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분명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유선우의 마음은 영 좋지 않았다.조은서는 이 얘기를 더 이어가지 않고 살짝 허리를 숙여 유선우를 도와 문을 닫아주었다... 이 동작 때문에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져서 그는 이준이의 분유 냄새와 조은서의 몸에서 나는 은은한 향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예전처럼 그녀는 꽃향기를 좋아했다.그 은은한 향기는 샘물처럼 오랫동안 메말랐던 유선우를 촉촉이 적시고 그의 남성적인 본능을 일깨웠다.그의 눈동자가 깊어지면서 그녀의 영혼 깊은 곳을 두드렸다.비싼 차 문이 천천히 닫히면서 서로의 시선을 차단했고 김병훈은 곁에서 손을 비비면서 말했다.“사모님, 앞으로 문을 닫는 일 같은 건 제가 하면 됩니다.”그는 조은서를 사모님이라고 불렀는데 조은서는 정정하지 않았다.김병훈도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 마음속에 짐작이 서서 차에 올라탄 후 정신을 번쩍 차렸다.뒷좌석에서는 이안이 조잘거리면서 아빠와 쉬지 않고 말했고 유선우는 그런 딸이 귀여운 듯 쭉 사랑이 넘치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그는 이안이 아직 어려서 세상사를 잘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안이는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멈추고 빤히 유선우를 쳐다보았다... 한참이 지나, 이안이는 갑자기 자신의 앳된 두 팔로 아빠를 꽉 안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빠, 저 그 꿈이 생각났어요.”꿈속에서 아빠는 누워서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꿈속에서 의사는 아빠에게 마취 주사를 놓았는데 그 바늘이 아주 굵었다... 이안이가 아무리 아빠를 불러도 아빠는 깨지 않았고 그때는 아빠가 왜 거기에 누워있었는지 몰랐다.하지만 지금은 알게 되었다. 아빠는 이안이를 위해서였다.이안이는 울지 않고 그저 아빠를 꼭 안고 있었다.아이는 다 알고 있었다.이안이는 사실 다 알고 있었다.유선우는 눈시울이 붉어져 제 아이, 자신의 절반 목숨을 내어주고 바꿔온 아이를 꼭 안았다... 그는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었다.만약 목숨이 정말로 교환된다면 지하 세계에는 젊은 부모들이 가득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
그녀는 걸어와서 자연스레 허리를 숙여 휠체어를 끌면서 익숙한 말투로 말했다.“선우 씨 손님을 접대하러 가신 거 아니에요? 어떻게 별장에 돌아오셨어요?”말하고 그녀는 이안이를 보면서 물었다.“이 아이는...”이안이는 예쁜 여의사, 특히 그녀의 꽉 낀 가슴을 보고 있었는데... 아이는 숨김이 없었기에 이안이는 바로 아빠를 부르면서 유선우의 휠체어를 밀어주려고 했다.설리는 계단에서 뛰어 내려와서 꼬리를 흔들며 이안이의 주위를 뱅글뱅글 돌았다.유선우는 어찌 아이의 생각을 모르겠는가.그는 웃음이 터져서 설리를 이안이에게 안겨주면서 말했다.“강아지랑 놀고 있어.”이안이는 강아지를 안고서 유선우의 목을 안은 뒤 말랑한 말투로 예쁜 여의사를 보고 말했다.“아주머니 나도 밀어주세요.”장서희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사실 밀어주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이 아이는 교활한 게 다루기가 어려워 보였다...그녀는 습관적으로 웃음을 띠고 말했다.“아이들은 말을 들어야 해. 네가 이렇게 선우 씨한테 안겨 있으면 불편해할 거야.”유선우는 이안이 서러워할까 봐 장서희를 꾸짖으려고 했는데 이안이는 아빠가 걱정되어서 바로 내려와서 강아지를 안고는 말했다.“그럼 저는 아빠 곁에서 걸어가겠어요. 제가 잠이 오면 이준이를 불러서 아빠 곁에 있으라고 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아빠의 곁은 24시간 아기가 지켜줄 수 있어요.” “...”유선우는 위층으로 가지 않고 홀로 들어가서 의사의 부축을 받으며 소파에 앉았다. 그가 앉아 있을 때는 아무런 이상한 티도 나지 않았고 여전히 성숙하고 멋졌다.장서희는 약과 물을 가지고 뒤돌아 마침 유선우의 옆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그녀는 말없이 몇 초 동안 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정성을 다한 다정한 모습으로 걸어갔다. 약과 컵을 내려놓은 그녀는 유선우의 다리를 안마해 주기 시작했다.그녀는 부드럽게 말했다.“선우 씨, 이 정도 힘이면 어때요? 오늘 외출하시면서 다리가 불편한 데는 없었어요?”유선우는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이때 밖에서 차 소
