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서는 코가 시큰했다.그녀는 휴대폰을 놓고 진이 정원에서 함께 보낸 날들을 생각하면서 이안이가 수술하기 전날 밤이 떠올랐다, 그때 유선우는 절절하게 그녀와 작별했었는데 다만 그녀는 이안이 걱정에 유선우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었다.하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가서 그녀가 진실을 알고 있었다고 해도 유선우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이다.현재와 미래가 제일 중요했다...조은서는 유선우의 카톡에 더 답장하지 않고 진 비서와 약속을 잡았다. 유선우를 공략하려면 진 비서의 도움이 필요했다.진유라는 전화를 받고 흔쾌히 동의했다.그녀는 유선우의 곁에 오래 있었고 조은서와도 친분이 있어 두 사람이 다시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전화를 끊고 난 그녀는 코가 시큰해졌다...그녀는 조은서가 유 대표의 곁으로 돌아온다면 그의 몸이 더 빨리 회복하리라 생각했다.오후 1시, 그들은 카페에서 만났다.조은서가 먼저 도착해서 블루 마운틴 커피를 주문하고 진유라한테는 그녀가 즐겨 마시는 영국식 홍차를 주문해 줬다.진유라는 시간에 딱 맞춰 들어왔고 오피셜한 직장인 차림새였다. 그녀는 앉으면서 조은서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마침 급하게 처리할 문건이 하나 와서요.”“지난 2년 동안 진 비서님 수고 많으셨어요.”조은서는 그녀의 손을 잡고 감정이 올라오는 듯 말했다.“선우 씨 성격이 까다로워서 평소에 잘 챙겨주세요.”진유라는 그 말을 들으며 마음이 짠해서 그녀도 조은서의 손을 잡으며 낮게 말했다.“이렇게 말씀하시니 저도 마음이 놓이네요. 은서 씨, 2년 전에 제가 얼마나 두려웠는지 아세요? 제가 직접 변호사님을 데리고 은서 씨를 찾아가서... 유 대표님의 유서를 건네게 될까 봐 너무 두려웠어요. 지금이 너무 다행이에요.”진 비서는 쉽게 울지 않았지만, 눈가가 반짝였다.조은서는 더 감정이 일렁였지만 이내 감정을 억누르고 작게 말했다.“그 사람 지난 2년 동안은 아주 부정적이었을 거예요. 제가 외국의 전문가들을 모셔 와서 그 사람 치료
함은숙은 조은서가 거절할까 봐 비굴하게 말을 건넸다. 그리고 특별히 종업원을 불러왔다.“커피가 식어서 새것으로 하나 가져와 줘요. 우리 은아는 블루 마운틴 커피를 제일 즐겨 마셔요.”종업원은 웃으면서 알겠다고 했다.함은숙은 다시 조은서를 보면서 애원하듯 말했다.“그저 잠깐이면 돼. 잠깐만 얘기 좀 하자.”조은서가 조용히 자리에 앉자 함은숙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종업원이 커피를 새로 가져왔을 때도 그녀는 아주 정성스럽게 건너다 주었지만, 조은서는 그녀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 여전히 상대가 자신에게 했던 일들을 잊을 수가 없었다. 함은숙은 실망스러웠지만, 자신의 잘못이 크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정신을 가다듬고 조은서와 얘기를 나눴다. 그녀는 유선우가 아픈 원인을 말하지 않고 그저 조은서가 유선우의 곁에 있으면서 두 사람이 부부로 다시 단란하게 지내 달라고 부탁했다.함은숙은 눈물을 훔치면서 말했다.“너희들 아이가 둘이야, 다 유씨 집안의 아이잖아. 은서야, 나는 네가 선우한테 아직 감정이 남아 있다고 믿어. 네가 나를 용서해 주기를 바라지 않지만 두 아이를 봐서라도 선우 곁으로 돌아가 달라고 부탁할게. 선우는 지금 네가 많이 필요해.”조은서는 그녀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함은숙이 지금 얼마나 비굴하고 불쌍해 보여도 지나간 일들을 생각하면 마음에 한이 남아 있었다.조은서는 가만히 커피를 보면서 덤덤하게 말했다.“큰 사모님, 저랑 선우 씨가 앞으로 어떻게 되든 사모님이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사실 그녀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원한을 품고 살아가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고 조은서도 예외가 아니었다.그녀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떠날 때, 등 뒤에서 무너져 내린 함은숙의 외침이 들려왔다.“은아, 사실 예전에 나는 네가 참 마음에 들었어. 그해 유 씨 저택의 연회에 참석했던 날 기억나? 너는 나를 이모라고 부르면서 나를 잘 따랐잖아...”조은서는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덤덤하게 웃었다.“당신이 좋아하는 건
