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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그러자 유선우는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있는데?”

유선우는 조은서의 뒤통수를 움켜쥔 채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두 사람의 몸은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무자비한 남녀의 욕구는 결국 서로에 대한 강력한 감정을 위해서였다.

10년 넘게 알고 지냈고, 몇 년간의 결혼생활까지 경험하고, 그렇게 많은 슬픔과 이별을 겪고, 두 명의 자식을 두고도, 단 한 번도 이렇게 마음속 깊은 곳을 찌르는, 이토록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말은 한 적 없었다...

유선우의 눈에는 온통 조은서에 대한 갈망만이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모든 욕구를 꾹꾹 눌러 담고 마치 가족같이, 그리고 아이를 대하는 어른과도 같이 앞으로 잘 살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당부했다.

조은서는 여전히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부들부들 떨었다.

고개를 젖히고 유선우를 바라보는 그녀의 작은 얼굴은 등불 아래에서 유난히 맑고 부드러웠다. 유선우가 가장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조은서는 눈물을 가득 머금고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저더러 어떻게 잘 살라는 거예요? 선우 씨, 당신이 알려줘요... 대체 어떻게 잘 살라는 거예요?”

유선우는 답해줄 수 없었다.

그는 조은서의 발목을 잡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다 보면 조은서 또한 점점 무뎌질 것이고 그들의 감정 또한 점점 담담해질 것이다...

조은서 또한 유선우의 결단을 보아냈다.

그녀는 반드시 떠나야만 했다.

그때, 별장 정원에서 승용차 소리가 나더니 조은서의 운전기사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러자 조은서는 유선우의 어깨를 받치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선우 씨, 이거 놔요. 전 이제 가야 해요. 선우 씨가 말한 건 잘 고민해볼게요.”

유선우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조은서는 이미 몸을 일으켜 매우 빠른 걸음으로 현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조은서가 현관에서 돌아서던 순간, 유선우는 그녀의 눈가에 은은히 맺힌 눈물방울을 보았다...

유선우는 여전히 조은서의 온기가 남아있는 왼손에 힘을 꾹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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