...아이들이 떠난 후에야 조은서는 장서희를 바라보았다.장서희는 YS 병원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또 재활센터에 있었기에 조은서를 본 적이 없다가... 이번에 정식으로 만난 것이다.여름이 끝나가는 무렵, 조은서는 세련된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날씬한 몸매는 지적이고 우아해 보였다.서로 비교하는 경향이 있는 장서희는 조은서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두 아이를 낳은 여자치고는 조은서가 너무 예쁘고 날씬해서 심기가 불편했다.그녀의 몸에는 부족함 없이 자란 듯한 고귀함이 있었다.장서희는 얼굴에 마음이 불편한 티가 얼굴에 어느 정도 났고 손을 뻗어 조은서를 보면서 일부러 말했다.“사모님 안녕하세요. 저는 선우 씨의 개인 재활 의사 장서희입니다. 현재 별장에 거주하고 있어요.”이런 말들은 다소 도발하는 뜻이 담겨있었다.조은서는 손을 잡으면서 작게 웃으며 말했다.“조은서 씨라고 불러주세요. 저는 선우 씨의 전처이고 현재 저도 새 애인이 있어요. 하지만 앞으로 우리는 자주 만나게 될 겁니다. 아무래도 저와 선우 씨 사이에는 함께 양육해야 할 두 아이가 있으니까요. 별장에서의 많은 일은 선우 씨가 처리하기 불편한 일이 있을 것이고 전처로서 제가 그 부분을 보살피게 될 것인데... 장 선생님께 방해가 되지는 않겠죠?”장서희는 표정이 굳을 뻔했다...그녀는 조은서가 너무 간섭한다고 생각했다. 이혼한 부부 사이에 새로운 남자친구도 있다면서 왜 선우 씨의 일에 끼어드는지 이해가 안 됐다.그녀는 유선우 쪽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유선우는 그녀의 편을 들어 얘기할 생각이 없어 보여서 그녀는 약과 컵을 들고 다정하게 말했다.“선우 씨, 약 드실 시간이에요.”그녀의 행동거지가 친밀했는데 유선우는 반대하지 않았다.조은서는 덤덤하게 말했다.“잠시만요.”그녀는 그 약을 들어 보고는 말했다.“민우 오빠한테 물어봤는데 선우 씨가 먹는 약은 모두 식후에 먹어야 하지 식전에 먹기 적합하지 않다고 했어요. 아니면 부작용이 더 클 거라고 하더군요. 장 선생님, 당신은 YS
별장의 고용인들은 오늘 특별히 기분이 좋았다.그들은 힘들게 요리를 한 상 크게 차렸고 이안이가 아직 성장기라는 것을 고려하여 삼계탕을 만들어 주었다. 값비싼 식자재들을 넣고 만든 음식이 밥상에 올라오면서 향긋한 냄새를 풍겼다.그 예쁜 여의사, 장 선생도 함께 앉아 식사했다. 유선우를 보살펴야 하는 이유로 하여 그녀는 안주인이 앉는 자리에 앉았다. 바로 조은서가 예전에 자주 앉던 그 의자였는데 조은서는 두 사람이 이혼한 마당에 이런 것은 따지지 않았다. 장서희는 아주 정성스럽고 다정하게 요리를 집어주었다.그녀와 유선우는 합이 잘 맞는 듯 보였는데 아마 그녀가 별장에 들어온 지 꽤 된 것 같았다...조은서는 신경이 조금 쓰였다.이 장 선생이 제일 눈치가 없는 것은 이안이가 닭 다리를 먹고 싶어서 젓가락을 뻗었는데 장서희가 바로 그 닭 다리를 집어 유선우의 그릇에 놓았다는 것이다.이안이는 빤히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두 개의 닭 다리 중 하나는 방금 장서희가 먹었고 나머지 하나는 장서희가 집어서 아빠한테 주었는데... 이안이도 닭 다리가 먹고 싶었다.아이의 생각을 유선우가 어찌 모르겠는가?그는 닭 다리를 집어서 이안이에게 주면 이안이가 기분이 좋을 줄 알았는데 이안이는 입을 삐죽거리면서 아빠를 보며 말했다.“아주머니는 공용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았어요. 비위생적이에요.”유선우는 당황했다. 장서희는 일반가정 출신이어서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식사할 때 공용 젓가락을 사용하는 습관이 없었다. 그녀는 유선우가 자신이 함께 식사하도록 허락한다는 것을 그 정도까지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개졌다.결국, 조은서가 나서서 분위기를 풀었다. 그녀는 이안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다정하게 말했다.“이안이 그렇게 예의 없게 굴면 안 돼.”그녀는 또 장서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해요, 장 선생님.”장서희는 억지웃음을 띠고 말했다.“괜찮아요. 이런 거로 어린애랑 따지지 않아요.”조은서는 공용 젓가락으로
