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의 고용인들은 오늘 특별히 기분이 좋았다.그들은 힘들게 요리를 한 상 크게 차렸고 이안이가 아직 성장기라는 것을 고려하여 삼계탕을 만들어 주었다. 값비싼 식자재들을 넣고 만든 음식이 밥상에 올라오면서 향긋한 냄새를 풍겼다.그 예쁜 여의사, 장 선생도 함께 앉아 식사했다. 유선우를 보살펴야 하는 이유로 하여 그녀는 안주인이 앉는 자리에 앉았다. 바로 조은서가 예전에 자주 앉던 그 의자였는데 조은서는 두 사람이 이혼한 마당에 이런 것은 따지지 않았다. 장서희는 아주 정성스럽고 다정하게 요리를 집어주었다.그녀와 유선우는 합이 잘 맞는 듯 보였는데 아마 그녀가 별장에 들어온 지 꽤 된 것 같았다...조은서는 신경이 조금 쓰였다.이 장 선생이 제일 눈치가 없는 것은 이안이가 닭 다리를 먹고 싶어서 젓가락을 뻗었는데 장서희가 바로 그 닭 다리를 집어 유선우의 그릇에 놓았다는 것이다.이안이는 빤히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두 개의 닭 다리 중 하나는 방금 장서희가 먹었고 나머지 하나는 장서희가 집어서 아빠한테 주었는데... 이안이도 닭 다리가 먹고 싶었다.아이의 생각을 유선우가 어찌 모르겠는가?그는 닭 다리를 집어서 이안이에게 주면 이안이가 기분이 좋을 줄 알았는데 이안이는 입을 삐죽거리면서 아빠를 보며 말했다.“아주머니는 공용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았어요. 비위생적이에요.”유선우는 당황했다. 장서희는 일반가정 출신이어서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식사할 때 공용 젓가락을 사용하는 습관이 없었다. 그녀는 유선우가 자신이 함께 식사하도록 허락한다는 것을 그 정도까지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개졌다.결국, 조은서가 나서서 분위기를 풀었다. 그녀는 이안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다정하게 말했다.“이안이 그렇게 예의 없게 굴면 안 돼.”그녀는 또 장서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해요, 장 선생님.”장서희는 억지웃음을 띠고 말했다.“괜찮아요. 이런 거로 어린애랑 따지지 않아요.”조은서는 공용 젓가락으로
유선우는 30분 정도 곁에 있다가 내선을 걸어 아주머니를 불러왔다.아주머니는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서 이안이와 이준이가 잠든 것을 보고 인기척을 최대한 적게 내면서 물었다.“잠들었어요?”아이들을 보는 유선우의 눈동자에는 다정함이 가득했다.좀 지나서 그는 작게 말했다.“여기서 애들 좀 돌봐주세요.”눈치가 빠른 아주머니가 말했다.“주인님, 여기는 저한테 맡기시고 일 보러 가세요.”유선우는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는 휠체어를 끌고 안방을 나왔는데 조은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접대실에서 그녀를 찾았다.그녀는 통으로 된 유리창에 기대 전화를 하고 있었다.오후의 햇살은 투명한 유리창에 통과해 조은서의 몸에 비쳐서 그녀의 피부는 더 백옥같이 매끈했고 편안한 표정으로 상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유선우는 그때 그녀가 자신의 곁에서 떠날 때도 이렇게 편안한 표정으로 다른 사람과 얘기했었다는 것이 기억났다.그때는 박연준이었고 지금은 임도영으로 바뀌었다...사실 조은서는 지금 허민우와 통화하고 있었는데 통화 내용도 유선우의 상태에 관한 얘기였다. 얘기가 거의 끝날 무렵 그는 곁눈질로 유선우를 보았는데 그의 표정이 아주 복잡해 보였다.조은서는 작게 웃었다.그녀는 낮은 소리로 몇 마디 더 하고는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흔들면서 말했다.“도영 씨 전화에요.”유선우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휠체어를 끌고 다가오면서 시선은 테이블 위의 컵에 머물렀다. 컵은 조은서가 썼던 것이고 커피는 절반 정도 마셨지만, 그녀는 더는 그의 아내가 아니었다.유선우는 커피잔을 들어 살살 어루만지면서 읊조렸다.“내 앞에서 둘이 다정한 모습 보여줄 필요 없잖아.”“방금 그런 모습이었어요?”조은서는 유리창에 기대고 있었는데 햇살이 그녀의 등을 비추면서 속살이 보일락 말락 하였고 그 곡선은 아주 매혹적이었는데 그녀는 자각하지 못한 듯 계속 말을 이었다.“저는 당신이 장 선생이랑 함께 얼굴을 맞대고 사는 게... 둘 사이를 과시하는 모습처럼
