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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조은서 씨, 그 계약서는 그저 장난이었을 뿐이야. 난 널 사랑하지 않아.]

...

한꺼번에 몰려든 기억들에 조은서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조은서는 고개를 살짝 젖히고 눈물을 참았다.

하늘에서는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하더니 가느다란 빗줄기가 조은서의 몸에 떨어지며 그녀의 옷을 조금씩 적셨다. 하지만 조은서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마음의 초조함을 씻겨줄 차가운 빗물이 필요했다.

조은서는 말없이 빗속을 걸으며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백서윤의 말을 반복했다.

[정말 선우 씨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거라 생각해요? 정말 선우 씨가 당신과 아이들을 버리고 다른 사람과 새로운 가정을 차릴 거라 생각해요?]

그 순간, 조은서는 우뚝 자리에 멈춰 섰다.

길가에는 매우 호화로운 웨딩살롱이 세워져 있었는데 통유리를 사이에 두고 안에는 매우 아름다운 여인이 웨딩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인의 옆에는 한 남성이 함께하고 있었는데 행동거지가 친밀하고 애틋한 것을 보아하니 딱 봐도 예비부부였다.

하지만 조은서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그녀는 마에 씌기라도 한 듯 그 남녀를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왜냐하면, 그 여인은 다름 아닌... 이지우였기 때문이다.

이지우라면 당시 여주인의 행세를 하고 진이 정원에 나타났던 사람 아닌가. 유선우와 사귄다면서 왜 지금은 다른 남자와 결혼한단 말인가?

조은서는 멍하니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사실 진실은 이미 수면밖에 올라왔다.

하지만 조은서가 무슨 수로 그토록 잔인한 진실을 받아들인단 말인가. 그녀는 심지어 유선우가 대체 무엇을 희생했는지, 그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심지어 유선우는 대체 무슨 심정으로 그녀의 앞에 나타났는지조차 감히 생각할 수 없었다.

그날 밤, 서미연의 연회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유선우에게 조은서는 오히려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했었다.

[선우 씨, 저 애인 있어요.]

...

빗줄기는 점점 거세졌고 조은서의 얼굴은 어느새 비에 흠뻑 젖어있어 그녀의 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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