유선우는 30분 정도 곁에 있다가 내선을 걸어 아주머니를 불러왔다.아주머니는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서 이안이와 이준이가 잠든 것을 보고 인기척을 최대한 적게 내면서 물었다.“잠들었어요?”아이들을 보는 유선우의 눈동자에는 다정함이 가득했다.좀 지나서 그는 작게 말했다.“여기서 애들 좀 돌봐주세요.”눈치가 빠른 아주머니가 말했다.“주인님, 여기는 저한테 맡기시고 일 보러 가세요.”유선우는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는 휠체어를 끌고 안방을 나왔는데 조은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접대실에서 그녀를 찾았다.그녀는 통으로 된 유리창에 기대 전화를 하고 있었다.오후의 햇살은 투명한 유리창에 통과해 조은서의 몸에 비쳐서 그녀의 피부는 더 백옥같이 매끈했고 편안한 표정으로 상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유선우는 그때 그녀가 자신의 곁에서 떠날 때도 이렇게 편안한 표정으로 다른 사람과 얘기했었다는 것이 기억났다.그때는 박연준이었고 지금은 임도영으로 바뀌었다...사실 조은서는 지금 허민우와 통화하고 있었는데 통화 내용도 유선우의 상태에 관한 얘기였다. 얘기가 거의 끝날 무렵 그는 곁눈질로 유선우를 보았는데 그의 표정이 아주 복잡해 보였다.조은서는 작게 웃었다.그녀는 낮은 소리로 몇 마디 더 하고는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흔들면서 말했다.“도영 씨 전화에요.”유선우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휠체어를 끌고 다가오면서 시선은 테이블 위의 컵에 머물렀다. 컵은 조은서가 썼던 것이고 커피는 절반 정도 마셨지만, 그녀는 더는 그의 아내가 아니었다.유선우는 커피잔을 들어 살살 어루만지면서 읊조렸다.“내 앞에서 둘이 다정한 모습 보여줄 필요 없잖아.”“방금 그런 모습이었어요?”조은서는 유리창에 기대고 있었는데 햇살이 그녀의 등을 비추면서 속살이 보일락 말락 하였고 그 곡선은 아주 매혹적이었는데 그녀는 자각하지 못한 듯 계속 말을 이었다.“저는 당신이 장 선생이랑 함께 얼굴을 맞대고 사는 게... 둘 사이를 과시하는 모습처럼
유선우는 곁에서 보고 있었다...그는 갑자기 예전에 자신한테 2,000만을 달라는 말도 조심스럽게 하던 아내가 떠올랐다. 그때 그는 조은서를 갯실새삼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조은서는 아름답고 위험한 장미였다...적색의 노을은 불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은색 롤스로이스의 환영은 천천히 별장을 나섰고 유선우의 마음도 텅텅 비었다... 그녀는 결국 떠났다.그는 다음 만남을 기대하기 시작했다....20분 후, 조은서는 한 독채 별장에 차를 몰고 들어섰다. 하와이에서 돌아와서 그녀는 별장에 거주하기로 했다... 집안에는 아주머니를 여러 명 고용하여 별장에 사는 게 더 널찍했다. 그리고 여기는 유선우와의 거리가 더 가까웠다.그녀가 주차를 다 했을 때, 하늘은 이미 노을을 거두고 밤이 어둑해졌다.조은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 인형을 안고 있던 이안이 갑자기 말했다.“아빠가 설리를 저한테 준다고 하셔서 저는 원래 갖고 싶었어요. 하지만 아빠 혼자 사는데 설리가 아빠 곁에 있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조은서는 이안이한테 뽀뽀를 해줬다. 이안이는 기운을 차리고 조은서를 따라가면서 물었다.“엄마, 우리 언제 또 아빠 보러 가요?”조은서는 다정하게 대답했다.“이안이가 아빠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가도 돼.”이안이는 기분이 좋아졌다.심정희가 현관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이안이는 기쁘게 할머니를 부르면서 심정희의 품 안에 안겼고 심정희는 예쁜 손녀를 쓰다듬어주고는 유선우의 상황을 물었다. 이안이는 숨김없이 다 말하고는 이렇게 얘기했다.“저는 커서 의사가 될래요! 제가 의사가 되면 아빠한테 주사도 놔드리고 약도 드릴 거예요. 그럼 아빠가 다 나을 거예요.”어린아이가 속없이 하는 말에 심정희는 마음이 심란해졌지만 아이 앞이라 그 마음을 숨겼다.밤이 되어 두 아이가 다 잠이 든 후, 심정희는 조은서를 불러 얘기했다.“지금은 그저 선우의 몸이 얼른 나았으면 해. 아니면 이안이가 커서... 무조건 자책할 거야.”조은서는 그녀를 위로했다