유선우는 곁에서 보고 있었다...그는 갑자기 예전에 자신한테 2,000만을 달라는 말도 조심스럽게 하던 아내가 떠올랐다. 그때 그는 조은서를 갯실새삼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조은서는 아름답고 위험한 장미였다...적색의 노을은 불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은색 롤스로이스의 환영은 천천히 별장을 나섰고 유선우의 마음도 텅텅 비었다... 그녀는 결국 떠났다.그는 다음 만남을 기대하기 시작했다....20분 후, 조은서는 한 독채 별장에 차를 몰고 들어섰다. 하와이에서 돌아와서 그녀는 별장에 거주하기로 했다... 집안에는 아주머니를 여러 명 고용하여 별장에 사는 게 더 널찍했다. 그리고 여기는 유선우와의 거리가 더 가까웠다.그녀가 주차를 다 했을 때, 하늘은 이미 노을을 거두고 밤이 어둑해졌다.조은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 인형을 안고 있던 이안이 갑자기 말했다.“아빠가 설리를 저한테 준다고 하셔서 저는 원래 갖고 싶었어요. 하지만 아빠 혼자 사는데 설리가 아빠 곁에 있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조은서는 이안이한테 뽀뽀를 해줬다. 이안이는 기운을 차리고 조은서를 따라가면서 물었다.“엄마, 우리 언제 또 아빠 보러 가요?”조은서는 다정하게 대답했다.“이안이가 아빠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가도 돼.”이안이는 기분이 좋아졌다.심정희가 현관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이안이는 기쁘게 할머니를 부르면서 심정희의 품 안에 안겼고 심정희는 예쁜 손녀를 쓰다듬어주고는 유선우의 상황을 물었다. 이안이는 숨김없이 다 말하고는 이렇게 얘기했다.“저는 커서 의사가 될래요! 제가 의사가 되면 아빠한테 주사도 놔드리고 약도 드릴 거예요. 그럼 아빠가 다 나을 거예요.”어린아이가 속없이 하는 말에 심정희는 마음이 심란해졌지만 아이 앞이라 그 마음을 숨겼다.밤이 되어 두 아이가 다 잠이 든 후, 심정희는 조은서를 불러 얘기했다.“지금은 그저 선우의 몸이 얼른 나았으면 해. 아니면 이안이가 커서... 무조건 자책할 거야.”조은서는 그녀를 위로했다
이렇게 카톡을 주고받으면서...조은서는 잠이 들었다. 그녀가 깨어났을 때는 한밤중이었다. 핸드폰에는 읽지 않은 카톡이 열몇 개가 와있었는데 모두 유선우가 보낸 것이었다.밤이 깊어서 그녀는 그저 조용히 보고만 있었을 뿐 답장을 보내지는 않았고 몸을 일으켜서 자신의 아들딸을 보살폈다.그녀는 유선우와 함께 살고 있지 않았지만 둘 사이의 거리는 먼 듯 가까웠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들이 지금처럼 같은 도시에서 사는 게 그들에게는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 것인지 모른다.모든 슬픔과 기쁨들을 하나둘씩 맞춰가고 있었다. 그 후에도 두 사람은 자주 연락하면서 세상에서 제일 책임감이 있는 전 부부처럼 함께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의 성장 문제에 관해 토론했다...6살인 이안이는 곧 학교에 입학할 나이였다.조은서가 말했다.“선우 씨가 B시에서 인맥이 넓으니 이안이 학교에 관한 일은 당신이 처리해 줘요.”유선우는 그 말에 동의하고 딸에게 학교를 찾아주기 시작했다. 그들은 많은 얘기를 했는데 가끔 조은서가 전화를 걸 때는 장서희가 받았다. 그녀는 한 번도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많이 묻지도 않았다... 유선우를 아주 존중해줬다.아이들이 다시 유선우의 집으로 갈 때는 아주머니가 데려다줄 때도 있고 조은서가 데려다줄 때도 있었다. 조은서는 2층에 올라가는 일이 극히 드물었고 고용인은 물세나 전기세 지출을 그녀에게 처리해달라고 했다. 이런 일들을 예전에는 진 비서가 했었는데 조은서는 흔쾌히 그녀를 도와서 시간이 날 때면 처리해 주었다.그녀는 별장의 구석구석을 잘 챙겼는데 유선우와는 항상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었고 사적인 대화도 거의 나누지 않았다.그렇게 눈 깜빡할 사이에 보름이 지났다...밤에 비가 내리면서 가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다.서재의 통유리창 앞에는 유선우가 조용히 앉아서 밖에서 내리는 바늘같이 가는 비를 주시하고 있었다... 아래층의 시계는 천천히 종을 열 번 쳤다.그는 이 시간이면 조은서가 한가해졌을 거로 생각했다. 그는 그녀가
