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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분명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유선우의 마음은 영 좋지 않았다.

조은서는 이 얘기를 더 이어가지 않고 살짝 허리를 숙여 유선우를 도와 문을 닫아주었다... 이 동작 때문에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져서 그는 이준이의 분유 냄새와 조은서의 몸에서 나는 은은한 향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예전처럼 그녀는 꽃향기를 좋아했다.

그 은은한 향기는 샘물처럼 오랫동안 메말랐던 유선우를 촉촉이 적시고 그의 남성적인 본능을 일깨웠다.

그의 눈동자가 깊어지면서 그녀의 영혼 깊은 곳을 두드렸다.

비싼 차 문이 천천히 닫히면서 서로의 시선을 차단했고 김병훈은 곁에서 손을 비비면서 말했다.

“사모님, 앞으로 문을 닫는 일 같은 건 제가 하면 됩니다.”

그는 조은서를 사모님이라고 불렀는데 조은서는 정정하지 않았다.

김병훈도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 마음속에 짐작이 서서 차에 올라탄 후 정신을 번쩍 차렸다.

뒷좌석에서는 이안이 조잘거리면서 아빠와 쉬지 않고 말했고 유선우는 그런 딸이 귀여운 듯 쭉 사랑이 넘치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는 이안이 아직 어려서 세상사를 잘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안이는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멈추고 빤히 유선우를 쳐다보았다... 한참이 지나, 이안이는 갑자기 자신의 앳된 두 팔로 아빠를 꽉 안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저 그 꿈이 생각났어요.”

꿈속에서 아빠는 누워서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꿈속에서 의사는 아빠에게 마취 주사를 놓았는데 그 바늘이 아주 굵었다... 이안이가 아무리 아빠를 불러도 아빠는 깨지 않았고 그때는 아빠가 왜 거기에 누워있었는지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알게 되었다. 아빠는 이안이를 위해서였다.

이안이는 울지 않고 그저 아빠를 꼭 안고 있었다.

아이는 다 알고 있었다.

이안이는 사실 다 알고 있었다.

유선우는 눈시울이 붉어져 제 아이, 자신의 절반 목숨을 내어주고 바꿔온 아이를 꼭 안았다... 그는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었다.

만약 목숨이 정말로 교환된다면 지하 세계에는 젊은 부모들이 가득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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