유선우는 흠칫 놀라더니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조은서가 돌아왔다!그녀가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왔다...아무 반응이 없는 그를 보면서 기사는 더욱 환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아이고, 이안 아가씨가 많이 컸네요. 이준 도련님도 걸음마를 뗄 나이네요! 정말 잘 생겼어요. 주인님이랑 판박이네요.”유이안, 유이준...유선우의 마음이 일렁이면서 말했다.“나와 조은서의 아들인데 당연히 나를 닮지.”다리가 불편한 그는 차 문을 열었고 시야에 조은서가 들어왔다.조은서는 차의 트렁크에 짐을 넣고 있었고 이안이 곁에 서 있었다. 6살 난 어린아이는 개구지고 귀엽게 생겼고 늘씬했다. 이준이는 아주머니가 안고 있었는데 이제 한 살이 넘은 나이에도 김병훈의 말처럼 유선우와 많이 닮았다.유선우는 눈가가 붉어졌다. 이건 그가 이준이를 처음 보는 것이었고 오랜만에 본 이안이도 정말 그리웠었다.조은서는 트렁크 문을 닫고 이안이의 손을 잡고 차에 타려는데 앞으로 가자마자 유선우를 보았다...시간이 마치 멈춘 것 같았다.한참 지나 조은서는 이준이를 안고 그쪽으로 걸어갔고 이안이도 엄마 뒤를 따랐다.유선우는 손을 꼭 잡으면서 그녀가 앞에 오기를 기다렸다가 살짝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5월에 온다고 하지 않았어? 왜 인제야 온 거야?”그는 두 사람의 아들인 이준이를 빤히 쳐다보았다.이안이는 그의 품으로 안기면서 애교 섞인 목소리로 아빠를 불렀다. 유선우는 그 소리를 듣고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억지로 참으면서 다정하게 품 안에 안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생명의 연장을 느꼈다.한참 있다가 그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빠가 동생 좀 볼게.”아빠한테서 내려온 이안이는 힘이 좋은 듯 엄마의 품에서 동생을 건네받아 아빠의 품에 내려놓았다. 이안이는 애늙은이처럼 이준이한테 가르쳤다.“아빠라고 불러.”이준이는 도도한 모습이었다.한참이 지나도 부르지 않고 말도 하지 않았다.유선우는 조금 걱정되는 마음에 조은서를 바라보았고 조은서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분명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유선우의 마음은 영 좋지 않았다.조은서는 이 얘기를 더 이어가지 않고 살짝 허리를 숙여 유선우를 도와 문을 닫아주었다... 이 동작 때문에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져서 그는 이준이의 분유 냄새와 조은서의 몸에서 나는 은은한 향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예전처럼 그녀는 꽃향기를 좋아했다.그 은은한 향기는 샘물처럼 오랫동안 메말랐던 유선우를 촉촉이 적시고 그의 남성적인 본능을 일깨웠다.그의 눈동자가 깊어지면서 그녀의 영혼 깊은 곳을 두드렸다.비싼 차 문이 천천히 닫히면서 서로의 시선을 차단했고 김병훈은 곁에서 손을 비비면서 말했다.“사모님, 앞으로 문을 닫는 일 같은 건 제가 하면 됩니다.”그는 조은서를 사모님이라고 불렀는데 조은서는 정정하지 않았다.김병훈도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 마음속에 짐작이 서서 차에 올라탄 후 정신을 번쩍 차렸다.뒷좌석에서는 이안이 조잘거리면서 아빠와 쉬지 않고 말했고 유선우는 그런 딸이 귀여운 듯 쭉 사랑이 넘치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그는 이안이 아직 어려서 세상사를 잘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안이는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멈추고 빤히 유선우를 쳐다보았다... 한참이 지나, 이안이는 갑자기 자신의 앳된 두 팔로 아빠를 꽉 안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빠, 저 그 꿈이 생각났어요.”꿈속에서 아빠는 누워서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꿈속에서 의사는 아빠에게 마취 주사를 놓았는데 그 바늘이 아주 굵었다... 이안이가 아무리 아빠를 불러도 아빠는 깨지 않았고 그때는 아빠가 왜 거기에 누워있었는지 몰랐다.하지만 지금은 알게 되었다. 아빠는 이안이를 위해서였다.이안이는 울지 않고 그저 아빠를 꼭 안고 있었다.아이는 다 알고 있었다.이안이는 사실 다 알고 있었다.유선우는 눈시울이 붉어져 제 아이, 자신의 절반 목숨을 내어주고 바꿔온 아이를 꼭 안았다... 그는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었다.만약 목숨이 정말로 교환된다면 지하 세계에는 젊은 부모들이 가득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
