 손을 뻗어 목도리를 여미며 찬바람을 꽉 막았다.

한때 그녀의 세상은 맑았다.

그러던 세상에 조은혁이 나타나 그녀에게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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