이렇게 카톡을 주고받으면서...조은서는 잠이 들었다. 그녀가 깨어났을 때는 한밤중이었다. 핸드폰에는 읽지 않은 카톡이 열몇 개가 와있었는데 모두 유선우가 보낸 것이었다.밤이 깊어서 그녀는 그저 조용히 보고만 있었을 뿐 답장을 보내지는 않았고 몸을 일으켜서 자신의 아들딸을 보살폈다.그녀는 유선우와 함께 살고 있지 않았지만 둘 사이의 거리는 먼 듯 가까웠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들이 지금처럼 같은 도시에서 사는 게 그들에게는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 것인지 모른다.모든 슬픔과 기쁨들을 하나둘씩 맞춰가고 있었다. 그 후에도 두 사람은 자주 연락하면서 세상에서 제일 책임감이 있는 전 부부처럼 함께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의 성장 문제에 관해 토론했다...6살인 이안이는 곧 학교에 입학할 나이였다.조은서가 말했다.“선우 씨가 B시에서 인맥이 넓으니 이안이 학교에 관한 일은 당신이 처리해 줘요.”유선우는 그 말에 동의하고 딸에게 학교를 찾아주기 시작했다. 그들은 많은 얘기를 했는데 가끔 조은서가 전화를 걸 때는 장서희가 받았다. 그녀는 한 번도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많이 묻지도 않았다... 유선우를 아주 존중해줬다.아이들이 다시 유선우의 집으로 갈 때는 아주머니가 데려다줄 때도 있고 조은서가 데려다줄 때도 있었다. 조은서는 2층에 올라가는 일이 극히 드물었고 고용인은 물세나 전기세 지출을 그녀에게 처리해달라고 했다. 이런 일들을 예전에는 진 비서가 했었는데 조은서는 흔쾌히 그녀를 도와서 시간이 날 때면 처리해 주었다.그녀는 별장의 구석구석을 잘 챙겼는데 유선우와는 항상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었고 사적인 대화도 거의 나누지 않았다.그렇게 눈 깜빡할 사이에 보름이 지났다...밤에 비가 내리면서 가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다.서재의 통유리창 앞에는 유선우가 조용히 앉아서 밖에서 내리는 바늘같이 가는 비를 주시하고 있었다... 아래층의 시계는 천천히 종을 열 번 쳤다.그는 이 시간이면 조은서가 한가해졌을 거로 생각했다. 그는 그녀가
유선우의 눈에서 흘러나온 갈망은 장서희의 마음이 차갑게 식게 했다. 그녀는 별장에 온 지도 오래되었고 유선우와 매일 함께 보내고 있었으며 예전에 그는 재결합하려는 뜻을 조금이라도 내비치지 않았고 심지어 아이들을 보러 하와이로 가지도 않았다.하지만 조은서가 돌아온 후로부터 모든 게 변했다.유선우는 자주 홀로 멍을 때렸고 근심과 걱정이 많아졌다. 이 모든 게 그 전 부인 때문이었다... 민감한 성격 덕분에 장서희는 조은서가 유선우에 대한 감정을 보아낼 수 있었다. 여자가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는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왜, 도대체 왜!두 사람은 분명 이혼했는데 조은서는 왜 다시 돌아와서 유선우의 결심을 뒤흔드는가 말이다.장서희는 조은서가 아주 못마땅했지만, 지금에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네, 조은서 씨도 가신다고 했어요.”그녀는 유선우 얼굴에 핀 환희를 보고 싶지 않아서 빠르게 방문을 나섰다. 유선우는 여전히 유리창 밖을 보고 있었는데 불이 밝아서 유리에 그의 그림자가 비쳤다... 휠체어에 앉은 한 남자.그는 자신을 비웃듯 피식 웃었다.‘유선우, 너는 무엇을 더 기대하고 있는 거야?’...이튿날, 유선우는 장서희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YS 병원으로 갔다. 2층에 도착하자 멀리 조은서와 허민우가 복도에서 얘기를 나누는 게 보였다. 유선우는 휠체어를 끌고 다가갔고 그 소리는 얘기를 나누던 두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뒤를 돌아본 조은서의 시선은 유선우와 그 뒤에 있는 장서희에게로 머물렀다. 대략 10초 후, 그녀는 다시 몸을 돌려 허민우에게 말했다.“민우 오빠, 그럼 그렇게 하는 거로 하고 저녁 7시에 식사해요.”얘기를 들은 허민우는 조금 놀랐지만 바로 알아채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유선우의 얼굴색만 조금 어두워졌다.신체검사를 할 때 그는 쭉 조은서와 말을 하지 않았다. 사실은 그녀를 그리워했다고 해도, 며칠 동안이나 그녀를 보지 못했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해도 말을 하지 않았다...검사결과는 여전하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