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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함은숙은 조은서가 거절할까 봐 비굴하게 말을 건넸다. 그리고 특별히 종업원을 불러왔다.

“커피가 식어서 새것으로 하나 가져와 줘요. 우리 은아는 블루 마운틴 커피를 제일 즐겨 마셔요.”

종업원은 웃으면서 알겠다고 했다.

함은숙은 다시 조은서를 보면서 애원하듯 말했다.

“그저 잠깐이면 돼. 잠깐만 얘기 좀 하자.”

조은서가 조용히 자리에 앉자 함은숙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종업원이 커피를 새로 가져왔을 때도 그녀는 아주 정성스럽게 건너다 주었지만, 조은서는 그녀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 여전히 상대가 자신에게 했던 일들을 잊을 수가 없었다.

함은숙은 실망스러웠지만, 자신의 잘못이 크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정신을 가다듬고 조은서와 얘기를 나눴다. 그녀는 유선우가 아픈 원인을 말하지 않고 그저 조은서가 유선우의 곁에 있으면서 두 사람이 부부로 다시 단란하게 지내 달라고 부탁했다.

함은숙은 눈물을 훔치면서 말했다.

“너희들 아이가 둘이야, 다 유씨 집안의 아이잖아. 은서야, 나는 네가 선우한테 아직 감정이 남아 있다고 믿어. 네가 나를 용서해 주기를 바라지 않지만 두 아이를 봐서라도 선우 곁으로 돌아가 달라고 부탁할게. 선우는 지금 네가 많이 필요해.”

조은서는 그녀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함은숙이 지금 얼마나 비굴하고 불쌍해 보여도 지나간 일들을 생각하면 마음에 한이 남아 있었다.

조은서는 가만히 커피를 보면서 덤덤하게 말했다.

“큰 사모님, 저랑 선우 씨가 앞으로 어떻게 되든 사모님이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

사실 그녀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원한을 품고 살아가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고 조은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녀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떠날 때, 등 뒤에서 무너져 내린 함은숙의 외침이 들려왔다.

“은아, 사실 예전에 나는 네가 참 마음에 들었어. 그해 유 씨 저택의 연회에 참석했던 날 기억나? 너는 나를 이모라고 부르면서 나를 잘 따랐잖아...”

조은서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덤덤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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