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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1화

백서윤이 입을 열려던 순간, 그녀는 문득 복도 저 너머에서 휠체어에 앉은 채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유선우를 발견하게 되었다. 유선우의 검은 동공은 마치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 깊고 난해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백서윤은 더 이상 말할 용기도 없었고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나는 유선우가 보복할까 두려웠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여전히 유선우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기 때문에 유선우와 조은서의 재결합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음이 복잡해진 백서윤은 그저 조은서를 향해 차갑게 웃어 보이며 다급히 마무리를 지었다.

“전에 당신이 선우 씨를 매우 사랑한다고 사촌 언니에게서 들은 적이 있는데 난 그것을 사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어요. 그런데 인제 보니 당신은 선우 씨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요... 당신이 말하는 사랑은 결국 그 당시의 내 사랑과 다를 바 없이 똑같이 천박하기 그지없네요.”

“다른 남자와 사랑하면서 당신이 말하던 그 새로운 삶이나 마음껏 살아가세요. 난 당신이 뼈저리게 후회할 날만을 기다릴 테니까.”

...

백서윤의 말이 끝나고 조은서는 한참이 지나서야 무뚝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백서윤 씨, 당신은 나와 유선우의 과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데?”

말을 마친 조은서는 곧바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그녀가 몸을 돌린 순간, 복도 저 너머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던 그 사람의 모습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일단 자세히 캐묻지 않고 자리를 뜨긴 했지만, 조은서의 마음 깊은 곳에는 이미 의심의 씨앗이 심어졌다.

조은서가 자리를 뜨고 백서윤은 벽에 몸을 기대 애써 요동치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한참 뒤, 갑자기 생각난 것이 있는지 백서윤은 빠른 걸음으로 복도 끝을 향해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백서윤은 그곳에 있는 유선우를 발견하게 되었다.

유선우는 휠체어에 앉은 채 창을 사이에 두고 1층이 있는 방향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유선우가 조은서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있는 그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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