그녀는 걸어와서 자연스레 허리를 숙여 휠체어를 끌면서 익숙한 말투로 말했다.“선우 씨 손님을 접대하러 가신 거 아니에요? 어떻게 별장에 돌아오셨어요?”말하고 그녀는 이안이를 보면서 물었다.“이 아이는...”이안이는 예쁜 여의사, 특히 그녀의 꽉 낀 가슴을 보고 있었는데... 아이는 숨김이 없었기에 이안이는 바로 아빠를 부르면서 유선우의 휠체어를 밀어주려고 했다.설리는 계단에서 뛰어 내려와서 꼬리를 흔들며 이안이의 주위를 뱅글뱅글 돌았다.유선우는 어찌 아이의 생각을 모르겠는가.그는 웃음이 터져서 설리를 이안이에게 안겨주면서 말했다.“강아지랑 놀고 있어.”이안이는 강아지를 안고서 유선우의 목을 안은 뒤 말랑한 말투로 예쁜 여의사를 보고 말했다.“아주머니 나도 밀어주세요.”장서희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사실 밀어주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이 아이는 교활한 게 다루기가 어려워 보였다...그녀는 습관적으로 웃음을 띠고 말했다.“아이들은 말을 들어야 해. 네가 이렇게 선우 씨한테 안겨 있으면 불편해할 거야.”유선우는 이안이 서러워할까 봐 장서희를 꾸짖으려고 했는데 이안이는 아빠가 걱정되어서 바로 내려와서 강아지를 안고는 말했다.“그럼 저는 아빠 곁에서 걸어가겠어요. 제가 잠이 오면 이준이를 불러서 아빠 곁에 있으라고 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아빠의 곁은 24시간 아기가 지켜줄 수 있어요.” “...”유선우는 위층으로 가지 않고 홀로 들어가서 의사의 부축을 받으며 소파에 앉았다. 그가 앉아 있을 때는 아무런 이상한 티도 나지 않았고 여전히 성숙하고 멋졌다.장서희는 약과 물을 가지고 뒤돌아 마침 유선우의 옆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그녀는 말없이 몇 초 동안 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정성을 다한 다정한 모습으로 걸어갔다. 약과 컵을 내려놓은 그녀는 유선우의 다리를 안마해 주기 시작했다.그녀는 부드럽게 말했다.“선우 씨, 이 정도 힘이면 어때요? 오늘 외출하시면서 다리가 불편한 데는 없었어요?”유선우는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이때 밖에서 차 소
...아이들이 떠난 후에야 조은서는 장서희를 바라보았다.장서희는 YS 병원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또 재활센터에 있었기에 조은서를 본 적이 없다가... 이번에 정식으로 만난 것이다.여름이 끝나가는 무렵, 조은서는 세련된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날씬한 몸매는 지적이고 우아해 보였다.서로 비교하는 경향이 있는 장서희는 조은서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두 아이를 낳은 여자치고는 조은서가 너무 예쁘고 날씬해서 심기가 불편했다.그녀의 몸에는 부족함 없이 자란 듯한 고귀함이 있었다.장서희는 얼굴에 마음이 불편한 티가 얼굴에 어느 정도 났고 손을 뻗어 조은서를 보면서 일부러 말했다.“사모님 안녕하세요. 저는 선우 씨의 개인 재활 의사 장서희입니다. 현재 별장에 거주하고 있어요.”이런 말들은 다소 도발하는 뜻이 담겨있었다.조은서는 손을 잡으면서 작게 웃으며 말했다.“조은서 씨라고 불러주세요. 저는 선우 씨의 전처이고 현재 저도 새 애인이 있어요. 하지만 앞으로 우리는 자주 만나게 될 겁니다. 아무래도 저와 선우 씨 사이에는 함께 양육해야 할 두 아이가 있으니까요. 별장에서의 많은 일은 선우 씨가 처리하기 불편한 일이 있을 것이고 전처로서 제가 그 부분을 보살피게 될 것인데... 장 선생님께 방해가 되지는 않겠죠?”장서희는 표정이 굳을 뻔했다...그녀는 조은서가 너무 간섭한다고 생각했다. 이혼한 부부 사이에 새로운 남자친구도 있다면서 왜 선우 씨의 일에 끼어드는지 이해가 안 됐다.그녀는 유선우 쪽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유선우는 그녀의 편을 들어 얘기할 생각이 없어 보여서 그녀는 약과 컵을 들고 다정하게 말했다.“선우 씨, 약 드실 시간이에요.”그녀의 행동거지가 친밀했는데 유선우는 반대하지 않았다.조은서는 덤덤하게 말했다.“잠시만요.”그녀는 그 약을 들어 보고는 말했다.“민우 오빠한테 물어봤는데 선우 씨가 먹는 약은 모두 식후에 먹어야 하지 식전에 먹기 적합하지 않다고 했어요. 아니면 부작용이 더 클 거라고 하더군요. 장 선생님, 당신은 YS
