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진범이가 아빠의 얼굴을 비비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엄마는 지금 여동생과 자고 있어요.”조은혁이 마지못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어린아이도 알고 있는 그의 마음을 박연희가 모를 리가 있겠는가?그녀는 단지 그를 만나고 싶지 않을 뿐이다.장씨 아주머니는 입이 매서울 뿐 마음은 여려서 물만두 한 그릇을 가져다 그에게 가져다주며 중얼거렸다.“다음에 오실 땐 먼저 전화하세요. 그래야 사모님도 미리 피신하실 거 아니에요.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반나절 동안 침실에 갇혀 얼마나 갑갑하겠어요.”“...”...조은혁은 박연희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들였지만 박연희는 단 한 번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새해에 그는 직접 차를 몰고 와 새해 선물을 한 무더기 보내며 장씨 아주머니와 아이들과 함께 돌아가 설을 쇠자고 초대했다.“연희야, 우리는 아직 부부잖아. 새해에는 가족끼리 모여야 하지 않겠어?”그러나 박연희는 여전히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장씨 아주머니에게 말을 전했고곧이어 장씨 아주머니가 그에게 다가와 거칠고 직설적으로 말했다.“사모님께서 별거하면 부부가 아니라고 하시네요. 사모님께서는 이미 이혼 소송을 걸었는데 다시 같이 살면 그게 무슨 꼴입니까? 게다가 대표님께서는 가정이 하나 더 있지 않습니까? 제가 보기에 그 진시아 씨는 틀림없이 목이 빠지라 대표님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대표님께서 돌아가시면 진시아 씨는 반드시 지난날의 원한을 따지지 않고 대표님을 받아들여 기쁜 날을 보내겠죠.”조은혁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참 후에야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와 진시아는 이미 완전히 끝났습니다.”그러자 장씨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하긴, 어찌 큰 나무 한 그루 때문에 숲 전체를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밖에 영롱하고 예쁜 아가씨들이 널렸는데 그 진시아 씨는 늙고 초췌하여... 이제 보잘것없겠지요.”그 말에 조은혁은 제대로 화가 나고 말았다.그렇게 새해에 조은혁은 박연희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고 정월
김 비서도 그 얼굴을 보고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하인우 씨의 사촌 동생이네요.”조은혁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마침 차창이 반쯤 내려져 있어 하인아도 그들을 보았다.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뜻밖에도 이쪽으로 걸어오더니 그들의 앞에 이르러 두 뺨에 엷은 홍조를 띠었다.“대표님, 이렇게 만나다니 정말 공교롭군요.”이런 여자는 평소에 너무 많이 봐왔던지라 상대하기도 귀찮았다.그러나 오늘은 달랐다.조은혁은 시트에 기대어 실눈을 뜬 채 눈앞의 젊은 여자아이를 쓱 훑어보았다.그는 여전히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하지만 같은 시각, 하인우는 이미 머릿속에서 멋진 회사 대표가 그녀에게 반해버리는 로맨스 시나리오 하나를 뚝딱 완성했다.그렇다. 임우빈은 훌륭한 사람이다.하지만 임우빈은 중산층 집안 출신으로 연예계에서 몇 년 동안 잘 나가봤자 몇억을 모았을 뿐 B시 같은 촌스러운 곳에 별장을 하나 사기도 벅찼다.하인우는 기개가 있는 사람이다.먼저 조은혁에게 빌붙은 뒤 다시 임우빈에게 매달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그를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은 변하지 않으니까.하여 하인아는 마음을 억누르고 있던 부담도 털어버린 채 유난히 달콤한 눈빛으로 조은혁을 바라보았다. 돈 많은 남자는 항상 젊은 스위트걸을 좋아한다고 생각한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저는 근처에 이력서를 돌리고 왔는데 은혁 씨는요?”조은혁이 과연 그녀를 상대해줄지는 의문이었다.그런데 그때, 조은혁이 입을 열었다.그는 게으르면서도 약간 무심한 목소리로 답했다.“아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만나주지 않는군요. 그래서 그녀에게 선물을 주려 하는데 인아 씨 생각에 여자들은 어떤 선물을 좋아할 것 같습니까? 보석, 드레스, 아니면 별장?”조은혁의 말투에는 분명 조롱이 어려 있었다.김 비서는 이를 잘 알고 있다.여자를 꼬실 때 조은혁이 이런 말투로 상대가 원하는 대로 몇 마디 하면 여자들은 자연스럽게 속아 넘어가곤 한다. 하여 김 비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1열에 앉아서 눈앞