유선우의 눈에서 흘러나온 갈망은 장서희의 마음이 차갑게 식게 했다. 그녀는 별장에 온 지도 오래되었고 유선우와 매일 함께 보내고 있었으며 예전에 그는 재결합하려는 뜻을 조금이라도 내비치지 않았고 심지어 아이들을 보러 하와이로 가지도 않았다.하지만 조은서가 돌아온 후로부터 모든 게 변했다.유선우는 자주 홀로 멍을 때렸고 근심과 걱정이 많아졌다. 이 모든 게 그 전 부인 때문이었다... 민감한 성격 덕분에 장서희는 조은서가 유선우에 대한 감정을 보아낼 수 있었다. 여자가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는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왜, 도대체 왜!두 사람은 분명 이혼했는데 조은서는 왜 다시 돌아와서 유선우의 결심을 뒤흔드는가 말이다.장서희는 조은서가 아주 못마땅했지만, 지금에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네, 조은서 씨도 가신다고 했어요.”그녀는 유선우 얼굴에 핀 환희를 보고 싶지 않아서 빠르게 방문을 나섰다. 유선우는 여전히 유리창 밖을 보고 있었는데 불이 밝아서 유리에 그의 그림자가 비쳤다... 휠체어에 앉은 한 남자.그는 자신을 비웃듯 피식 웃었다.‘유선우, 너는 무엇을 더 기대하고 있는 거야?’...이튿날, 유선우는 장서희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YS 병원으로 갔다. 2층에 도착하자 멀리 조은서와 허민우가 복도에서 얘기를 나누는 게 보였다. 유선우는 휠체어를 끌고 다가갔고 그 소리는 얘기를 나누던 두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뒤를 돌아본 조은서의 시선은 유선우와 그 뒤에 있는 장서희에게로 머물렀다. 대략 10초 후, 그녀는 다시 몸을 돌려 허민우에게 말했다.“민우 오빠, 그럼 그렇게 하는 거로 하고 저녁 7시에 식사해요.”얘기를 들은 허민우는 조금 놀랐지만 바로 알아채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유선우의 얼굴색만 조금 어두워졌다.신체검사를 할 때 그는 쭉 조은서와 말을 하지 않았다. 사실은 그녀를 그리워했다고 해도, 며칠 동안이나 그녀를 보지 못했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해도 말을 하지 않았다...검사결과는 여전하다는 것이었다.
허민우는 밖을 살피다가 문을 닫았다.그는 다가가지 않고 문 앞에 서서 작은 소리로 물었다.“둘이 아직도 난리야?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그는 말하고 웃음을 띠었다.그도 예전에는 조은서를 아주 좋아했었는데 언제 포기했냐면 자신이 유선우의 삼촌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가 아니고 유선우가 그 수술대에 누웠을 때부터 그는 두 사람이 절대로 헤어질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조은서에게 잘해주었다.그는 그녀가 마음고생하는 것을 알고 맞은편의 의자를 꺼내 앉으며 진지하게 물었다.“나랑 얘기 좀 할래?”조은서는 고개를 저으며 은은한 미소를 띠었다.“어린 애도 아닌데 이 정도 감정은 저 혼자서 풀 수 있어요... 민우 오빠, 저는 힘들다고 생각 안 해요, 정말요. 지금처럼 같은 도시에서 사는 게 저는 좋아요.”허민우는 함께 웃었다.그들은 또 연구실에 관한 얘기를 하다가 조은서가 자리를 떴다. 그녀가 차에 앉았을 때 유선우의 전화를 받았는데 그는 이안이와 이준이를 데려가서 하루 놀아주겠다고 했다.유선우는 목소리가 살짝 쉬어있었다.“저녁 9시 전에 와서 데리고 가.”남자의 어두운 속셈을 조은서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그녀는 가죽시트 위에 앉아서 일부러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열 시로 하죠. 열 시 전에 데리러 갈게요... 선우 씨, 당신도 알다시피 두 시간 안에 식사를 마치는 게 어려울 때도 있잖아요.”“그 식사 꼭 해야 해?”유선우는 화가 난 듯 바로 전화를 끊었다.조은서는 화를 내지 않고 휴대폰을 놓고는 긴 손가락으로 살짝 뜨거워진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는데 그 행동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녀가 허민우한테 한 얘기처럼 같은 도시에서 살고 언제든 전화를 걸 수 있고 그의 행적을 알 수 있는 지금이... 사실 충분히 좋은 상태였다.조은서는 허민우와 식사 약속을 잡은 게 아니었다. 그녀는 집에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은 후 THEONE이 B시에 있는 사무소 건물로 갔다. 모두 12층으로 된 건물인데 모두 THEONE