별장의 고용인들은 오늘 특별히 기분이 좋았다.그들은 힘들게 요리를 한 상 크게 차렸고 이안이가 아직 성장기라는 것을 고려하여 삼계탕을 만들어 주었다. 값비싼 식자재들을 넣고 만든 음식이 밥상에 올라오면서 향긋한 냄새를 풍겼다.그 예쁜 여의사, 장 선생도 함께 앉아 식사했다. 유선우를 보살펴야 하는 이유로 하여 그녀는 안주인이 앉는 자리에 앉았다. 바로 조은서가 예전에 자주 앉던 그 의자였는데 조은서는 두 사람이 이혼한 마당에 이런 것은 따지지 않았다. 장서희는 아주 정성스럽고 다정하게 요리를 집어주었다.그녀와 유선우는 합이 잘 맞는 듯 보였는데 아마 그녀가 별장에 들어온 지 꽤 된 것 같았다...조은서는 신경이 조금 쓰였다.이 장 선생이 제일 눈치가 없는 것은 이안이가 닭 다리를 먹고 싶어서 젓가락을 뻗었는데 장서희가 바로 그 닭 다리를 집어 유선우의 그릇에 놓았다는 것이다.이안이는 빤히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두 개의 닭 다리 중 하나는 방금 장서희가 먹었고 나머지 하나는 장서희가 집어서 아빠한테 주었는데... 이안이도 닭 다리가 먹고 싶었다.아이의 생각을 유선우가 어찌 모르겠는가?그는 닭 다리를 집어서 이안이에게 주면 이안이가 기분이 좋을 줄 알았는데 이안이는 입을 삐죽거리면서 아빠를 보며 말했다.“아주머니는 공용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았어요. 비위생적이에요.”유선우는 당황했다. 장서희는 일반가정 출신이어서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식사할 때 공용 젓가락을 사용하는 습관이 없었다. 그녀는 유선우가 자신이 함께 식사하도록 허락한다는 것을 그 정도까지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개졌다.결국, 조은서가 나서서 분위기를 풀었다. 그녀는 이안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다정하게 말했다.“이안이 그렇게 예의 없게 굴면 안 돼.”그녀는 또 장서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해요, 장 선생님.”장서희는 억지웃음을 띠고 말했다.“괜찮아요. 이런 거로 어린애랑 따지지 않아요.”조은서는 공용 젓가락으로
유선우는 30분 정도 곁에 있다가 내선을 걸어 아주머니를 불러왔다.아주머니는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서 이안이와 이준이가 잠든 것을 보고 인기척을 최대한 적게 내면서 물었다.“잠들었어요?”아이들을 보는 유선우의 눈동자에는 다정함이 가득했다.좀 지나서 그는 작게 말했다.“여기서 애들 좀 돌봐주세요.”눈치가 빠른 아주머니가 말했다.“주인님, 여기는 저한테 맡기시고 일 보러 가세요.”유선우는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는 휠체어를 끌고 안방을 나왔는데 조은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접대실에서 그녀를 찾았다.그녀는 통으로 된 유리창에 기대 전화를 하고 있었다.오후의 햇살은 투명한 유리창에 통과해 조은서의 몸에 비쳐서 그녀의 피부는 더 백옥같이 매끈했고 편안한 표정으로 상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유선우는 그때 그녀가 자신의 곁에서 떠날 때도 이렇게 편안한 표정으로 다른 사람과 얘기했었다는 것이 기억났다.그때는 박연준이었고 지금은 임도영으로 바뀌었다...사실 조은서는 지금 허민우와 통화하고 있었는데 통화 내용도 유선우의 상태에 관한 얘기였다. 얘기가 거의 끝날 무렵 그는 곁눈질로 유선우를 보았는데 그의 표정이 아주 복잡해 보였다.조은서는 작게 웃었다.그녀는 낮은 소리로 몇 마디 더 하고는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흔들면서 말했다.“도영 씨 전화에요.”유선우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휠체어를 끌고 다가오면서 시선은 테이블 위의 컵에 머물렀다. 컵은 조은서가 썼던 것이고 커피는 절반 정도 마셨지만, 그녀는 더는 그의 아내가 아니었다.유선우는 커피잔을 들어 살살 어루만지면서 읊조렸다.“내 앞에서 둘이 다정한 모습 보여줄 필요 없잖아.”“방금 그런 모습이었어요?”조은서는 유리창에 기대고 있었는데 햇살이 그녀의 등을 비추면서 속살이 보일락 말락 하였고 그 곡선은 아주 매혹적이었는데 그녀는 자각하지 못한 듯 계속 말을 이었다.“저는 당신이 장 선생이랑 함께 얼굴을 맞대고 사는 게... 둘 사이를 과시하는 모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