하인아가 자리를 뜨고 조은혁은 다시 담배를 입에 물었다.그저 그렇게 천천히 연기를 들이마시며 담배를 피웠다.김 비서는 앞에 앉아 일부러 비아냥거리는 어투로 입을 열었다.“몇 마디 만에 사람을 홀리다니 대표님은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런데 왜 굳이 하인아 씨를 건드리는 겁니까? 사모님께서 정말 그 여자를 위해 당신과 타협할 거로 생각합니까?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여자는 너무 사랑스럽지 않아요.”그러나 조은혁은 순금 라이터를 손에 쥔 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며 대답하지 않았다.그 후 며칠 동안 그는 더 이상 박연희에게 아부하지 않았고 길을 바꿔 새로운 작전을 생각해냈다....모든 일을 마치고 하인아는 아파트로 돌아갔다.임우빈은 얼마 전 조은혁에게 억눌려 지금까지 통보를 받지 못하고 집에 앉아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문 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집으로 들어서는 하인아의 기분이 좋아 보였다.하여 임우빈은 매우 자연스럽게 상황을 물었다.“오늘은 그래도 잘 풀렸나 봐? 만약 정말 일자리를 찾을 수 없다면 우리 하와이로 돌아가자. 우리 부모님께서 영업하는 그 슈퍼마켓이 마침 잘 안 돼서 우리가 인수할 수 있을 거야.”그러자 하인아는 소파에 털썩 앉으며 반박했다.“당신 부모님 그 300평도 안 되는 슈퍼마켓을 물려받자고? 부자들이 사는 별장도 그것보다 더 크겠네. 우리 둘은 그곳에 숨어서 살기 아까운 몸이잖아... 아 임우빈, 내가 오늘 누굴 만났는지 맞춰봐.”“어?”하인아는 그의 곁으로 다가가 팔을 껴안고 그의 얼굴을 주시하며 속삭였다.“나 오늘 조 대표님을 만났다니까. 게다가 대표님께서 나에게 3 비서가 되어 그의 곁에서 배울 기회를 주겠다고 명함까지 줬어. 월급도 천만 원이나 주겠다고 했다니까. 우빈아, 나 가고 싶어. 모처럼 찾아온 기회란 말이야.”...그러나 임우빈은 그녀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그는 여자친구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그 사람 신분을 잊은 거야? 그 사람이 어떤 남자인지 잊었어? 손가락 하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조은혁은 다시 진지한 얼굴로 업무에 몰두했다.그녀는 줄곧 일하지 않았다.하인아의 일은 조은혁을 모시고 각종 회의에 참석하고 접대하는 것이었다. 김 비서도 동행하지만 다른 점이라면 외출할 때는 사복을 입어도 되는 김 비서와는 달리 그녀는 여전히 비서 차림이라는 것이다.그리고 연회는 하인아가 조은혁을 모시고 참석했다.그 귀한 드레스와 보석류도 전부 회사에서 제공해준 것이다. 하인아는 매번 회사에 돌아갈 때마다 몰래 언젠가는 그녀에게도 이것들을 전부 가질 수 있고 조은혁이 자발적으로 그녀를 배웅해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다.시간이 오래되니 주변인들도 점차 그녀의 꿍꿍이를 눈치챘다.참으로 웃기지. 하인아는 결국 조은혁의 장난감일 뿐인데 말이다.조은혁은 샴페인을 들고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심지어 하인아가 차 안에서 술에 취한 척 그의 어깨에 기대도록 허락하기도 했다... 하인아는 남녀의 썸에 푹 빠져 조은혁이 손가락만 건드려도 언제든지 그가 가지고 놀 수 있도록 몸을 바칠 것이다.하지만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조은혁은 항상 그녀와 밀당하며 확답을 주지 않았다....조은혁은 오직 박연희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힘썼다.그날 밤, 그들은 자선 연회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짙은 회색 드레스를 입은 박연희는 폭포수 같은 검은 머리를 뒤로 넘긴 채 긴 진주 귀걸이로 더욱 아름답게 장식했고 손에는 은빛 파티백을 들고 있었다.그녀는 풋풋함을 벗어던진 채 완전히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찬란한 크리스털 등불 아래서 조은혁은 검은 눈동자를 또르르 굴리며 약간 노골적인 시선으로 그녀의 옷을 훑어보더니 약간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참으로 아름답네.”박연희도 마찬가지로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하인아가 그의 곁에 있는 것은 조금 의외지만 상당히 합리적이었다.그녀는 진작에 그의 인간관계에 개의치 않았다. 단지 하인아가 젊고 경망스럽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요 몇 년 동안 조은혁의 곁에서 왔다 갔다 하는 여
