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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조은서가 운전 기사에게 조용히 말했다.

“차를 세워주세요.”

기사는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길가에 세우고 고개를 돌려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조은서 씨, 무슨 일이에요?”

조은서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금 걷고 싶어요. 먼저 들어가세요.”

운전기사는 뒤를 돌아보고 그녀가 과거를 회상하고 있음을 짐작하여 자연스럽게 말했다.

“예전에 살던 곳을 다시 보고 싶으신 거군요. 그럼 저는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조은서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택시 타고 들어갈게요.”

운전기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알겠다며 차에서 내려 조은서를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 그는 눈치 빠르게 말했다.

“조은서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임도영 씨한테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녀는 더 얘기하지 않고 몸에 걸친 가디건을 가볍게 여미며 그 쓸쓸한 집으로 걸어갔다.

달빛이 부드럽게 내려앉는다.

조은서의 하이힐이 바닥 타일 위를 밟으며 맑고 외로운 소리를 낸다. 마치 이 저택처럼 쓸쓸했다.

그녀는 문 앞에 도착해 고개를 들어 ‘진이 정원'이라 쓰인 글자를 바라봤다.

이 저택에는 그녀의 아름다운 어린 시절이 있다.

그리고 이 저택에는 그녀와 유선우가 함께했던 제일 좋은 순간들도 있다. 그들이 결혼한 여러 해 동안, 가장 좋았던 순간들은 사실 이혼 후의 시간이었다. 그들은 진짜 부부처럼 함께 생활했으며 매일 걱정과 두려움 속에서도... 유선우의 따뜻한 품에서 그의 확신에 찬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녀는 모든 것이 괜찮을 거라고 느꼈다.

그녀는 그때의 다정함과 그때 깊이 새겨진 기억이 없었다면 아마 이토록 잊기 힘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조은서는 더는 과거에 잠기고 싶지 않아 돌아서려는 순간, 고개를 들어보니 유선우가 보였다.

유선우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마치 이 씨 저택에서처럼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한참 지나, 유선우는 조금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는 왜 왔어? 임도영 씨와 사귀고 있다면서? 행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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