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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이미 오랫동안 끼고 다니며 반쯤은 낡아 있었지만 버리기 아까웠는지 여전히 옷장 정중앙에 고스란히 놓아두었다.

조은서는 커프스를 꺼내 들어 묵묵히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녀의 마음속을 지키고 있던 마지막 방어선이 그 자리에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유선우는 아직도 조은서가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말을 한다.

아직도 평범한 여자를 찾아 여생을 보내겠다고 말한다... 그런 몸을 이끌고 이미 2년을 홀로 외롭게 지내왔으면서 이대로 평생 살 준비까지 했다니.

조은서더러 새로운 삶을 살라고 하면서 본인은 여전히 그들의 신혼 방에서 썩은 듯이 살고 있다.

그런데 유선우는 아직도 조은서에 대한 감정은 별거 아니라는 말을 하고 있다.

순간, 반응할 겨를도 없이 감정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과거, 그게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모든 것들이 갑자기 마음속에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조은서는 신혼 시절 유선우의 냉담함과 그녀의 청순함을 기억했다. 그녀는 매일 구석진 위치에서 유선우를 위해 외출복과 액세서리를 맞춰주었고 아내가 될 생각에 무척이나 기뻐하였었다...

많은 세월이 흐르고 그때의 감정이 인제 와서 다시 솟구칠 줄 몰랐다.

조은서는 가까스로 눈물을 참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물기가 어려있었고 코끝은 붉게 물들었다... 더 이상 생각을 이어갈 수 없어 조은서는 재빨리 옷을 골라 갈아입고는 아래층에 내려갔다.

...

유선우는 객실에 없었다.

마음이 복잡해진 유선우는 서재에서 담배를 피우며 창밖의 어둠이 가시고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고요한 밤.

바깥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고용인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사모님께서 이만 집에 돌아가시겠다는데 아직 몸도 성치 않은데 대표님께서 직접 나와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그러자 유선우는 곧바로 휠체어를 돌렸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바깥에 어둡게 드리워진 밤보다 더욱 어두웠다.

1층에서는 진 비서도 조은서를 말리고 있었다.

“아직 몸도 완전히 낫지 않으셨는데 날이 밝은 뒤 가셔도 늦지 않아요.”

그러나 조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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