조은혁은 그녀의 손길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순순히 뺨을 맞았다.하얀 얼굴에는 여자의 희미한 손가락 자국이 남았고 현장에 있던 웨이터가 그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혀로 입천장을 한번 쓸었다.이윽고 박연희는 그의 손에 잡혀 강제로 엘리베이터로 끌려갔다.힘에 밀려난 박연희는 도무지 그를 떼어놓을 수 없었다.조은혁은 박연희를 지하 2층 주차장으로 끌고 가 검은색 롤스로이스 팬텀 뒷좌석에 사람을 밀어 넣었고 박연희는 시트에 머리를 세게 부딪힌 후에야 도망치려던 정신을 차렸지만 다시 한번 조은혁의 손에 의해 의자에 부딪히고 말았다.그의 노골적이면서도 맑은 눈 속에는 남자의 정과 욕망을 담고 있었다.“나 그 여자와 안 잤어. 자고 싶지도 않고.”조은혁의 목소리는 뜨거운 모래를 한 모금 머금고 있는 것 같았고 남몰래 참을 수 없는 남자의 욕구를 내포하고 있었다. 박연희가 그의 곁을 떠난 이후로 그는 여자를 만난 적이 없었다. 비록 혼자 욕구를 푼 적은 있지만 여자가 주는 느낌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그는 참다못해 몸이 아파 날 지경이었다.검은색 정장 바지가 꽉 끼는 것은 그의 큰 인내심을 보여주었다...그는 입술을 그녀의 귓가에 가까이하여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연희야, 나랑 집에 가자. 네가 나와 함께 집에 가준다면 난 즉시 그 여자를 해고할 거야...”그러자 박연희가 조용히 말했다.“만약 내가 당신과 함께 돌아가지 않는다면요? 만약 내가 당신의 욕망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당신은 그녀와 관계를 맺겠죠. 인우 씨의 여동생을 벌주어 나를 슬프게 하고 죄책감을 느끼게 하겠죠... 맞죠?”조은혁은 부인하지 않았다.그는 휴대폰을 꺼내 잠금을 풀고 카톡을 클릭했는데 그 안에는 하인아가 그에게 보낸 셀카 한 장이 있었다.[유니폼 유혹]매우 선명한 성적 암시였다.박연희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그녀와 임우빈, 우리 사이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조은혁 씨, 당신 곁에는 예쁜 여자가 많잖아요... 그러니까 그녀를 놓아주세요.”그
박연희는 말을 마치고 차에서 내렸다.박연희가 떠나고 조은혁은 자신의 낭패한 모습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다급히 차에서 내려 뒤쫓아갔지만 박연희는 빠른 걸음으로 건너편 검은색 캠핑카로 몸을 감추어버렸다...검은 차체가 불빛에 비쳐 오색찬란한 빛을 띠었다.그의 연희는 차에 앉아 조금의 미련도 남지 않은 표정이었다. 어쩌면 그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조은혁은 하인아로 그녀를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박연희는 이미 당시의 어린 소녀가 아니라는 것을 잊었다.마음만 모질게 먹으면 조은혁을 칼로 찌를 수도 있는데 하인아가 뭐라고 그녀를 흔들 수 있겠는가?조은혁은 어둠 속에 서서 한참 동안 슬픔에 잠겨있었다. 그렇게 겨우 정신을 차리고 차에 올라탄 조은혁은 젖은 양복바지를 신경 쓸 틈도 없이 운전석에 앉아 천천히 담배를 피우며 박연희를 생각했다.담배 한 대를 피울 사이, 그는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왔다.시원한 드레스를 입고 10센티미터의 하이힐을 신은 하인아는 비틀비틀 조은혁의 뒤를 쫓으며 하염없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대표님... 조 대표님...”사실 조은혁은 백미러에서 그녀를 보았다.볼품없는 모습이었다.그러나 그는 마치 하인아를 보지 못한 듯 여전히 어두운 얼굴로 검은 롤스로이스 팬텀을 타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하인아의 그림자가 점점 작아지더니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그리고 그날부터 하인아는 가치를 잃었다.회사에서 푸대접을 받으며 조은혁도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다.그녀는 여전히 일이 없었고 접대와 연회조차도 더 이상 그녀를 데리고 가지 않았다. 결국, 참다못한 하인아는 김 비서를 쫓아다니며 이유를 캐물었다.그러자 김 비서는 눈을 들어 하인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한참이 지나 갑자기 서랍에서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사진을 움켜쥔 하인아의 마음이 후들후들 떨려 났다.사진 속 22살의 박연희는 참으로 가냘프고 섬세했다. 맑고 고운 작은 얼굴은 태양 아래서 눈부시게 빛나며 청춘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인아는 그제야 완전히 깨달았다.조은혁은 의도적으로 접근했지만 그녀는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단 한 번도 진심을 내보인 적이 없다.그때, 조은혁은 손을 뻗어 백미러를 닦고는 조금 더 가벼운 말투로 다시 입을 열었다.“인사팀에게 해임장을 보내라고 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요. 반년치 월급을 배상해 드릴 테니까 그냥 이렇게 합시다.”