그녀의 말에는 마디마다 가시가 달려있었다.항상 침착함을 유지해 오던 박연준도 자극을 받았는지 결국 저도 모르게 해서는 안 될 말들을 입밖에 내뱉고 말았다.“내가 너 좋아하는 거 뻔히 알잖아!”공기 중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고 사방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박연준도 몇 초 동안은 자신의 행동이 후회되었으나 성실하고 훌륭한 변호사의 신분으로서 물은 이미 엎질러졌으니 아예 끝을 내자는 심산이었다.하여 그는 조은서를 뚫어지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너 아직도 유선우 지키고 있는 거야? 왜 나는 봐주지 않는 건데?”하지만 조은서의 목소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이윽고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직설적으로 말을 꺼냈다.“전 영원히 당신을 좋아할 수 없어요. 당신이 어떻게 조씨 가문을 몰락으로 이끌었는지 평생 기억할 텐데 지금 당신과 사귀라고? 박 변호사님, 제정신이세요?”...박연준은 어떻게든 그녀를 잡아보려 조은서의 손을 잡았지만, 조은서는 화들짝 놀라더니 손을 뿌리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그러나 박연준은 무지막지한 힘으로 조은서를 끌어당겼고 두 사람 사이는 어느새 조금의 틈도 없이 가까워졌다. 그는 마치 모든 이성을 잃은 것처럼 조은서의 다리를 바라보며 조금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난 멀쩡해! 넌 날 원망하는 거지? 네 오빠도 날 원망하거든. 근데 걔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내 여동생 박연희를 꼬셔서 하와이에서 혼인신고까지 했더라?”조은서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자신의 오빠가 박연준의 동생과 결혼한다고...오빠가 왜?박연준은 이를 악물며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당연히 보복 때문이겠지. 그래. 내가 조씨 가문을 무너뜨린 건 사실이야. 하지만 조씨 가문은 우리 남매한테 조금의 미안한 감정이라도 있긴 해? 그리고 일은 내가 저질렀는데 왜 내 동생까지 끌어들이냐고. 걘 이제 22살이야. 심지어 조은혁과 띠동갑이라고. 대체 조은혁의 뭐가 좋아서 넘어갔냐고.”“그래. 돈도 많고 얼굴도 잘생겼다는 건 인정할게. 하지만 감옥에
눈물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조은서는 시선을 돌리더니 조금 잠긴 목소리로 답했다.“괜찮아요.”이윽고 잠깐 멈칫하고는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아주머니한테 아이들 안고 내려오시라고 전해주세요. 저는 여기에 있을게요.”그러나 유선우는 움직이지 않았다.은은한 달빛 아래 유선우의 검은 눈동자가 조은서를 뚫어지라 바라보며 그녀의 사소한 표정 하나 놓치지 않았다. 게다가 속아주려는 마음조차 없었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울었어?”“아니요.”결국, 조은서는 유선우의 노골적인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차에서 내렸다.“그냥 제가 불러올게요.”발이 땅에 닿기 무섭게 조은서는 유선우에게 손목을 잡히고 말았다.조은서의 가녀린 팔목을 잡은 유선우는 달빛 아래에 비친 조은서의 아름다우면서도 섹시한 옷과 아직 손목에 남아있는 옅은 붉은 자국을 바라보았다...약간 고집을 부리더니 유선우는 조심스럽게 조은서를 품에 끌어당겼다.조은서의 몸이 흠칫 떨려났다.하여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매우 가까워졌다. 유선우는 조은서의 여린 얼굴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져주더니 눈가에 맺힌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며 더욱 깊은 목소리로 물었다.“이렇게까지 떨고 있는 건 바람을 피우던 그 자극 때문인 거야,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거야?”조은서는 유선우의 품을 벗어나 일어나고 싶었지만, 유선우는 또다시 그녀의 허리를 짓눌렀다.결국, 조은서는 짙은 콧소리와 함께 입을 열었다.“유선우 씨, 저희 아직 밖에 있어요. 만약 고용인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그리고 당신의 그 예쁜 간병인은요? 화날까 두렵지는 않으세요?”그러자 유선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오히려 더욱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은서를 타일렀다.“또 볼멘소리한다.”바깥에서 무슨 일이 생겼으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은서는 유선우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눈치이니 그 역시 조은서를 강박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유선우는 조은서를 놓아주고 싶지 않고 놓아주기 아쉬웠다. 이성적이지 않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