말을 마치고 차창이 서서히 올라갔다.다급한 마음에 하인아가 엉겁결에 그를 불렀다.“대표님! 은혁 씨!”하지만 조은혁은 이미 차를 빼고 점점 멀어져 갔다.조은혁은 하인아를 멸시하고 있다.그는 항상 하인우를 의식하며 싫어하지만 그의 마음속에서 하인우는 그래도 약간의 혈기를 가지고 있어 존경할 만하지만 하인아 같은 이런 하찮은 여자는 하도 많이 봐왔는지라 상대해줄 가치가 없었다.조금 쌀쌀한 봄날의 밤, 그는 박연희의 화랑으로 향했다.그는 길가에서 그녀를 하염없이 기다렸다.오후 10시, 갤러리에서 나온 박연희는 조은혁을 보고도 못 본 척하며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그녀가 차에 시동을 걸자 조은혁은 곧바로 차에 올라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그녀의 차 뒤를 따랐다......집에 돌아와 문을 열자마자 방을 가득 채운 많은 선물이 눈에 들어왔다.그때, 장씨 아주머니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대표님께서 보내신 겁니다.”박연희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장씨 아주머니는 또다시 창가로 가서 바깥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혼자 좋은 남자 컨셉에 취했네요. 다른 여자라면 진작에 감동했겠죠.”박연희는 식탁에 앉아 물만두를 조금 먹고는 눈을 치켜뜨며 반박했다.“이런 거에 감동할 나이는 이미 진즉 지났죠. 이 물건들은 내일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 그의 회사로 보내라고 하세요. 저는 그 사람과 애매하게 계속 연루되고 싶지 않으니까요.”장씨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그래요. 우리도 지금 돈이 부족하지 않죠.”말을 마치고 박연희는 계속하여 물만두를 먹었다.한밤중에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더니 폭우가
이야기가 끝나고 상대방이 먼저 자리를 떴다.박연희는 혼자 앉아 남은 커피를 천천히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사모님.”귓가에 점잖은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박연희가 고개를 들자--그 사람은 뜻밖에도 임우빈이었다.임우빈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다소 초췌한 표정으로 박연희에게 말했다.“저 인아와 헤어졌습니다.”박연희가 담담하게 답했다.“저는 당신들의 일에 관심이 없습니다.”그러자 잔뜩 흥분한 임우빈이 다급하게 언성을 높였다.“사모님,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는 사모님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이게 다 조은혁 대표님 때문입니다. 대표님께서 인아를 유혹했고 요즘 인아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인아와 헤어지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저는 인아가 이대로 혼자 인생을 망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그의 말을 들으며 박연희는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조은혁에게는 하인아 같은 여자들이 수두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성적으로 말하면... 이제 충분히 놀았겠죠.”이윽고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이었다.“저한테 오는 것보다 임우빈 씨가 직접 인아 씨를 설득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빈 씨도 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불에 뛰어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겠죠.”임우빈은 조용히 그녀를 응시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인아는 지금 조은혁을 만나게 해달라고 빌며 단식 중입니다.”그러나 임우빈의 예상과는 달리 박연희는 마음이 여리지 않았다.“죄송하지만 저는 도울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처음부터 끝까지 하인아는 무죄가 아니다.더 이상 말할 가치가 없다고 느낀 박연희가 떠나려 자리에서 일어나자 임우빈은 따라 일어서며 그녀의 가는 손목을 잡았다. 그의 표정에는 약간의 고통이 어려 있었다.“제발 하인우 씨의 체면을 봐서라도 도와주세요.”익숙한 이름이 들리자 박연희는 차마 그의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박연희의 눈동자는 점차 촉촉하게 젖어 들었는데 그것은 하인우의 피눈물이다.“당신들은 인우 씨가 어떻게 죽었는지 뻔히 알잖아요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